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아리랑' 시사회 관람소감
어제 2015.07.02(목) 20:00에 서울극장 인디스페이스에서 오는 7.16일 개봉하는 영화 '밀양 아리랑' 시사회에 참석했다. 내가 '초록교육연대', '태양의 학교',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회원인 인연으로 초대되었다: 감사드린다.
이 영화는 제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경선부문 대상, 관객심사단상을 받았다. 감독: 박배일, 출연: 김영자, 김말해, 손희경, 박은숙 외, 기획/제작: 오지필름 등 제작관련사항은 blog.naver.com/miryang2015와 facebook.com/miryang.arirang을 참조하기 바란다.
한전의 765kv 고압송전선 설치계획에 대한 밀양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따른 사회갈등문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주로 밀양주민들과 경찰/한전 사람들과의 몸싸움 등 일상화된 갈등상황의 실제적 전개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사건의 주요대목들을 글로써도 기록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관련사실들을 모두 기록했다고는 보기 어렵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선택적 사실기록이라고 생각되며 그나름의 의미가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 영화가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고 보았다.
먼저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영자 어무이의 농사짓기에 대한 이야기에서 엿보이는 자연과 함께하는 농촌생활의 의미와 보람에 대한 진술은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찰들의 주민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행위들은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권력이 폭력으로 전락하는 전환점은 어디인가', '대한민국은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정부는 정책 수립과 시행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가', '대한민국에서는 인간존엄성이 보장되고 있는가','원자력발전은 합리적인가', '고압송전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합리적인 국가에너지정책은 무엇인가' 등의 물음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았다. 경찰은 심지어는 자살한 유한숙 님의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온갖 기물들과 사람들을 폭력으로써 철거했다: 여느 조폭의 폭력행사나 다름 없는
짓거리를 국민이 낸 혈세로써 자행한 것이다. 이런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영화를 보는 나의 머리에서 저절로 튀어 나왔다.
몇년 전에 탈핵을 국가 에너지정책의 주요요소로 선언한 유럽의 독일 등 몇몇 나라의 결정사실은 한국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본다. 나는 여기에 '탈핵을 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지만 원전 추가건설을 고집하는 한국정부는 에너지정책에 관한 한 불합리하기 짝이 없고 그것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원전 추가건설과 수출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그 반민주성과 야만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헌법 제1조는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밀양의 폭력화된 국가권력의 실상은 이 조항들을 거짓말이라고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대조되는 독일의 헌법('기본법') 제1조는 '인간존엄성의 보호'라는 제목 아래 1항은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인간존엄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아주 기본적이고 구체적이다. 이것은 독일이 지난 나치정권의 폭력지배체제를 뼈저리게 체험한 역사적 교훈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박정희 유신독재체제를 비롯한 30여년의 군부독재정권을 통해 참된 민주주의 의식을 체득했다고 보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 정부는 헌법 제1조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어도 주권자인 국민은 그런 불의의 현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답답하고 한심스런 노릇이다!
곧 개봉될 이 영화를 온 국민이 봐야 하고 이 영화를 통해 역사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영화의 제작진의 노고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며 아직도 진행 중인 밀양의 사태와 합리적 문제해결에의 길을 안내하는, 더욱 포괄적인 다큐멘터리가 나오도록 힘써주실 것을 기대한다. 밀양은 바로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2015.07.03, 새벽 배동인
첫댓글 교수님, 고맙습니다. 편안하시지요? 저는 백일장 대회 날 다큐멘타리 보고 감상문 쓰기를 했는데, 아이들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원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가 조금 더 섬세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서로 다르게 나올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