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신선한 힘'이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를 지닌 숯. 예로부터 숯은 실생활에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며 특히 습도 조절과 방부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새로 생긴 아파트 근처에 가보면 사거리나 입구 쪽에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는 화분판매상들, 그 중에서 빠지지 않는 제품이 숯을 이용한 화분이다. 음이온 방출, 전자파 차단, 악취제거(옛날에는 귀신 쫓는 용도로도 쓰임) 등 수많은 효능이 있다는 선전문구와 함께. 그리고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집집마다 숯으로 만든 화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이 그 좋다는 숯의 효과를 직접 피부를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꼭, 정수기의 물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기 힘들고 벽에 바른 황토의 효능을 느끼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미세한 차이는 있을 것이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호흡기 쪽이 민감한 사람은 그러한 변화를 일반인들보다는 쉽게 느낄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필자는 그런 부분에서는 곰과에 속하는지라 차이점을 느끼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전문기관의 시험테스트를 신뢰하고 마음의 위안내지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전부다. 자, 그럼 그 막연한 신뢰나 기대를 가져도 되는지 전문적인 자료에 나오는 숯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숯의 사전적 의미는 '나무를 숯가마에 넣어서 구워 낸 검은 덩어리'라고 표현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도 약재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웃 일본에서는 숯가루를 갈아서 먹는 차콜요법(charcoal therapy)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숯의 제작은 섭씨 600~1100℃의 온도에서 태워 만들며 주 성분은 탄소, 수분, 미네랄 등이라고 한다.
또한, 숯은 수없이 많은 미세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구멍의 크기는 1/1000mm 정도라고 한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크기다. 그렇게 작고 수많은 구멍을 통해 공기와 접촉을 하며 숯 1g당 300평방미터(약 90평)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금 한 돈으로 티코 한대를 도금하고도 남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숯은 그보다 몇 배는 더한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넓은 표면적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기와의 마찰면도 넓어지게 되고 그 사이를 통과한 공기는 숯의 여러 가지 성분들로 인해 정화가 된다고 한다.
숯의 효능으로는 방부효과(옛날 중국에서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여과효과(미세한 구멍을 통과하면서 정화됨.), 습도 조절효과(고온에서 구워진 숯은 수분이 거의 증발된 상태이며 또한 표면적이 넓어 제습 및 습도조절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음이온 발생(숯은 탄소덩어리라 탄소가 발생하는 음이온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탄소의 음이온 방전기간은 4500만년.), 냄새 제거 효과(표면적이 넓어 공기정화는 물론 가스 흡착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유해전자파 차단효과(숯이 탄화하면서 통전성을 가지게 되는데 그 통전성으로 인해 각종 기기에서 발생된 전자파를 흡수하여 내부에서 소멸시킨다.), 그 외 원적외선 온열효과, 치료효과, 광천수 효과 등이 있다고 한다(네이버 참조).
그런데 시중에 판매하는 숯은 누가 봐도 숯이구나 하는 제품밖에 없어 식상할 때가 많다. 건조함을 없애기 위해 작은 식물도 같이 꾸며 보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쉽게 묻어나고 또 식물이 있는 경우엔 관리까지 해줘야 한다. 왜? 숯은 숯처럼 생겨야 할까?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거의 숯에 대해 잊고 지냈는데, 일본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메일을 보내왔다. 치쿠노-큐브(Chikuno-Cube)라는 제품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큐브타입의 아이디어용품이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예상을 깨고 숯이라고 했다. ‘아니, 숯은 목탄을 그대로 사용해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큐브 타입의 제품이었다.
5cm의 정육면체로서 조금은 고급스러운 작은 박스에 담겨 있는데, 속은 또 벌집모양의 종이 완충재에 싸여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제품이 담겨 있을 법한 패키지 속에서 나온 상품은 모양만 다를 뿐 새까만 숯이었다. 하지만 일반 숯과는 달랐다. 정육면체의 깜찍한 모양으로 꼭 데스크용품 같은 느낌의 제품이다. 손으로 만져 봐도 검은 숯이 묻어나지 않는다. 한참을 이리저리 만지고 나니 손가락에 약간 거뭇거뭇한 숯이 묻어 나왔다. 그만큼 단단하게 압축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하는 꼭, 바보 도 터지는 생각을 하였다. 디자이너의 설명으로는 일본 유수의 대나무 산지인 교토북구의 통전률이 높은 최상급 대나무를 3일간 섭씨 1,000℃에서 구워서 만들어진 초미립 분말을 압축하여 Cube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네 면은 면으로 처리하고 마주보는 두 면은 벌집(honeycomb)형태의 육각구멍을 뚫어 표면적을 더욱 넓혔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 목탄에 비해서 3~10배 이상의 효력을 지닌다고 한다.
