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푸른 뱀의 청사년(靑巳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았으니, 지난 해의 아쉬움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푸른 꿈을 안고 큰 걸음 내디딜지니...뭐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뱀은 영물(靈物)로 대접받아 왔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파평 윤씨 일가들이 서로 물어뜯고 싸운 1545년의 을사사화(乙巳士禍)와 일본에 외교권을 뺏긴 1905년의 을사늑약(乙巳勒約) 외에는 뭐 이렇다할 큰 변고가 있어나지 않았다는구만.
긍까 푸른 뱀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아 올해는 보잘것 없는 내게도 용케 청사(靑史)에 남을 만한 일을 할 수도 있을런지도...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익히 알지만 새해 모두(冒頭)를 맞아 꿈이라도 야무지게 꿀 수는 있으려니...태생적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자유를 얻기 위해 끝없이 투쟁한 전설적인 인물 엘 루테(EL Lute)를 기리는 동명 제목의 노래를 보니엠(Boney M)의 음성으로 들으며 올해의 희망찬 나날을 소원해 보려 하는데...
영화『엘 루테: 살기 위해 튀어라』 포스터
1942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엘 루테(EL Lute)의 본명은 엘류테리오 산체즈 로드리게즈이지만 보통 엘 루테로 알려져 있단다. 그는 한때 스페인의 지명수배범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으나, 나중에 그는 놀랍게도 환골탈태(換骨脫態)하여 저술가가 되었다네. 그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무법자로 유명한데, 23세 때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수차례 탈옥한 경력이 있고 결국 징역 30년 형을 언도받았다. 문맹(文盲)이었던 그는 수감되어 있는 동안 독학으로 읽고 쓰는 법을 깨우친 데다, 살인죄 판결에 대해 자신의 무죄를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법학 학위(law degree)꺼정 받더니 이윽고는 작가로 데뷔까지 했다는구만 글쎄. 결국 그는 39세 때인 1981년 사면을 받아 석방되었단다. 긍까 그는 올해 나이로 83세가 되는 할아부지구만 그랴.
엘 루테는 감옥에 있는 동안 두 권의 전기, 즉 생존과 자유를 얻기 위해 자신이 투쟁해 온 여정을 기록한 비망록(memoir)을 출판했는데,『걷거나 죽거나(Camina o revienta)』(1977)와『내일 나는 자유를 찾으리니(Mañana seré libre)』(1979)가 곧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 책들의 내용은 시나리오로 각색되어 두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엘 루테가 벌어들인 인세(印稅)만 해도 대단할 것이라는 건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뿐인가? 보니 엠이 그의 삶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는 데에도 당연히 인세가 지불되었을 것이라 보지만...한 때 도둑질과 폭력을 밥 먹듯 한 데다 살인(?) 혐의도 받고 수감 중 몇 번이나 탈옥하면서 공권력을 비웃으며 스페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엘 루테의 오늘을 말하자면 그게 바로 환골탈태(換骨脫態) 의 전형이 아닐까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