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더니...1억3100만원에치 재산 압류
지난 12일 오전 서울 양재동 고급 빌라촌 한산하기 이를 데 없던 이곳에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 15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빌라촌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자택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최 전 회장은 체납액 37억원으로 서울시 고액체납자 순위 5위에 올라있다.
2000년 초에 부과된 지방세를 13년째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여러차례 납부 독촉장을 보냈지만 최 전 회장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날도 서울시 직원들이 수차례 문을 두드려도 인터폰을 걸어도 인기척이 없었다.
결국 시 직원들은 경찰 입회하에 열쇄 수리공 두 명을 불러 철문 자ㅁ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갔다.
샹들리에가 화려한 1층 거실에 들어가자 굳게 잠긴 2층 안방 문이 버티고 있었다.
방 안에선 "어려운 사정이 있어요"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였다.
징수팀은 "지금 안 열어주면 강제로 연다"는 경고를 몇 차례 한 후 방문 경첩을 모두 뜯었다.
수색 취지를 설명하는 징수팀 직원들에게 최 전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회사를 모조리 빼앗긴 뒤
돈이 없어서 세금도 추징금도 못 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징수팀이 방 한쪽 금고를 열자 가장 눈에 띈 건 485만원어치 5만원권 현금 다발이었다.
이어 2100만원이 든 통장, 1500만~1800만원이 적힌 '이사장 보수 지급 명세서', 합계 27억원으로 기재된
'예금잔액 현황' 서류, 명품 시계 등이 줄줄이 나왔다.
이씨의 핸드백에선 1200만원 가량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이씨는 "그 돈은 하나님 헌금으로 낼 돈인데 가져가면 벌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징수팀은 이날 지하 1층~지상 2층 총328.37m2 규모의 최 전 회장 자택을 2시간 동안 샅샅이 뒤져
싯가 1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현금, 귀금속, 기념주화 등 금품 1억3163만원어치를 압류했다.
다만 최 전 회장 자택 압류에는 실패했다.
자택 소유자가 과거 최 전 회장이 기부해 설립한 K종교 재단으로 돼 있어서다.
인근에 최 전 회장의 자식들이 거주하는 자택 두 채도 모두 이 재단 소유로 돼 있어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1976년 신동아그룹 회장에 오른 최 전 회장은 1999년 2억6000만 달러를 밀반출하고
계열사에 1조2000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장에서 부인 이씨는 김태정 당시 법무부 장관의 아내 연정희 씨에게 고가 옷을 선물했다는
'옷 로비' 사건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추징금 1964억원을 선고받았지만 납부하지 않고 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