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드립니다. 뭘. 이헌태가 휴가를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이헌태가 누꼬. 아무 관심도 없는데.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저 혼자 지껄이겠습니다. 저는 지난 주, 정확히 8월 3일(일)부터 6일(수)까지 나흘간 휴가를 갔다 왔습니다. ‘휴거’가 아니라 ‘휴가’. 둘다 어디서 빠져 나와 쉬는 것은 똑같지 뭐, 내용이 틀려서 그렇지.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빠져 잠시 쉬는 것이고 하나는 인간생활에서 빠져 영원히 쉬는 것이지.
몇 해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면서 휴거란 말이 쏙 들어갔더라구요. 앞으로 ‘휴거장사’하려면 적어도 백년 아니 천년을 더 기다려야한다. 와, 엄청 길구만. ‘휴거장사’ 사이비목사들은 망했겠구만. 코드부터 그 쪽에 관해 연구를 많이 했을 긴데. 천년 사이클 장사구만. 한철 장사치고는 이렇게 긴 한철 장사는 처음 봤다. 하루살이하고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휴가란 참 좋은 것이죠. 착한 사람만 하늘나라로 뽑아 올리는 휴거도 좋은데, 있으면 좋지만 그런게 실제로 있나 모르겠네. 하여튼 죽을 때까지 휴가만 계속되면. 그건 건달 내지 ‘놈팽이’지 뭐. 그것은 절대로 안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것이 정답입니다. 노동의 기쁨이 엄존하고 있고 인간이 물질의 속박에서 완전 해방될 그날까지.
휴가. 피곤하고 찌든 도시생활의 탈출. 영업의 비즈니스(business)와 바쁨의 비즈니스(busyness)가 철자 하나 차이죠. 같다는 얘기. 정신없이 살다 보면 왜 사는 지, 어디로 가는 지 잘 모르죠. 과장이 부장이 되고 이어 사장된 뒤 다음에 어디로 가는 줄 아세요. 회장이 될 수도 있고 ‘송장’이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송장이 되어 이어 화장되어 재로 될 수도 있고. 송장이 되면 그때는 ‘억장’이 무너지죠. ‘장’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죠. 쓸쓸하게 나아가는 퇴장도 있고 내다 버려져서 팽당하는 사장도 있고요. 또 야비하게 내쫓기는 매장도 있고요. ‘장’ 가운데 가장 좋은 ‘장’이 뭔 줄 아세요. ‘게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게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없이 밥 한그릇이 뚝딱이죠. 그래서 ‘밥도둑’이라고 하죠.
수나라를 세운 문제의 부인 독고황후의 말을 경청하면 잘 된 경우도 있지만 송장이 된 케이스도 많아. ‘기호지세’ (호랑이 등에 탄 기세). 독고황후는 결단을 머뭇거리는 남편에게 “하루천리를 달리는 호랑이에 일단 탄 이상 도중에서 내릴 수는 없습니다. 도중에서 내리면 먹히고 맙니다. 호랑이와 함께 최후까지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미 대사를 일으키려고 한 이상에는 도중에서 그만 두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목적을 달성토록 힘써 주십시오”.
한국사회에서 40대, 50대 과로사 들어보셨죠. 정상의 출세를 위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미친듯이 앞만 보고 ‘고’하는 경우가 더러 더러 있습니다. 자칫 열심히 일한 당신, 영원히 떠날 수가 있습니다’
황당 케이스. 말을 타고 정신없이 질주하는 남자보고 “자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나”하고 물으니 “그건 나도 모르니 말에게 물어보게나” 했다고 하네요. 사람들의 인생살이 다 이 모양이 꼴이죠. 불행이 오기 전에 멈춰야 합니다. 휴가를 갖고 썰 푸는게 너무 심했나. 이번 휴가를 계기로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살자는 이헌태의 간곡한 말씀.
이헌태는 마누라, 아들,딸 가족 전부를 데리고 딸 승은이의 친구인 김해연 가족과 함께 속초앞바다에 갔다 왔다. 두가족 총 8명. 숙소는 작년 여름휴가 때와 똑같이 경동대학 기숙사. 잉, 웬 기숙사. 이헌태가 겪은 ‘휴가 10제(題)’를 구수한 이빨로 풀어본다.
<> 휴가 1제 - 국토순례단
8월 3일 일요일 새벽 6시 15분, 꼭두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이번 휴가길의 교통편은 7년 가량 정들었던 아반테차가 아닙니다 아니고요. 얼마전 회사차원에서 값싸게 인수한 최고급 다이너스티차를 타고 갔습니다. 갔고요. 아스팔트위를 ‘사르르’ 가는게 차가 좋긴 좋더라구요. 이헌태, 신수가 나아지고 있구만. 직원들에게도 회사일이든 개인용무든 필요하면 회사차를 이용하라고 했어요. 바뀐 차자랑 그만하고. 네.
험한 태백준령을 넘어 동해안쪽으로 넘어가니 도로변에 어린이 국토순례단이 곳곳에서 눈에 띄더라구요. 예전에 없던 모습입니다. 한창 유행인 모양이에요. 아름다운 조국의 산하를 구석구석 누비고, 자신의 내면을 강하게 단련하고 , 애국심을 키우고 더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인으로서 자세를 다지는 것은 너무 너무 좋은 일이죠. 부디 나라발전의 초석이 되는 동량(棟 木梁)이 되거라. 나라가 거지가 되어 비참하게 동냥질이나 하는 ‘걸뱅이’가 되지 말고. 조국이 국가경쟁력을 잃고 먹고 살 기술이 없으면 거지나라, 동냥국이 되는 거지 뭐. 경제계에서 “앞으로 10년후 뭐 먹고 사나”라고 걱정이 태산이더라구요. 제가 봐도 큰 걱정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삽시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헛소리 추가. ‘국토순례단’의 원조가 누구인줄 아세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노래부르며 깡통차고 전국을 누빈 ‘거지 각설이’. 동냥질하면서. 지금의 국토순례단은 돈내고 고생하죠. 한마디로 '사서 고생’즉 '돈내고 고생'. 와, 거꾸로네.
