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1. 복도(저녁)
걱정근심없는 아이같은 얼굴을 한 이산이 걸어오다가 창문너머 용수를 본다. 용수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다.
용수가 마주웃는데 어쩐지 어색하다.
이산이 흥신소 문을 향해 걸어간다.
S#2. 흥신소(저녁)
복도의 이산을 본 용수, 급해진다. 리모컨을 찾아 전원버튼을 누르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리모콘을 흔들어 다시 누르지만 소용없자 몸을 일으키다가 넘어진다.
쿵 소리에 이산이 고개를 돌리는게 창문너머로 보인다.
용수가 tv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용수는 깁스중이다)
(인서트)
이산이 흥신소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용수가 tv전원을 향해 손을 뻗는데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다.
(인서트)
문이 열린다.
그순간 용수의 손가락이 전원버튼을 누른다.
이산이 들어와 바닥에 널브러진 용수를 본다.
이산 : (용수옆에 쭈그리고 앉으며) 뭐해?
용수 : (요가의 코브라자세를 취하며) 아..목이 뻣뻣해서요.
이산 : (손가락으로 바닥을 스윽 문질러보면 새카맣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 바둑판 들어왔는데, 기념대국 어때?
용수 : ...예? (하다가 tv와 연결된 카메라가 아직도 돌아가는 걸 곁눈으로 본다) 그러죠 뭐. 올라갈까요?
용수가 일어나는걸 이산이 도와준다. '깁스 언제 풀러?''담주에요'
대답하면서 용수가 슬쩍 이산을 곁눈질한다.
카메라는 이산의 얼굴로 다가간다.
-----타이틀 (의뢰 NO14. 지나치게 밝은 빛은 어둠과도 같아서...)-----
S#3. 이산의 몽타쥬
-집주인할아버지에게 지하실 벽을 허물자고 조르던 이산
-황금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산
-경찰서에서의 이산
-지도를 감정하던 이산
그밖에 이산의 얼굴이 계속 보여지는데 뒤로 갈수록 컷이 빠르게 변하다가,
-눈만 들어 카메라를 지켜보는 이산에게서 멈춘다.
스틸잡힌 이산은 뭔가를 숨긴 듯 음흉해보이는데 그 얼굴위로...
(용수) : 처음부터 의심을 했었어야만 했어.
S#4. 명륜고서(낮)
앞신의 정지화면이 풀린다.
의자에 앉아 미동도 없이 눈을 반쯤 내리깔고 있는 이산에게서는 알 수 없는 검은 포스가 풍긴다.
(용수) : 가족도 없이 평생 황금을 찾아 다녔달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S#5. 명륜고서 앞(낮)
차안.
무열, 용수, 희경이 망원경까지 동원해 이산을 관찰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평소 헐렁하던 이산에게서 어떤 묵직함이 전해진다.
희경 : (사건을 캐들어가는 진지함을 갖고) 지도를 보자마자 고종의 열두항아리 황금이란걸 알아본 것도 이상해.
훨씬전부터 이 금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야.
무열 : (역시 진지하다) 정말 이상한건...
용수와 희경이 무열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무열은 여전히 이산을 보고 있다.
무열 : 저 얼굴로 어떻게 왕족이냔 거지.
때마침 이산의 고개가 크게 출렁인다.
눈을 반쯤 내리깔고 깊은 생각에 빠진것처럼 보였던 이산은 사실은 앉은 자리에서 졸고 있었던 것이다.
용수 : (급동의하는) 그건 그래.
희경 : (고개까지 끄덕인다) 안 믿기지? 응.
이산이 무안한 듯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산이 명륜고서 밖으로 나오면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엉덩이를 벅벅 긁다가 졸음에 겨운 눈을 비빈다.
(무열) : 저건 그냥 주책일뿐이잖어. 주책 할아버지, 평균이하...
(용수) : (일르는것처럼) 저 할아버지 내기바둑 두다가 질 것 같잖아. 알도 바꾼다. 음모는커녕 꼼수가 어울리는 사람인데...
(희경) : 참 긴장감 안생기네...
그 얘기를 들은것처럼 이산이 망원경쪽을 응시한다.
스윽 몸을 낮춰 눈만 내놓은 세사람.
잠깐의 긴장감이 생기려나 할 즈음, 이산이 콧털을 뽑으며 아파하자 그마저도 사라진다.
이산이 안으로 들어간다.
S#6. 차안(낮)
용수가 망원경을 내려놓는다.
용수 : 그래도 일단 조심 해야돼. 우리가 저 할아버지 정체를 알았다는건 마지막 카드야.
한번밖에 못써먹으니까 확실하게 해야돼
희경 : 어젯밤에 연습한대로만 하면 돼. 박무열... 니가 잘해야좨. 타이밍 놓치지 말고.
무열 : 걱정마. (긴장을 풀기위해 짧은 숨을 몰아쉰다)
다시금 전열을 정비한 용수, 희경, 무열이 차에서 내린다.
S#7. 명륜고서(저녁)
이산이 점심을 차리고 있다.
가게 한쪽의 작은 냉장고에서 김치, 밑반찬 두어개, 먹다남은 찌개냄비도 보인다.
가뜩이나 밥상으로 쓰는 테이블이 낮아서 쭈그리고 먹어야 하는 궁색한 점심이다.
문소리가나서 돌아보면 무열, 용수, 희경이 들어온다.
이산 : 어쩐 일들이여? 밥은?
용수 : (같이 먹자는 얘긴줄 알고) 먹었어요. 드세요.
이산 : (혀를 끌끌 찬다) 이왕 올거면 일찍 와서 밥좀 사고 허지 못허고...
또다시 사라지는 전의.
그러나 희경이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눈짓을 무열과 용수에게 보낸다.
무열은 자기 역할에 대한 긴장 때문에 눈에 힘을 넣는다.
이산 : 뭐하러 왔어? 밥도 안사줄거면서...
(희경) : 제일 먼저 내가 이재승 욕을 할게.
희경 : 뭐 별건 아니구요. 그 이재승이란 사람 말예요. 고종이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는...
이산이 흘깃 희경을 본다.
이산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용수, 무열은 극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중얼 중얼 자기 대사를 외우는 중이다.
희경 : 조사해보니까 참 못됐더라구요. 남들보다 일찍 친일을 시작해서 일본왕한테 작위까지 받은거 있죠?
해방후에 재산뺏기고 호적에서 삭제되고, 친일행적이 워낙 두드러져서요. 변명도 못했대요.
지 잘못이니까 지는 그렇다쳐도, 가족들은 얼마나 쪽팔렸을까요?
희경이 말하면서 이산을 흘깃 쳐다본다.
(희경) : 자기 아버지 욕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이산은 묵묵히 밥을 먹는데, 어떻게 보면 불편해보이기도 한다.
용수가 계속하라는 눈짓을 한다.
희경 : 그러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렸더러구요. 남은 재산 펑펑 쓰면서 술만 먹으면 싸우고, 부수고,
경찰서를 얼마나 들락거렸는지..죄목도 다양해요. 폭력, 기물파손, 그중에는요 덕수궁훼손까지도 있어요.
그렇게 봐서 그런지 이산의 얼굴이 어둡다.
(희경) : 뭐 처음엔 참겠지...
희경 : 여자관계도 얼마나 복잡한지....깔아놓은 첩이 몇 명인지도 모른대요.....
다 늙어서는 손녀딸 같은 어린 여자랑 살았대요.
(희경) : 하지만 끝까지 참을 수 있을까?
희경 : (화룡점정하듯) 미친놈!!
'미친놈'이란 말에 오히려 용수와 무열이 놀란다.
이산이 숟가락을 탁 내려놓고 희경을 본다.
걸렸구나. 올테면 와 봐라...희경이 각오를 다진다.
이산 : (희경을 향해) 냉장고의 물좀 꺼내봐
예상외의 답변에 희경이 움찔한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면서 용수에게 눈짓한다.
(희경) : 뭐 워낙 능구렁이같은 할아버지니까....그때 용수씨가 나서는거야.
용수 :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희경) : 슬쩍 이재승 편을 들어주는 거지.
