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컴퓨터 때문에 골치 썩이시는 일이 많으실 겁니다.
그나마 저는 컴퓨터 수리를 하는 지인도 있고, 컴퓨터 조립에 환장한 지인도 많은 덕분에... 줏어들은 게 좀 많아서 제 나름 관리를 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간혹 정신줄 놓고 살 때는 관리를 못 해서 요번같은 사태를 겪곤 합니다.
그래서 기왕 짬도 났겠다... 가정에서 컴퓨터를 관리하는 방법 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제거 등을 통한 관리가 아닌 물리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 드릴까 합니다.
사실 핵심만 놓고 보면 굉장히 간단합니다.
'청소를 자주 하는 것'
근데 문제는 어디를 어떻게 청소를 하느냐겠지요.
먼저 도구부터 정리하겠습니다.
1. 십자나 일자 드라이버
2. 미술용의, 결이 아주 고운 붓 또는 결이 아주 고운 칫솔
(다만 칫솔은 최악의 상황에만 사용합니다)
3. 고무 재질의 작은, 이쑤시개 굵기의 막대기 또는 면봉
4. 지우개
5. 캔 에어 스프레이 (시중가 1캔 당 2~3천원)
6. 물티슈 또는 면으로 된 천(화학섬유 재질의 천은 안되요!)
그러면 어디를 어떻게 청소하느냐를 정리하겠습니다. 아, 코드 다 빼고 본체 뚜껑을 여는 건 기본입니다? ㅎㅎ
1. 각종 쿨러 팬(파워 서플라이, CPU, 그래픽 카드 등)
-> 쿨러 팬... 쉽게 선풍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정 장치나 컴퓨터 본체에 팬이 달려 있는데 이게 바로 쿨러 팬이지요. 여기에 먼지가 낄 경우 저처럼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거나 화면이 멈추거나 끊기거나, 최악의 경우엔 과열로 인해 보드가 새카맣게 타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 주면 참 좋죠.
청소하는 순서와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붓이나 물티슈, 걸레 등으로 먼지가 낀 부분을 두드리듯 닦거나 쓸어 준다(사전 작업이므로 대강 하시면 됩니다)
(2) 먼지가 붙은 부위에서 약 5~10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에어 스프레이를 먼지가 붙은 부위에 2~3초 뿌리고 5초 쉬고 하는 식으로 시간 간격을 두고 뿌려준다.
(3) 충분히 뿌렸다 싶으면 스프레이에 빨대(노즐)을 끼우고, 먼지가 붙은 부분과 노즐 입구를 2~3센티 간격을 두고 가져다 댄 다음 5초 뿌리고 10초 쉬고를 반복한다.
(4) 먼지가 활화산처럼 털려져 나온다(특히 파워 서플라이를 청소하면 장난 아니게 먼지가 튀어나옵니다 -_-;;;). 어느 정도 털었다 싶으면 본체 안에 모인 먼지를 제거하고 다시 한 번 먼지를 스프레이로 불어서 제거해 준다.
(5) 닦을 수 있는 부분은 마른 천으로 살짝 닦아주면 마무리.
참 쉽죠잉? (...)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에어 스프레이를 지나치게 오래 뿌리거나 너무 근처에서 뿌릴 경우 기판이나 부품이 얼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그래서 적당히 간격을 두고 뿌리시라고 말씀드린 것). 그리고 먼지가 아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우는 결이 고운 칫솔로 살살 긁어주고 스프레이를 뿌리면 됩니다.
이 팬 청소만 제대로 해 줘도 컴퓨터를 훨씬 오래 씁니다. 이런 식으로 관리하다보니 저는 보통 컴퓨터 한 대 사면 최소 4년은 씁니다. 물론 살 때 성능을 가정용 기준에서 좀 높은 걸 사기도 합니다만... 먼지와 습기는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의 최고 강적입니다. 이걸 제거해주면 그만큼 오래 쓸 수 있죠.
2. CPU/GPU 쿨러
사진부터 보시지요.
이건 CPU 쿨러입니다(모양으로 봐서는 intel의 CPU 쿨러인 것 같네요). 최근 쿨러는 공냉식(공기로 열을 식히는 방식)이 대세인데, 이것도 공냉식입니다. 쿨러 팬을 돌려서,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해 둔 부분 사이에 공기를 순환시켜서 CPU의 열을 식히는 방식이지요. 문제는 공냉식이라는 것, 즉 저 사이에도 먼지가 낀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잘 낍니다. 그래서 저 사이를 청소해 주는 것도 CPU나 GPU(그래픽카드 칩)의 발열량을 줄이고 잔고장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
여기는 먼지가 많지 않다면 입으로 불거나, 작은 진공청소기로 빨아 당기기만 해도 청소가 됩니다. 그런데 청소를 몇 개월만 안 해줘도 먼지가 많이 끼지요. 그래서 여기도 노즐을 끼운 에어 스프레이를 써서 청소를 해 줍니다. 청소가 끝나면 상온에서 한 1분 있다가 다시 꽂으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여기 청소할 때 금속류를 세게 부딪혀선 안 된다는 겁니다(뭐 컴퓨터 본체 안의 코드나 기타 금속류에 그냥 살짝 건들리는 거 정도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찍힌 자국이 나면 안 된다는 거죠). 컴퓨터는 정전기에도 민감한 녀석인데요... 이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 단락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 메모리 카드/비디오 또는 사운드 카드의 접속 단자 부분
이건 각종 카드와 메인보드(마더보드)가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혹시 옛날에 재믹스나 패미컴 또는 수퍼 알라딘보이 같은 게임기를 갖고 계셨던 분은 쉽게 이해를 하실 부분인데... 소위 '게임 팩' 이라 불렀던 카트리지에 보면 게임기 본체에 꽂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거랑 비슷하게 생긴 걸 말합니다.
