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여러가지 의학적인 방법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는 대개 병의 원인이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아니고 다른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에 환자의 몸에 귀신이 붙어 병을 앓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 환자의 몸에 붙어 해를 끼치는 귀신을 쫓아내서 환자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병시식이다.
귀신이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여기서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 우주 공간에는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부처님의 육도윤회설에 비추어 보더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어떠한 혼령이 문제를 일으키는가? 일단 죽은 후에 다른 곳에 윤회하지 못하고, 무주고혼으로 허공계를 헤매는 영가가 문제라고 판단된다.
인간은 육신을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죽은 후에 육신은 스러지지만 살아있을 때 육신을 나라고 집착하고 살아왔던 것처럼, 자신의 살아있을 때의 형상과 같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니 생전에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따라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한다. 죽은 뒤 49일만에 바로 윤회해서 인간계나 다른 세계의 중생으로 태어났다면, 불완전하지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생명체로 윤회하지 못하고 중간세계의 중음신으로 머물고 있다면, 이는 무주고혼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후손에게 천도하여 주기를 바라거나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게 마련이다.
이런 무주고혼이 된 영혼들은 자신과 인연 있는 후손들이나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들을 찾아간다.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거나 여러가지 조짐을 통해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자신을 구제하여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후손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마지막 수단으로 직접 후손들의 몸에 의탁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빙의현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무주고혼의 접촉을 당한 사람들은 원인을 알수없는 고통을 겪는다. 병원에서 진단을 해보면 의학적으로는 별문제가 없는데도, 여전히 몸이 아픈 현상을 수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무주고혼을 천도해야 한다. 일단 무주고혼이 된 영혼들은 자신의 삶이나 후손에 대한 집착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천도의 방법으로는 자신의 집착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불특정의 알지 못하는 영혼에 의해 문제가 발생되었다면, 일반적인 천도로는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불특정의 영가를 불러 차별 없이 법식을 베풀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구병시식을 무차법회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친소(親疎)의 구별없이 평등하게 법식을 베풀고, 영가를 위하여 법문을 들려주고, 염불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도 진리의 말을 듣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영가에게는 억지로라도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자비로움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팥을 뿌려 쫓아내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사바세계 남섬부주 해동의 대한민국 ○○에 거주하는 환자 ○○의 책주귀신영가를 위하여 오늘(밤) 특별히 법연을 베푸오니, 부처님의 위신력과 법의 가지에 의지하여 이 청정한 보좌에 오셔서 진수성찬과 법의 공양으로 배 부르소서.
(요령을 흔드는 노래)
이 요령소리 널리 퍼져
저승까지 들리리니
삼보님의 위신력과 가지의 힘으로써
오늘 (밤) 지금 즉시 이 자리에 내리소서
자비의 광명 비추는 곳에 연화가 피어나고
지혜의 눈으로 관찰하니 지옥이 본래 없네
또한 다시 대비신주의 힘으로써
중생이 성불하는 것은 순식간이로다
고혼을 위해 천수 일편 읽어리니,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받으소서
신묘장구대다라니 (생략)
만약 어떤 사람이 궁극적인 지혜로
삼세의 일체 부처님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을 관할지니
모든 것은 오직 마음으로 짓는 것임을
지옥을 깨뜨리는 참말씀
「옴 가라디야 사바하」
삼악도를 없애는 참말씀
「옴 아모가 미로자나 마하모나라 마니 바나마 아바라 바라 밋다야 훔」
아귀를 부르는 참 말씀
「옴 직나직가 예혜혜 사바하」
널리 청하는 참말씀
「나무 보보제리 가리다리 다타아다야」
<진 행>
구병시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병시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식상을 준비한다. 일반적인 시식의 경우에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에서 시식을 진행하지만, 구병시식의 경우에는 다른 방이나 헛간 같은 데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구병시식을 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을 때는 그냥 법당에서 진행해도 무방하다.
먼저 시식상의 뒤에 병풍을 두르고 중앙에 「나무대성초면귀왕비증보살마하살」이라고 위목을 써붙인다. 두 번째로 그 아래에 일곱 개의 전(영가의 모양)을 오려 붙인다. 세 번째로 그 전의 밑에 말 그림이나 말 마(馬)자를 써붙인다. 네 번째로 말 꼬리에 지전을 열 냥 정도씩 붙인다.
다섯째로 좌우에 환자를 복위로 하여 책주귀신영가의 위패를 써서 붙인다. 여섯 번째로 시식상에 일곱 가지 진수(메, 탕국, 전, 나물, 과일, 유과, 떡)를 각각 일곱 그릇씩 49개의 그릇에 담아 진설하고, 일곱 개의 잔에 각각 차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일곱 번째로 중앙에 향로와 다기를 진설하고 마지 한 불기를 준비하여 올린다. 여덟 번째로 시식상의 좌우로 일곱 개의 그릇에 여물과 말이 좋아하는 콩을 담아 말먹이를 준비한다. 아홉 번째로 상 밑에는 양푼이나 대야에 된장을 풀어 놓는다. 열 번째로 그 앞에 병법상을 놓고 병법상에는 청수 한 그릇과 청솔가지 한 개, 마지막에 뿌릴 팥 한 사발을 준비한다.
그런 다음 법사의 뒤에 병풍을 치고 구병시식을 할 재자를 병풍의 뒤에 앉히도록 하면 구병시식의 준비는 끝난다.
이렇게 구병시식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먼저 거불성으로 거불을 한다. 거불성으로 거불을 할 경우는 법사와 재자 모두가 일어서서 정례를 하면 되고 약식으로 거불을 할 때에는 법사는 앉은 채로 반배만 하고 재자들은 반드시 삼정례를 하도록 한다.
대부분의 불공이나 시식의 앞에서는 천수경을 독송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지만 구병시식에 있어서는 진령게의 바로 다음에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게 되어 있으므로 거불에 앞서 천수경을 독송하는 것을 생략하더라도 무방하다.
거불을 하고 나면 법주가 요령을 세 번 흔들고 나서 거량성으로 거량을 한다. 그런 다음에 진령게를 하고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세 번 정도 독송하고 나서 파지옥진언, 멸악취진언, 소아귀진언, 보소청진언을 법주와 바라지가 같이 진행하면 된다.