저도 백두대간종주를 위해 열심히 산행하고 있지만 국토순례를 청소년 시절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저희 국민학교때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나는 국민학교라는 말이 더 익숙해있다. 내가 국민학교라고 한다고 경찰서에서 잡아가겠나) ‘보이 스카우트’ 대원이 되고 싶었는데. 그때는 부자집 아이들만 했더라구요. 가난한 교육자 집안의 아들이었던 이헌태는 언감생심.
국토순례단은 대략 몇일 걷는지. 집에서 꽃처럼 곱게 자란 아이들로서는 여간 고생이 아니겠죠. 시쳇말로 ‘사람 잡는다’고 봐야죠. 학동들이 속으로 울든 말든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했지만 조국의 품안에서 조국의 향내를 맡으며 햇빝에 탄 누런 얼굴이 웬지 늠늠해보이기도 했다. 부모 강요에 못 이겨 나온 놈도 있겠지만. ‘타의에 의한 인생행복’이라고나 할까. 인생은 원래 그래요. 자의, 타의로 사는 거죠 뭐. 김종필씨가 젊었을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유를 떠났잖아유. 인생이 자의만 있어도 재미없고 타의만 있어도 재미없고. 국토순례 어린이 여러분, 다들 인생에 있어 큰 전환이 되는 좋은 성과가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대한민국 전어린이의 국토순례’를 기대하며.
전에 제가 한번 그랬는데. 인생 70살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엄청 긴 시간입니다. 그 긴 시간에 자신의 국토, 그것도 끝도 없이 광활한 미국도 아닌 중국도 아닌 이 손바닥만한 작은 대한민국의 산하를 한번 다 둘러볼 시간이 없다는 것은 본인의 게으름의 소치가 아닐까 확신, 확신, 확신하는 바입니다. 만화책이야 10년 동안 애독해도 별 볼 일없지만 금수강산을 10년동안 찾아다니면 죽어도 여한이 없죠. ‘국토순례단’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나라로 봐서 좋은 징조이지만 혹시 장사속이 있을까 그게 쬐금 걱정. 아니면 말고. 현대에 살면 매사를 어떤 나쁜 의도가 있나는 식으로 한번 체크하게 되거든요. 이헌태가 나쁜 게 아니고 세상이 나쁜 거죠. 정확하게 얘기하면 세상도 좋고 이헌태도 좋은데 나쁜시끼들이 더러더러 있죠.
보너스, 자녀 교육법. 강하게 키워야 합니다. 너무 강하게 키우면 뿌라지고.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워라’ (제인넬슨, 쉐릴 어윈 공저). 이 책은 근래 부모들이 ‘번데기 껍집을 벗고 나오려는 나비모습이 안쓰러워 나비 껍질을 잘라 주는 어린 소년같다’고 비판. 결국 나비는 힘을 잃어 죽기때문. 어린이들의 과보호 뒤에는 ‘그래 잘해 주지도 못했는데 이 정도도 들어주지 않으면 난 정말 나쁜 부모가 될지도 몰라’라며 부모의 죄의식이 작동했다고 지적. 시련과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가도록 키워야 한다는 주장. 맞습니다, 맞고요. 저도 찬성합니다.
또하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떠나는 10단계 여행’ (레이텀블) 40여년의 교육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부모되기 위한 프로그램 제시. 부모의 유형을 1)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해주는 부모 2) 아이에게 거의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부모 3) 쓸데없이 많은 것을 해주다가 꼭 필요할 때는 거의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부모로 분류. 이헌태는 어떤 부류일까. 반성되구만. 저는 요, 시간나고 기분 좋으면 쬐금 신경써다가 아니면 말다가 지 멋대로, 지 편한대로죠. 잉. 이헌태, 자녀교육 똑바로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그래도 잘 자라더라구요. 다 저의 팔자고 저의 복이죠.
<> 휴가 2제 - 하루 일만원 숙박비
이헌태의 숙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경동대학 기숙사.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모두 떠나 텅빈 기숙사를 여름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민국에서 이렇게 비경에 둘러 쌓인 위치 좋은 대학은 처음 봤어요. 뒤로는 한국 최고의 명산 설악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태평양, 너무 거창했나, 동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경치완벽 대학’이더라구요. 공기 좋고 물맑고. 지리적으로 위치적으로 한국 제1의 대학이죠. 그것도 자랑인가요. 자랑이죠.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는. 가만히 있어도 도가 닦이고 공부가 되는 학교 같더라구요.
나온 김에 한국 최고대학을 한번 정리해보죠. 입시 성적으로는 서울대학교가 한국 최고죠.인간성들은 어떤지. 경치상으로는 경동대학이 한국 최고. 핵심포인트, 대학 졸업생 수준으로는 이헌태가 나온 연세대학교가 한국 최고. 이헌태 갖다 붙여라. 아니면 그만이고. 남 잘난 것이 아니고 잘난 ‘체’하는 꼴을 못 봐. 특정학교 패거리 만들지 맙시다. 나라 발전의 암적존재. 죄송합니다. 고치겠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경동대학의 기숙사 이용료. 한 가족이 한 방을 쓰는데 하루 숙박료가 만원이에요. 여름 휴가피크시즌 동해안 숙박시설 하루이용료가 보통 10만원 내외. 거기비하면 너무 싸다. 너무 싸다. 샤워실, 화장실, 2층침대 4칸. 한가족이 지내기 충분하더라구요. 쓰레기 처리비용을 감안하면 하루 만원은 사실 공짜인 셈이죠.
