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과 경전선이 잠시 손뼉을 치다 가는곳, 순천.
전남 동부권의 교통 중심지로, 이 근방의 도시들을 가기 위해선 좋든 싫든 무조건 순천을 지나가야만 한다.
철도 뿐 아니라 각종 국도까지 사방팔방으로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이기 떄문에,
여천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에서 올라오는 대규모의 화물들이 전부 순천을 거쳐서 올라간다.
별다른 산업이 발달하지는 않았어도 교통의 중심지라는 점 하나 때문에 인구 27만명의 꽤 규모있는 중도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처럼 교통의 수혜를 아주 크게 입은 덕에 순천시는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중심지' 순천을 대표하는 관문은 단연코 순천역이다.
이미 순천지역 교통의 핵심으로 코레일 전남지사 대표역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한창 공사중인 전주-광양 고속도로와 전라선 복선전철화의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시점에서,
과연 고속도로와의 경쟁에서 더욱 입지를 다질지 아님 차츰 밀리게 될지 그 행방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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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과 경전선이 교차하는 순천역.
전남지사 대표역으로 굉장히 규모가 방대한 역이지만, 정작 시설은 굉장히 낡고 오래되었다.
전라선에서 최고로 큰 역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낡았다.
그 때문에 시골 간이역에서나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수의 손길이 역 곳곳에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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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복선전철화의 영향으로 조금씩 정취를 잃어가고 있다.
진주, 보성방면 경전선 열차가 정차하는 1번 승강장은 이미 순천~광양 복선화와 순천역 신역사 공사작업으로 초토화되어 버렸다.
이제서야 서서히 모습을 바꿔나간다는게 어떻게 보면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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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 양 옆으로는 각각 광양역과 원창역이 쓰여져 있다.
광양도 제철소가 위치한 규모있는 도시이지만,
정작 광양을 대표하는 '광양역'은 바로 인접한 순천역에게 수요를 몽땅 빼앗겨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원창역은 아예 여객취급까지 중지되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열차가 수시로 정차하는 큰 역이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열차도 몇 편 안서는 조그만 역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규모의 역이 주변의 조그만 역들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가면서,
큰 역은 더욱 커지고 작은 역은 서서히 죽어가는 '양극화' 현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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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계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덩치가 큰 순천역은 버스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덩치를 더더욱 불려가며 새롭게 변신을 하는 중이고,
주변의 역들은 몇 편 안되는 열차조차 외면해버려 결국 사라져버렸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순천역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전라선 복선전철화, 경전선 순천-광양 복선화라는 명목 아래 야금야금 덩치를 불려가는 순천역이.
주변의 조그만 동생들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내팽개쳐버리는 순천역이.
너무나도 밉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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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록 경전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라선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오히려 전라선이 더욱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매우 큰 역이 없이 전부 고만고만한 역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전선과는 달리,
전라선은 큰 역과 작은 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초토화를 맞은 간이역이 많다.
그 때문에 이미 복선화가 완료된 신리~순천 구간의 경우도,
지어놓은지 채 10년이 안되어 사실상 폐역이 되어버린 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큰 역들에 밀려 처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하는 불쌍한 간이역들을 생각하면 할 수록 큰 역들이 더욱더 밉게 느껴진다.
전라선의 두 기둥 '전주역'과 '순천역'을 비교해봐도,
전주역은 최소한 주변 역들이 폐역 취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순천역은 주변 역들이 모조리 여객취급을 중지당해야만 했다.
개운, 동운역이 그랬고 성산, 신풍역이 그랬다. 이제는 율촌역조차 열차가 서지 않고 괴목역도 간당간당한 형편이다.
주변 동생들을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망쳐놓는 순천역이, 너무나도 싫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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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현실을 미워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재의 사회가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순천역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욱 편한 것을 찾고 자신의 이익만을 좆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덩치가 커져가면서 불쌍한 동생들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하는 운명.
어찌 보면 순천역도 불쌍한 운명이다.
4,5번홈이 없어지고 반대편 너머에 새로운 승강장이 생긴 모습.
저것도 순천역 본인이 원해서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순전히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의해,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저렇게 자신의 몸을 헤치고 있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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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불행인지 다행인지 순천역은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차량들을 관리하는 전남지사 열차관리소는 그대로 존치된다.
차량관리소 너머의 순천역 급수탑도 머리를 빼죽 내민 채 순천역의 앞날을 샅샅히 살펴보고 있다.
저들은 순천역의 신음하는 소리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자신들과는 크나큰 상관이 없는 변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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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시간이 걸린다는 전설의 '순천발 서울행(진주, 마산, 창원, 밀양, 동대구 경우)' 차량도 이 곳 순천역에서 관리한다.