<해 설>
구병시식의 거불은 구병삼귀의라고 명명해 보았다. 다른 시식에서는 거불이 삼존불에 대한 귀의로 끝나는 것이 상례이나, 여기에서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와 함께 관세음보살님과 대방광불화엄경에 대한 귀의가 더해져서 오귀의가 된다.
구병시식은 환자의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하는 시식이므로 대자대비의 관세음보살에 대한 구체적인 귀의와 함께 부처님께서 설하신 근본 진리의 입장에 서 있을 때 그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에 대방광불화엄경에 대한 귀의가 구체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방광불화엄경의 핵심적인 뜻은 모든 중생이 이미 열반에 들어 있고 그 경지가 모든 부처나 중생이나 전혀 차별이 없고 본래가 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법계의 진리에 대한 인식을, 집착이 강한 영가에게 일러주어 열반에 들게 하려는 것이 구병시식의 목적이므로 앞에서 구병시식을 무차법회라고 말한 바가 있다.
혹자는 구병시식을 영가를 쫓아버리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구병시식의 완전한 뜻이라고 할 수가 없다. 갈 데를 몰라서 헤매다가 생전의 집착으로 후손이나 인연 깊은 중생에게 빙의된 영가를 쫓으면 그 영가가 갈 곳은 대체 어디라는 말인가. 그냥 쫓아버리기만 한다면 대자대비의 관세음보살을 거불 시에 구체적으로 부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
관세음보살의 대자비가 병이 난 사람만 구해주고, 영계에 가지 못하고 헤매도는 영가를 쫓아 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관세음보살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구하는 것이 관세음보살이 하는 일이며, 그렇지 않다면 대자비는커녕 자비라고 말할 수도 없다.
영가들에게 무차법회를 베풀고 순순하게 법을 일러주고, 그 법을 알아듣지 못하고 망상에 집착하는 영가들은 강제로 열반에 들도록 하는 것이 구병시식의 근본이요, 참자비이다.
대방광불화엄경에 귀의하는 거불을 한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처음으로 말씀하신 화엄경의 입장에서 의식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이 세계의 모양이 하나이고, 그 모든 곳이 다 부처님이 계신 화장세계라고 하는 화엄경의 근본적인 입장에 서서 구병시식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귀의를 한다는 것은, 그와 같은 법의 세계에 들겠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귀의한다는 말은 믿고 의지하고 따라간다는 것이요, 믿는다는 것은 말씀하신 바를 그대로 실천한다는 말이다. 믿는다고 하면서 그 말씀을 따라서 행하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요, 믿는 척하는 것이다.
거불을 통해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관세음보살님의 대자대비에 귀의하고, 화엄경의 법계에 올바로 귀의해야 진정으로 병의 원인인 영가와 병든 사람이 열반에 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거불을 통하여 진리의 세계인 법계에 귀의하고 나서, 책주귀신영가를 위하여 특별히 법의 향연을 베푸는 사유를 말하고 이 도량에 오시기를 청한다. 다른 잡념 없이 마음을 오롯이 하여 도량에 강림할 수 있도록 요령 소리로 인도한다. 아울러 신묘장구대다라니<1/4>-<1/4>관세음보살을 초지의 위치에서 단 번에 십지의 지위에 오르게 한 진리의 말씀<1/4>-<1/4>를 통해서 책주귀신이 가지고 있는 망상을 깨뜨려 밝고 맑은 진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지옥을 깨뜨리고 삼악도를 없애고 나서 배가 고파 헤매는 아귀를 부르고, 그 외에 다른 인연 있는 모든 책주귀신을 청하는 보소청진언을 외워 구병시식, 즉 무차법회 준비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다.
자비의 광명이 비추는 곳에 연화가 피어난다고 했다. 진정으로 자비의 마음, 즉 따사로운 광명이 있는 그 자체가 극락이기 때문에 연꽃이 피는 것이다. 연꽃은 바로 따사로운 광명 속에서만 피어난다. 마음이 밝은 사람에게는 밝은 기운이 있어 밝음을 불러 일으킨다. 밝음이 모든 사람에게 빛과 기쁨이 되어 이익되게 하고 성숙시킴을 연꽃이 피는 것에 비유하였다.
지옥을 깨뜨리지 않고는 어둡고 답답한 중생을 구원할 수가 없다. 누에가 스스로 자신의 몸에서 실을 내어 자신의 집을 짓고 그 속에 들어 앉는 것처럼 모든 중생들은 자신이 지은 업에 의하여 자신의 울타리를 만들고, 자신의 껍데기를 만들어 쓰고, 그 껍데기를 무거워하고 괴로워한다. 그 껍데기야말로 지옥을 만드는 원인이요, 그 껍데기를 쓰고 있는 자야말로 바로 지옥에 있는 자이다.
그러므로 지옥을 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헛된 망상과 번뇌를 깨뜨려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 누에가 애벌레의 껍질을 벗고 나비로 태어나야만 허공을 날 수 있듯이.
악취라는 것을 여기서는 삼악도라고 번역을 하였다. 삼악도는 모두가 악한 갈래이므로 삼악도를 악취라 한 것이다. 그 악도를 없애야 한다. 그 악도를 없애고 밝음이 가득한 극락세계, 화장세계로 환자에게 붙어 있는 책주귀신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어두운 마음을 죽여 밝음을 갖고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구병시식이며 고단수의 천도의식이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책주귀신이 붙어 병이 들었다면 그 책주는 누구인가. 그는 다름 아닌 자신과 인연이 아주 밀접한 영가이다. 즉 자신이 신세를 많이 지거나, 은혜를 많이 입은 영가가 온 것이다. 절대로 인연 없는 영가가 오지는 않는 법이다. 물론 법계 내의 모든 중생이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맺어지지 않음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친소의 구분에 따라 중생들은 서로 화합하여 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쫓아버린다고 하는 것은, 진리에 어긋난다. 만약 금번에는 약간의 음식을 대접하고 달래보다가 안 되면 쫓아보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아무 데도 갈 곳 없고 어두워 갈 곳을 모르는 영가는, 결국 다시 자신의 인척을 찾게 된다.