이헌태 공짜 너무 좋아하지마라. 경동대학이 기숙사를 개방하게 된 슬픈 사연. 근래 지방대학이 학생유치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고교 졸업생들이 들어가는 2년제 ‘대학’이나 4년제 ‘대학교’의 수가 급격히 불어나 수급에 불균형이 생긴 것이다. 특히 지방대학은 입학생유치에 사활을 걸고있죠. 그렇지 않으면 재정상 생존조차 힘들게 되었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방대학이 적자생존의 논리에 따라 폐교도 불가피해졌다고하네요. 학교들, 특히 교수들도 학생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죠. 교수들은 학생유치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취업알선에도 목숨을 걸고 있죠. 교수님들이 학문 연구는 안하고 우째 학생들 유치와 취업걱정으로 날을 새우나. 우째 세상이 이렇게 되었노.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생존의 전당’으로 바뀌었네. 내 친구들 오래전에 지방대학 교수되었다고 좋아했는데 이제는 고생이 많구만.
경동대학도 아이디어를 냈죠. 천혜의 관광지라는 장점을 발휘해서 전국의 고3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미끼, 유인책을 던진 것. 너무 표현이 심했나. 미래의 한국을 책임질 2세들의 교육현장 일선에서 땀을 흘리며 분투하시는 고3선생님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게다가 휴가차 오셔서 학교를 직접 방문, 재학생들의 교육환경과 취업실태도 직접 보시라고 초청한 거지. 또 빈 기숙사도 잘 활용하고. 그렇겠지. 죄송합니다. 이헌태, 니는 매사를 좋게 봐야지. 알겠습니다. 경동대학 영광이 있으라.
질문이 있다구요. 이헌태하고 고3선생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구요. 바로 여기서 밑줄 쫙. 딸자랑을 하지 않으려고, 팔불출이 더 이상 되지 않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는데 이 대목에서 안 할 수가 없어요. 딸 때문에 갈 수 있었죠. 딸아이의 친한 친구 아버지가 고3선생님이시거든요. 궁금증이 다 풀렸죠. 명쾌,상쾌,통쾌,유쾌하게 풀렸죠. 결론은 버킹검. 딸때문. 딸때문이라고 결론까지 내고 너무 심하구만. 당신들도 내 딸 같은 딸 가져봐라, 더하지 더해.
명쾌,상쾌,통쾌한 책이 있더라구요.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라는 책. “63억명이 살고 있는 이 세계를 100명(원본은 10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해보면 어떻게 될까. 52명이 여자이고 48명이 남자. 90명이 이성애자이고 10명이 동성애자. 20명이 영양부족이고 15명이 비만, 33명이 기독교도이고 19명이 이슬람교도, 2명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고 단 1명이 대학교육을 받고”.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확되는 책이죠. 아이디어가 쌈빡.
다시 얘기 돌아가서, 아들보다 딸이 부모에게 더 잘하는 세상이라서 ‘아들, 딸 구분하지 말고 낳자’라는 말은 이제 일상어가 되어 버렸지만 어린 딸이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었다는 얘기는 참으로 드문 일. 계산해보니 딸 때문에 대략 30만원이상 절약하게 된 셈. 효녀구나 효녀. 이헌태, 참 말도 잘 만든다. 딸 자랑을 희한하게 붙여 하는구만. 썰렁한가. 저희 딸이요, 아부지를 닮아 헛소리 아니지 유머를 얼마나 잘 하는지. 썰렁할 때는 ‘설렁탕’ 먹으면 된다고 하네요. 그럼 우거지국은 우거지상일 때 먹나. 저희 집은 헛소리는 ‘부전자전’이 아니라 ‘부전여전’’부전딸전’. 초등학교 2학년인데 말하는게 어른같죠. 저희 어릴 때하고는 완전 다르더라구요. 우리 마누라 왈, “당신보다 딸이 더 어른같아”. 너무 하구만.
저는 자녀교육과 관련해서는 이 시를 좋아해요. 미국의 교육학자 ‘도로시’의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라는 시.
“만일 아이가 나무람 속에서 자라면 비난을 배웁니다/ 만일 아이가 적개심 속에서 자라면 싸우는 것을 배웁니다/ 만일 아이가 비웃음 속에서 자라면 부끄러움을 배웁니다 / 만일 아이가 수치심 속에서 자라면 죄의식을 배웁니다 / 만일 아이가 관대함 속에서 자라면 신뢰를 배웁니다 / 만일 아이가 격려 속에서 자라면 고마움을 배웁니다 / 만일 아이가 공평함 속에서 자라면 정의를 배웁니다 / 만일 아이가 인정 속에서 자라면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배웁니다 / 만일 아이가 받아들임과 우정 속에서 자라면 세상에서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살을 하지 않겠죠. 요즘 유행인가. 왜 죽어, 끝까지 살아 남아야지.
칠순의 나이에도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피우며 늙으신 부모님을 즐겁게 했다는 중국 노래자 (老來子). 그는 죽기 전에 나체로 거울 앞에 서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이름을 부른 뒤 “당신께서 주신 몸을 단 한 개의 상처, 단 한 개의 할큄도 없이 보전해 왔노라”라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하네요. 대단하다, 그 정도까지야. 저는 어릴 때 워낙 개구장이라서. 머리 빡빡 깍으면 빠끔빠끔 온통 상처 투성이인데. 어릴 때 개구장이는 봐준다고요, 감사합니다. 하여튼 자신의 몸을 잘 보존해야지. 왜 죽어.
노래자 선생, 질문 하나. 쌍꺼풀수술, 코수술, 성형수술은 어떻게 되나요. 2003년 한국의 여성들가운데 성형수술 안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대만언론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비롯 한국여성들이 거의 다 뜯어 고친다고 비아냥대었죠. ‘한국 전여성의 불효화’, 한국여성 전부를 불효자로 임명합니다. 한나라가 통째로 ‘불효국’으로 지정되기는 처음이겠다. 아니라구요. 멋을 낸다고요. 모르겠다, 넘어가자.
<> 휴가 3제 - 배달민족의 자랑. 짜장면 배달
라면 끓이나, 태양이 지글지글 뜨겁게 작열하던 3일 오후 2시쯤 경동대학에 도착하자마자 집을 풀고 두 집 아들 두 명만 데리고 바로 학교앞 봉포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이내 저 깊은 심연의 동해바다속으로 풍덩. 두 집 부인과 두 딸은 알고보니 같은 백사장이지만 저멀리 떨어진 인근 천진해수욕장으로 갔고 핸드폰으로 연결된 해연이 아버지도 그곳으로 가서 반나절 이별하게 되었다. 큰 해변가의 양쪽 끝을 차지한 두 해수욕장. 멀찌감치 보였지만 서로 놀기 바빠 상봉에 실패했다. 서로가 “답답하면 오겠지”. 사회에 나와 너무 잘 나갈 때는 동창회에 오지도 않는다는 말이 실감. 아쉬운 게 없으니. 잉. 그렇게 살지 맙시다.
