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3[일루전ILLUSION]제2부 은신은 매주 수-목-금 사흘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수요) 연재를 빠뜨렸습니다. 전적으로 즤 무심 탓입니다. 늙음에 탓을 미룰 수도 있겠습니다. ㅋ 죄송, 부끄!
그래서 오늘 부랴부랴 2회분(41, 42회)을 한꺼번에 올립니다. 만끽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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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전ILLUSION
제2부 은신 (제41 & 42회)
그러자 앉아 있던 당원들이 하하 하고 웃었다. 같은 경상도 사람들이면서 ‘이바구’라는 경상도 사투리가 이런 자리에서 듣기에 우스웠던 모양이었다. 천하도 발언 중에 그 웃음이 사투리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변명하는 말을 했다.
“나는 강원도 상동 광산에서 일하다 왔지만서도 지 고향은 여게서 멀잖은 성줍니더. 광산에 들어가기 전까지 역전 마루보시에서 지게를 졌심더. 그라다가 그 광산에 들어가 땅굴을 파묵고 지냈는데예……, 저 곽양수 지도자 동지 아이다. 비서 동지라 캤지예? 상동 있을 때는 우리 모도 지도자 동지라 캤심더만도.”
“좋소. 계속 하시오. 지도자 동지도 좋고 비서 동지라도 상관없으니까.”
“고맙심더. 지도자 동지가 나타나서 우리 노동자들을 엮어서 노조를 맹글었심더. 수고 참 마이했심더. 수고를 해 준 거 우리 노동자는 다 압니더. 얼매나 수고했느공 하이……,”
“지금 이 자리는 공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고, 비판하는 자립니다. 비판할 거리에 대해서만 요점적으로 말해 주시오. 여기 기다리는 사람들이 동무 말마따나 이바구 들을 시간이 없소.”
청중이 와아 웃었다. 뒤통수를 긁고, 그는 메모 쪽지 같은 것을 허리춤을 한참 꺼적거리듯이 뒤져서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펴서 들고 말했다.
“할 이바구는 시 가집니더. 첫째 한 가지는 지난 크리수마수에 회사에서 특별 뽀나수를 줄라캤는데 바로 그 앞서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파이가 됐붓다 캅니더. 파업으로 뽀나수를 발로 차뿐 기라예. 양놈들은 크리수마수가 젤로 큰 명절이라서 뽀나수도 듬뿍 준다 카던데 고만 헛방이 됐분 기라예. 그기 지도원 동지가 파업 시기를 잘못 맞추었기나 안하는기 맞았을 깁니더.”
“둘째는 으음, 곽 동지가 올 때 여성 동지캉 같이 왔심더. 우리는 모두 부부인 줄 알았심더. 그 여성동지가 올 때 임신 몇 달이 됐던 갑심더. 오자말자 유산했심더. 그런데 부부가 아이라 오가다가 눈이 맞아서 아이다 …… 지도자 동지가 어떤 부잣집 머슴으로 있었는데, 그 집 주인 딸하고 눈이 맞아서 도망쳐서 그 산골짝으로 도망왔다 카는 깁니더. 그렇게 온 머슴이 우리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지도자 동지라 카이까네 참 이상시럽었심더. 그런데 들어보이, 눈이 맞아서 도망왔다 카는 거는 신분을 감출라꼬 지어낸 말이고 진짜는 도당에서 높은 분이라꼬 노조 위원장 동무가 말하면서 절대로 비밀로 해야 된다 캤심더. 그런데 노조 파업 사업이 사달이 낫뿐깁니더. 그 소문이 광산 노동자 사이에 파다하게 퍼졌심더. 그런데 그 여자는 비서 동지가 외도해갖고 델꼬 온 첩생이라꼬 카는 기라예. 그 첩생이 기집이 사달을 내고 비서 동지캉 도망 치자 경찰이 덮친 깁니더.”
“잠깐, 두 사람이 얼로 도망치고 경찰이 어디를 덮쳤다는 거요?”
“미안하지만 동무 말 버릇을 좀 고쳐야겠소. 기집이 아니고, 여성 동지라고 하시오. 그 여자는 우리 당의 여성 동지요.”
“어어? 그래요? 그 여자가 당원이요? 그런데 와 그랬제?”
“나도 광산에서 땅 파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파업이 사달났부고, 같이 일하던 광부들이 잡혀 들어가고 나머지 광부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랄 때 나는 그냥 상동에 파묻혀 지냈심더. 마침 지도자 동지가 우리 노조원들한테 돈을 한다발씩 농가조서 돈 바꿀라꼬 멀리 봉화 꺼정 댕겨왔심더. 나가서 물건 바꾸고 헌돈 바꾸고 해갖고 다시 상동에 들어가서 지냈는데예.”
그가 돈 바꾸던 이야기를 또 늘어놓으려고 하자 용철이가 제지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나아참, 아까 두 사람이 도망치는데 경찰이 덮쳤다고 하잖았소? 두 사람이 와, 어디로 도망치는데 덮쳤다는 게요?”
“그거는, 그거는예, 파업이 실패했거등예. 그래서 경찰이 덮쳤는 긴데예, 그때 지도원 동지캉 여성 동지캉, 우리 노조 위원장 동지캉 그리고 삼팔선 넘어댕긴다 카는 그 길 안내하는 동지캉 넷이서 도망갔지예.”
“그런데 경찰이 덮친 것이 그 여성동지 탓이라는 거요?”
“아, 그런 소문이 막 났심더. 그 여자가 아, 여성당원이라 캤지예? 그 여성 당원이 묵고 있었던 곳이 우리 상동에서 한 삼사십리 되는 산속 계곡에 숯막이 있다캅디더. 그 계곡 마실 이름이 보자 뭐더라? 아, 우구치다. 맞다 우구치라 카는 덴데예. 나는 못 가봤지만도 그쪽은 봉화라 경상돕니더. 그런데 소문나기로는 그 여성 당원을 모도 첩생이라 카미……”
“하하, 이 동무 참말로. 지금 중요한 거는 첩생인가 아닌가가 아니고, 그 여성 동지가 어쨌길래 파업이 사달났는지 그것만 말하란 말이요.”
“죄송합니더, 지가 말 재주가 없어가지고예. 그라고 시분째[세째번]는 예,”
그는 또 메모지를 들여다 보고 말을 이으려고 했다.
“아니, 두 번째 혐의 내용이 뭔지 분명치 못하잖소. 여성 동지가 우쨌다 카는 긴지 똑바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니요? 저 곽 비서동지와 여성 동지가 눈이 맞아서 이상한 짓을 했다는 긴지, 여성 동지가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긴지 뭘 비판하는 건지 분명하지 못하지 않소?”
“아아, 편집니더. 편지라예. 그 여성 동지가 편지를 보내서 경찰이 덮칬다 카는 깁니더.”
“여성 동지가 어데로 편지를 보냈다는 거요? 경찰이 덮친 거는 삼척경찰서에서 광산을 덮쳤다고 했는데 삼척 경찰서에 편지를 보냈다는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