여기 청소는 간단합니다. 메인보드에서 각종 카드를 빼낸 다음에, 메인보드와 결합하는 부분을 지우개로 깨끗하게 밀어 줍니다. 그 다음 지우개 가루를 깨끗하게 털고, 천으로 닦으면 끝입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청소 때문에 멀쩡한 컴퓨터가 바보가 될 수도, 바보가 된 컴퓨터를 되살릴 수도 있습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정전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란 놈이 얼마나 전기에 민감하냐면... 가령, 메모리 카드를 본체에서 뽑아낸 다음 바로 다른 슬롯에 꽂고 전원을 켰는데 컴퓨터가 안 켜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_-;;;;;;;;;; 심지어는 똑같은 슬롯에 꽂아도 그런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조립 많이 해 보신 분은 잘 아실 겁니다). 이 원인에 대해서 조립이나 수리하시는 분들은 정전기 또는 남아있는 전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시지요.
남아있는 전기란... 가령, 본체 옆 뚜껑을 열고, 전원을 꺼 보면 메인보드 안에 설치된 LED 전등이 한참 있다 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전원을 껐다고 바로 컴퓨터 회로 안에서 전기가 싹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전기가 남아 있기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정전기나 이런 남아있는 전기가 새로 공급되는 전기랑 충돌할 경우, 부품이 작동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 지우개로 그 부분을 밀어 주는 겁니다. 저도 오늘 새벽에 한번 경험했지요. 부랴부랴 지우개를 찾아다가 미니까 컴퓨터가 멀쩡하게 부팅이 되었습니다 -_-...;;;
이 부분 청소는 자주 할 필요는 없고... 간혹 인터넷에서 컴퓨터 수리에 관한 문의를 찾아 보면 '메모리 카드나 비디오 카드를 뺐다가 끼운 후에 재부팅해봐라' 고 지시해주는 답변을 찾을 수 있는데요, 그 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메인보드와 카드가 연결되는 부분은 입으로 불어 주시거나, 역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에어 스프레이로 불어 주시면 끝.
이 정도만 2~3개월에 한번씩 해 주셔도 컴퓨터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적은 악성 프로그램이나 바이러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먼지, 습기, 그리고 열 또한 컴퓨터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적입니다. 요것도 알고 보면 쉬운데... 모르는 분들은 고장났다면서 그냥 서비스 센터에 갖다 맡기고 돈을 쓰거나... 좀 악질인 사람을 만나면 부품을 새로 사서 쓸데없이 돈을 지불하게 됩니다.
(컴퓨터 수리/조립 하시는 분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인데, 고가의 그래픽 카드나 CPU가 고장났다고 손님을 속인 다음, 가격이 싸고 등급이 낮은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동일하지만 중고인 제품을 끼워주고 소비자 컴퓨터의 부품을 빼돌려서 파는 인간도 있습니다. 이런 인간한테 잘못 걸리면 생돈 날아갑니다...-_-)
이런 꼴을 겪지 않기 위해서도 간단한 컴퓨터 본체 청소 및 관리법을 알아두면 생활비를 줄일 수 있지요.
결론은?
...아는 게 돈이다 이거죠 뭐. ㅎ
아, 맞다. 먼지 청소는 절대로 집 안에서 하지 마세요. 마당이나 골목에서 하셔야 합니다. 특히 에어 스프레이를 써서 제대로 청소하실 분은 더더욱 밖에서 하셔야 합니다.
만약 집 안에서, 방에서 했다가는 하늘같은 마누라님이나 어머니 등 가족에게 '귓구녕 터질 때까지' 욕을 바가지로 얻어 드실 수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 어떤 분은 방 안에서 먼지를 청소했는데... 먼지가 비닐 봉지로 한 봉지 가득 튀어 나왔다더군요. 옆에서 마늘 까던 마누라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답니다. 조심하세요! ㅋㅋㅋㅋㅋ
첫댓글 ㅋㅋ감사요~맨날 쓸줄만 알고 청소 할줄모르는 신랑한테 보여줘야겠네요~ㅎ
할 줄 모르시는 게 아니라 귀찮으시거나,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걸 수도 있죠. ㅎㅎ
ㅋㅋ다른사정이랄건 없고 귀찮아서겠죠..
에이... 그래도 남편분이십니다. 루미엄마님이 아니면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를 분이신데요. ㅎㅎ
엄훠 꼼꼼하시네요^^감사감사해요~근데 기계치인 제가 되려 고장낼까 겁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