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주가, 무엇이 문제인가?
무기력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장중 1,000포인트를 하회했다. 주가뿐만이 아니다. 환율변수는 다시 시장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의 고점 수준인 1455원에 바짝 근접했다. 주가와 환율 모두 10월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장 여건이 10월 보다 더욱 악화된 것일까? 10월 주식시장이 '제 2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우려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시장 분위기는 분명 이전과는 다르다. 문제는 실물경기다. 여전히 시장은 실물경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실물경기 위축의 결과가 기업실적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고, 경기 둔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시그널들이 감지된다.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 시킬만한 호재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가 뚜렷이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기대이상의 경제지표, 기업실적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는 국면인 셈이다. 당분간 시장이 우호적이지 못한 변수와 지루한 공방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한 몫
현재 실물경기의 화두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침체 속 장기적인 물가 하락)이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 될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감 에서다. 통상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경우 장기간에 걸친 물가 하락(자산가치 하락을 포괄하는 개념)이 수반된다. 물가가 하락하게 되면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하락이 장기화 되면 득보단 실이 많다. 이유는 이렇다. 향후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가계와 기업 모두 소비와 지출을 미루게 되고 이는 결국 수요와 생산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다.
일본식 장기 불황 재연되나?
대표적인 예가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이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은행의 부실대출증가를 초래하게 됐는데 이러한 부실이 향후 일본경제의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실제로 일본경제는 1999년부터 2005년 사이에 이러한 디플레이션 현상이 뚜렷이 관찰된다. 이 기간 물가 하락세가 지속(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진입))되게 되고 주가 하락속도도 가파르게 진행이 됐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현재도 이와 유사한 수순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미국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고 물가 상승세 역시 크게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낮아진 물가 수준에도 소비는 오히려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련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미국도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
'경기 침체- 물가 하락' 조합만으로 디플레이션이라 볼 수 없어
하지만 단순히 '경기 침체- 물가 하락'의 조합을 디플레이션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기침체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오히려 과도하게 높았던 물가 수준이 낮아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과거 원자재 가격의 급등 이유가 달러화 약세로 인한 투기성 자금 유입된 영향이 컸다. 단순히 경기침체 우려 뿐만이 아닌 투기성 자금의 유출이 맞물린 점이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가속화 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또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각국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 기조를 선회하고 있는 점은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원인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현상), 통화정책의 실패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정부 대응 방법은 디플레이션을 막는데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피한다면 기업의 수익성 개선 관찰될 수 있는 시점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지 않는다면 최근의 물가 상승 압력 완화는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 측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과거 기업실적의 터닝 포인트가 1)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완화되고 2)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의 차이가 확대 되었던 시점(상대적으로 생산자 물가가 더 크게 낮아진 시기: 마진 확대 효과)이었다는 점에서다. 현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위축은 부담이지만 기업들의 비용이 완화되고 있는 현상은 경기침체기에 관찰되는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