용수 : 이재승이 뼛속까지 친일파에 나쁜놈이라면 고종이 지도를 맡기고 유언까지 남겼다는게 이상하잖아.
뭔가 위장 같은거 아니었을까? 흥선대원군처럼...뭔가를 위해 자기를 숨기는 거야.
이산이 물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는걸 희경이 놓치지 않고 본다.
무열은 허공 45도를 올려다보며 자기 대사를 외우고 있다.
희경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용수 : 이재승이 젊었을때는 사람이 똑똑하고 좋았대요. 중국도 갔다오고 일본도 갔다오고...
고종이 발탁한것도 왕족이래서가 아니라 똑똑해서래잖어.
이산이 말을 꺼내기전 목의 가래를 푼다.
(희경) : 자식이라면 당연히 용수씨 말에 동의를 할거야.
이산 : 똑똑하기는 개뿔.
용수와 희경...이건 아닌데 싶다.
그러나 무열은 자기 대사에 깊이 빠져있다.
(희경) : (이건 아닌데 싶다) 이재승의 좋은 점을 이야기할 때 무열이 니가 한방을 날리는 작전인데...
무열 : (한발짝 앞으로 나서면서 큰소리로 준비한 대사를 읊는다) 그런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왜 숨기셨어요?
뚱딴지같은 말에 이산이 무열을 쳐다보면, 무열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용수와 희경을 바라본다.
용수와 희경은 차라리 외면한다.
S#8. 명륜고서앞(밤)
이산을 따라 용수, 희경, 무열이 줄줄이 나온다. 낚시를 하려는걸까?
이산이 들고 나온 낚싯대를 세워두려하자 무열이 얼른 받아든다.
이산이 가게 문을 닫는다.
이산 : (가게문을 닫으며) 날 떠보시겠다...?
희경 : (툴툴댄다) 그러게 첨부터 톡 까놓고 얘기했으면 좋았잖아요...
이산 : 뭘? 우리 아버지가 누구다? 그러는 점쟁이는 아버지 얘기 했어? 내가 왜 우리집 족보를 읊어줘야 되는데...?
(무열에게 낚싯대를 달라는 듯 손을 내민다)
무열 :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돌려주지 않는다) 아뇨 제가...
이산 : (무열의 아부성 웃음을 무시하며 앞서 걷는다)...
희경 : 우리 아버지랑 이재승이랑 같아요? 이재승은 관계자잖아요
이산 : 이재승, 이재승... 막 불르는구먼.
이산이 걷자 세사람 따라 걷는다.
희경 : 고종이 이재승......그러니까 할아버지 아버지한테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는데.... 진짜예요?
이산 : (남일 얘기하듯) 보냈다면 보낸 모양이지...
희경 : 혹시 보셨어요?
이산 : 본 것 같기도 하고......
무열이 얼른 달려가서 차문을 연다.
이산이 뭐냐는 듯 쳐다본다.
무열 : 낚시터까지 모셔다 드릴려구요.
이산 : 누가 낚시가는데...?
무열이 낚싯대를 들어보인다.
S#9. 은행나무가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 (저녁)
이산이 접이식 낚싯대를 척척 편다.
용수 : 고종이 보낸 마지막 편지요.
이산 : (움직이다가 용수와 부딪친다) 좀 비켜봐. 걸리적 거리지말고
용수 : (밀치는대로 밀리면서) 아직 갖고 계시죠?
이산이 낚싯대를 휘두른다.
그제서야 여기가 낚시터가 아니라 은행나무밑이란게 보여지면서 잘익은 은행이 후두둑 떨어진다.
늦은 시간이라 운동장은 비어있다.
용수와 희경, 무열이 얼른 피한다. 깁스한 용수는 몇알 맞았다. 냄새를 맡아본다. 구리다.
뭐라 말도 못하고 이산을 따라 세사람이 은행을 줍는다.
용수 : 그 편지요. 한번만 보여주세요?
이산 : 내가 왜?
희경 : 그럼 팔아요. 얼마면 돼요?
이산 : (간단히) 싫어.
희경 : 왜요오?
이산 : 좀 아까 우리 아버지보고 뭐라 그랬지? 미친새끼...
희경 : 새끼라곤 안했죠. 놈이라고 했지... 그치만 할아버진 더 심하게 욕했잖아요.
이산 : 내가 하는거랑 남이 하는거랑 같어.
무열 : 그럼 우리랑 동업해요. 황금 찾으면 n분의 1로 나누고.
이산 : 그것도 싫어.
무열 : 왜요?
이산 : 어떻게 믿어. 구리조각만 나와도 등을 찌를텐데.
무열 : 누나 얘기다.
희경 : 죽는다!!
용수 : (한발 앞으로 나서며 진지하게 이산을 똑바로 보며) 알고 싶지 않으세요? 할아버지가 평생을 찾아다닌 그 황금,
아버지가 숨겼다는 그 황금이 진짜로 있는지 없는지...
이산과 용수의 시선이 부딪친다. 둘 다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진심이 통한걸까?
무열과 희경이 기대를 품고 둘의 눈싸움을 지켜본다.
마침내 이산이 용수에게 낚싯대를 건넨다. 그리고....................후다닥 도망간다.
갑자기 도망치는 이산을 멍하니 쳐다보는데,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관리인이 쫓아온다.
무열과 희경이 도망간다.
용수 : (애타게 부르는) 무열아! 희경씨
무열, 희경 돌아보면 깁스한 용수, 붙잡힌다.
무열 : (신파조로 용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뒤를 부탁해
그자세 그대로 도망가는 무열과 희경.
적당한 곳에 숨는다.
관리인 : 이게 뭐하는겁니까?
용수 : ...
관리인 : 어제도 왔었죠?
용수 : (애절하게) 아니거든요
관리인 : (낚싯대를 뺏어들며) 아니긴...장비까지 준비하셨네.
용수 : (억울하긴 한데 할말이 없다)...
관리인 : 참, 다리까지 다치신 분이...그렇게 먹고 살기가 팍팍해요?
용수 : (정말 억울하지만)...죄송합니다.
S#9-2. 운동장이 보이는 담벼락(저녁)
무열 얼굴위에 희경..두사람이 얼굴만 내밀고 운동장을 바라본다.
은행자루를 뺏기면서 혼나는 용수를 쳐다본다.
무열, 희경. 그위에 다시 이산의 얼굴탑이 올라온다.
이산 : 그걸 뺏기면 안되지.
희경 : (눈동자를 위로 향하며) 누가 누굴 배신해요?
S#10. 수선집(밤)
강모가 인터넷으로 큐브 맞추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선이 고운 수선집 여자가 하얗고 긴 천을 꼬매기 위해 준비중이다. 꼬매야할 천이 너무 길어서 언제 다 꼬매나 싶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창밖에 무열, 희경, 용수가 보인다.
S#11. 계단-2층복도(밤)
무열, 희경, 용수가 '작전 실패의 원인'을 서로에게 미루며 올라온다.
무열 : 그러게 '미친놈'은 너무 건거라니까...
희경 :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그러는 지는?
무열 : 내가 뭘?
희경 : 도대체 연기의 흐름이란걸 모르고...그저 지 대사만 드립다...
무열 : 그렇게 연기력이 출중하신분이 왜 거북이만 하고 계실까?
희경 : (발끈한다) 두꺼비야!
흥신소 안으로 들어가려던 용수가 멈춰서는 바람에 희경이 용수와 부딪친다.
S#12. 흥신소(밤)
들어오려다 멈춰서는 용수위로 희경, 무열의 얼굴이 나온다.
소파에 앉아있던 은재가 고개를 든다.
S#13. 수선집(밤)
선이 고운 수선집 여자가 몇 번의 실패끝에 재봉바늘에 실을 꿴다.
S#14. 흥신소(밤)
은재가 소파에서 일어난다.
용수와 무열은 어리둥절하고, 희경은 긴장했다.
무열 : (반갑게) 언제왔어요? 전화가 안돼서 걱정했는데...
용수 : 와. 얼굴이 왜 그래요? 아팠어요?
희경 : 외국 나간다더니...?