봉포해수욕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포복절도’, ‘파안대소’ ‘박장대소’할 일이 발생. 모래사장에 설치된 휴양소관리소에서 아짜씨가 마이크로 ‘짜장면 곱빼기 시키신 분’이라고 크게 방송하는 것 아닌가. TV에서 코메디언 이창명씨가 바다에 배를 타고 가면서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광고를 해서 대히트친 적은 있지만. 이 광고가 연상 나서인지 모두들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서울 한강변 낚시꾼들이나 농촌 들녘에 짜장면이나 커피배달은 익히 들었고 직접 보았지만 해변 백사장에서 중국집 요리배달은 처음 봤다. ‘장하다, 한국의 배달문화’. 시베리아나 적도에서도 굶어 죽지 않을 한국의 자랑스런 기상이여. 한국이 배달민족이니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달을 잘하지. 대학교 안까지 오토바이 타고 전화한지 5분안에 배달하는 나라.
질문하나. 배달(倍達)民族이 두 배(培)로 빨리 배달 (配達)하는, 진짜로 배달 잘하는 民族이라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아니고요. 배달민족이란 말은 상고 시대의 칭호라고 하네요. 이헌태, 아무리 그래도 民族을 갖고 장난을 쳐서야. 죄송합니다. 아직 인간이 덜 되어서. 정치권에서 중간에 돈을 싹 가로채는 ‘배달사고’가 많은 것은 왜 그래요. 먹어도 되는 검은 돈이니까 그렇죠.
<> 휴가 4제 – 모래사장속의 찌짐
4일은 아예 하루종일 두 가족이 학교 바로 앞 봉포해수욕장에서 텐트 쳐놓고 죽치고 눌러앉았다. 이헌태는 나이는 어른이지만 놀 때는 아가들처럼 화끈하게 잘 놀아요. 나도 인간인데, 놀아야지. 나이 들면 아이들이 된다고 하잖아요. 저는 나이들기 전부터 아이처럼 놀았어요. 보통 어른들은 폼 잡거든요. 왜 폼잡아. 안 놀면 지만 손해지.
5일에는 인근 도원계곡에서 물놀이했지만 저는 가자마자 시원한 물에 풍덩 들어가요. ‘아, 쉬원해’. 도원계곡이 설악산 자락이어서 그런지 물도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름처럼 ‘무릉도원’ 같더라구요. 용인 ‘카라비안 베이’에 가면 저는 저혼자 하루종일 잘 놀아요. 재미잖아요. 어른들 제발 폼 좀 잡지 맙시다. 재미있으면 몸이 가는대로 놀아주세요. “이헌태, 언제 철들래”. 저는 그런 철은 들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어주어야죠. 제가 그래서 스트레스가 별로 없고 병도 없나.
잡소리가 너무 길었죠. 해수욕장 두번째 이색풍경. 저희 텐트 옆의 텐트 팀이 글쎄. 찌짐을 해먹고 있더라니까요. 애들이 놀다와서 손으로 찌짐을 찍어먹고 참 부럽기도하고, 참 대단하다 싶더라구요. 백사장에서 찌짐을 해먹다니. 전세계 해변휴양지에서 후라이팬가지고 와서 요리해먹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지 않을까. 한국의 배달문화도 짱이지만 한국의 요리문화도 짱이죠.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혹한의 시베리아나 열사의 사막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밀가루와 나물,재료만 있으면.
삼시 세끼 밥 때, 경동대학 기숙사 건물 옆에 설치된 취사소를 보셨나 모르겠네요. 대형천막이 몇 개 세워져 있고 4인용 간이식탁과 의자들이 수십개 설치되어 있어요. 간이수도와 음식물쓰레기처리소도 있고. 잘 보면 밥짓고 요리할 때 코펠이 아니라 밥솥은 기본이 되어가고요. 닭고기 개고기를 삶아서 뜯어 먹고 죽까지 만들어 먹는 집, 심지어 달걀 후라이까지 해먹더라구요. 여유죠. 이건 휴가가 아니라 아예 가정부엌을 옮겨 놓았더라구요. 이러다보니 누구든지 휴가 갔다오면 살쪄서 고민거리 하나 혹처럼 붙여오죠. 평소에는 잘먹지 않는 아침식사라도 여기서는 꼭 먹어야하니까.
이런 모습은 부모를 모시고 형제, 동서끼리 피서가는 가족형 휴가가 확산되고 있고 냄비나 솥을 실을 수 있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피서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죠. ‘한국형 피서요리문화’라고 명칭을 붙이면 되지 않을까. 한국의 요리문화, 만세.
사실 한국사람이 한국자랑하는게 낯간지럽지만. 제가 봐도 한국의 요리 문화는 세계가 놀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치하나만 해도 얼마나 요리가 많습니까. 김치, 물김치. 그것도 종류가 엄청나죠. 김치전. 김치국. 할 수 있는 것은 요리저리 다 해먹죠. 중국이 책상다리 빼놓고 육,해,공 살아있는 것은 다 재료로 해 요리를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원숭이 골요리 먹고, 사향고양이 잡아먹고, 아주 소름 끼치고 엽기적이고 더티한 재료까지 다 써다가 ‘사스’ 때문에 나라가 홍콩갔다가 왔잖아요. 홍콩이 이제는 중국땅이라서 괞찮다구요. 알겠습니다. 중국의 구역질 나는 재료를 빼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재료를 갖고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음식1등국가'라고 자부합니다. 억지로 만들면 요리가지 수가 1만개는 되려나. 세어 본 사람 있으면 긴급 연락요망. 그 가운데 몇 개나 먹어 보았는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매끼 다른 요리를 먹어 한국은 물론 전세계 요리는 다 먹어보고 죽을 수 있는데. 그 재미로 대통령하는데. 부패하면 욕하지만 음식 다양하게 먹으면 식도락가.결론, 요리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우수민족이라면서요. 한국요리만세, 대한민국만세.
