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즉흥적이라야 맛
가족 톡방에 여행 갈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했죠
여행광이던 둘째며느리가
“저요”
한참 있더니 줄줄이 사탕
다수결이 정한 것이 일박으로 하는 순천 국제정원이었어요
밥벌이하는 일이 다르니 출발도 달랐죠
여행광 둘째 아들네가 아침부터 떠나고
자식 둘이 거느리는 큰 아들네가 오후에 떠나고
영감 할미 밖에 없는 저희는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떠나게 되었답니다
네비의 녹는 듯한 목소리에 영감은 말도 잘 듣고
할미는 빵빵하게 들려주는 usb음악 잘 듣고
장거리라 30분 아니라 더 빨리 달리면 1시간은 단축시킬거라 예상했던 거리가
곳곳마다 속도 제한, 구간 단속이 돼 있어 애만 활활 태웠습니다
어둑해질 무렵 네비 아가씨도 헷갈렸는지
영감은 열심히 잘 가는데 도돌이가 되었습니다
8시 쯤 겨우 찾아간 숙소, 손주들은 이미 지쳤고
배는 등가죽에 달라붙어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여름 초입인 만큼 바비큐장엔 날파리떼들이 번식철 맞추려고
온 음식에 앉아 먼저 시식을 하는 바람에
젓가락 숟가락들이 허공을 휘두르고
그야말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첫날을 그랬습니다
이튼 날 계획은 정원 박람회장 안에서 점심 먹기로 했는데
전라도까지 왔으니 정원 다 둘러보고 조금 늦더라도 지역 음식 먹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국에서 꼽히는 기능장이 운영하는 찻집에서 차도 마시자고 했어요
요건 큰며느리 뇌에서 온 것 같아요
귀가 얇거든요
뭐~
정원 내에선 작은 동물원도 있고 이것저것 탈것도 있고
나름 즐겁고 긍정적이었어요
두시가 넘었나?
짱둥어탕과 꼬막이 유명한 맛집 명을 톡으로 보내주고는
아들네들은 휑- 달려가더군요
영감 할미는 네비 찍는 손가락이 굼떠
출발이 한참이나 늦었죠
그래도 영감은 네비아가씨 말 잘 듣고 갔죠
멀지 않다 말했는데 조금 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차장에 도착한 남편왈---
클났다!!! 고기집이잖아
영감이 ㅇㅇ음식점인데
거기다가 앞에 명품 ㅇㅇ음식점을 찍은 거예요
다시 돌려 가는데 손에 땀이 나는지
연신 무릎에 손을 닦더군요
요럴 땐 잔소리 하면 부부싸움 나죠 크크크---
바쁜데 더 샛길로 빠지더군요
바로 앞 좌회전인데 차선을 변경 못해 우회로 돌아가야 하고...
한참 지나 식당 앞 도착했더니
아들 둘은 밖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주차방향 손짓하고
둘이 더 부산스러웠습니다
차 안에서 먼저 먹으라고 일렀건만
손주들만 먹이고 아들 며느리들은 안 먹었더라고요
탕은 식어 풀죽 같고 밥은 온기 다 빠지고
반찬은 말라 꾸덕여가고
거기다 파리까지 앉았다 날았다
암튼 1/3도 비우지 못한 반찬들
어제 뉴스에서는 남은 반찬 재활용하는 음식점 방영하던데
사장님은 버릴까 재활용할까
와중에 그 생각은 왜 나나
이젠 찻집 갈일
아들이 찍어준 주소를 역시 네비를 쳤지요
ㅇ찍고 1분
ㅏ찾는데 1분
아들들은 벌써 나갔어야하는데
그대로 있더라고요
늙은 부부는 거북이타자로 그러나 열심히 찍었죠
이번엔 안 틀리게 정확하게 말이죠
다 찍었는데 아들들이 움직이지 않아요
차가 움직이려 하자
큰아들차가 잽싸게 앞에서 튀어나갑니다
얼른 뒤를 따랐죠
조금 가니 둘째아들이 저의 차를 뒤 따라옵니다
흠마--
이녀석들이 부모를 호위하는구만
남편은 대쪽 같은 성정이라 그리고 150IQ 넘으니
존심이 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맹탕인 저는 뿌듯했습니다
언제 저리 머리 굵은 넘으로 컸나 싶은게
겁날 것 불안할 것 없이 든든했습니다
순천여행 첨으로 샛길 안 빠지고 도착했습니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하죠
즐거움이 있으면 낯선 풍광에 더 큰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첫댓글 전라도 순천 까지오셨네요ㅎㅎ거기서 쫌만더오면 임실이라고 있어요
나는없지만요ㅎ
암튼 아들내외와
남푠분과 젬있게 다녀오셨네요
글도 똑부러지게 잘쓰셨네요ㅎㅎ
여행지는 전라도가 젤 좋아요ㅎ
흑진주님 생각했죠
지금쯤 임실에 계실까하고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
여행은 책을 통해서
읽지 못한 것들을
눈에 담으며
매 순간순긴을 즐기는
기쁨입니다~~
가족분들과의 순천여행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주셔서
저도 옆에 있는 기분입니다
순천은 한번도 가 본적 없지만
기회가 되면 가 보고 싶어요
가족은 어두운 밤 후미진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 같은
존재입니다 맞죠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유희님 반갑습니다
요즘 좀 바쁘신가봐요
글을 뵐 수가 없네요
댓글로나마 자주 뵐 수있기를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우와~~
아주 신이 나셨군요
이렇게 좋은 일이 있었다니
축하 드립니다.
순천.여수 이쪽이
정말 좋습니다
꼬부기도 오래전에 실컷
구경하고 왔지요
다시 또 가고 싶었는데
이케 포인트님이
이곳 느낌을 그대로
전해 주시니 현장에
있는 그런 기분입니다.
담 부터는 꼬부기도 델꼬가유
그래야.인정스런 분이시죠,,ㅎ
수고 많이 하셨구요
냉큼 여독 푸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길요..^^
아흐~~배아퍼..ㅎㅎ
울 인어공주 만나믄
꼬부기도 갈랍니다.
암튼 수고 하셨습니다.
에헤헤...
혼자만 가서 죄송해유
저랑 가면 골치 아프실테니까
좋은 분과 가세랑요^^
@느림보 거북이 인어공주가 서해바다를 보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특히 노을지는 바다를 좋아하죠
빠른 시일내 만나셔서
좋은시간 보내세효~~~~~~))
@포인트
약올리지 마슈.
실컷 구경 잘하셨으면
뭐 선물로
빵 부시러기라도 주셔야죠.
인어공주 만나면
서해 바다로는 안돼죠
오대양 육대주
그 바닷속 다 댕겨야죠.
그때 나두
침흘리며 자랑할꼬야요.
빵 부시러기
안 주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