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를 기대와 바꾸어버린 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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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31/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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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1장 39-56절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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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첫째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고정희 시인의 시 「사랑법 첫째」에서 제가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 그를 향한 기대가 자꾸 커지지 않도록 가슴 한복판에 크고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아놓다니, 이런 사랑을 평생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이는 다시 사랑하지 못해도 원이 없을 듯합니다. 이런 사랑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지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의 그대를 기대와 바꾸고, 그 기대 때문에 그대를 잃어버리는 일을 왕왕 보게 됩니다. 엘리사벳은 자신을 찾아온 마리아에게 미혼모를 향한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온 맘으로 축복을 전합니다. 성모님의 순명으로 예수님의 육화는 시작되었지만, 사촌 엘리사벳의 격려, 감사, 칭찬으로 성모님은 용기를 내어 성가정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하느님의 구원을 완성하는 협력자가 되셨습니다. 커다란 돌덩이를 가슴에 매달아놓는 그 ‘사랑법 첫째’가 있었기에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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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 루도비코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5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