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한탄강 ‘웃길’과 ‘주상절리길’
1.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짙게 장악한 날, 조금이라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원으로 왔다. 철원은 그동안 기차역(경원선)과 북한 노동당사를 중심으로 답사했었는데, 새롭게 철원의 가장 핫한 지역인 ‘주상절리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승리공원에 주차하고 승리교를 건너 한탄강으로 내려갔다. 승리교는 한때 북한의 영역이었던 철원의 역사처럼 독특한 과거를 지닌 건축물이다. 다리 건설의 시작은 북한에서 했지만 마무리는 남한의 몫이었다. 남북의 긴장과 갈등의 상처가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2. 철원에서 시작하는 한탄강 ‘한여울길’의 출발은 강변 자갈길을 따라 시작한다. 강 건너 화려하게 만들어진 고드름의 장관이 한탄강 겨울 답사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철원 한탄강 답사는 경기 북부 다른 지역(파주, 연천, 포천) 한탄강과 임진강 답사와는 비슷하면서도 훨씬 매력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훨씬 가깝게, 깊게, 강의 진수를 만나기 때문이다. 먼저 한탄강 중심에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는 ‘웃길’ 코스는 한탄강을 장식하는 온갖 기암괴석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철원의 명물인 ‘고석정’을 바로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배를 따라 바라보는 경관과 달리 걸으면서 만나는 바위들은 집중적으로 나만의 시선으로 바위 그 자체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어떤 계곡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근접된 관찰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물과 돌의 여행 컨셉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이상적인 답사 코스였다.
3. 한탄강의 매력은 다음 코스인 ‘주상절리길’에서 절정을 이룬다. 강 중심에서 걸었던 길은 ‘주상절리길’에서는 강 옆에 높이 만들어진 ‘잔도’에서 강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바뀐다. 중심에서 외부로의 시선의 전환이다. 주상절리길은 약 3.6km 거리고 편도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웃길 & 주상절리길 모두 대한민국 강과 하천에서 만나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답사자들에게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길이 고정되어 있고,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자연의 고적함을 여유롭게 바라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좋은 것을 독점하려는 이기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탄강 코스를 걸을 때 주의할 점은 입장시간이 정해져있다는 점이다. 주상절리길은 15시에, 웃길은 16시에 표판매가 마감되고 17시가 지나면 길은 통제된다.
4. 한탄강 중심에 길을 만들어 걷게 한 것은 멋진 아이디어로 생각되었다. 강을 걸으면서 항상 아쉬었던 점 하나는, 강의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강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경험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배를 타면 가능하지만 그때에는 강과 육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런 점에서 한탄강 코스는 사람들을 강의 중심으로 만들어주었다. 강변을 걸으며 바라보는 강의 모습과는 분명 다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혼자 속도를 내어 걸을 수 있어 왕복 4시간 안에 출발지로 돌아왔다. 일행들과 풍경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약간의 피로가 느껴지지만, 평지와 다른 자갈밭을 걸으며 신선한 발의 촉감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적다면 더욱 멋진 풍경과 여유를 만날 수 있겠지만, 사계절 어느 때도 이 곳은 항상 사람들로 붐빌 것같다. 두 개의 다른 시선(가까이 그리고 멀리)으로 한탄강을 만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곳은 그만큼 매력적인 걷기 코스이다.
첫댓글 - 고석정 메기 매운탕, 배 타고 바라 본 주상절리.... 걷는 맛은 또 색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