<> 휴가 5제 – 전격 보트구입
물건 사는데 있어 늘 주저하는 ‘짠돌이’ 이헌태. 정확하게 말해 ‘짠돌이’ 하고는 거리가 멀고요.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죠. 가정에서도 소파하고 식탁, 침대만 있으면 되지 다른 장식품이 뭐가 필요하나. 옷도 걸칠 옷만 있으면 되지. 밥도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음식도 한 두가지만 있으면 되지. 정확하게 말해 ‘검소’. ‘물욕’이 없다는 거죠. 이같은 이헌태가 용기를 내어 거금을 쾌척, 보토 한대를 샀어요. 이헌태의 재산품목, 특히 부동산에 추가할 정도는 아니고요.
이헌태는 동산, 부동산 합쳐서 별로 없죠. 아파트 대출금 빼고 나면 쬐금. 지난 15년동안 사회생활하면서 재산은 한푼도 축적 시키지 않았죠. 쪽 팔리지만 처가에서 도움을 많이 주었죠. 저의 철학, “온 국민이 잘 살 때까지 나 혼자 잘 살아서는 안된다”. 알뜰히 살았으면 집값 상승까지 감안하면 2-4억원의 재산을 더 늘렸겠죠. 하지 않았다고요. 의지를 갖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무능의 극치라구요. 저는 앞으로도 걱정도 안해요. 여태까지 가족을 포함해서 건강하게 산 것만해도 고마운데.
조선말 거상 임상옥. 그는 자손들에게 “재산은 화의 문이요, 유산은 몸을 베는 칼”이라고 하면서 끝내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죠. 재산기부운동이 요원의 들불처럼 번져라! 인간은 만족이 아니라 자족으로서 욕망을 채울 수 있다고 하네요. ‘공수래 공수거’. ‘과유불급’ (지난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 좋은 말 많죠. 또 “재물이란 물과 같은 것”. 원래 재물은 내 것과 네 것이 없고 내 손안에 들어온 재물은 잠시 머물러 손으로 잡으면 곧 빈손이 된다.
이헌태의 좌우명. 법정스님의 무소유, 또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간된다”는 마하트마 간디까지는 아니고요. “온 국민이 잘 살 때 까지”. 어떤 사람들은 저희 깊은 뜻을 모르고 국민 모두 다 수준을 낮춰 똑같이 가난하게 살려고 하더라구요.
운동권 출신분들 가운데 더러는 망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노선에 미련을 못 버리고. 무너진 그런 나라 쳐다보고 실망하지 말고 주변의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살면 다 젊은 시절,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때 그 정신이 유지되는 것. 그런 나라 무너졌다고 세상 한탄하면서 나몰라라하고 나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위선과 허위.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졌다고 그 핑계대고 예전의 순수한 생각을 확 바꾸면 안되죠. 저는 민주화와 사회주의를 위해 데모도 많이 했던 대학 때와 지금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죠. 살다보니 세태에 물든 것도 있겠지만 젊은 시절 생각이 맞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틀린 대목도 엄청 많더라구요.
이야기가 옆 길로 샜구만. 결단을 내려서 보트, 정확히 말해 13만원짜리 튜브보트를 구입했죠. 쾌 크더라구요. 성인 3명도 거뜬하게 탈 정도.주변에 이 튜브보트를 사는 사람이 아직도 거의 없더라구요. 술한잔 덜 마시는 택치고, 딸 잘두어 휴가비용이 크게 줄었는데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제가 늘 하는 말 집값에 비해서는 껌값이지뭐. 비교할데를 비교해라. 이헌태, 한심한 놈.
바닷가에 나가보니 튜브보트가 대히트 쳤어요. 노저으면서 물살을 빠르게 헤쳐 나가는게 너무 너무 즐거웠어요. 해변가 사람들이 모두들 빠르게 노를 저을 가는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중2생인 내 아들도 대만족, 초등 6년생인 해연이 오빠도 대만족. 두사람 다 금방 배우더라구요. 짜식들 커서 여친을 배에 태우고 잘 저으가면 인기 좋겠구나. 여자들 잘 꼬시겠다. 아버지가 무슨 소리. 아줌마 둘, 해연이 아빠 모두들 대만족. 쉽게 얘기해서 잘 갖고 놀았죠. 세상이 바뀌어 남자든, 여자든 성별불문하고 이성친구를 잘 갖고 노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하네요.
그런데 요즘 영화들 보면 겁나요. 바람난 가족, 싱글즈, 결혼은 미친 짓이다.앞집여자등등.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보니 인기연예인 엄정화가 훌라당 벗고 후다닥하는 장면이 대단하더구만요. 시집은 우째 갈려노. 그영화에서 엄정화가 감우성에게 맨날 '자신있다'고 해요. 여자대통령이 될 자신, 회사 사장이 될 자신인가. 뭔 줄 아세요.'남편에게 안들킬 자신'. 잉. 드라마 '앞집 여자'에도 나온데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들키면 유죄 안들키면 무죄'
이헌태가 튜브보트를 사면서 국민 모두에게 주는 교훈. ‘사고 칩시다’. 인생이 짧습니다. 하고싶은 것은 하고 삽시다. 단돈인지 거금인지는 모르겠으나 13만원짜리 고무보트 타고 싶다고 부러워 침 질질 흘리지 말고 집에 부도나지 않을 정도면 사서 가지고 놉시다. 중요한 포인트, 몇 년간 이용할 수 있다고요. 고무보트를 해연이네 집하고 공동소유라고 제가 일방적으로 지정. 자주 이용하라고.