구병시식을 단순하게 책주귀신을 쫓아낸다는 식의 사고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빨리 그런 편견을 버려야만 한다. 영가를 위하는 간절한 마음 없이 자신의 병만 고치려고 천도재나 구병시식을 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구병시식을 하기 전에 반드시 종합적인 천도재를 먼저 해야 하고, 구병시식은 마지막 수단으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을 경우에 진정으로 정안(淨眼) 종사가 책주귀신을 열반시켜야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오직 원하옵건대 ○년 ○월 ○일에 ○○에 거주하는 ○○가 병을 얻어 낫지 않고 신음하고 있어 삼가 향과 촛불을 갖추고, 상 위에 밥과 떡, 돈과 말을 갖추어 책주귀신영가와 오방의 모든 영가와 영혼들에게 공양을 베풀고자 하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에게 붙은 책주귀신영가와 모든 영혼들께서는 모두 이 제사에 내려와 법공양을 받으시고 원한과 맺힘을 풀어 병환을 없애시어 환자의 몸이 건강해지고 소원하는 바를 모두 성취하게 하옵소서.
간절히 바라옵건대, 저승길이 멀고멀어 고혼으로 어지러이 날뛰다가 혹은 지옥에 들어가 영원히 고통받거나 혹은 중음신이 되어 오래도록 목마르고 허기짐과 재앙과 고통을 받아 참거나 벗어나기 어려워 천 년이 지나도 벗어날 길 없으며, 일 년 네 계절이 바뀌어도 영영 제사 지내는 일이 없구나. 사방으로 다니며 입에 풀칠하기를 구해도 마침내 한 번도 배부를 길이 없다가 요행으로 재색에 의탁하여 남을 해롭게 하거나 또한 술과 음식에 붙어 다른 사람을 침범하거나, 혹은 망령되게 애정을 찾아 다니거나, 혹은 원한을 풀지 못하여 남을 핍박하거나, 혹은 밥솥이나 가마솥이나 항아리 등 출납을 하는 데 붙어 화를 일으키거나, 혹은 기와․돌․흙․나무 등을 움직이는 데서 재앙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범부들에게 알지 못하는 병의 원인으로 고통을 주어 사람을 상하게 하는 등 귀신들이 자신이 죄짓는 줄 알지 못하므로 침범하여 붙어지내며, 귀신들이 사람들이 받는 고뇌를 알지 못하고 망령되이 성을 내면, 사람들은 귀신들이 목 마르거나 배가 고파 그런 줄을 알지 못하고 미워하게 되느니.
이러므로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이 아니고서야 어찌 사람과 귀신의 맺힘과 원한을 풀 수 있으랴! 이에 (마침내) 마음을 평등하게 움직여 모든 무주고혼을 위하여 무차법식을 베푸오니, 관세음보살님의 묘한 위신력에 의지하여 모두 고통스런 세계를 벗어나 이 법의 향연에 오시기를 삼가 마음을 오로지 하여 먼저 세 번 청하옵니다.
(증명법사를 청함)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여 받들어 청하오니, 권교의 방편과 가르침을 일으키어 악도의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악하고 파리한 (분노의) 모습을 나투신 대성초면귀왕 비증보살마하살이시여, 오직 원컨대 본래 서원 저버리지 마시고 이 도량에 강림하시어 공덕을 증명하여 주시옵소서.
향과 꽃으로 청하옵니다(3번)
(노래로 맞이함)
자비 더해 예적명왕 나툰 큰보살님께서
방편으로 귀왕의 모습으로 나투시었네
존귀하신 위의를 잠시 미루어 두시니
갈꽃 위의 밝은 달과 같이 (자비가) 아득하구나
저희들이 일심으로 귀명정례 하나이다
자리를 드리는 참말씀
묘한 깨달음의 자리 장엄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앉으셔서 정각을 이루셨네
제가 지금 드리는 자리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나와 남이 모두 함께 성불하여지이다
「옴 바아라 미라야 사바하」
법계를 깨끗이 하는 참말씀
「옴 람」(7×3번)
(차를 올리는 노래)
제가 지금 감로의 차를 마련하여
증명법사님 전에 받들어 올리오니
재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살피시어
자비를 드리우사 거두어 주옵시고
어여삐 여기시어 받으시옵소서
<진 행>
앞에서 법주와 바라지가 보소청진언까지 모두 암송하였으면 법주가 요령을 들어 세 번 울리고 나서 합장하고 구병시식을 하는 연유를 아뢰는 유치문(고유문)을 거량성으로 낭독하면 된다. 낭독이 끝이 날 때까지 재자들은 계속 간절한 마음으로 절하고, 구병시식을 환자는 가만히 앉아서 합장한 채로 마음을 모으도록 하면 된다. 환자가 참석하지 못하였을 때는 재자들만 절을 시키도록 한다.
법주가 고유문 낭독을 마칠 즈음 ꡐ근병일심 선진삼청ꡑ을 할 때에 요령을 세 번 흔들고 나서 증명법사를 청하는 청사를 진행하면 되는데, 합장하고 정례를 하고 일어서면서 요령을 잡고 흔들면서 염불성으로 청사를 진행하면 된다.
법주가 청사를 세 번 마치면 바라지가 목탁을 치며 거불성으로 향화청을 세 번 외우고 나서 가영을 외우고 고아일심귀명정례를 하면서 목탁을 내리면 된다. 이때 재자들은 목탁에 따라서 절을 한다.
법주가 요령을 잡고 헌좌진언 목차를 외우면 바라지가 목탁을 들고 거불성으로 헌좌게를 하고 나서 헌좌진언을 한다. 다게는 역시 바라지가 목탁으로 진행하는데, 원수애납수를 외울 때 법주도 요령을 잡고 목탁과 같이 내리면 된다.
<해 설>
고유문(유치)는 모든 불공이나 시식에 있어서 그 불사를 개설하게 된 연유를 그 대상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대개 경우에는 유치라고 하지만, 여기 구병시식에서는 일체 모든 무주고혼과 귀신들에게 알리는 내용이므로 고유문이라고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불교의식을 집대성하고 있는 「작법구감」이나 『석문의범』 등에는 구체적으로 유치라든지 고유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시식에 대한 구체적인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명확하게 구분하는 차원으로 하나하나의 의식에 제목을 붙이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고유문의 내용은 이렇다.