사실상 경상도 지역을 횡단하는 차량으로 전라도와는 거의 상관관계도 없는 열차지만,
관리는 전라도인 '순천'에서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도 상부상조(相扶相助)의 관계라고 칭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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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행 한편성씩 1시간에 두 대 꼴로 운행하는 전라선과, 상.하행 하루 5회씩 운행하는 경전선이 잠시 합쳐지는 곳.
그리고 광양항과 여천항에서 나오는 수많은 컨테이너 화물들이 밀집하는 곳.
운행을 마친 모든 열차들이 깨끗히 목욕하고 나른하게 휴식을 취하는 곳.
그 곳이 바로 순천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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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복선전철화와 신역사 공사로 인해 4,5번홈은 아예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한 쪽이 가로막힌 순천역 지하도가 어딘가 모르게 답답해 보인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단장되어있는 지하도가 막혀있으니 더욱 답답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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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건물 옆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작은 정원...
규모가 방대한 만큼 조그만 안식처를 마련해 놓아도 열차 운행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순천역사 공사가 본격화되고 복선전철화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에도,
이런 것들이 계속해서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다.
보통 그러한 공사들을 시작하면 역에 있는 것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떼려부수는 경우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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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자체는 무척 큰 편이지만, 전남지사를 대표하는 역이기 때문에 여객용으로 활용하는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역사 내부는 사람들이 조금만 몰려도 순식간에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대기 일쑤다.
그래도 사람이 적을 때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면서 열차를 기다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어떻게 보면 크고 넓지만, 또 어떻게 보면 한없이 좁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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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과 경전선의 모든 열차가 필수로 거쳐가는 역이기 때문에 시간표 또한 매우 복잡하다.
열차 정차횟수로만 치면 전라선 구간에서는 가장 많은 역인데,
이용객 수는 전라선 열차만 정차하는 전주역에 간발의 차이로 밀린다.
하지만 전주역의 경우는 70만명의 배후수요를 두고 있는 전주의 대표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주 인구의 40% 수준에 불과한 순천의 철도 비중은 무척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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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서울, 부전... 열차 안내판에 글자가 가득 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행선지는 그 어떤 분기역 못지않게 다양한 편이다.
용산, 여수부터 시작해서 익산, 목포, 부전, 서울 등등 무척 다양한 열차가 운행한다.
비록 거의 대부분의 열차가 용산, 여수행 열차라는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순천역도 굉장히 다양한 방면의 열차들이 운행하는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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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사를 대표하는 순천역은, 역 구내 못지않게 역의 외관도 크다.
넓디넓은 광장은 이미 자그마한 공원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고,
택시승강장과 버스승강장 환승센터까지 구축해 이용을 무척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다.
더군다나 역 앞 삼거리에는 로터리까지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역세권이 꽤나 발달되어 있다.
KTX가 정차함에도 시골 간이역의 한적한 여운만 남겨주는 김제역과는 무척 대비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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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을 듬뿍 받으며 새벽의 추위를 한껏 떨어낸다.
비록 전남지사를 대표하는 무척 큰 역이지만,
세련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옛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몇 십년의 세월에 그대로 품어둔 순천역.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다운 향수를 사방에 내뿜기 시작한다.
얼마 안 가 사라질 흔적들을 조심스레 거둬들이고 새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순천역(順天驛).
비록 주변의 간이역들을 몰살시키면서 자신을 키워간 이기적인 역이라지만,
그 또한 사람들의 손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결과물이다.
그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순순히 따를 줄만 아는 순진무구한 역이기도 하다.
순천역(順天驛).
오늘의 날씨는 맑음,
내일의 날씨도 맑음이다.
첫댓글 매번 잘 보고 갑니다. 코레일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 간이역 폐쇄, 직선화, 복선 전절화하지 않을까요. 고속도로에 밀려 초라해진 철도라 생각하네요. 그래도 철도의 중요성을 인식했는지 많은 곳이 바뀌고 있네요. 2010년이면 버스나, 자가용과 경쟁이 됐으면 합니다.
영주역-풍기역의 관계는 그런면에서 참 좋다고 느낍니다. 영주와 풍기는 영주시내와 영주시 풍기읍내에 있는데, 영주역 바로 다음 역이 풍기역인데도 불구하고 풍기역이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하지는 않았지요.
영주역 - 풍기역 사이에는 '안정역'이라는 무인신호장이 하나 존재합니다. 안정역도 원래는 여객취급을 하던 보통역이었지만 현재는 일부 교행업무만 담당하는 무인신호장으로 남아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