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 고용 물꼬 터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방안…근로지원인제도 도입
“면접을 보러 가면 ‘과연 저 장애인이 마우스는 다룰 줄 알겠어?’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항상 첫 마디가 ‘뭐 할 수 있으세요?’였다. 일에 대한 포부나 업무에 관련된 질문 대신 ‘집에서 회사까진 어떻게 왔느냐, 컴퓨터는 할 줄 아나?’하는 어처구니없는 질문들뿐이었다.”
지난 10월 24일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중증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한 워크숍’에서 김경일(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씨는 중증장애인의 취업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날 워크숍에 주제발표를 맡은 노적성해자립생활자원센터 전정식 소장 또한 “한국은 임금소득과 급여소득이 모두 없는 장애인비율이 49.5%에 달하며, 1990년대 후반 자료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단 13.4%에 불과했고 2005년 작성된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26.1%에 불과해 경증장애인 고용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며 중증장애인 취업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전 소장은 “고용측이 지니는 중증장애인의 업무능력 저평가와 편의시설 보강에 대한 심적 부담 등이 중증장애인 고용 기피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근 7-6년 사이 중증장애인 고용의 물꼬를 튼 현상들이 등장했고 그 현상들은 자립생활센터라는 사업장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고용의 대안
전 소장은 자립생활센터가 갖고 있는 중증장애인고용 강점에 대해 “먼저 자립생활센터는 높은 중증장애인 고용의지를 갖고 있음은 물론 중증장애인이 지닌 장점을 활용해야 성공하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어 의식적으로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 인지적 조직 문화와 장애 인지적 업무 환경으로 중증장애인의 근속 기간도 길어 장기근속 중증장애인들 간의 동료지지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들은 동료상담이나 활동보조서비스 코디네이팅 등 장애인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들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 소장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중증장애인들의 새로운 취업처 제공 이상의 역할 즉 ADL(장애인일상생활)이 어려운 최중증장애인들의 취업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언급한 강점들을 활용함은 물론 기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고용촉진제도와 연계해 중증장애인 취업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소장은 “즉, 최중증장애인의 고용에 있어 취업상담, 취업전 교육, 취업알선, 보조공학, 직무보조인, 사후관리와 같은 충분한 직업재활 지원이 필요하고, 동시에 동료상담, IL플래닝, 자립생활기술교육, 동료지지, 활동보조서비스 등의 자립생활지원도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바로 이러한 지점이 최중증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취업센터로서 자립생활센터가 갖는 나름의 역할”이라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근로지원인제도 도입해 중증장애인 고용 더욱 활성화시켜야
이 날 워크숍에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김 씨는 “그러나 센터에서 일을 할 때 약간의 보조만 해 주면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현재 그런 제도가 없어 활동보조인을 근로보조인으로 대체해서 쓰고 있다”고 말하며 중증장애인의 업무수행 시 근로보조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와 관련 고용개발원 황수정 연구원도 중증장애인 취업난 해소방안의 하나로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근로지원인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된 이래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 중인 이 제도는 ‘직장 내에서의 활동보조서비스’로서 일상생활의 편의 제공을 위해 현재 시행중인 활동보조서비스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황 연구원은 “2005년 실시된 장애인근로자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근로자 중 23.9%가 업무 수행 시 동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비장애인 동료의 잡무 증가와 직장 내 업무 분담의 불균형을 가져와 고용주로 하여금 중증장애인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중증장애인 고용으로 인한 갈등과 우려를 완화하고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업무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지원인제도 도입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현재 근로지원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은 각각 ‘ADA법’과 ‘TWWIIA법’, ‘사회법전 제9권’, ‘장애인고용촉진등에 관한 법률’등에 의해 근로지원인제도의 법적 근거를 갖춘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도 근로지원인서비스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황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등 관련 법률 검토를 통해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근로지원서비스 이용 권리를 확보하고 제도 시행에 따른 재원을 획득해 근로지원인제도 도입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향후 근로지원인제도 도입을 위해 해야 할 일로 “근로지원서비스의 제도화와 더불어 근로지원인서비스의 수요자인 장애인근로자의 욕구 파악, 근로지원서비스 이용에 대한 기준 마련, 근로지원인서비스의 전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로지원서비스 제도 도입에 대한 의문들
한편 이날 청중들은 근로지원인서비스의 제도 도입과 관련 품고 있던 의문들을 마구 쏟아냈다.
근로지원인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방법으로 현행법 내에 포함시키는 것과 독립된 법을 만드는 것 중 어떤 것이 효율적인가 하는 질문과 관련 황 연구원은 “근로지원인서비스의 법적 근거는 현행 고용촉진법에서 24조에 전문인력배치비용지급에 대한 조항이나 제 4조에 근로지원인서비스에 대한 조항을 들어가게 할 여지가 있으나 사실상 고용주 중심의 법으로 돼 있어 ‘고시(告示)’ 등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의 활동보조서비스와 근로보조서비스의 명확한 구분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 명확히 구분 짓기는 어려우나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근로 이외의 활동영역으로, 출근시부터는 근로지원서비스의 영역으로 보아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근로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판정기준이나 지원 자격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황 연구원은 “오는 11월 초 시범운영을 위한 파일럿테스트를 준비 중에 있으며, 판정기준과 관련해서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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