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고감도 사진 감성, ‘찰나’를 사냥중
필름 카메라·1회용 카메라 때아닌 인기…‘사진네컷’등 셀프사진관도 ‘북적’
“일반 카메라와는 달리 찍은 사진을 바로 볼 수 없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여의주(24·여)씨는 요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재미에 빠져 있다. 여행 갈 때 꼭 챙기는 필름 카메라는 필수품이 되었다. 여씨는 “일반 카메라와 달리 오랜 시간동안 기다렸다가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처음에는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고, 빛의 노출에 따라 사진이 달라져서 다루기 어려웠다”며 “차차 익숙해지니까 노하우도 생기고, 고화질이 아니어도 색감 등 매력이 많아서 자주 애용한다” 고 했다.
디지털에 친숙한 Z세대 사이에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고화질의 깨끗한 사진보다 필름으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좋아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Z세대가 애용하는 SNS인스타그램에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 올리는 계정들도 등장하고 있다.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한국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인스탁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카메라 회사인 캐논 코리아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1.8%나 증가했다.
▲여의주(24·여)씨가 찍은 필름카메라 사진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인 여씨는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고화질의 사진보다는 빛의 노출에 따라 사진의 결과가 달라지는 필름 카메라에 매력을 느낀다.
필름 카메라 뿐만 아니라 사진을 바로 인화할 수 있는 즉석 카메라를 사용해 다이어리나 폴라로이드 사진을 꾸미는 Z세대도 있다. 기록하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Z세대의 감성을 저격한 인스탁스의 즉석카메라 ‘미니 에보’는 출시하자마자 품절되어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성희(24·여)씨는 “주위에서 하는 이들이 많아 따라서 샀다”며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보정이 가능한데, 즉석 카메라는 사진이 바로 나온다. 다이어리 꾸미는 걸 좋아해 즉석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방 소비로 시작한 사진은 이제 또 다른 Z세대 현씨에 하나의 취미 생활이 되었다.
▲현성희(24·여)씨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왼쪽), 현씨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오른쪽). 현씨는 폴라로이드 사진 보관을 위해 앨범을 구매했다.
Z세대의 사진 감성을 서비스 산업에서 두고볼 리 없다. 사진사 없이 사진을 찍는 셀프 사진관이 등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군인인 백모(22)씨는 매 휴가 때마다 가족들과 셀프 사진관을 찾는다. “첫 휴가 때는 코로나가 심해서 언제 다시 휴가를 나올지 몰라 기념으로 남겨두자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다. 그 때 부모님 반응이 좋았다”라며 “가장 편한 사람들과 있으니 표정도 훨씬 자연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셀프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들. 셀프 사진관은 사진사 없이 편한 사람들과 있기에 자연스러운 표정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Z세대가 모이면 필수로 가는 인생네컷,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네 컷의 사진을 연달아 찍을 수 있어 Z세대에게 인기다.
Z세대가 모이면 꼭 가야 하는 필수 코스라는 ‘인생네컷’은 네 컷의 사진을 연달아 찍을 수 있는 사진 부스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친구들과 추억을 남길 수 있고, 포토부스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Z세대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김진아(24·여)씨는 “따로 스튜디오를 안 가도 되고, 사진 프레임도 다양하다”며 “소품이 이미 준비되어 있어 포즈만 생각하면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인생네컷을 이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생네컷은 해시태그가 94만3천회가 넘는다. 분기별로 나오는 한정판 프레임도 인기고,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직접 프레임을 만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다.
Z세대는 사진을 찍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활용하고 있다. 윤희주(22·여)씨는 친구들과 찍은 인생네컷을 다이소에 파는 네트망을 활용해 걸어 두거나, 바인더를 구매해 모아뒀다.
▲윤희주(22·여)씨가 그동안 인생네컷에서 찍은 사진들을 방 문에 장식해 놓은 모습.
윤씨는 “타이밍이 안 맞아 이상하게 나온 컷들도 모두 같이 찍은 사람과의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사진들(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와는 차별화 되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과감한 Z세대는 찍히는 것과 찍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찍는 것을 넘어 각자의 개성을 담은 꾸미기를 위해 셔터를 누르는 Z세대. 그들은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셔터를 누르며 ‘찰나’를 사냥중이다.
백다혜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