무열과 용수가 첨듣는 소리에 희경을 본다.
무열 : 뭔소리야?
용수 : 외쿡?
희경 : (무시하고 은재에게) 왠일이야? 갑자기?
은재 :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이거...
은재가 꺼낸건 '소파 사이에서 발견한 줄 끊어진 핸드폰 고리, 태권소년'이다.
무열 : 이건 내건데...(받는다)
희경 : (떠보듯) 그거 주러 온거야?
은재 : (다시한번 생각을 정리해본다)....아뇨 (고개를 들어 용수를 본다) 할말이 있어서 왔어요. 용수씨 형에 대한 얘긴데요.
은재는 그러고도 한참을 엄지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은재의 긴장이 다른 세사람에게도 전염된다.
은재가 마지막 용기를 내듯 숨을 크게들이킨다.
S#15. 수선집(밤)
길고 하얀 천이 재봉틀 위에 놓인다. 여자가 페달을 밟자마자 바늘이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손놀림을 따라 길고 하얀 천이 움직인다. 마치 화면을 빨리 돌린 것 같기도 하다.
그많던 하얀 천이 다 꼬매졌다. 여자가 천을 눌렀던 판을 올리고 실을 이빨로 끊는다.
S#16. 흥신소(밤)
방안은 침묵에 잠겼다.
무열도, 희경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
표정만 봐서는 용수의 기분을 알수가 없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멍한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한 침묵을 깨듯 갑자기 냉장고가 윙하고 돌아간다.
용수 : (문득 팔을 긁으며) 배 안고파? 뭐 좀 먹을까?
무열 : (냉장고에 붙은 광고 자석을 뗀다) 좋아. 좋아. 뭐 먹을까? 족발? 치킨? 피자? 짜장면?
희경 : (급하게) 족발 좋네.
무열과 희경이 필요이상으로 떠들썩하게 움직인다.
은재는 고개를 숙인채 자기 손만 바라보고 있다.
(점프)
은재는 여전히 자기 손만 바라보고 있다.
무열과 희경이 부지런히 랩을 벗기면서 용수와 은재의 눈치를 슬쩍본다.
은재는 잊혀진것처럼 조용히 앉아있다. 은재는 섬같다.
용수 : 소주 남은거 있을텐데...
무열 : (벌떡 일어나며) 내가 가져올게. (냉장고쪽으로 간다)
용수 : 이 집 새우젓 맛있지
희경 : 응. (찍어먹어보며) 광천건가?
무열 : (소주를 갖고오며) 난 부추김치가 더 좋던데... (부추김치를 먹는다)
은재는 여전히 섬같은데...
문득 용수가 은재에게 젓가락을 건넨다.
용수 : (은재에게) 먹어봐요. 이집 맛있어요.
은재 : (젓가락을 받는다)....
용수 : 언제 알았어요?
은재 : 용수씨 퇴원하던 날... 터널안에서...
용수 : 그거 때문에 잠도 못자고 먹지고 못하고 그랬어요?
은재 : ...
용수 : 은근히 바보네.
희경 : 은근히 바보? 대놓고 바보야. 그거 때문에 이민갈라 그랬더라구. 가구마다 하얀천 덮어놓고...
은재 : ...
용수 :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하고 그러는거 안좋은대....빨리 고쳐야 되는데
은재 : ...
희경 : 앞으로 나아지겠지... 또 그러진 마라
은재 : ....
무열 : (뒤늦게 놀란다) 에엑! 그럼 그날 아침에 은재씨가 용수형 쳐다본게 러브러브가 아니었어? 파파걸 그거 아닌거지?
희경 :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무열 : (기쁘면서도 억울하다) 내가 그때 고민을 얼마나 했는데...
나야말로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은재씨 진짜 바보!! 바부탱구리!!!!!!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은재가 흑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무열, 놀라서 용수와 희경을 본다.
희경 : (무열을 비난한다) 쯧쯧.... 끝내 울리는구만.
무열 : 내가 뭘?
용수 : 짜식이 웬만큼 하지...울때까지 하냐? 흉악한놈.
무열 : 아니...난 그냥....
희경 : (애기 달래듯 은재를 감싸며) 니가 눈 부릅뜨면 얼마나 무서운데 자식아. 울지 마. 괜찮어.
희경의 울지말란 소리에 은재가 소리 내어 운다.
S#17. 2층 복도(밤)
창문너머 흥신소...
소리내 우는 은재를 희경이 안아서 달래고, 용수가 휴지를 집어준다.
무열이 안절 부절 못한다.
(F.O)
S#18. 희경의 침실(낮)
은재가 눈을 뜬다. 낯설다.
널브러진 옷가지들, 정돈되지 않은 물건들, 수납장안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죄다 나와 있다.
몸을 일으키려다가 손에 뭔가 잡힌다. 수정구슬이다.
노크소리...희경이 들어온다.
은재가 수정구슬을 화장대위에 올려놓는다.
희경 : 일어났어? 이거 눈에 대고 있어.
희경이 주는건 가제손수건에 싼 얼음이다.
은재가 시키는대로 한다.
희경 : 울다 쓰러지는 사람 첨봤다.
은재 : (좀 무안하다)...
희경 : 밥 먹어야지. (이것저것 치우다가 은재를 보며) 설마 내가 죽끓여주길 바라는건 아니지? 그건 못한다.
은재 : 용수씨랑 무열씨는요?
희경 : (시큰둥하게) 감정에 호소하러 갔어
S#19. 명륜고서 앞(낮)
무열이 운전하는 차가 멈춘다.
무열이 핸드브레이크를 '꾸욱'소리가 나게 잠근다.
무열 : (용수에게) 잘하고 와!!
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린다.
S#20. 명륜고서(낮)
30대의 얼굴에 파란 반점이 있는 남자가 돈을 세는 동안 이산이 골동품 한점을 의자밑에 밀어 넣는다.
그때 용수가 들어온다.
파란 반점이 있는 남자가 경계하듯 돌아보더니 다 센 돈을 주머니에 넣는다.
남자 : (나가면서) 그럼 또 올게요
이산 : 살펴가. (남자가 나가자 용수에게) 왜 또오? 뭐하러 또왔어?
용수가 비장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소주를 꺼내놓는다.
이건 또 뭐하자는건가, 이산이 마땅찮게 쳐다본다.
S#21. 차안(낮)
무열이 유리창 너머 용수가 소주를 따르는걸 지켜본다.
명륜고서에서 나온 파란 반점의 사내가 썬팅이 까맣게 된 차를 거울삼아 머리를 매만지고 가던 길을 간다.
무열, 창밖의 파란반점 사내를 향해 들창코를 만들어 보인다.
S#22. 명륜고서(낮)
용수가 소주잔을 이산에게 건네고 자기잔을 든다.
용수 : (어쩐지 착잡하다) 한잔 하세요
이산 : (평소와 다른 용수의 눈치를 본다) 왜 이래?
용수 : 오늘은 그냥 옛날 얘기를 하고 싶어서요.
이산 : ...?
용수 : (술잔을 내려다보며 분위기를 잡는다) 저한테 형이 하나 있었어요.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그순간
(이산) : 어서오세요!!
일본 관광객 세명이 들어온다.
일본어로 뭐라 뭐라...한참을 떠든다.
용수, 이게 아닌데 싶다.
S#23. 명륜고서앞(낮)
경찰차가 와 멎는다.
차에서 장택수와 후배경관이 내린다. 후배경관이 공공 게시판에 뭔가를 붙인다.
(무열) : 장경사님!!
돌아보면 길건너, 무열이 손을 흔든다.
장택수 : (썩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중얼거리는) 오늘은 또 무슨 흉악한 꼴을 보려고 저 물건을 보냐...
S#24. 명륜고서(낮)
일본인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서 나가다가 대낮부터 술잔을 들고 있는 용수를 흘깃 본다.
용수는 뻘쭘하다.
이산 : (일본 관광객들을 배웅한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돈을 다시한번 세서 금고에 넣는다. 용수를 보며)
참 할 얘기가 있다 그랬지? (용수앞에 앉는다) 형이 뭐 어쨌다구?
