[대한경제=오진주 기자] 공인중개사들이 사무소 문을 여는 '봄 개업 시즌'이 열렸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무소 문을 닫거나 영업을 쉬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1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에서 폐업과 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총 1464건으로 지난해 3월 924건 대비 1.6배가량 늘었다. 폐·휴업 건수는 올해 들어 △1월 1245건 △2월 1268건 △3월 146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매년 1분기는 전년도 하반기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사무소를 열면서 개업 건수가 늘어나는 때다. 실제 올해 1분기(1~3월) 전국 공인중개사무소 개업은 총 3837건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2970건보다 1000여건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거래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에도 경기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개업보다 휴·폐업 건수가 더 가파르게 늘어났다.
특히 중개 대상 중 토지 등 '안전자산'의 비중이 큰 지방 중소도시보다 아파트 거래가 더 많은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가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휴·폐업 건수가 늘었다.
지난 3월 서울과 경기 모두 개업 건수보다 폐·휴업 건수가 더 많았다. 서울에서는 325건이 개업할 동안 364곳이 문을 닫거나 쉬었고, 경기지역에서는 383곳이 새로 문을 열 동안 404곳이 휴·폐업을 선택했다.
서울·경기 다음으로는 부산이 78곳 개업할 동안 96곳이 문을 닫았고, 아직도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대구가 68곳이 새로 문을 열 때 82곳이 휴·폐업했다.
반면 강원과 충북, 충남 등은 개업 건수가 휴·폐업보다 다소 많았다. 충남에서는 지난 3월 53곳이 문을 열 동안 41곳이 휴·폐업 신고를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매년 말 시험 합격자들이 교육을 받고 연 초에 개업하며 통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만 올해는 아직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대도시는 주택을 중심으로 중개를 하는 데다, 지방보다 사무실 이전이 더 용이해 휴·폐업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