즉 어느 곳에 사는 아무개가 병이 들었는데, 아무리 의학적으로 관찰하여도 병의 원인을 알 수 없는지라, 그 원인을 살펴보면 무주고혼이나 모든 영혼들에 의한 것 같다. 환자의 몸에 의탁하여 죄를 짓고 있는 영가나 책주귀신에게 무차법회를 열어 평등한 마음으로 재식을 베푸니, 먹고서 일체의 원한과 집착과 망령된 일체의 생각을 여의고 해탈하여 열반하라는 줄거리이다.
향과 촛불을 밝히는 것은 어두운 중음계에 길을 밝히는 뜻을 가지고 있고, 밥과 떡을 주는 것은 배고픔을 여의라는 것이다. 차를 주는 것은 목마름을 해갈하라는 것이고, 과일을 주는 것은 열반을 얻어 성불의 과실을 얻고 극락이나 천당에 왕생하라는 뜻이다.
고유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무주고혼이 된 영가들의 처지라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승 길이 멀고 멀어 가지 못하고, 고혼으로 어지러이 날뛰다가 혹은 지옥에 떨어지거나 오고갈 데가 없는 처지의 중간형태의 몸, 즉 중음신으로 무주고혼이 되어 오래도록 갈증과 배고픔의 고통을 면할 길 없다. 이것이 책주귀신들의 처지이다.
일 년 네 계절이 다 지나가도록 물 한 모금이나 밥 한 술 먹을 길이 없어 후손들이 재를 지내거나 음식을 베풀어 주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그 사정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 천 년이 지나도 그 고통스런 형상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호구지책, 즉 목구멍에 음식은 그만두고 풀칠이라도 해보고 싶으나 한 번도 그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귀신들은 자신이 생전에 쌓아 놓은 재물을 가지고 그런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하지만 후손들의 재물만 없어질 뿐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다른 이가 먹는 음식에 붙으면, 그 음식을 먹는 이가 탈이 나서 병이 된다. 또 죽은 처지이면서도 살아있을 때에 좋아하던 이성에게 망령된 생각으로 좇아다니니 그 대상이 병이 든다. 그리고 살아있을 때에 서운하게 하거나 원한을 맺은 사람을 찾아가 해꼬지를 일삼기도 한다. 자신이 생전에 만지던 가재도구 등에 붙어 화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온갖 재앙이 닦치는데 귀신은 자신들의 소행으로 산사람이 고통을 받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무단히 음식을 주지 않는 것에 화를 내어 산사람을 괴롭히거나 재앙을 주어 손해를 입힌다. 살아있는 범부들은 귀신들의 이러한 딱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귀신들을 미워하게 되었다는 것이 고유문의 요지이다.
이런 처지의 귀신들을 위해 차별 없는 평등한 마음으로 무차법식을 베푸는데, 이 법회에 동참하여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의 묘한 힘에 의한 음식으로 기갈을 면하고 해탈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세 번을 청한다.
우리의 속담에 잘 되면 제 탓이고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하여 병이 들고 괴로움을 받는데, 고유문을 통해서 보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영가들은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영계나 다른 정토로 가지 못한다.
② 중음신으로 지내는 영가는 무주고혼으로 온갖 배고픔과 목마름 등의 고통을 받는다.
③ 영가는 제사를 지내주지 않으면 스스로는 물 한 모금 얻어마실 수가 없다.
④ 영가는 자신의 처지를 해결하기 위하여 재물과 여자 등을 탐낸다.
⑤ 음식이나 술에 붙어 다른 사람에게 해로움을 준다.
⑥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하여 생전에 좋아하던 대상을 찾아 다닌다.
⑦ 원한이 있을 경우 그 대상에게 간다.
⑧ 자신이 쌓은 재물에 기대게 된다.
⑨ 자신이 살던 집에 가게 된다.
⑩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서도 죄를 짓는 줄 모른다.
⑪ 사람들은 귀신들이 자신의 처지를 바꾸려는 귀신들의 괴로운 사정을 모르고 귀신들을 무서워하고 미워한다.
사실 사람이 임종하면 정신인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중음신이 된다. 중음신은 육체가 없으므로 사실상 먹고 마시거나 옷을 입어야 하는 등의 일체 행위가 필요없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있을 때에 했던 행동이나 사고(思考)가 사후의 영가의 의식 전반을 지배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몸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어디를 가더라도 노자를 가지고 차를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먹거나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면 100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가에서 방안제사를 4대에 걸쳐 지낸다.
이러한 망념과 망상 때문에 영가들은 받을 필요없는 고통을 받지만, 그 고통을 받는 영가에게는 자신이 받는 고통 이상 차원의 것은 알 수가 없다. 망념과 망상을 가진 영가가 어떠한 원인, 즉 집착이나 원한으로 무주고혼이 되어 고통에 처하게 되면, 후손들의 꿈에 나와 현몽을 하거나 후손들의 재물을 없애서 자신의 존재와 처지를 알리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후손들 역시 돌아가신 선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심과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러한 신호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귀신들을 미워하게 된다. 그러면 귀신들은 그러한 호소를 묵살하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화를 내며 계속 죄를 짓게 된다. 이러한 귀신들의 집착과 망념 망상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영가들을 위하여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에 의지하여 평등한 마음으로 무차법회를 열게 되었음을 알린다. 귀신들의 처지를 이해하여 주고 집착과 원한을 풀어 열반시킴으로써, 환자들을 영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병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구병시식을 열고 무주고혼과 일체 모든 영가를 차별없이 청하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관음경』에 의하면, 관세음보살이 이 세상의 중생들을 제도하실 때는 제도 받을 중생의 처지에 맞도록 32응신으로 화현한다고 한다. 국왕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국왕의 몸으로 화현하고, 사람 아닌 몸으로 제도할 이는 사람 아닌 모습으로 화현하여 그 중생을 제도하신다.
귀계에 빠져 인간들을 괴롭히는 귀신을 제도하기 위해서 귀신의 형상으로 화현하시는데 이 분이 바로 초면귀왕이다.
