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3, 까마귀 울다, 이채형, 2021, 294쪽
"소설은 세상의 풍경을 담고 있죠."
라고 작가는 나에게 말을 건넸다.
"풍속도처럼 우리의 삶을 보여주네요. 우연히 마주친 풍속도에서 옛 사람들의 사랑과 슬픔을 만나듯이 소설에서도 그런 것을 발견하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순간부터 소설가와 나는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면서 책을 읽게 되는데 그런 지점이 이 책에서는 117쪽 중간 즈음 된다.
두번째 인상적인 부분은 [추자]라는 단편 이다. 추자는 가래나무의 열매라고 한다. 이 추자 이야기는 나를 초등학교 시절로 이끌어주었는데 오류에 살던 내 친구 끝선이네 참외 밭에는 10m는 좋이 넘을 듯한 큰 추자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나는 고소한 추자가 무척 먹고 싶었지만 키가 너무 커서 한 번도 만져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추자라고 하면 나에게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5년 여 전에 남편이 마당 끝 담 벼락에 호두나무를 심었다. 작년에 호두가 많이 열려서 망치로 깨어 먹으니 어린 시절 끝선이네 추자나무가 생각나서 나도 이제 추자를 먹는 구나 생각하고 무척 뿌듯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나는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추자가 호두 인줄 알았던 내 지식이 오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추자] 단편에서는 호두는 고려 말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고 추자는 신라시대 때부터 우리나라에 있던 가래나무의 열매라고 한다. 열매의 모양은 매우 비슷한데 추자는 호두보다 모양이 조금 더 길쭉하고 열매 속살이 숨어 있는 미로가 약간 덜 복잡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말은 211쪽에 나오는 말인데
"인생이 영화 같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랑과 증오는 영화의 암전 같은 건지도 몰라요."
[암전: 연극에서 무대를 어둡게 한 상태에서 무대 장치나 장면을 바꾸는 일]
"영화엔 해답이 있지만 인생엔 그런 게 없는 법이지요."
젊은 시절 보았던 '벤허'를 다시 보고 나오는 세 노인의 이야기이다 [세 사람의 벤허].
또 한 가지 이 책에는 '훤소'라는 생전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오는데 나는 이 말의 뜻을 몰라 네이버 국어 사전에서 그 말 뜻을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훤소'는 뒤떠들어서 소란하다는 뜻이란다. 언어도 사람처럼 시대에 따라 자주 바뀐다.
첫댓글 벌써 독후감까지 독서의 달인으로 등극할려우 ㅎㅎㅎ
까마귀 울다의 작가 이채형의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 .. 신선했지요.
짧은 글로 이어서는 서사적 시로
누구나 하나쯤은 좋은 아님 아픈 그런거 하나쯤은 다 맘속에 박혀있지요.
그걸 꺼집어 내서 공감의 언어로 독자를 움직이는 능력이 글쓰는이들의 특기 아닐까요.
못다한 얘기는 독서회로 미루면서 ...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 소설은
김윤정교수님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단지 마음을 내지 않았을 뿐!!
심심하면 brunch라는 사이트에
작가로 한 번 데뷔해 보시죠.
머음 속에 살고 있는
작가心을 불러내어 보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