용수 : (다시 슬픈 분위기를 잡느라 소주 한잔을 마신다)...
이산 : (용수에게 집중한다)....
용수 : (술잔을 내려다보며) 저한테 형이 하나 있었거든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늘 비교당해서 질투하기도 했지만... (옛날을 생각하듯 슬프게 웃는다) 그래도 난 형을 좋아...
그순간...
(소리) : 수고하십니다.
용수 : (자기도 모르게) 에이...
후배경관이 들어온다.
이산 : 어쩐 일여...?
후배경관 : (수배전단지 주면서) 이거 붙여놓으라구요.
이산이 받아든 수배전단지 사진을 본다. 아직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산 : 그놈 참 흉악하게 생겼네. (나가는 후배경관을 향해) 수고허여.
S#25. 명륜고서 대충 그앞(낮)
장택수, 커피맛을 음미한다.
무열 : (길건너 다가오면서) 아이구 축하합니다. 장경사님
장택수 : (본다) 뭘
무열 : (다 알면서) 태권도 우승!!
장택수 : (어깨에 힘들어간다) 뭘...
무열 : 좋아? 나없는데서 우승하니까..
장택수 : (얼굴 확 구겨진다) 질까봐 안나왔지
무열 : 그렇다고 치지뭐. 그러니까 한모금만
장택수 : (커피잔을 멀리 치우며) 사먹어
무열 : 맛만 볼게. 입이 텁텁해서 그래
장택수 : (아예 등 돌리며) 침 삼켜
무열 : 치사하게 진짜...
하다가, 공공게시판의 좀전에 붙인 수배전단지를 본다. '파란반점의 사나이'다
무열, 얼굴이 확 변한다.
그틈을 타서 장택수 커피를 서둘러 마신다. 뜨거운걸 참으면서...
무열 : 이 놈...뭐예요?
장택수 : (뜨거워하며) 밑에 써있잖어, 절도...
무열, 범죄상황을 읽는다. '신림동 절도사건 용의자'
S#26. 명륜고서(낮)
이산이 적당한곳에 수배전단지를 붙이고 용수앞에 앉는다.
이산 : 참 할 얘기가 있다면서...형이 뭐 어쨌다구
용수, 이야기를 하자니 뻘쭘하다. 그래도 해야겠기에...
용수 : (마음을 잡고 사정조로) 그러니까 나한테 형이 있었는데요.
(소리) : 실례합니다.
용수 : (마침내) 에잇...
이산 : 자넨 또 왜 왔어?
들어온 사람, 무열과 장택수다.
장택수 : (무열에게 끌려들어온다) 나 지금 공무중이야. 바뻐...
무열 : (장택수에게) 잠깐만. 잠깐만이면돼요. 물어볼게 좀 있어서..
장택수 : (영문모른다) 뭘?
무열 : (둘러보다가 수배전단지를 발견하고) 저놈. 저놈 저거 도둑놈 맞죠?
장택수 : 아까 얘기했잖어
무열 : 훔쳐간게, 도자기, 고문서...이런것들이라며
이산, 찔끔한다.
장택수 : 이자식 이거...조기 치매냐? 아까전에 다 물어봤잖어.
무열 : 아 맞다. 맞다 (흘깃 이산을 본다) 도난품을 사고 파는거... 장물 취득죄에 해당하는거죠?
장택수 : 그래서...?
이산 : (움찔한다)...
무열 : ....장물 취득죄는 중죈가요?
장택수 : 중죄라고 하면 중죄고...
무열 : (말 끊으면서) 중죌거야 분명 그래. 가중 처벌되면 구속도 될걸...
장택수 : 뭘 혼자 꿍시렁거려...
이산과 무열의 눈이 마주친다. 무열이 씨익 웃는다.
이산 : (장택수에게) 밖에서 찾네.
후배경관이 창문너머로 보인다.
무열 : 그럼 수고!!
장택수 : 뭐 이런게...(한대 칠것처럼하다가) 지금은 바빠서 그냥 가는데.. 한대 킵했다. 태권도!! (나간다)
무열은 여전히 싱글거린다.
용수는 사정을 모른다.
이산 : 그래서 뭐?
무열 : (노래한다) 말없이...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손을 내민다) 주세요. 편지...고종이 보낸 마지막 그 편지..
이산 : (녹록치 않다) 내가 6.25도 겪고 4.19. 5.16, 12.12...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여!!
무열 : (느긋하다) 그래서요
이산 : 잃어버렸다구.
무열 : (말없이 문으로 나가려한다) 장경사님이 멀리 가셨나...
이산 : (무열을 잡는다) 진짜야...
무열과 이산의 눈싸움... 무열이 전단지의 핸드폰 번호를 누른다.
무열 : 신고보상금이 얼마나 될라나....
이산 : (무열의 팔을 놓는다) 알았어. 알았다구
무열 : (핸드폰을 접으며 다시 손을 내민다)...
이산 : 유언장은 없지만, 그 내용은 기억하고 있어
무열, 의심스러운 듯 쳐다본다.
이산이 붓과 먹과 벼루를 꺼낸다.
물을 따르고 먹을 가는 동안 용수와 무열이 긴장해 쳐다본다.
무열 : 정확한거죠?
이산 : 정확하지
용수 : 한글자도 안틀리구요?
이산 : 틀릴래야 틀릴 수가 없어.
이산이 붓에 먹을 듬뿍 찍고 한지를 꺼내 사방을 누른다.
이산이 붓을 든다. 먹이 한방울 한지위에 뚝 떨어진다.
S#27. 명륜고서앞(낮)
찬 바람이 분다. 긴장감을 배가시키듯, 타악기 음악소리...
S#28. 명륜고서(낮)
火...의 마지막 획을 길게 빼는 붓.
침을 꼴딱 삼키며 무열과 용수가 다음 글씨를 쓰기를 기다리는데, 이산이 그대로 붓을 놓는다. 에...?
용수 : 왜 쓰다 말아요?
무열 : 까먹었죠?
이산 : ...끝이야.
용수 : 예?
이산 : 그게 다라구.
무열 : 달랑?
이산 : (고개를 끄덕인다)...
무열 : 거짓말!!
이산 : (무열을 밀어내며 화를 낸다) 나가. 나가서 형사 불러와. 전화해. 여기 장물아비 있다구.
이산이 화를 내자 무열이 찌그러든다.
용수가 그런 이산을 빤히 쳐다보다가...
용수 : 진짠가봐.
무열과 용수가 다시 불화자를 내려다본다.
S#28. 거리(밤)
도미노처럼 가로등에 연이어 불이 들어온다.
S#29. 흥신소(밤)
火...이산이 써준 글씨에서 고개를 들면,
은재, 희경, 용수, 무열이 회의중이다.
용수가 상황판앞에서 설명중이다.
용수 : 지금까지 일을 요약해보면 이래
S#30. 상황요약도
(*이부분은 간단히 cg로 이루어졌다. 3등신의 인물이 등장해 걷는다든가, 죽는다든가. 하는 간단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3등신 인물의 얼굴은 사진으로 이뤄졌고, 몸은 그를 상징하는 아바타 같은 간단한 의상으로 이뤄졌다.
사진으로 이뤄진 아바타라고 하면 적당할 것이다)
(용수) : 1904년 불을 때던 무수리의 실수로 덕수궁에 대화재가 났어.
그림으로 이뤄진 덕수궁에 불이 난다. 불은 만화에서 불을 상징할 때 보여지는 전형적인 불이다.
(용수) : 그리고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지.
뚝딱 뚝딱 망치질하는 목수가 세명.
(용수) : 이때 고종은 열두항아리의 황금, 81만냥을 덕수궁의 어딘가에 숨기기로 해. 외국망명을 위한 비자금일수도 있고,
독립자금일수도 있지만 그건 뭐 중요한게 아니니까 패스
고종 아바타와 황금 항아리 12개.
(용수) : 이때 관여한 사람은 세사람이야. 고종!! 당시 고종의 창고지기라고 불린 내장원경 이용익
그리고 덕수궁 복원공사의 왕실 책임자인 이재승!!
세명의 아바타가 모여 속닥속닥 거린다.