청사에서는 귀신무리를 제도하기 위해서 초면귀왕을 간절한 마음으로 증명하여 주실 법사로 청한다. 초면귀왕은 화엄신장탱화 가운데 상단 중앙에 계신다. 흉악한 모습의 세면의 얼굴에 눈이 세 개씩이나 있고, 칼과 같은 송곳니가 아래 위로 나 있고, 여섯 개의 팔이 달린 무시무시한 상호를 지닌 분이다. 흔히 관세음보살의 32응신 가운데 하나인 마두관음이 그 분이다.
마두관음은 마귀의 흉칙한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귀 중에는 천사의 모습을 한 천마도 있지만, 대부분 흉악해 보이고 파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흉악하고 파리한 모습, 즉 왕리지상을 하신 큰 성인께서 자비를 더해 귀신형상으로 나투신 초면귀왕을 왕림하시라고 청하는 것이다.
깡패를 제도하는 데는 깡패두목으로 나와서 교화하는 것이 빠르고, 환자에게는 의사가 병을 고쳐주며 교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자기보다 더 힘이 센 귀신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처럼 깡패 앞에서 도덕을 논하다가는 주먹이 먼저 날라와서 교화시키지도 못하고 코뼈만 부러지게 된다. 그럴 때는 일단 더 센 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교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귀신도 마찬가지다. 자기보다 센 귀신에게는 꼼짝 못하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이 귀신 가운데 가장 무서운 귀신, 즉 귀신 무리의 왕으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영에서 자비를 더해 예적명왕의 모습을 나툰 큰 보살님께서 방편으로 귀왕의 모습을 나투었다고 노래한다.
관세음보살님의 원래 모습은 존귀하고 성스러운 모습이다. 존귀하신 모습을 잠시 미루어 두고 귀신형상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가을의 맑고 밝은 하늘에 만물이 비치는 것과 같이 자비가 끝이 없다고 찬탄하는 것이다.
갈꽃 위의 밝은 달. 갈꽃은 가을에 피는 꽃이다. 여름내 비가 내려 대기 중의 온갖 더러움과 먼지를 씻어낸 유달리 맑고 높은 것이 가을 하늘이다. 그 하늘에 뜬 갈꽃 위의 밝은 달이라 한 것이다.
"밝은 달과 같이 아득하구나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달과 같이" 뒤에 "자비가"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고 "아득하다"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니 자비가 무한하다는 말이다. 귀신형상도 마다 않고 시현하여 중생을 제도하시는 관세음보살님이기에 다른 생각 없이 일심으로 의지하며 절한다고 하는 것이다.
헌좌진언에 대해서는 여타의 의식 설명을 진행할 때 이미 설명한 바가 있으므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렇게 청하여 자리에 모신 초면귀왕님께 차를 마련하여 올리는 것이 다게이다. 즉 차를 올리는 노래를 통해 간절한 재자들의 정성을 표하는 것이다. =============================================================== 구병시식(2) <원 문>
간절한 마음으로 책주귀신 영가를 위주로 하여 먼저 가신 부모님과 오랜 생에 걸친 스승님과 다섯의 친족의 육친되는 영가들과 안에서 옹호하시는 조왕신과 밖에서 옹호하시는 산왕대신과 다섯 방위의 동토신과 다섯 방위의 용왕들과 다섯 방위의 신장들과 동방 갑을의 푸른 신과 남방 병정의 빨간 신과 서방 경신의 하얀 신과 북방 임계의 검은 신과 중앙 무기의 노란 신과 첫째 몽달귀 등 일곱 귀신과 동방의 푸른 색 살귀와 남방의 빨간 색 살귀와 서방의 하얀 색 살귀와 북방의 검은 색 살귀와 중앙의 노란 색 살귀와 오온의 몸으로 떠다니는 귀신과 밖에서 죽은 귀신과 가까운 곳의 땅구멍에 사는 토공신과 가까운 곳의 다듬이돌 귀신과 가까운 곳의 뒷간 귀신과 가까운 곳의 길거리 귀신과 가까운 곳의 뜰 귀신과 가까운 곳의 울타리 귀신과 하늘에서 사는 귀신 무리들, 땅에서 사는 귀신들, 사람 속의 귀신들, 오온에 끼인 귀신들, 떠다니는 귀신들, 객사한 귀신들, 길거리에서 사는 귀신들, 산 속에서 사는 귀신들, 물 속에서 사는 귀신들과 각 권속들을 청하오니, 바라옵건대 삼보님의 위신력에 의지하여 제사 지내는 자리에 내려와 법의 공양 받으소서.
향기로운 연기로써 청합니다(3번)
(환영하는 노래)
사람에게 원한 있어 붙은 귀신들이여
다만 미워함과 사랑을 쉴 때가 언제런가
너희에게 이제 음식과 법의 말씀을 베푸노니
태어남 없음을 바로 깨달아 원수를 풀지니라
위에서 청한 바 있는 모든 책주귀신영가들이여
참말씀 받아 차례대로 앉으소서
「옴 마니 군다리 훔 훔 사바하」
백 가지 초목 중 새로운 한 맛을
조주스님은 몇 천 번이나 권했던가
돌솥에 강심수 고이 달였사오니
망령이여, 드시고서 윤회에서 벗어나소서
고혼이여, 드시고서 윤회에서 벗어나소서
모든 영가여, 드시고서 윤회에서 벗어나소서
<진 행>
증명법사에 대한 다게가 끝나면 법주가 요령을 세 번 울리고 나서 합장 반배를 하면서 다시 요령을 잡고 흔들면서 책주귀신을 청하는 청사를 진행하다가 '유원' 하는 부분에서 요령을 한 번 멈추었다가 요령을 내리면서 청사를 끝내면 된다.
'유원'을 할 때에 바라지는 목탁을 내리고 향연청을 세 번 하고 나서 '상래소청 책주귀신영가'를 외우면서 요령을 내리고 나서 합장하고 수위안좌진언 제목을 외우고 나서 요령을 잡고 진언을 외우고 나면 바라지가 '백초임중일미신' 하는 다게를 외우는데 '원사망령헐고륜'을 외울 때 법주도 바라지와 함께 세 번 요령을 내리면 된다.
<해 설>
청사에 등장하는 책주귀신을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아닌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사람에게 무슨 병이 나면 어디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동토가 났다고 하여 푸닥거리를 하는 것이 상례였다. 굳이 무당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나물과 음식을 장만하여 길거리에 버리기도 하고 들녘에 참을 내다가 먹을 때도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고스레를 하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었다.
