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망한 뉴타운이자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꼽힌 송파구 거여·마천지구. 강남권에서 유일한 사업장이어서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거여·마천지구는 다른 3차 뉴타운과 마찬가지로 건축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받아 개발되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난해 말 지정됐다. 사업성격이 뉴타운사업에서 도시재정비촉진사업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윤곽을 드러낸 개발계획안을 뜯어보면 당초 기대에 미칠까 실망스럽다. 거여·마천 개발계획안에는 재정비촉진지구 투자 주의보의 결정판으로 불릴 만하다. 그만큼 거여·마천 투자에는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성에서 ‘알짜’가 ‘쭉정이’가 될 판이다.
언제 사업 시작하나…요원한 사업시기
거여·마천지구는 송파구 거여동 202 번지, 마천동 128번지 일대 73만8426㎡다. 64.2%인 47만여㎡를 공동주택 등 주거용지로 쓰고 나머지 땅에는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기반시설은 학교, 공공·사회복지·문화시설과 공원 등을 말한다. 공원·녹지시설 면적이 7만3000여㎡로 전체 사업부지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구청의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단독주택 2621개동, 공동주택 475개동, 근린생활시설 등 445개동을 허물고 9598가구의 아파트를 새로 짓게 된다. 주택건축은 6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로 진행된다. 용적률(아파트 연면적 대비 부지면적 비율)은 230~250%이고 평균 16~18층, 최고 25~33층이다.
그런데 6개 구역의 사업시기가 천차만별이다. 거여2구역은 개발계획이 확정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2010년 이후 가능하다. 사업 착수시기가 거여3, 마천1구역이 2010년, 마천3,마천4구역이 2011년, 마천2구역은 2012년이다. 무려 5년 가량 차이 나는 것이다. 자연히 입주시기도 비슷하게 벌어진다. 구청이 잡고 있는 최종 완공시기는 2016년이다. 구역별로 사업시기가 차이 나면서 전체 사업기간이 10년에 달하게 됐다.
이는 노후도가 심하지 않은 지역을 다소 무리하게 개발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개발하려면 노후도(20년 이상된 건물 비율),호수밀도,주택접도율,자투리땅 비율 등의 일정한 요건을 채워야하는데 당장 요건에 맞는 사업장이 거여2구역에 불과하다.
노후도를 제외한 다른 요건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함이 없다. 노후도 요건에 맞지 않아 나머지 사업장들의 사업시기가 늦어지는 것이다. 사업 가능시기가 돼야 노호도 요건을 충족해 사업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기간이 긴 구역의 경우 투자입장에서 보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이곳에서는 거래허가제한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실제로 전세대원이 들어가 살아야하는데 그만큼 긴 시간 동안의 불편을 각오해야한다.
규제 많은 재건축 구역 불이익
6개 구역 중 사업가능시기가 가장 늦은 마천4구역이 다른 구역과 사업방식에서 다르다. 다른 사업장은 재개발 방식으로 개발되지만 이곳은 재건축 방식이다. 낡은 단독주택 등이 몰려 있는 비슷한 주거환경 여건인데도 사업방식이 차이 나는 것이다.
이는 마천4구역이 재개발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 비슷한 낡은 단독주택지역에서도 주택접도율, 자투리땅비율 등을 기준으로 여건이 좀더 좋은 곳은 재건축, 더 열악한 곳은 재개발 방식을 택해야한다. 그만큼 마천4구역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말이다.
그런데 마천4구역은 어쩔 수 없이 재건축 방식을 택함으로써 재개발 구역보다 훨씬 심한 규제를 받게 된다. 조합설립 이후에는 전매가 안되고 시공사도 재개발(조합설립 이후)보다 늦은 사업승인 이후 정할 수 있다. 추진위 구성 시점부터 입주 때까지 오른 집값의 일부는 재건축부담금으로 물어야한다. 재개발에는 없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물어야해 그만큼 투자금이 더 많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래서 도시재정비촉진지구에서 재건축구역보다 재개발구역이 투자성에서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주민 많아 소형 평형 넘쳐
재개발은 원래 건립가구수의 80% 이상을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을 지어야한다. 중대형 비율이 20% 미만이다. 하지만 재정비촉진지구에선 규제 완화를 받아 중대형을 40%까지 늘릴 수 있다. 중대형이 많으면 고급 주택이어서 주택 가치가 올라간다.
그런데 거여·마천에선 이 같은 규제완화가 무색하다. 중대형 비율에 14%에 불과하고 소형인 전용면적 60㎡ 이하가 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임대를 제외한 분양주택만 보면 중대형 17%, 소형 40%다. 일반적인 재개발 단지에서 전용 60㎡ 이하는 20% 정도다. 소형 위주의 주택이 되는 것이다.
거여2구역의 경우 총 1806가구를 짓는데 중대형 비율이 12%이고 소형은 52%다.
이는 기존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주택소유권이 있는 주민 숫자만큼은 지어야 하고 조합원 부담을 덜기 위해 일반분양할 물량까지 확보해야하는데 용적률 제한 등으로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은 제한된 상황에서 가구수를 늘리다 보니 작은 집이 많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큰 집을 배정받으려면 대지지분이 큰 등의 이유로 권리가액(기존 자산 평가액)이 많이 나올 주택을 구입해야한다. 부담이 적다고 작은 대지지분을 선택하면 작은 집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구역별로 가격 차별화할 듯
거여·마천은 강남권인 데다 송파신도시 개발 후광 효과도 기대돼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대지지분 33㎡(10평) 정도의 주택 가격이 4억~4억5000만원선이다. 3.3㎡(평)당 4000만~4500만원이다.
거래허가제한을 받지 않는 대지지분 20㎡(6평) 미만은 3.3㎡당 7000만~8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 미만의 경우 작은 집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있어 하향조정될 수 있다. 현재는 구역별로 시세가 비슷하지만 사업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구역별로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늦은 구역의 시세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거여·마천지구의 매물은 더러 나오지만 거래는 뜸하다. 아직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거래제한 때문이다. 거래허가를 받는 거래량이 한 달에 10건이 되지 않는다. 11월 들어 마천동 대지지분 22㎡의 다세대가 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거여동 대지면적 66㎡의 단독주택 거래가격은 1억8000만원이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