(용수) : 이때 고종은 세장의 지도를 만들어서 한 장씩 나눠가졌어.
토목공사도는(자료) 이용익에게, 자연지형도는(자료) 이재승에게, 또한장의 암호지도는 자기가 갖고 있었겠지
고종 아바타가 다른 두사람에게 지도를 나눠주고 한 장은 자기가 갖는다.
(용수) : 이용익에게 간 지도는 무덤 도굴꾼인 조만기의 손에 들어갔고(조만기 사진)
이용익이 눈바람속에 쓰러져 죽자 그 자리에 무덤이 생기고 그 무덤을 조만기가 파들어가서 지도를 집어든다.
(용수) : 이재승에게 갔던 지도는 여러사람 손을 거쳐 백민철에게 갔어
이재승의 지도, 얼굴 없는 사람들이 릴레이를 해서, 백민철 손에 들어간다.
(용수) : 그리고 고종의 지도...이게 문젠데, 고종은 갑작스럽게 죽는바람에 황금에 대한 비밀을 얘기할 틈이 없었어.
그래서 이재승에게 이상한 유언을 남겼어. 그게 이거야 (불화자를 그린다)
고종이 식혜를 먹다가 푹 쓰러진다. 떨리는 손으로 '火'자를 쓰고 푹 쓰러진다.
이재승이 火자가 쓰여진 편지를 읽고 갸우뚱한다.
S#31. 흥신소(밤)
용수는 상황판에 그림까지 그리며 요약중이다.
고종. 이용익. 이재승. 백민철. 조만기의 사진과 두장의 지도가 화살표와 함께 상황판에 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고종----->이재승 이라고 쓴 화살표 위에 火자를 쓴다.
용수 : 이재승은 이 글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어. 해방후에 덕수궁 전각을 여기저기 파낸것만 봐도 그래.
희경 : 풍수상에서 보면 불은 남쪽을 가리켜. 덕수궁을 기준으로 보면.
덕수궁 미니어쳐를 가리킨다.
(희경) : 가장 남쪽에 있는 건물은 광명문 대한문이고, 중화문 중화전 행각도 비교적 남쪽에 있어.
또 불은 색깔로는 붉은색을 나타내는데, 덕수궁 건물중에는 붉은색이 들어 간건 준명당하고 함녕전이야.
가둥의 일부가 붉은색으로 칠해졌대. 또 불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중에 주작을 가리키는데,
주작은 인의예지 중 예를 가리키고, 덕수궁 전각중에 예자가 들어간 건물은 없어.
테이블에 놓인 미니어쳐에서 줌아웃하면,
은재가 인터넷을 두드리고 있다.
은재 : 덕수궁은 그전부터 화재가 많이 일어났대요. 풍수상으로 불기운이 세서 그렇다고 믿어졌는데...
불을 다스리기 위해 여러 가지 무속적인 것들을 장치해놨는데요. 그중 가장 두드러진게 드므라는거예요.
은재가 엔터키를 누르자 덕수궁에 있는 드므의 사진이 보인다.
은재 : 중화전 앞의 조각상인데 '불귀신의 접근을 막기위해 만들었다'고 하거든요.
드므는 불을 잡아먹는다는 전설상의 동물이구요.
무열은 세사람의 학구적인 분위기에 적응이 안된다. 멀뚱하게 쳐다보다가 불쑥 한마디한다.
무열 : (혼잣말처럼) 불화면 불화지 뭐가 더 있다구...
용수, 희경, 은재가 무열의 너무 당연해서 무식해보이는 말을 가볍게 무시한다.
은재 : 나는 내일 고궁을 연구하는 학자를 만나서 건물과 불화자에 관한 연관성을 좀더 알아볼게요
희경 : 나는 무속신앙적인 불에 대해 알아볼게
용수 : 그럼 나는 불화자가 가지는 한자의 속성에 대해...
무열 : (자기 말이 무시당하자 중얼거리는..) 불 화!! 태워라...간단한거 아냐
희경 : (웃는다) 하하 참 바보엔 약도 없어...
용수와 희경은 말도 안된다는 듯 깔깔 웃고,
은재도 슬쩍 웃는데...웃음끝이 희미해진다. 뭔가 마음에 걸린다. 정말 그런거 아닐까?
무열 : (단순하게) 생각해봐. 고종이 죽어가면서 복잡하게 머리를 썼을까?
희경 : 왕이잖아.
용수 : 그럼 왕인데...
무열 : 왕은 사람 아냐?
은재 : 그렇게 간단한 걸 이재승이 몰랐을 리가 없어요.
무열 : 어렵고 복잡한건 옛날 사람이 더 잘했을 걸.
무열의 말은 점점 더 설득력을 갖는다.
용수 : (그냥 한번 물어나 본다는 심정으로) 태우라면... 뭘 태우라는거야?
무열 : (당연하다는 듯) 이재승이 갖고 있는 거.
무열이 상황판에 붙은 고궁그림(두번째지도)을 쳐다본다.
용수, 희경, 은재도 무열을 따라 두번째지도를 쳐다본다.
창밖에 마른번개가 친다.
S#32. 덕수궁전경(밤)
고요한 덕수궁 전경이다.
S#33. 흥신소(밤)
고궁그림(두번째지도)를 보는 네사람...
희경 : 하하 말도 안돼...어이. 정신차려들, 뭘 심각하게 듣는거야?
용수, 은재도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어쩐지 무열의 말이 사실일 것 같아 다시 고궁그림을 본다.
갈등하는 세사람과는 달리 무열은 단순해서 오히려 편안하다. 믿을수는 없지만 뭔가 찜찜한 침묵이 잠깐...
은재 : 그럴리는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고종이 이용익, 이재승 둘 다가 아니라 이재승에게만 유언을 남긴게 이해가 가요.
이재승이 갖고 있는 걸 태워라... (생각하다가 스스로)
용수 : 그래...만약에. 진짜 만의 하나 만약에 그 불화자가 태워라라는 뜻이라면, 이재승이 비밀을 못푼게 이해가 돼.
왕이 내린 그림을 태운다는건 상상도 할수 없었을테니까.. (역시 생각하다가 스스로) 만약에말이야... 만약에...하하..
무열이 멀뚱멀뚱 용수와 은재를 쳐다본다.
용수와 은재 점점 더 무열의 가설쪽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두번째 지도인 고궁 그림을 바라본다.
희경 : (용수 은재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어이. 돌아와, 엉뚱한데로 빠지지 말구.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말도 안되는 생각하지마. 태우면 재만 남지 뭐가 남아? 정신차려!!
그때 창밖에 마른 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그야말로 들이붓듯이 쏟아진다.
S#34. 종로거리(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나무가 뽑힐것처럼 흔들리고, 간판이 춤을 춘다. 도랑이 터질것처럼 빗물이 몰려든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 간판의 전구가 터진다.
S#35. 흥신소(밤)
창문에 빗물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촛불...! 네사람이 촛불앞에 둘러서 있다.
고궁지도를 들고 있는 용수의 손이 떨린다. 쉽게 결심이 서지 않는다.
용수 : (뒤로 한발 물러나며) 은재씨가 해요.
용수가 은재에게 지도를 건넨다.
희경은 무열에게 붙잡혀 바둥거리고 있다. '이거 놔. 안돼. 생각을 좀 해봐, 어이...거긴 길이 아냐. 이봐, 명품댁!!'
은재가 지도를 받아들고 촛불로 향한다.
그러나 역시 불을 붙일 수가 없다.
무열에게 잡혀있던 희경이 겨우 빠져나와 지도를 뺏어든다.
희경 : 왜 이렇게들 단순해졌어. 태웠다가 아니면 어떡할거야?
용수 : 복사해놨잖어.
희경 : 그럼 복사본을 태우든가. 난 싫어 난 반대야. 결사반대야
은재 : 다수결이잖아요
희경 : 민주주의 그딴거 난 몰라. 난 독재 찬성이야. 난 파쇼를 사랑해. 다들 생각하기를 멈춘거야? 황금 31톤이라구
시가로 계산도 안나오는 보물지도를...
