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에서 군생활하던 1975년 시월의 어느 날 오후에 심심해서 극장에 영화 한편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는데 어쩌지 하며 서 있다가 앞에 포장마차가 하나 눈에 띄었다 아무 생각없이 포장마차 쪽으로 뛰어가서 그 안으로 들어서니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께서 책을 보다가 "어서오세요 "하며 보던 책을 덮고 날 반긴다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있던 그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는 30대 중반 같았는데 얼굴이 갸름하고 참 예쁘장하게 생겼다 "영화 한편 보고 나니 비가 와서 이곳에 오게 됐네요 소주 한병 하고 안주는 아무 것이나 주세요 " 그러자 그 아주머니께서 "그러면 튀김 드릴까요" "네~ 간단하게 한잔 할려고 합니다 " 그리고 나서 아주머니께서 읽다가 덮어둔 책을 보니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이었다 내가 세번이나 읽은 책 가만 생각해보니 포장마차 아주머니도 배운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 있다 술과 튀김 안주가 내 앞에 오고 난 소주 병 뚜껑을 따고 컵에다 한잔 따뤄 마시니 술맛이 꿀맛이었다 연거푸 세잔을 마시고 숨 돌리고 나서 밖을 보니 비가 세차게 더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 치곤 비가 참 많이 오네요 " 하면서 아주머니께 말을 거니 그 아주머니는 나보고 "군인이세요? "라고 하길래 "네 군인 맞습니다 오늘 심심해서 영화 한편 보러 나왔다가 이렇게 비를 만나게 되었네요 ? "배 타세요?" "네 000 함 탑니다 " "아~그러시군요 그럼 천천히 드세요 전 읽던 책이나 읽을게요 뭐 필요 하신것 있음 말씀 드리구요" "네 근데 데미안 읽으시네요 " "네~학생때 읽었는데 또 읽는답니다" "저도 데미안 세번이나 읽었네요 " 이렇게 얘기하다보니 어느 새 소주 한병은 바닥이 나고 안주도 많이 남아 있어 소주 한병을 더 시켰다 . "더 드셔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25살의 청춘 아닌가요 ㅎㅎ" "25이면 저보다 한참 어리네요 근데 저 몇살로 보이세요? "제가 보기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맞는가 모르겠네요 " "네 맞아요 올해 35이에요 " "그러시군요 그러면 저 보다 10살 많은 누나이네요 " "그렇네요 ㅎㅎ" "앞으로 누나라고 부를게요 그리고 자주 와도 괜찮지요?" "그래요 자주 오세요 전 쉬는 날이 없으니까요 " "네 저는 톼근하면 심심하니까 자주 들릴게요 " 소주 두병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있었다 술도 취하고 해서 숙소에 갈려고 일어나서 "저 이만 가 볼게요. 근데 누나 이름은 뭔데요? 난 그 포장마차 누나의 이름을 알고 싶어 졌다 "제 이름 알고 싶으세요? 혜옥이에요 염혜옥 은혜 혜자에 구슬 옥자 쓴답니다 " "네 고맙습니다 저 이제 가 볼게요 참 얼마지요? "소주 두병에 튀김 한쟁반이니 700원이네요 "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주고 300월 거스럼 돈을 받아 그 포장마차에서 나와서 숙소에 가서 그대로 잠 들어 버렸다 .
그 후로 배가 정박해 있는동안은 매일 그 포장마차에 가서 그 누나랑 많은 얘기 나누었다. 그 누나는 부모님 모시고 산다고 아직 결혼도 안한 처녀이고 지방의 명문 마산여고를 나왔는데 집안 현편상 대학 진학은 못했다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나에게 다 얘기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타는 군함이 동해로 한달 간 경비를 나가게 되었다. 배 타고 있는 동안 그 누나를 거의 매일 생각하다 싶이 했다. 긴 생머리의 갸늠하게 생긴 예쁜 혜옥이란 누나 배 타고 있는 동안 시간은 왜 그리도 안가던지 ........... 그 누나가 참 많이도 보고 싶었다. 드디어 한달간의 긴 항해를 끝나고 진해 부두에 입항을 하고 퇴근해서 바로 그 누나의 포장마차로 갔더니 아니 그 누나의 포장마차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그 이튿날도 며칠을 퇴근해서 가니 그 누나의 포장마차는 아예 사라져 버린것이다. 근 한달을 하루도 빠짐없이 갔지만 헛걸음만 했다. 찬바람 쌩쌩이는 거리를 걸어 올때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어찌 그리 나던지 .... 아마 그 누나를 사랑했던것 같았다 . 요즘 같으면 전화라도 있어 연락을 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전화도 없어 연락할 수도 없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인천 월미도 해군 사령부로 발령 받아 그곳에서 또 백령도로 발령받아 갔으니 그 누나랑 영원한 이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 정말 짧은 만남 긴 이별 지금 살아 계신다면 82세의 혜옥이란 누나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을지 볼 수 없는 그 누나가 이렇게 비 오는 날 생각이 나서 옛 추억 더듬어 한번 써 본다.
2023년 03월 23일 새벽에
정래
|
첫댓글 대상없이 수많은 사랑시를 쓰시는 김정래시인님답게
군시절 35세 포장마차 누나를 사랑했던 추억이네요.
