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0시경...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페르세우스가 빛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하늘의 상태를 파악하곤... 벙개를 한 번 때리기로 했다.
승용이의 네이트온 무료 문자까지 빌려서 돌린 문자는 총 40여개.
그 중 답이 온 사람은 미행이를 비롯해 한 손으로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하나..
별을 본다..는 건 일견 낭만적으로 생각될 지 모르지만, 사실. 춥고, 성가시고, 번거로운 일이다.
또 매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날씨를 항상 기다리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날씨가 더 추워졌으면 추워졌지 지금보다 옷을 덜 입게 되는
기온은 되지 않을 것이다.
관측 벙개 뜨는 때엔 그 점을 감안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약속시간인 자정..
동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의 큰 문을 따고...(이거 땜에 되돌아간 사람도 있었을라나..)
뒤집힌 북두칠성이 반기는 동방문을 열었다.
20분 전에 구운 성시경 3집 시디를 들으며 잠시 사람들을 기다렸다.
어디선가 진동소리가 들리는 느낌에 수화기를 들었더니만... 들리는
건 하나의 목소리.
'왜 전화 안 받으세요?'
(따지는 듯한... 그래, 칼파는 후배가 선배한테 큰소리 칠 수 있는 몇
안되는 콩가루 동아리.. ㅡㅡ;)
'어, 그게 뭘 좀 하느라고..'
'뭐하셨는데요?'(상당히 궁금한 가 보다.)
'음악 듣고 있었음..'
'..저희 동방 가도 돼죠?'
'어, 그래...', (동방은... 여러분 모두의 것입니다.-롯데 월드 도우미냐? ㅡㅡ;;)
잠시 뒤 동방에 찾아온 두 남자..(하나, 지혜)는 내가 여기 설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들 말로는.. 매버리서부터 그런행동을 하며 왔다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 뒤, 하나군은 내가 잠깐 켜 놓은 엠에센을 무참히 유린... 아이디 주인은 하릴 없이 뒤에서 구경하다.
(승용아, 아침아... 너희에게 말 건거 내가 아니었어.. 믿어줘..)
동방에서 잠깐 시간을 때우다 노천으로 나갔다.
이 때 시각이 한시를 조금 지났을까...
겨울철의 6각형이 완전히 떠올랐지만, 노천 주변의 가로등이 밝아 아쉬웠다.
새벽 4,5시쯤엔 끄는 거 같던데.. 이 때는 정말 거대한 플라네타리움
한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영도씨의 판타지 소설 폴라리스랩소디,
신해철의 라디오 프로 고스트스테이션 등의 얘기를 잠깐 하다가... 하나, 지혜군은 기숙사로...
그들을 들여보낸 후.. 나는 한촌으로 걸음을 옮겼다.
의공센터 뒤편 길로 빠졌더니만..
의공센터 건물이 매버리의 불빛을 가려주어 나름대로 괜찮은 하늘이
보였다.
매지 초등학교를 지나... 조금 더 가서 한켠에 있는 공터에서 멈췄다.
이 때부터의 기록..
(24일 03시 한반도 위성사진)
날씨 : 구름 없음.
기온 : 섭씨 0 ~ 5℃ (추정)
월령 : 28.0, 월출 : 04:52
관측 장소 :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북위 37˚16′7″, 동경
127˚54′18″)
관측 포인트 : 겨울철 별자리 확인, 유성 카운팅
관측 시간 : 2시 ~ 3시
하늘 : 북쪽의 대부분은 원주 시내의 광해로 인해 시야 상실. 히아데스
성단은 12개, 오리온자리는 43개의 항성 관측 가능.
전체적으로 주변 광해만 없다면 안시 관측하기에 최상급의 하늘이었음.
(24일 03시 원주의 밤하늘-StarryNight 4.0 capture)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작은 유성들의 출현이 잦았다.
작정하고 유성을 세어보자 싶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02:24 - 쌍둥이와 작은개 사이. 매우 작고 희미함
02:28 - 오리온의 리겔 오른쪽. 작은 것.
02:32 - 오리온의 남서쪽, 고래자리 남동쪽. 에리다누스자리 영역. 작은 것
02:33 - 플레이아데스 성단 근처에서 안드로메다 은하 조금 못 미치는
곳까지. 궤적을 남길 정도로 밝음. 1 ~ 2등급.
02:34 - 플레이아데스 성단. 작은 것
02:35 - 오리온의 베텔기우스 왼쪽. 작은 것
2시 40분경... 가을의 시작을 알렸던 페가수스 사각형은 어느덧 서쪽으로 지고 있다. 지평선에 걸리기 직전이다.
그 반대쪽인 동편에서는 큰개가 거의 다 떠올라 있다.