<> 휴가 6제 – 바다에 눕기
바다에 누워. 눕는 것은 좋아해서. 잉. 웬 야한 얘기. 바다에 눕는 것도 별미이며 운치가 있더라구요. 침대 물놀이 기구위에 대자로 누워서 아들이 빠르게 저어가는 고무보트 끝을 붙들고 바다 수면 위를 스치면서 갔죠. ‘높은 음자리’가 부른 ‘저 바다에 누워’라는 대학가요제 노래가 생각납니다.
바다에 누워서 저쪽 해변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본다. 그 사람들의 발바닥 위치에서 쳐다보니 모두 다 높게 보인다. 모든 사람들을 늘 저렇게 높게 보고 귀하게 보면 세상이 얼마나 화평하고 정으로 가득찰까. 바다에 누우니 그 대신 바다의 시계거리는 매우 짧다. 서서 보는 수평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누우니 출렁하는 파도만 보인다.일렁이는 물결속에 바닷물과 한 몸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바닷물이 된 것같다. 백두대간을 산행하면 산과 하나가 되잖아요. 바다에 누우니 바다와 하나가 된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 태아가 양수에서 자라듯 바다는 인류의 영원한 안식처.
그러나 바다에 누우니 땅에 누워서 땅을 보고 하늘을 보는 것과 다른 것 같다. 땅에 누우면 땅은 푸근한데 바다는 안식을 주면서도 왜 무섭게 느껴지나. 또 내가 너무 초라한 것 같다. 강물에 떠 흘러가는 맥빠지고 힘없는 낙엽처럼. 땅은 인간이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은 ‘풍요의 장난감’이지만 바다는 인간의 힘으로는 꼼짝도 못할 ‘거대한 괴물’이다. 고대 로마시대 정치가, 철학자인 키케로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 제국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역시 바다는 두려워. 인간은 산에서 살아야지 바다에서는 살수가 없겠구나. 바다는 거친 어부가 좋아하는 곳. 파도와 싸워야하는 투쟁의 현장. 예전에는 수시로 목숨을 앗아갔던 비정한 곳.
바다하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생각나죠. 패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인내하는 노인의 말.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인간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는 않는다”"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헤밍웨이의 책에 나오는 노인은 강한데 그 노인을 만든 헤밍웨이는 왜 자살했는가. 이상하네. 요새 자살이 유행이잖아요.
여러분, 상식하나. 바다에 누워 바닷물을 보니 바다가 온통 푸른색이 아니고 초록색이더라구요. 멀리서 보면 푸른 빛이지만. 녹조식물이 그래서 나왔구나. 바다에 누워있으니 바다에 담긴 온몸이 초록색으로 물든 것 같더라구요. 또 땅위의 식물도 보통 초록색이잖아요. 땅과 바다는 초록색이 기본이네. 하늘은 푸른색. 천지는 녹색과 청색이 양축이네. ‘좌초록 우파랑’. 인간은 흙색. 천지인의 색깔은 녹,청,갈색.
<> 휴가 7제 – 알뜰 휴가법
알뜰 휴가법을 소개해드리죠. 이것은 진짜로 도움되는 얘기입니다. 입으로 만이 아니라 금전적으로 도와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찰 박치기. 경동대학 기숙사에서 3박을 지냈는데 저녁마다 취사소 마당에서 ‘왕의 만찬’처럼 거나하게 먹었습니다.
첫날은 닭도리탕, 둘째날은 돼지목살구이 셋째날은 바다회. 이 정도면 돈이 왕창 날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첫날 닭은 고양시 집 부근에서 미리 사왔죠. 둘째, 셋째날 음식은 속초시내 중앙시장에서 제가 직접 장만했죠. 경동대학에서 차를 타고 가니 10분도 안걸리더라구요. 현지 주민들이 오고 가는 시장이 싸고 맛있더라구요. 저거들끼리는 싸고 맛있는 거 먹는데 비해 일년에 모처럼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한테는 (사실 더 잘 해주어야죠)관광주변식당들이 바가지 씌우고.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을 직접 공략한거죠. ‘정공법’
과연 예상대로 좋더라구요. 돼지목살 3근, 2만 1천원천. 싱싱한 상추와 깻잎, 고추가 5천원, 총 2만 6천원. 이날 두가족이 맛있는 촌고기로 포식했습니다. 늘 얘기했죠. 촌 고기는 맛있다고. 촌사람들이 가난하고 힘들어도 맛있는 것은 저기끼리 다 해먹는다고. 도시사람들에게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맛없는 고기만 팔고. 나쁜 사람들. 미워, 미워, 미워.
중앙시장내 회센터. ‘진숙이 엄마’ 횟집. 어찌나 아지메가 마음씨도 좋은 지. 아이들이 있다고 하니 옆집에서 오징어를 한마리 꿔다가 쓸어 덤으로 주네요. 우럭에다가 전복치, 놀래미회, 멍게. 또 물만 부으면 되는 매운탕 재료까지 푸짐하게 싸준다. 총 5만원. 식당에 가면 10만원은 되겠구나. 국민 여러분, 속초부근에 가면 속초 중앙시장을 이용 해보세요. 회거리 갖고 방파제에서 철썩 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쐬주 한잔 걸치면 지상낙원. 알뜰 피서법을 올해 제가 첫 시도를 해보니 너무 너무 좋더라구요.
이헌태가 남긴 명언, “약간 귀찮으면 크게 이득이 된다”. 제가 왜 이 대목을 크게 얘기하느냐면은 요, 휴가 가서 먹는 값이 장난이 아니라서요. 다, 아시죠. 먹으러 가는 지 놀러 가는지. 사실 휴가의 즐거움의 반은 먹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이번 휴가 때는 귀경할 때를 제외하고는 외식한 번 안했어요. 대단하다. 낮에는 라면에 밥 말어 먹고. 맛이 기가차죠. 아침식사는 참치찌게, 된장찌개로 간단하게 때웠고요. 이번 휴가때 진짜 알뜰 피서했죠. 이헌태는 항상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아니면 그만이고.