그순간 무열이 희경손에서 지도를 빼앗아 촛불로 가져간다.
순식간에 불이 붙은 지도를 그 옆 넓은 접시위에 올려놓는다.
으아아악...비명을 지르는 희경을 은재와 용수가 가로막는다.
크게뜬 희경의 눈동자속에서 지도가 타버린다.
S#36. 비오는 거리(밤)
들이붓듯 쏟아지던 폭우가 거짓말처럼 멎는다.
비는 그쳤다.
S#37. 흥신소(밤)
이곳은 시간이 멈춘듯하다.
희경은 은재와 용수에게 잡힌채로.
무열 역시 눈도 깜박않고 접시위의 지도를 바라본다.
무열의 목울대가 꿀꺽하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지금 보는 것이 정지화면인줄 착각할 정도다.
접시위!! 지도모양 그대로 까만 재만 남았다.
희경이 비틀대며 소파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희경 : (미친것처럼 비실 비실 웃는다) 흐흐흐흐... (그러다가 머리를 쥐어뜯는다)...이럴줄 알았어.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내 주제에 무슨 보물이야. 소풍가서 보물찾기할 때 꽝도 하나 못찾은 내가..
즉석복권 긁어서 500원이상 나와본적이 없는 박복한 이년이.. 어머니!!
(갑자기 눈을 무섭게 떠서 세사람을 쳐다본다) 니들 다 미워. 내가 안된다고 했지. 저주할거야.
그때 무열이 후훅하고 입으로 바람을 분다.
지도모양 그대로 남아있던 재가 후루룩 날라간다.
그리고...............................그안에 얇은 종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던 희경이 거짓말처럼 뚝 멈춘다.
무열이 종이를 들어 툭툭 치면 재가 떨어진다.
하얀 종이위에 몇 개의 한자...(*한시는 첨부하겠음)
S#38. 황금빌딩 앞(아침)
아침해가 떠오른다.
새벽에 가까운 아침이다.
슈퍼도, 수선집도 아직 잠들어있다.
S#39. 계단-2층복도(아침)
잠없는 집주인 할아버지가 계단을 내려가다가 문득 2층복도를 바라본다.
흥신소 창문에 불빛이 새나온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흥신소쪽으로 다가간다.
집주인 : 또 밤새 불켜놨구만...
흥신소 문을 연다.
S#40. 흥신소(아침)
집주인 할아버지가 문을 열자 등을 보이고 옹기종기 앉아있던 네사람이 쓰윽 돌아본다.
밤새 한잠도 못자서, 눈을 충혈돼있고, 피폐해보이는 그들의 얼굴은 왠일인지 너무 절박해서 무섭다.
좀비같은 그들의 모습에 할아버지가 움찔놀라 자기도 모르게 문을 닫는다.
창문너머로 다시한번 안을 들여다보는 집주인 할아버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라진다.
그순간. 삑삑!!
네명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간다.
팩스가 종이를 토해낸다.
두근두근....네명의 심장소리와 함께 팩스가 끝난다.
용수가 팩스를 지익 뜯는다.
용수 : 무거운 빛의 궁전. 중명전 가장 어두운 곳, 오얏꽃은 뭇꽃과 다름없으나
다섯꽃잎이 만개해 떨어지면 과실중의 과실을 얻으리라. 이것은 왕의 것이다.
용수가 고개를 든다.
은재 : 중명전!!
은재가 테이블 위의 미니어쳐를 쳐다본다.
카메라 덕수궁 미니어쳐중에 중명전으로 줌인해들어간다.
S#41. 중명전전경(낮)
중명전의 전경위로 은재의 설명이 흐른다.
(은재) : 중명전은 1901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에 의해 석조건물로 다시 지어졌대요.
처음엔 도서관으로 사용되었는데 1904년 덕수궁 대화재 이후 고종의 침전으로 사용.
1917년에는 경성구락부의 사교장으로 쓰였고, 그이후에 민간인에게 불하되어 덕수궁에서 제외되었다가
2005년 문화재청에서 다시 사들였대요.
용수, 희경, 무열, 은재가 폼나게 서서 중명전을 바라본다.
용수 : (눈도 깜짝안하고 중명전을 바라본다) 2005년까지는 민간인의 소유였다..?
희경 : (역시 중명전을 응시하며) 궁궐밖의 궁궐이라..
무열 : 저안에 우리의 황금 31톤이 있다는 얘긴가..
용수, 희경, 무열이 씨익 웃는다.
용수, 희경, 무열, 은재가 보무도 당당하게 중명전을 향해 걷는다.
마치 지구를 구하는 임무를 띠고 우주선을 향해 나아가는 아마겟돈의 전사들처럼...
혹은 가상현실을 깨트리기위해 코트자락을 날리며 걷는 매트릭스의 네오일당처럼...비장하기까지 하다.
모래바람이 휘익불어 그들의 긴 옷자락을 날릴수도 있다. 아무튼 폼나는 그 순간.
(소리) : 어이. 거기!!
여전히 각 잡으며 돌아보는 무열, 희경, 용수, 은재!!
중명전 입구, 좁은 경비실안에서 50대의 경비가 얼굴을 내민다.
경비 : 어디가는 거여? 지금?
좀전까지의 포스, 가뭇없이 사라지고, 서로 눈치보는 네사람.
무열 : (가리킨다) 저기요.
경비 : 누구 맘대로...?
용수 : 아뇨. 그게...잠깐 볼일이 있어서...
경비 : (기세를 올리며) 한글 못읽어요들.
경비아저씨가 가리키는 것. '관계자외 출입금지' 팻말이다.
희경 : (일르는 것처럼) 저 사람들은 들어가잖아요.
희경 말마따나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는 몇 명의 남자들(그들은 공사장 인부들이다)이 보인다.
경비 : (당당히) 관계자니까...
S#42. 황금빌딩 옥상(저녁)
(*황금빌딩이 아니면 다른 빌딩의 옥상이나, 아뭏튼 중명전이 보이는 곳중에 다른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운곳이면 된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중명전의 모습.
공사인부들, 공사차량등이 들락거린다.
은재가 망원경으로 지켜보다가 용수에게 망원경을 건넨다.
은재 : 지금 복원공사중이래요. 문화재로 책정되어서 문화재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구요.
무열 : 공사하다가 입구가 발견되면 어떡해?
은재 :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희경 : (단호히 버럭) 그건 안돼!!
세사람, 움찔 놀란다.
용수 : (망원경을 보면서) 저 옆건물말이야. 빈집같은데...
망원경속의 중명전 옆 건물.
중명전과 바로 붙어있는 그 건물은 우중충하고, 인적이 없어보인다.
희경 : 그게 뭐? 지금 우리가 개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달랑 망치질 몇 번한 적들한테
황금을 뺏기게 된 이상황에 빈집이 뭐?
무열 : 벌써 적으로 등록된거야?
용수 : 중명전과 옆건물과의 간격이 30센티도 안나.
희경 : 그래서...?
용수 : 옆건물엔 경비가 없다는 거지. (씨익 웃는다)
희경,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배시시 웃는다.
은재 : 그건 불법이예요.
희경 : (단호히) 큰일을 하다보면 사소한 일은 무시하는 법. 김영삼 전대통령도 말했잖아. 대도무문이라구.
무열 : 뭐, 누나입에서 문자나왔다는건 상황 끝났다는거죠.
무열도 결심을 굳힌 듯 망원경을 접는다. 차작!!
카메라는 중명전 옆 빈집으로 줌인해들어간다.
S#43. 중명전 옆 건물 빈집(밤)
철거직전의 빈집.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움직이는 검은 그림자 세 개...긴장감이 감돈다.
검은 터틀넥, 검은 바지를 입은 은재가 따른다. 그 뒤를 희경이 따라온다.
그녀의 취향이 그러한지라 치렁치렁한 늘어진 바짓자락을 자기가 밟고 뒤뚱거린다.
무열이 얼른 희경을 잡아준다. (*만약 옆건물이 섭외가 안될 경우, 아무데나 빈집을 섭외해서 그렇다고 찍어도 될 듯)
무열 : (작은 소리로 윽박지르는) 빈집 쓸러왔어. 바짓단이 그게 뭐야?