이와 같이 인간에게 탈이 나는 것은 곳곳에 있는 귀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인식하고 살아온 것이 과거의 삶이었다고 한다면 요즈음은 어떤가? 세상 곳곳 어디든지 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이 존재하고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으니 옛사람의 말과 좀 다를 뿐 실재로는 그 말이 그 말이다.
환자가 병이 나긴 났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를 모르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기의 조상되는 영가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친가 외가, 처의 친가 외가, 어머니의 외가를 합치면 오족(五族)이 되고 육친은 부모,형제,처자를 말하는데 병의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한지를 모르므로 오족의 육친을 다 칭하는 것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에서 살고, 사람이 죽으면 산에 매장하므로 산에 사는 귀신이 붙었을지도 모르므로 산왕대신을 청한다. 조왕대신은 원래 부엌을 담당하며 가정의 출납을 담당하고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하여 조왕대신을 청한다.
오방동토신은 흙을 잘못 다룬 데서 생긴 병을 동토 났다고 하는 데서 오방동토신을 부른다. 오방이란 동․남․서․북 네 방위에다 중앙을 합쳐 오방이라고 한다. 오방용왕을 또 청하는데, 용왕은 물의 신이므로 불에서 탈이 난 경우를 대비해 다섯 방위 용왕을 또 청하는 것이다. 오방성자는 다섯 방위를 지킨다고 하는 소위 무속에서 말하는 오방신장을 말한다.
동방갑을청색신부터는 목화토금수의 오행에 해당하는 귀신을 말하는 것이다. 동쪽은 오행상 갑(甲)과 을(乙)로 목(木)의 오행에 해당하며 파란색이라고 하여 동방갑을청색신이라고 한 것이고, 남방은 화(火)에 해당하는 병(丙)과 정(丁)이며 빨간색이라고 하여 남방병정적색신이라고 했고, 서방은 오행상 경(庚)과 신(辛)으로 금(金)의 오행에 해당하고 하얀색이므로 서방경신백색신이라고 하였으며, 북방은 오행상 임(任)과 계(癸)로 수(水)의 오행에 해당하고 색은 검은색이라 하므로 북방임계흑색신이라 하였고, 중앙은 오행상 무(戊)와 기(己)로 토(土)에 해당하고 색깔은 누런색이므로 중앙무기황색신이라고 한 것이다.
제일몽다라니는 제일몽달귀를 잘못 쓴 것이라 판단된다. 다라니라는 경전이라는 말인데 귀신의 이름에 이를 쓰는 것은 맞지 않고 총각이 죽어 된다고 하는 몽달귀 등 비명횡사한 일곱 가지 귀신을 뒤에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청살신부터 중앙황살신까지는 앞의 오행에 비대한 신과는 달리 살신(殺神)이라는 말에 나타나듯 보통 무슨 살을 맞았다 무슨 살이 끼었다라고 말할 때의 개념과 같이 악신을 이야기한다고 보면 된다.
오방에 이런 여러 색의 인마를 살상케 하는 살귀가 있다고 보고 청하는 것이다. 오온행신귀신은 색수상행식의 오온으로 된 몸을 가지고 다니는 귀신이고, 객건귀신은 보통 집에서 죽지 않고 밖에서 죽은 귀신 즉 객사귀신이고, 근계토중신이란 가까운 곳의 땅구멍에 사는 귀신이고, 침귀신이란 다듬이돌에 붙은 귀신, 칙귀신이란 옛날 화장실에 사는 귀신, 도로신이란 길거리에 사는 귀신, 정중신이란 뜰에 사는 귀신, 난중신이란 울타리에 사는 귀신, 천건귀신도전이란 하늘에 사는 귀신무리, 지건귀신도전이란 땅에 사는 귀신무리, 인건귀신도전이란 사람 속에 사는 귀신, 온건귀신도전이란 오온에 붙어있는 귀신무리, 객건귀신도전이란 객사한 귀신무리, 노건귀신도전이란 길거리에 사는 귀신무리, 산건귀신도전이란 산에 사는 귀신무리, 수건귀신도전이란 물에 사는 귀신무리와 그들의 일체 권속들을 모두 청하여 제사에 내려와서 법의 공양을 받으라고 청하는 것이다.
즉 어떤 귀신이 붙었는지를 모르므로 무작위로 온갖 귀신을 청하는 것이다.
향기로운 연기로 청하는데 귀신은 냄새에 감응한다고 하므로 제사에는 반드시 향기로운 향을 태워 그 연기를 귀신에게 보내는 통신수단으로 쓴다. 향기로운 냄새가 귀신에게 여기 좋은 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초청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영에 이르기를, '사람에게 원한이 있어 붙은 귀신이여. 남만 미워함과 사랑을 쉴 때가 언제런가. 너희에게 이제 음식과 법의 말씀을 베푸노니 태어남이 없음을 바로 깨달아 원수를 풀지니라'고 하였다.
구병시식은 어디에서 붙었는지를 모르지만 사람 몸에 붙어서 해를 끼친다고 하는 귀신을 불러내는 것이므로 '사람에게 원한있어 붙은 귀신이여'라고 일단 부르고, 그 미워하고 애착함은 아무리 세월이 가도 끝나는 날이 없으므로 그냥 쫓아버릴 수도 있지만 음식을 잘 차려 제사를 지내주고 법문을 들려주니 본래 태어남이 없음을 깨달아 원수를 풀으라는 것이다. 본래 태어남이 없다면 네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 허깨비 몸도 본래 없는 것이니 원수맺고 풀고 할 일조차 없다고 일러주는 것이다.
이런 귀신들을 불렀으므로 수위안좌진언을 통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게 하고 조주스님이 법을 묻는 자에게 차를 주며 법문을 일러주던 그 차를 마시고 고통스런 윤회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것이다. 헐이란 쉰다는 뜻이니 고통스런 윤회를 쉰다고 하는 것은 고통스런 윤회를 벗어난다는 말이다.
이 가지의 음식이 온 세계에 두루하여 먹는 자마다 주림과 목마름을 면하고 극락국에 왕생하여지이다.