유성을 세다가 문득 히아데스성단(황소머리)에 별들이 몇 개 보이나
세어 보고 싶어졌다.
알데바란을 비롯한 밝은 다섯개의 별 외에 일곱개까지 세어볼 수 있었다.
02:40 - 큰개의 시리우스 위쪽으로 작은 것 2개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떨어짐.
조금 뒤에 오리온의 리겔 아래에서도 작은 것 하나가 떨어졌다.
쌍둥이 자리에 있는 토성을 보면서... 어느덧 내가 저 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관측 중 하나는 쌍둥이자리에 화성이 있었던 93년 3월경의 일이었다.
그 때는 학교를 다녀오면서 항상 저녁 하늘에 떠 있던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보고..
매일 조금씩 위치를 바꿔가는 화성의 모습도 확인했었다.
지금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아마 그것이 내가 행성의 이동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던 최초의 예가 아니었나 싶다.
02:48 -양자리에서 작은 것.
02:51 - 오리온 삼성의 오른쪽으로 큰 것 하나가 떨어졌다. 1등급 정도.
이제 플레이아데스가 천정까지 왔다. 플레이아데스는 내 눈으로 여섯개까지는 보인다.
7개,8개씩 보는 사람 눈은 어떻게 생겼을까.. 보고 싶다.
유성 하나만 더 보려고 3시까지 기다리다 보지 못하고 떠났다.
30여분간 11개... 그럼 시간당 20개란 소린데... 거의 오리온자리 유성우 극대기 수준이다.
아직 유성체들이 전부 지나가 버리진 않았던 듯..
유성을 보자마자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만약 그렇다면 아마추어천문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을까.
그들에게는 유성을 보는 것 자체가 소원일 지도 모르겠다.
유성이 소원을 이뤄준다면 그들이 다들 떼부자가 되는 게 당연하겠지만,
정작 별 보는 이들의 소원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다른 데 있는 건 아닌지...
돌아오면서 뒤늦게 게 자리를 찾았다. 안쪽의 프레세페 성단이 부옇게
보였다.
산이 낮아지면서 사자자리의 레굴루스까지 볼 수 있었다.
매지초등학교에서 청솔아파트를 향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거꾸로
선 국자가 나를 반긴다.
저 국자로 매지호를 푸면 몇 번만에 다 풀 수 있을까나...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는 별도 물론 아름답지만, 혼자 보는 별은 그것과 약간 다른 의미의 빛을 내개 던져준다.
오래 전부터 혼자서 보아 왔기에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가르쳐주기 위해 보는 별과... 그저 바라보는 별... 그 차이일까..
첫댓글 좋은 관측기입니다. 자료실에 있는 '사진 기록지' 처럼 하나 만들었음 하네만... 윤상준 관측팀장님이 하시면 좋겠구먼. 유성 셀 때 기록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함. 개인적으로는 보이스맨(?) 같은 것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됨. 혼자서 유성 세면 적을 때 떨어질까봐 걱정됨. 석봉이처럼 안 보고 쓰면 좋겠구먼. ㅋㅋㅋ
난 눈이 광시야라서... 들구 하늘 보면서 썼음..
홍배선배께선 질리지도 않으신지 물어볼 때마다 별자리를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계속계속 듣다보면 어느새..나도 조..금은 친구들에게 별자리를 설명할 정도로 알게 된다.뿌듯~^^ 그런데...어젠 쌍둥이자리를 반대로 설명해 주셨다..ㅋㅋ 선배 졸업하시기 전까지 마니 물어봐야지...ㅎㅎㅎ
정말 홍배형은 무한 리바이벌~ㅎ 무슨 텔레토비야~노천은 그 공원이고~ㅎ 우린 막 텔레토비 무한 반복~ㅎ 정말 머리에 무지무지 잘남아요^^ 저도 그때 1,2,3,4했을때 새벽녘에 홍배형이랑 가치 기숙사를향해 가는데 밝은별이~띡! 단번에 시리우스~ㅎㅎ 무쟈게 뿌듯했음^^(하나야 너의말에 동감해요~호호)
게다가 스타도 가치 배워볼라고~ㅎㅎ
우아.. 사진 이뿌다아~~ 어케 찍었는지도 알려주지.. ㅋㅋ 필름감도. 노출시간. 카메라. 이런거 알려주면 도움이 될듯~^^ 이번엔 사진 많이 찍고 와야지~~~
이거.. 컴퓨터 프로그램 캡쳐야... ㅡㅡ; 아직 내공이 약하군.
그날 즐거웠어요~~!! 별도 보고 버라이어티 쌩쇼도 하고...용자리 외에 별자리도 알게 되었다는... -_-;; 선배들 없으면 누구에게 물어보나...ㅜㅠ 그래도 우리 모두 휘바휘바~~and X바~~(이 X는 하나만 알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