희경 : 검은옷이 이것밖에 없는데 어떡해?
무열 : 접어라도 입든가...
무열이 희경앞을 지나간다.
위아래로 까맣게 차려입은 무열, 제법 멋있다.
희경 : 그러는 지는....
무열의 뒷모습. 등판에 노란 호랑이 그림과 함께 호돌이 태권도장이라고 전화번호까지 써있다.
희경 : 아예 주민등록증을 붙이고 오지.
무열과 희경, 은재가 계단을 올라가 2층 난간으로 향한다.
S#44. 중명전 옆건물 2층 난간(밤)
어둠속.
걸음을 크게 뛰면 건널 수 있는 넓이다.
바로 옆, 어둠속에 잠긴 중명전이 보인다.
희경이 바짓자락을 접는 동안, 무열이 훌쩍 건너뛴다.
그순간 웰웰거리는 경보음.
막 한발 옮겨디디던 희경이 비틀거리는 것은 은재가 잡아준다. 무열이 다시 돌아온다.
경비의 손전등이 사방을 휘저으며 다가온다.
S#45. 중명전 근처 차안(밤)
급하게 달려오는 캡스 자동차를 지켜보는 차안의 용수, 큰일났다!!
S#46. 중명전 옆건물 빈집 1층(밤)
무열과 희경, 은재가 밖으로 나가려는데 캡스 자동차가 하필 빈집 대문앞에 멈춘다.
희경 : (나가려던걸 홱 돌아서 다시 어둠속으로 숨으며) 와...진짜 빠르네.
무열 : (희경옆에서 밖을 내다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어.
세사람이 어둠속에서 밖을 내다본다.
캡스직원들이 서성대고 있어서 나갈수가 없다.
S#47. 중명전-2층 난간(밤)
캡스직원과 경비가 안을 살펴보면서 2층 난간으로 향한다.
캡스직원이 난간에 서서 옆집 건물을 살펴본다. 옆집을 향해 손전등을 비춰본다.
먼지속에 어지럽게 나있는 발자국.
캡스직원이 옆건물로 넘어온다.
S#48. 중명전 옆건물 1층(밤)
어둠속에 숨은 세사람.
밖에는 캡스 직원이 있고, 위에서는 경비와 또다른 캡스직원이 내려온다.
이런 상황은 처음인 은재가 불안해서 자기도 모르게 무열에게 바짝 붙는다.
은재 : 어떡해요?
캡스직원이 발자국을 따라 점점 다가온다.
위기의 순간. 무열이 주먹을 쥔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여깄다!!'
(인서트)
중명전 앞. 어둠속에서 검은그림자가 뛰쳐나간다.
밖에 있던 캡스직원들이 그림자를 쫓는다.
무열, 희경의 코앞까지 왔던 캡스직원들이 되돌아간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오는 세사람. 뜻밖의 행운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S#49. 덕수궁 근처 골목(밤)
검은 그림자 요란하게 도망간다. 어쩌면 적을 유인하는것처럼...
캡스직원들이 쫓아간다.
S#50. 중명전 근처 차안(밤)
무열, 희경, 은재가 차에 오른다.
무열 : (용수에게) 어떻게 한거야?
용수 : (동시에) 어떻게 된거야?
희경 : 용수씨가 한게 아니야?
용수 : 뭘?
S#51. 골목(밤)
골목. 골목....을 돌아 도망가던 검은 그림자가 차에 오른다.
차가 출발한다.
S#52. 차안(밤)
운전자는..............강승호다.
뒷자리에 탄 검은 그림자 둘...아식스와 아디다스다.
(f.o)
S#53. 병실(낮)
드르르륵....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용수의 깁스가 떨어져나간다.
홀가분해진 용수,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해본다.
S#54. 중명전 입구(아침)
공사장 인부들이 출근중이다. 각자 장비를 들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헬맷같은것들을 썼다.
누군가에 의해 그들의 모습이 사진 찍히고 있다.
얼굴. 헬맷. 구두. 연장통. 그리고 목에 건 출입증까지...
적당한 곳에 숨어서 무열이 그들을 사진찍고 있다.
S#55. 흥신소(밤)
은재가 컴퓨터로 출입증을 만들고 있다.
프린터가 출입증을 토해내면, 은재가 그위에서 무열의 사진을 붙인다.
S#56. 흥신소(낮)
메이컵 도구들이 죄다 나와있다.
희경이 메이컵을 끝낸다.
희경앞에 무열과 용수, 오랫동안 막노동을 해온 노가다로 변신중이다.
은재가 그들의 변장을 지켜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첫눈이 내린다.
S#57. 황금빌딩앞(아침)
강모가 학교에 가려고 나온다. 여전히 큐브를 돌리다가 꾸벅 인사한다.
작업장 인부로 변신한 용수와 무열, 강모의 인사에 오히려 놀란다.
용수 : 어떻게 알아봤어?
강모 : (바보아냐하는 시선으로 본다)...이제 맘 잡은거예요?
무열 : 뭘?
강모 : (용수와 무열의 연장가방을 본다)...
용수 : 이거?
강모 : 그나마 다행이네요
무열 : 뭐가?
강모 : 맨날 황금, 황금... 참 걱정스러웠거든요. 늦게라도 맘 잡았으니 다행이라구요.
무열 : 시건방진 애늙은이.
강모 : 다 늙어서 철없는것보단 나아요.
용수 : (강모손의 큐브를 보며) 넌 맨날 그게 뭐냐?
강모 : 큐브잖아요
무열 : 줘봐
강모 : 사범님은 죽었나 깨나도 못해요 (주머니에서 숫자퍼즐을 꺼내 무열에게 준다) 이거나 하세요.
무열 : (안받는다) 됐어 인마.
강모 : (숫자 퍼즐을 주머니에 넣으며) 싫음 말구.
그말을 남기고 강모가 샛길로 접어든다.
S#58. 중명전 앞(아침)
공사장 인부들이 출근중이다.
경비아저씨가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며 가끔 아는 척을 한다.
골목에 숨어서 훔쳐보는 무열과 용수... 용수는 긴장했다.
무열이 용수의 등을 툭 치고는 먼저 간다. 용수가 부리나케 무열을 쫓아가며 불안하게 좌우를 둘러본다.
그순간 용수와 나이든 경비의 눈이 마주친다.
경비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열 : (용수에게) 긴장 풀어
그러나 경비가 용수와 무열에게 다가온다.
무열 : (다른 늙은 인부에게) 안녕하세요.
늙은 인부가 대충 인사를 하고 받아준다.
경비 그런가부다 하고 돌아선다.
용수, 안도의 한숨을 쉰다.
S#59. 중명전 1층(낮)
인부들 각자 자리를 잡는다.
무열과 용수, 대충 눈치를 보며 긴 나무를 양쪽에서 들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아무도 그들을 눈여겨 보지 않는다.
S#60. 중명전 지하실(낮)
나무를 들고 무열과 용수가 내려온다.
문을 닫자 지하실은 낮인데도 깜깜하다.
딸깍 후레쉬가 켜진다. 드디어 드러나는 중명전 지하실.
무열과 용수...조금은 가슴이 벅차다.
용수 : 무거운 빛의 궁전 중명전, 가장 어두운곳.
후레쉬 불빛을 따라 보이는 중명전 지하실.
굵직한 돌기둥이 공간을 나누고. 미로처럼 이어진 입구와 길.
중명전 지하실의 독특함에 용수와 무열이 나무를 든채 잠시 말을 잊는다.
용수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공구 상자에서 카메라를 꺼낸다.
무열이 망을 보는 동안 용수가 카메라로 구석 구석을 찍는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 보이는 중명전 내부는 더 신비롭다.
무열이 용수를 보다가 다시 1층쪽 상황을 살핀다.
S#62. 중명전 1층(낮)
공사중인 인부들. 각자 자기 할일에 바쁘다. 인부장이 뭔가 지시를 하다가
인부장 : 인철이 어디갔어?
인부1 : 2층에 있는데요.
인부장 : 누구 하나 따라와야하는데...