<> 휴가 8제 – 동해안 1천만명 돌파
속초의 지역뉴스방송에서 올해 해수욕개장이후 동해안을 찾은 휴가객이 1천만명 돌파했고 1천5백만명의 목표는 곧 달성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와, 입이 쫙 벌어지네. 대단하네요. 어떻게 해서 전체 남한인구 4천 7백만명 가운데 4분의 1이나 동해안을 찾았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자할 때보면 정치행사 참석자가 보는 사람에 따라 가령 5만명에서 50만명까지 크게 차이가 났는데, 무슨 근거가 있겠지 뭐. 동해안에 붙어있는 도시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것도 포함되나. 모르겠다. 똘똘한 民族의 똘똘한 국민들이 다 연구를 잘 했겠지 뭐.
1천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동해안을 찾으니 동해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구나.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 동해는 뭔가 ‘동(動)’하는 바다인갑다. 남해와 서해는 어떤가 모르겠네. 게임도 안되네.
휴가는 여름휴가가 왔따죠. 더우니 일하기 귀찮고 해수욕은 여름 해수욕이 짱이고. 그러니 휴가를 사시사철 분산해서 가자는게 통할 리 없고. 모르겠다, 길이 막히면 그것도 추억이지 뭐, 속편하게 생각하고 살아야지 뭐.
1천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니 한반도의 동쪽으로 가는 길은 길마다 꽉찼지. 곳곳에 크고 넓은 도로를 만들어 봐야 소용이 없어요. 건설공화국, 도로공화국, 차공화국, 차교통체증공화국. ‘민주공화국’이 최고인데 이상한 공화국이네. 정치학원론에 나오나. 마산에서 대구를 거쳐 강원도 춘천까지 이어지는 , 소위 영남과 강원을 잇는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인지 동해안쪽과 강원도쪽에서도 영남쪽 차량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더라구요. 참 세상 좋아졌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길이 막히니.
놀라지 마세요 귀경하던 6일(수)이 평일이었는데도 오전 11시에 출발, 저녁 11시에 겨우 집에 도착했어요. 기가 막혔죠. 그 행렬을 비행기에서 사진으로 찍었으면 어떨까. 이헌태가 사는 고양시는 서해바다와 인접한 곳.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반도의 허리가 가느다란 뱀처럼 이어져있네. 우주인들이 지구를 보면서 한국을 참 특이한 나라라고 생각하겠구만.
차로 그 긴 도로를 도배했구만. 차로 도로를 깐 나라. 섬이면 가라앉겠다. 그래서 ‘차강국’이 되었나. 50년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이 명실상부 선진국의 상징인 자동차로 세계를 누빌 줄 누가 알았나. 하여튼 이래저래 대단한 나라야.
<> 휴가 9제 – 아름다운 교통체증
교통체증하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열받죠. 저도 예외는 아니죠. 밀리는 도로에서 뻥튀기나 삶은 옥수수를 파는 장사꾼들을 제외하면. 모처럼 ‘기분 나쁘지 않은 교통체증’을 만났죠. 오전 11시 미시령 고개를 넘기 위해 속초시내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부터 차는 밀렸다. 곧 괜찮겠지 했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네. 시작부터 이러면 어떻게 하나. 짜증이 날려다가 주변을 보니 너무 너무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산을 보면서 겪는 교통체증은 ‘아름다운 교통체증’이 아닐까. 한강변 도로체증도 마찬가지. 지하도에서 교통체증은 거의 지옥수준이죠. 음악 틀고 노래나 들어야죠 뭐.
설악산 특히 울산바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설악산의 형상이야 말하면 입아파, 동양화 한폭이죠. 울산에서 금강산 가다가 쉬어버린 울산바위는 홀로 잘난 듯이 낙타등처럼 갑자기 움푹 쏟았고, 수만년의 장고한 연륜이 깃든 회색의 큰 바위들이 웅크리고 앉아있다. 오랜 세월의 풍상이 비경이란 흔적으로 남아있다. 차 밖으로 구경하느라 교통체증도 못 느낄 정도다. 괜찮은 교통체증도 있네. 설악산을 요리보고 조리보며 이렇게 오래 감상한 적은 이전에 한번도 없었다.
역시 아름다운 설악산이야. 어쩌면 저렇게 용처럼 웅장할까. 어쩌면 저렇게 천태만상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한국의 제1의 명산에 휴가온 기쁨이 크다. 이헌태의 장점 하나. 늘 좋게 생각한다. 교통이 막히면 짜증을 낼 만도 한데 그것을 좋은 기회로 반전해서 설악산을 차분하게 보는 행복을 느낀다.
이헌태가 강조하는 말, “인생은 다 생각하기 나름”. 불교에서 ‘일체유심조’. 온 국민이 호루라기불자마자 한꺼번에 대이동하는 명절 때보다 훨씬 더 긴 12시간의 교통체증을 겪고서도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며 행복하다는 이헌태. 거의 또라이수준이네. 아닙니다 아니고요.
‘아름다운 교통체증’을 아셨죠. 최근 유행이더라구요. 모 항공사가 내세운 슬로건, ‘아름다운 사람들’, 활발하게 1%기부문화운동을 펴는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우리 모두 동참합시다. 저도 곧 동참하려고. 남은 재산 사회에 환원해야죠. 이헌태야, 왕창 모아서 기부하기 전에 남길 재산 거의 없이 쓰겠지만. 쬐금이라도 남으면 사회에 기부해야죠. 자식이야 알아서 살겠죠. 저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보너스 하나, ‘아름다운 커닝’도 있어요. 인디언을 개화시키기 위해 세운 백인학교에 갓 입학한 인디언 어린이들이 첫 시험을 보던 날 둥그렇게 둘러앉아 서로 상의한 뒤 답안지를 작성하더랍니다. 기가 막힌 선생님이 화를 내자 이들은 태연하게 “어려움은 함께 하라고 배웠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얼마나 귀여워요. 웃어야할지, 화내야할지. 만약 지금 그렇게 대답하면 결과는 뻔하지. “이짜식이 선생님을 갖고 놀려. 한번 정신차려 봐라”라며 개같이 맞죠. 저희 때만 해도 개같이 맞았는데 요즘 그렇게 하면 부모들이 난리라면서요.