아귀에게 밥 먹이는 참말씀
「옴 미기미기 야야미기 사바하」
막음(차별)없이 법공양을 베푸는 참말씀
「옴 목역능 사바하」
널리 공양하게 하는 참말씀
「옴 아아나 삼바바 바아라 훔」
보리심을 발하게 하는 참말씀
「옴 보리 짓다 못다 바나야믹」
널리 회향하는 참말씀
「옴 사마라 사마라 미마나 사라 마하 자가라바 훔」
내가 주는 이 법다운 음식이
어찌 아난이 먹던 음식과 다름이 있으리오.
배고픈 자마다 배부르게 먹어 만족하고
업력의 불길이 단박에 시원해지리니
몰록 탐진치를 버리고서
항상 불법승에 귀의하여
생각 생각마다 보리심 가져
가는 곳마다 편안한 극락 정토 이루소서
무릇 있는 바 모양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볼지니라
그렇게 온 이 여래의 열 가지 이름은 공양받을 이, 바르게 두루 아는 이, 지혜와 행이 갖추어진 이, 잘 건너간 이, 세간을 가장 잘 아는 이, 스승 없는 이, 장부를 잘 다루는 이, 하늘과 사람의 스승, 깨달은 이, 가장 존귀한 이 등이니라.
모든 법은 본래부터 항상 스스로 고요하니
불자가 이와 같이 수행하여 마치면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될 것이니라
모든 법은 항상됨이 없으니
나왔다 없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라
태어남과 죽음이 다하면
고요하고 고요한 즐거움이 되느니라
(책주귀신에게 이르는 말씀)
위에서 이미 음식을 베풀고 염불하고 경을 읊은 공덕으로 특별히 오늘의 환자 ○○○의 책주귀신 영가와 영가를 위주로 모든 친척되는 영가와 모든 신령스런 존재와 영혼 불자들과 원한을 품어 괴로워 하는 자는 속히 법열의 묘한 과보를 얻고 배고픔으로 인하여 침범하여 붙은 자는 선열의 진수로서 영원히 배 부르소서. 원컨대, 관세음보살님의 대비의 위력 있는 광명을 받아 모두 함께 아미타부처님의 대원의 깨달음의 바다에 들어가옵소서.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존귀하신 큰 보살님네를 생각하오니 큰 반야지혜로 피안의 저 언덕에 도달하옵소서.
가고지고 가고지고, 극락세계 어서 가서
아미타불 친히 뵙고 마정수기 원합니다
가고지고 가고지고, 미타회상 있으면서
향과 꽃을 늘 가지고 공양하기 원합니다
가고지고 가고지고, 화장세계 어서 가서
나와 남이 모두 함께 부처되기 원합니다
돈을 사르는 참말씀
「옴 비로기데 사바하」
받들어 보내드리는 참말씀
「옴 바아라 사다 목차목」
상품상생에 나는 참말씀
「옴 마리다리 훔 훔 바닥 사바하」
백생 동안의 원한을 푸는 참말씀
「옴 아아암악」 (108번)
<진 행>
앞에서 수위안좌진언을 하고 나서 다게를 외우고 나면 환자의 전신을 가사로 덮고 나서 법주와 바라지가 함께 장엄염불의 끝인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까지 염불성으로 진행한다.
법주가 요령을 세 번 흔들고 나서 상래 시식염불 풍경공덕~ 하는 표백문을 혼자서 낭독하고, 염시방삼세부터 원왕생, 소전진언, 봉송진언, 상품상생진언은 법주와 바라지가 함께 외운다.
소전진언을 외울 때에 바라지는 붙여 두었던 전과 말그림 지전과 위패들을 사르면 된다. 마지막으로 일체 불을 끈 상태에서 해백생원가다라니를 108번을 외우는데 진언을 외우면서 중간 중간에 팥을 뿌린다.
구병시식이 모두 끝나면 단에 차렸던 모든 음식은 상 밑에 준비해 두었던 된장을 풀어 만든 국물에 쏟아버리고 음식을 담았던 작은 그릇은 모두 상 위에 엎어 놓고 구병시식의 절차를 모두 마친다.
<해 설>
지금까지 구병시식을 진행하는 법단을 꾸며 제수를 진설하고 각종 책주영가를 불러 자리에 앉힌 뒤, 우주 법계의 실상과 허상을 설명하고 법계에 들도록 하는 법문을 구구절절히 해주었다.
이제는 법단에 차려진 공양물을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사다라니를 통하여 변식하여, 다섯 여래의 명호를 일러주고 진언을 통하여 잘 드시도록 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관음시식 편에 자세하게 설명한 것을 다시 그대로 인용한다.
선밀가지 신전윤택 - 비밀한 가지를 베푸오니 몸과 마음 윤택해지고 업의 불길 모두 소멸하여 각각 해탈하옵소서 라고 하였다. 선밀가지는 선비밀가지를 줄인 말이다. 밀교의 비밀한 주문으로서 가지하여 음식을 변화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러한 가지에 의하여 베푸는 음식을 먹게 되면 이제까지 고단하고 피곤하고 배고파서 고달프던 몸과 마음이 기름지게 되어 윤택하게 살이 찌고, 법식을 먹음으로 해서 업으로 인해 지은 번뇌의 불길이 모두 꺼지고 시원해지게 되므로 각각 모두 해탈을 하라는 것이다.
변식진언은 거칠고 세속적인 음식을 부처님께서 드시던 좋은 공양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다.
변식진언에 얽힌 이야기는 삼보통청 해설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한 바가 있다.
감로수를 드리는 진언은 보통의 물을, 한 번 먹으면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는 감로의 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자수륜관이란 오륜삼매 중의 하나인 수륜삼매를 관하는 것이다. 물이란 본래 모든 만물을 윤택하게 적시어서 생장시키고 체성을 유연하게 하는 두 가지의 공덕이 있다. 그러므로 이 수륜관을 통하여 물이 온갖 만물을 윤택하게 적시어 자라나게 하는 것과 같이 오늘의 조그마한 선근을 수륜삼매를 통하여 증장시키는 의미를 가진다. 즉 수륜삼매라는 것은 윤택해지고 촉촉해져 청량(시원)해지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수륜관진언을 통하여 수륜삼매에 들게 하여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하고, 높은 아만과 아상을 조복하고 선법에 따르게 하는 의미로 수륜관진언을 한다.
