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節氣) 와 농사
정 금 자
절기는 달력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조선 시대에 24 절기가 계절과 기후 변화를 알려주는 간단한 표시였다 .
절기를 통해 계절 및 날씨의 변화와 같은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어 절기를 기준으로 농사를 지었다. 절기의 특징은 그때의 기후 변화와 농사 일정에 맞춰 정해지며 농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절기의 특징으로 봄철의 입춘은 봄의 시작을 나타내며 식물이 자라는 시기이고 여름철 절기 하지는 낮이 가장 길고 더운 시기로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가을철의 절기인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며 식물의 열매가 익는 시기이다. 겨울철의 절기인 입동은 겨울의 시작을 나타내며 기온이 점점 낮아지고 땅이 얼기 시작한다 . 농부들은 절기의 변화에 맞춰 농작물을 관리하며 절기에 따라 작물의 성장과 수확 할 시기를 예측한다.
‘내 인생이 지금 몇 시인가?’ 가 중요하듯이 마찬가지로 농경시대에서도 지금 씨를 뿌릴 때인가 수확을 할 때인가, 타이밍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절기의 핵심적 기능은 기후 변화였다. 기후라는 변수가 인간의 운명을 만들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관계나 그 사람의 직업적 적성 여부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농작물을 키우는 건 전원생활의 기본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농작물을 매개로 대화를 나눈다. 2024 년 9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이런저런 핑계로 가을 농사 준비를 못 하다가 텃밭에 배추 모종을 심고 무씨를 뿌렸다. 풍성한 가을을 그리며 마음이 부풀었다. 심한 더위에 배추 모종들이 말라 죽었다. 어쩔 수 없어 보식이나 할 뿐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무씨도 새가 쪼아 먹었는지 싹이 듬성듬성 나와 다시 파종했다. 어린싹이 눈을 비빌 때 폭우에 휩쓸려 뿌리를 드러내며 땅 위에 누워 버렸다. 안쓰러운 마음에 어린싹을 하나하나 일으키고 흙을 북돋아 주었다. 가난 속에 흙이 피워내는 놀라운 생명, 씩씩했던 옛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웃의 무성한 배추밭과 휑하니 비어 있는 나의 밭을 비교하면 마음만 타들어 갔다.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온 이웃들에게 잘 자란 내 농작물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부끄러워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농작물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하다. 올여름은 근래의 드문 더위가 있었고 장마도 역대급 이었다. 강도 높은 폭염과 열대야가 길게 이어진 것이다. 요즘 가을 김장배추 작황이 좋지 않고 값이 크게 상승한 것도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남편과 애들은 배추와 무는 사서 먹으면 되지만 이제 힘든 농사일을 접을 때가 되었다는 신호라며 속상해하는 나의 가슴앓이를 위로했다 . 그래도 나는 아무 말 없이 무밭에 매달린다 .
실용 만능 시대인 요즘 시절에 적응 못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다. ”왜 나는 가족 모두가 반대하는 농사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가 ? 가족들은 농비와 노동력 등을 생각하면 사서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땀에 옷이 젖도록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밥을 먹고는 쓰러지듯 잠든 적도 있었다. 애들은 볕에 그을려 한껏 투박하고 관절염으로 구부러진 내 손가락을 보며 울컥한다. 고맙고 대단하신 우리 엄마 이제 농사일은 그만하시고 더 즐거운 취미를 찾아보세요 한다.
그들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언제부턴가 자라나는 농작물을 보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 그리고 이웃들의 밭과 비교하며 경쟁심도 생겼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어수선할 때 들에 나가 농작물을 바라보고 맨손으로 흙을 만지며 어느새 호미와 친구가 돠었다 ’정서적 안정감이 느껴지고 행복했었다. 매 순간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드리고 순응하는 삶이 나의 몫이 되었다. 그 자체가 생명존중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
24 절기가 우리나라의 기후 특징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고 중국 황하지역 날씨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한반도의 계절 변화를 제대로 나타내 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
더구나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4절기가 잘 맞지 않게 되었다 . 계절 변화와 체감하는 날씨가 다소 차이가 난다 . 입춘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늦겨울에 해당한다. 실제 측정해보면 불규칙하여 입춘 전후로 1년 중 가장 추운 해도 있다. 속담에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는다. ’ 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와 대기오염 문제로 절기가 맞지 않고 어긋나기도 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현대사회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가 발생하여 다양한 재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산화 탄소 줄이기, 재생에너지 확대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줄이기 같은 작은 실천이 필요한 때다. 우리 모두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동참해야 한다 . 학교에서도 꾸준히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기의 변동과 함께 농작물의 수확에도 영향을 미쳤다 . 기후의 변화로 농작물의 수확 시기도 전통적인 절기를 따를 수 만은 없게 되었다 . 새롭게 기준을 정해야 할 시점에 다 다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