<> 휴가 10제 – 강원도의 힘
이번 휴가를 통해 강원도가 한국 제1의 천혜의 관광지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설악산과 동해의 아름다움을 한번 더 거론하면 잔소리. 미시령을 넘어서 인제, 홍천까지 차가 밀리면서 억지로 본 강원도의 산과 들과 호수, 내는 너무 장관이었다. 비가 왔다가 또 갰다가. 이로 인한 구름과 안개가 온 산들을 휘감고. 강원도는 도자체가 전부 관광지이구만. 미개발이 이제는 복덩이가 되는구나. 개발이 슬픔이 되고. 영남쪽 공장지대는 수질과 공기가 엉망이죠. 그렇게 살면 뭐하노.
“나는 무슨 죄를 지어 시끌법적 복잡한 대도시 서울에서 사나”. 단종의 영월에서 보듯 강원도는 버림받은 유배지였는데. 감자바위, 낙후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휴식과 관광의 고장, 인간을 편안하게 쉬게하고 넉넉하게 받아주는 낙원 같은 땅이 되었다. 강원도 만세. 최근 영화, ‘강원도의 힘’. 이제야 알 것 같다. 강원도의 힘은 총과 칼과 권력의 힘이 아니고요, 자연의 힘이다. 인공이 판치는 세상에는 자연이 보물이지 뭐.
요즘 강원도가 잘 나가더라구요. 살판 났구만. 강원도 사투리가 지난 50년동안 괄시를 받다가 최근 대유행이네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얘기까지 나오고 세계에 한국의 수도 서울 다음으로 알려지고. 강원도에 영광이 있으라.
나도 늙어서 강원도에서 살까. 이헌태. 니 같이 젊은 사람들이 조국을 위해 할 일이 태산같이 쌓였는데 벌써 낙향의 꿈을 갖고 있으니 나라 꼴이 뭐가 되겠나. 아니에요. 저는 빼 주세요. 저는 촌에서 살고 싶어. 그냥 이대로가 좋아요.
이헌태의 2003년 3박 4일 여름휴가 보고 끝. 다른말로 헛소리를 끝. 휴가가실 분 휴가 잘 보내시고요, 아름다운 가을을 잘 맞이하세요. 저희 집은 에어컨이 없는데요. 이번 여름은 진짜로 필요가 없었겠더라구요. 후덥지근하게 무더웠던 날이 며칠 없었던 것 같아요. 비도 많이오고. 덥지 않아서 망친 장사들이 하나둘이 아니겠어요. 그 분들의 앞날에 영광이 있으라.
12시간 최악의 교통체증의 고통을 당한 이헌태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 1) 또라이 라서 2) 화내면 우얄낀데, 지만 손해지 3) 낙천적 사고때문 4) 아무 생각도 없는 놈이라서 5) 설악산과 동해안을 난생 처음 가봐서. 정답은 3번.
‘바보 이헌태’와 비슷한 사람, 하급관리를 지냈던 8세기후반에서 9세기초 중국시인 주방언의 시 한편, ‘조카들에게 보낸 광시’ 하나를 소개할 께요
“ 세상은 글을 모르는 자를 비웃지만 / 나는 글을 익혔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 세상은 관직에 오르지 못한 자를 기만하지만 나는 높은 관직으로 복을 받았네 / 늙은이는 잦은 병치레로 고통받지만 지금까지 나는 고통을 모르고 사네 / 모두가 얽힌 인연 때문에 힘겨워하지만 결혼도 나를 괴롭히지 못했네 / 내 마음의 평화를 방해할 일 없어라 / 내 튼튼한 사지를 손상할 일도 없어 / 이제 이렇게 십년 세월 / 내 영혼과 몸은 외진 곳에서 쉰다네 /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나는 아주 조금만 있어도 산다네 /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한장의 이불 / 하루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한끼의 식사 / 이러면 충분하다네 / 내 집이 비록 작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네 / 어차피 인간은 한번에 두 곳에서 잘 수 없을 테니 / 내 비록 가진 말이 적지만 아무렇지 않다네 / 어차피 인간이 한번에 두마리의 말을 탈 수 없을 테니 / 세상에 나만큼 운이 좋은 사람 아마 열사람 가운데 일곱은 되리 / 그러나 백사람가운데 나만큼 만족하는 사람 이러저리 돌아봐도 찾기 어렵네 / 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바보조차 현인이 되지만 자신의 일에는 현인조차 잘못을 저지르네 / 그 누구에게 내 심정 얘기할 수 없어 이 광시를 조카에게 띄우네”. 너무 긴 시였나. 안녕. (8월 3,4,5,6일)
헌태님 알뜰 피서 여행 부럽네요. 그 다이너스티 타고 가니까 교통체중도 즐거운 비명이지요. 언제나 그차 한번 타볼려나.깨끗하게 잘 타고 다니세요..ㅎㅎ 봉포 해수욕장 이름은 처음 듣네요.속초 부근인가봐요.그림을 그려 봅니다.속초와 설악과 동해바다..아......가고 싶어라.
첫댓글 虛虛實實 朗朗님, 말(?) 달리시는군요 그래서 종마신가요? 우리동네는 말이 많으면 경찰관 아저씨가 잡아가는데^^...좋은 휴가로 원기백배 하시길....
헌태님 알뜰 피서 여행 부럽네요. 그 다이너스티 타고 가니까 교통체중도 즐거운 비명이지요. 언제나 그차 한번 타볼려나.깨끗하게 잘 타고 다니세요..ㅎㅎ 봉포 해수욕장 이름은 처음 듣네요.속초 부근인가봐요.그림을 그려 봅니다.속초와 설악과 동해바다..아......가고 싶어라.
아직은 때 둗지 않은 그림 한장을 본다. 누구도 이 여름 햇살을 웃으며 받질 않는데...희희낙낙이 히히得 했다니. 근디 몰카 들려 보낸노미 와서 풀어봐야 폭탄, 화합, 경월,그린, 어이 됬는지. 어부인께 찝히진 않았는지 알터인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