유해진언의 유해라는 것은 밀교의 용어로 금강계의 대일여래의 지혜의 덕을 일컫는 말로서 대일여래의 지혜의 물을 뜻한다. 경전에 보면 우유라는 것은 아주 좋은 공양으로 묘사되고 있다. 부처님의 수행기를 다룬 『수행본기경』에는 싯달타의 극심한 고행을 보고 감탄하며 같이 수행하던 다섯 비구들이, 선생녀가 준 우유죽을 얻어 먹었다고 해서 싯달타를 타락했다고 하며 그의 곁을 떠나가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과 같이 우유라는 것은 아주 정제된 것으로, 우유에 대한 비유가 『아함경』에 많이 등장한다.
이처럼 사다라니는 엄청난 뜻을 가지고 있다. 입으로만 진언을 외울 것이 아니라 올바로 관을 하면서 진언을 외워야 한다.
그 다음은 책주귀신들의 망념과 망상을 없애주기 위하여 성스러운 다섯 부처님의 명호를 들려 준다. 다섯 부처님은 아귀들에게 공양을 베풀 때 모시는 부처님이다.
다보여래는 법화경 제4권 견보탑품에 등장하는 동방 보정세계에 계시다고 하는 평등성지(平等性智)를 나타내는 부처님으로서 평등한 마음을 갖게 하여, 인색과 탐욕을 떨쳐 버리고 법의 재물을 얻게 한다.
묘색신여래는 대원경지(大圓境智)를 나타내는 부처님으로서 영가를 대원경지에 들게 하여, 추한 모습을 버리고 원만한 모양을 갖게 한다.
광박신여래는 법계지(法界智)를 나타내는 부처님으로서 범부들이 안이비설신의 여섯 가지 몸을 가지고 ꡐ나ꡑ라고 집착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법계지인 공성을 깨달아 허공과 같음을 깨닫게 한다.
이포외여래는 성소작지(成所作智)를 나타내는 부처님으로 부처님이 수행으로써 모든 팔만 사천의 마군의 공격을 물리치고 성불을 한 것과 같이 모든 고혼들이 두려움을 떠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한다.
감로왕여래는 묘관찰지(妙觀察智)를 나타내는 부처님으로 모든 아귀와 영가들의 목구멍을 크게 열어서 음식을 맛있게 먹도록 한다.
이와 같이 사다라니와 다섯 여래의 위신력을 통하여 영가에게 강제로라도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절차이다.
오늘 올린 음식이 온 세계에 두루하여 먹는 자마다 주림과 목마름을 여의고 안양국, 극락세계에 나도록 발원한다.
시귀식진언을 통하여 아귀의 입과 목을 벌리고 밥을 먹도록 하여 주며, 기타 고혼들에게는 빠짐 없고 차별없이 평등하게 공양을 하도록 시무차법식진언을 외우며, 보공양진언으로 오방에서 청한 영가들을 널리 공양하게 하며, 보리심을 가지지 못한 관계로 은원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하고 책주된 영가가 보리심을 발하도록 보리심을 발하는 진언을 외워 주는 것이다.
끝으로 보회향진언을 통하여 오늘 지은 모든 공덕을 널리 회향하여 공덕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공덕을 지어서 자기 혼자만을 위하여 쓰려는 자는, 조그만 공덕은 이룰 수 있고 조그만 과보를 받을 수가 있다. 따라서 크게 되지 못하고 크게 받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작더라도 진정으로 자기가 지은 공덕을 남들에게 아낌 없이 널리 회향을 하는 사람은, 그 크기가 법계에 가득차게 되고 그 회향되는 만큼 공덕이 늘어날 것이다.
수아차법식부터 장엄염불의 끝까지는 관음시식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므로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표백문은 구병시식을 진행하면서 청한 모든 신령스런 존재들과 책주귀신 영가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이것은 관음시식에 있어서의 소대에서 전송하는 것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함원이핍뇌자즉 속증법희지묘과 인아이침책자즉 영포선열지진수;라고 하여 원한을 품고 괴로움에 빠져 있는 책주귀신 영가는 모두 법열의 묘한 과보를 얻는 기쁨을 얻어 해탈하고, 배가 고파서 다른 이에게 붙은 책주귀신들은 선열의 진수로써 배가 불러서 그 배고픔을 이기고 해탈하며, 관세음보살님의 빛나는 광명의 위력에 의한 인도를 따라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에 의해 극락세계에 가서 깨달음을 얻어 윤회에서 완전하게 해탈하라고 축원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 해탈하여 열반을 얻으신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들을 생각하는 그 힘으로 피안의 세계로 건너가라고 주문을 외운다. 극락세계에 가서는 열심히 수행하여 아미타부처님을 뵙고 마정수기를 받아 성불의 길로 매진하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아미타부처님께 매일 향과 꽃으로 공양을 올리자는 것인데 매일 향과 꽃을 올린다함은 열심히 수행정진함을 이른다. 그 다음에 연화장 세계에 나서 한날 한시에 모두 부처님이 되자는 말이다.
모든 책주귀신영가에게 밥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완전한 시식이 아니다. 그 영가가 자신의 탈을 벗어버리고 열반에 들어 성불하도록 하는 것이 완전한 시식이다.
끝으로 소전진언을 통해 책주귀신 영가와 지전과 말그림 등을 태우고 봉송진언을 통하여 보내고 극락세계의 제일 좋은 곳인 상품상생에 가서 나도록 한다. 그래도 원한에 의한 집착 때문에 가지 않는 영가를 위해 그 원한을 강제적으로 떼고 떠나갈 수 있도록 해백생원가다라니를 108번을 외우면서 팥을 뿌려 주는 것이다.
팥은 붉은색으로, 붉음은 빛을 상징한다. 동지에 팥죽을 쑤어 온 집안에 뿌려 일 년 동안의 막이를 하는 것도 붉은색이 상징하는 빛이 어둠을 몰아낸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와 같이 구병시식을 진행하고 나면 그 음식은 사람이 다시 먹을 수 없는 것들이므로 된장을 풀은 그릇에 섞어 문 밖에 내놓았다가, 다음날 아침 땅에 묻거나 버린다. 된장은 소금, 팥과 함께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은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