비오는날은 춥고 구질한데도 술을 마시면 속이 따끈따끈 하겠군요
별꽃님~
잘 주무시고 일어나셨는지요
지금 비 오고 있네요
내리는 비를 보니 눈물 날 정도로 좋습니다
48년전의 이야기를 오늘 새벽에 내리는 비를보니 생각이 나더라구요
긴 생머리 갸름한 얼굴의 혜옥이란 누나
참 이뻤었는데 지금은 80대의 할매가 되어 있겠지요
첫 댓글 고맙습니다
서울도 비 오는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그녀에게 백마 탄 기사가 니타났던지
관광도시 조성차 철거의 대상이 되었거나
아니면 그분도 정래님을 흠모하시다
젊은이의 앞길 막지나 않을까란 연한
마음에 스스로 떠나셨는지도...
유무이님~
그러게 말입니다
뭔 일있었는지는 그 후로 못 만나서 모르지요
제발 잘 살았음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강 잘 지키며 하루 잘 보내세요
좋은추억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그 여자분의 미모와 모든것이 한국 해군장병의 가슴속에 영원한 추억을 심어놓고 떠나갔군요.
소리새님~
고맙습니다
비 오고 있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35살의 고운 누나와의 짧은 인연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시 상이 좋은데 시를 안쓰셨나요
늘 건강하십시요
낭만님~
잘 주무시고 일어나셨는지요
고운 흔적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혜옥이라는 여인 만약 인연이 된다면 본 카페 회원일수 있겠습니다만.ㅎㅎ
넘 잼나는글 숨도 안쉬고 읽었습니다
양철북님~
그럴 수 있겠지요 ㅎ
근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니 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헤옥이 누나는 시인님을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를일이지요....
긴시간이 아니라도 테마를 같이할수 있었으니......
지금도 멋진 그 해군 장교을 잊지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전해집니다.....ㅎ
아름다워라.......흠~~
장안님~
그럴지ㅏ도 모르지만 나이차이가 워낙 많이 났으니
그게 문제지요
그 당시는 그런 일이 없다싶이 했거든요
요즘은 나이차가 많이 나도 결혼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 입니다 ㅎㅎ
그때는 가을비
이제는 봄비
그때는 700원
지금은 7000원에 곱하기 두엇
그때는 염혜옥
지금은 봄비 속에
아련한 추억이군요
난석님~
정말 봄비속에 아련한 추억입니다
그 시절로 갈 수 없음이 안타깝네요
그냥 아름다운 비오는날의 추억 이군요
애틋함 아련함
한달을 매일 이야기 나눔이
정들었군요 연상의 연정 입니다
안단테님!~
그렇네요
연상의 연정 입니다
이젠 하나의 추억이 되어 버렸지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역시 시인답네요
글속에 푹 빠져 한눈 팔 수 없네요
시인님 덕분에 제 첫사랑
사실 "데미안 책 선물 받았거든요.
그 첫사랑 은 작년에 저 먼
하늘나로 떠났어요.
오늘 시인님 덕분에
옛 추억 다시 돌아봅니다.
사랑은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청담골님~
첫사랑이 많이 생각나시겠네요
왜 그리 일찍 떠났는지요
지금 비 많이 오네요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방에 사람찾는
광고라도 내보시지요
만날사람은 만나게 되어있는걸로 지는 아는데 못만날까요?
짱이님~
찾을 수 있음 벌써 냈지요 ㅎ
아마 못 찾을겁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저도 첫사랑 ~?
찾아야 뭘~?
서울 어디 유치원 원장으로 있는 걸
검색해서 알았슴니다요~ㅎ
오육칠공님~'
한번 찾아가 보시지요
만나면 좋을것 같은데요 ㅎ
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저는 그런 추억거리가 없습니다
제 막내 여동생 이름이 혜옥입니다
아련한 추억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청솔님
그러시군요
지금 비 많이답니다
비 오니 좋네요
오늘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련한 추억 연상의 여인이 그리움으로
변하고 영영 이별을한 순애보군요
군시절의 그 젊은날의 초상 잘 보고
갑니다
마두님
다녀가셨네요
잘 오셨습니다
지금 비 많이 오네요
점심 맛나게 드시고 오후 시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츠암 인연이 거기까지였네요 단편소설 한편 읽은것 같네요 그시절 마여고하면 그 간판만으로도 시집 잘 가던 시절 이었는데 참 안타깝네요 그때 35이면 총각 한테는 시집 못갈 나이지요 어디 좋은데 시집가서 잘 사셨으면 좋겠네요 내가 다 맘이 짠 하네요
앵란님~
그러게 말입니다
그 당시 마여고 하면 아주 좋은 학교지요
지금은 노년의 삶으로 어디 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참 이쁜 누나인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옛 사랑의 추억이네오ㅡ
가슴이 짠해 집니다 ᆢ
민정님~
마음속의 사랑이겠지요
그 당시 나이차가 10년이면 감히 사랑 같은 건 상상도 못 하지만
그래도 전 마음속의 사랑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오늘 새벽 많이 포근하네요
금요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