고객은 끄떡이며 수긍을 했지만 속으론 여전히 의구심이 났다. 그냥 숯도 사실 효능에 확실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는 판에 3~10배 이상의 효력을 낸다니 더욱 의구심이 생겼지만 멀리서 찾아오신 분한테 실례인 것도 같았고 일본의 깐깐한 전문기관에서 테스트까지 한 상품이라니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지인을 불러 이러저러한 이유를 설명하니 마침 김치 냉장고에 냄새가 심해 일반 숯도 넣어보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화학제품도 사용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어 다른 제품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잘 됐다 싶어 몇 개를 주면서 한번 테스트 해 보라고 하였다. 냄새 제거가 가장 확실하게 테스트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다음 날(정말 다음 날이다.),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까지 사용한 제품 중에 가장 확실한 제품이라고 광분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속으로 '그냥 선물이라서 좀 과장을 했겠지' 싶어 이번엔 집에 가져가서 테스트를 해 보았다. 집에 있는 김치 냉장고는 워낙 꼼꼼하여 용기마다 꼭꼭 닫아 두는 와이프 성격에 밖으로 냄새는 새어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냉장고 서랍을 열면 김치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하나를 넣어 두고 다음 날 아침에 확인을 해 보니 전혀는 아니지만 코를 가까이 대고 맡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다. "아, 성능이 좋구나!" 또 한번 바보가 도 터졌다. 일반 숯도 기능은 거의 같을 거지만 냉장고의 공간상 많은 양을 넣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효과가 좀 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치쿠노-큐브는 벌집 모양으로 압축하여 만든 제품이라 일반 숯보다 성능이 몇 배가 높아 효과가 바로 나타났을 게다.
사진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치쿠노 큐브'는 현관 및 거실이나,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주변, 신발장이나 화장실 및 냉장고등 냄새가 심한 곳에 설치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설치 가능한 예는 상당히 많을 수 있겠다. 이런 '치쿠노 큐브'도 대나무숯을 사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올바른 관리를 해줘야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한데, 한 달에 한번 5~6시간 정도는 태양광을 쐬어 줘야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장기간 사용하면 약간의 기능저하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아주 미약한 정도이고 꾸준한 관리만 계속해 준다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는 제품이다.
아울러 '치쿠노 큐브'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직접적으로 닿는 일은 피해야하며, 큰 충격을 주면 부서질 수 있으니 이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치쿠노 큐브'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 제품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 및 결론을 말하자면 '작고 귀여운 만능 엔터테이너'란 것이다. 본래 대나무숯이라는 것의 효과자체도 뛰어날 텐데 이를 좀더 작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었고 효과도 업그레이드 시킨 제품이라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기능적이나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전혀 불만을 가지고 싶지 않은 제품이기는 하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약1,600엔(일본현지가) 정도하는 가격은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1개로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단 1개만으로는 효과발휘의 한계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다수 구입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텐데, 여러 개 구입 시에는 확실히 금전적인 부담도 가중될 수 있는 가격대이긴 하다. 하지만 일반 화분형 숯도 보통 3~10만원 하니까 덩치에 비싼 편이지 성능에 비해서는 비싼 금액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숯의 특성상 관리만 확실히 해준다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치쿠노-큐브의 매력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다. 흔히 목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고 깜찍한 모양으로 만들어 어디에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든 것이다. 비좁은 책상 위에 한 두개 놓아두고 사용할 수도 있고 화장대나 신발장, 화장실, 냉장고 안 등 지금까지 큰 부피 때문에 힘들었던 곳에 거의 다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정육면체라 각 모서리가 부딪히면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제조사에는 지금까지의 문제점 등을 보완하여 몇 개를 올려놓을 수 있는 스탠드도 준비를 하고 각 모서리 부분을 감쌀 수 있는 실리콘 케이스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컴퓨터 USB를 이용한 팬 형태의 제품도 고려하고 있다니 정말 자연과 디지털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많을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크고 대단한 발명이 좋은 것이 아니고 생활속에서 작은 발명(발상의 전환 등)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발명가 김성훈 씨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