하다가 인부장이 마침 1층을 올려다보던 무열과 눈이 마주친다.
평생을 공사장에서 살아온 인부장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다.
인부장 : 어이!! 너, 거기 왜 들어갔어? 너!! 이름이 뭐야?
무열 : (주춤 주춤 나온다)...예? 박무열인데요
인부장 : 기리바시하고 사시꼬미 들고 쫓아와
공사장에서 쓰는 일본어를 무열이 알아들을 리가 없다.
인부장 : (멍청하게 서 있는 무열을 돌아본다. 버럭) 못들었어!! 거기 사시꼬미하고 기리바시 들고 튕겨오라구
인부장이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본다.
각종 자. 망치. 전기품목들, 못같은 도구가 놓여져있다.
사시꼬미가 뭘까? 기리바시는 뭘까?
인부장이 드디어 의심이 생긴다.
인부장 : 너 어디서 일하다 왔어? 사시꼬미가 뭔지 몰라.
무열 : 알죠. 아..알아요
무열이 일단 손을 뻗는다.
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무열의 손끝으로 향한다.
거친삶을 보여주듯 인부들의 얼굴은 어찌보면 무섭다. 들고 있는 도구들도 살벌하다. 톱, 망치, 도끼, 대못...
무열 추운데도 땀이 삐질난다.
S#63. 중명전 지하실(낮)
지하실 계단에 붙어선 용수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무열과 용수의 시선이 부딪친다.
무열 눈을 질끈 감는다.
S#64. 중명전 1층(낮)
무열의 손이 막 닿으려는 결정적인 순간...
(소리) : 점심드세요
응축됐던 공기가 그 한마디로 확 풀린다.
여기저기서...'벌써 밥때가 됐나?''어이 밥먹어''점심 메뉴가 뭐지?''제육볶음'...뭐 이런 말들이 오간다.
인부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하......무열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S#65. 흥신소(밤)
현상된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tv모니터에 용수가 촬영한 중명전 지하실이 보인다.
희경 : 우와....뭔 지하실이 저래?
무열 : 굉장하지?
은재가 전화 통화를 끝낸다.
세사람이 은재를 돌아본다.
은재 : (고개를 젓는다)...공사를 늦출 방법이 없어요.
희경 : 크리스마스때도 일한대?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무슨 공사야?
은재 : 크리스마스하고, 1월 1일 2일 쉬는데요. 문제는 12월20일부터 지하실 공사 들어간대요.
큰일났다.
네사람의 어두운 시선이 tv모니터속 중명전 지하실의 모습으로 향한다.
S#66. 포장마차(밤)
덕수궁 공사장의 카리스마 인부장이 누군가에게 서류를 받는다.
대충 읽어보다가 툭 던진다.
인부장 : 이런건 봐도 모르겠고. 이게 윗대가리가 자제비, 공사비 착복한 증거란 말이지?
(백민철) : 그렇습니다.
인부앞에 앉은 남자, 백민철이 조용히 소주잔을 비운다.
인부장 : 개 같은 놈들. 문화재가 어떻구, 예술혼이 어떻구 주둥이로 싸지를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소주잔을 비우는 인부의 눈이 이글거린다.
인부장 : 구라인다로 확 갈아서 가베안에 쳐넣고 인생 시마이를 해버려야... (하다가 문득) 근데 이걸 알려주는 이유가 뭐요?
(백민철을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백민철 : (인부의 잔이 술을 따라준다) 제대로 된 중명전을 보고 싶어섭니다.
인부장 : (픽 웃는다) 씨알도 안먹힐 소리!!
백민철 : (따라 웃는다) 아주 작은 이득이 있긴 하지만, 누군가가 손해를 보는 이득은 아닙니다.
인부장이 백민철을 뚫어지게 본다. 마치 자기 눈이 거짓말탐지기라도 되는 듯.
장인의 눈답게 날카로운 눈빛을 백민철이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는다.
S#67. 대동종약원 사무실 앞(밤)
차들이 속속 도착한다. 이씨 종친대표들이 속속 도착한다.
가끔 갓쓰고 두루마기 입은 할아버지가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자막으로 대동종약원에 대한 설명 필요합니다)
꼬마아이가 씽씽카를 타고 오다가 넋놓고 서있는 누군가와 부딪친다.
이산이다.
이산 : (무서운 얼굴로) 이눔이.....과속 딱지 뗀다.
꼬마 : (이산을 빤히 올려다본다)...
이산이 낄낄 웃으며 꼬마를 지나쳐간다.
S#68. 인사동길-명륜고서앞(밤)
이산이 걸어오다가 스윽 어딘가를 본다. 그러나 아무일 없다는 듯 문을 딴다.
이산 : 안 춥냐?
어둠속에서 누군가 나온다. 백민철이다.
이산 : 연락도 없이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반할까봐...?
백민철 : 종약원 다녀오세요?
이산 : 아니...(안으로 들어가며) 그냥 지나왔어.
백민철이 씁쓸하게 웃으며 따라들어간다.
S#69. 명륜고서 안(밤)
불이 켜지고, 이산과 백민철이 들어온다.
이산 : 어머니는 시골로 모셨다며?
백민철 : 예.
이산 : 아직 정신 있으면 내 욕 많이 할텐데...망할 놈의 고물장사가 아들 망쳐놨다고...
백민철 : (농담처럼) 사실이잖아요
이산 : 죽을놈을 살려놨더니...
이산이 물건들 사이에 난 좁은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키큰 백민철이 고개를 숙이고 따라 들어간다.
S#70. 이산의 방(밤)
이산과 백민철이 들어온다.
사방벽에 황금에 대한 기사. 사진, 관계도, 지도등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이산의 방.
평생을 그가 황금에 대해 조사해왔다는 걸 한눈에 볼수 있는 놀라운 방이다.
황금에 대한 그의 집착이 미저리같음을 알수 있다.
사진중에는 조만기, 은재의 아빠인 유주영도 있다. 덕수궁 각 전각의 사진은 물론이다.
고종과 그의 친인척들, 관계자들의 가계도도 붙어있다.
그중에는 이하응, 이최응, 이용익, 이지용등 실제 인물들과 이재승같은 가공의 인물들이 혼재되어 있다.
마치 자기집인양 백민철이 상을 펴고, 가져온 것들을 꺼내놓는다.
백민철이 이산에게 술을 따르준다.
백민철 : 중명전이 곧 빌 것 같습니다.
이산 : 그래... (재밌는 걸 말하듯이) 지도를 태웠다면서...
백민철 : (역시 일상적으로) 예...
이산이 낄낄 웃다가 사진중에 용수와 은재의 사진을 본다.
이산 : (물끄러미 그 사진을 보다가) 유은재에 김용수라...
S#71. 황금빌딩옥상(낮)
은재아빠가 용수형을 민다. 용수형의 몸이 계단밑으로 떨어진다.
그순간 작은 상자에서 나오는 은재.
젊은 백민철이 그들 사이를 지나 계단밑으로 내려가는것도 얼핏 보인다.
백민철이 용수형의 목에 손을 대보고 계단위를 향해 고개를 흔든다.
은재를 보고 얼어붙은 은재 아빠뒤..... 다 헤어진 구두의 주인의 모습이 들어난다.
그것은 이산이다.
이산이 순간 울 것 같은 얼굴로 하늘을 본다. 후회와도 같은 감정이...
S#72. 번외편(제목: 잊혀진 사람들)
마치 미국 9.11테러때 사망자 사진과 이름을 발표하는듯한 분위기다.
(그들을 일부러 찍을 필요는 없을 것같다. 이미 찍어놨던 화면들을 재활용하면 될 듯)
-황금빌딩앞
배달용 오토바이로 묘기부리듯 급정거하는 짱께의 모습이 스틸잡힌다.
김재범(19세. 남)
-전당포
전당포의 장칠수가 일하다가 고개를 돌리는 장면 스틸잡힌다.
장칠수(59세. 남)
장칠수의 삶의 의미자 전부인 수정의 모습도 스틸잡힌다.
김수정(43세. 여)
-태형트럭밑
트럭밑에서 드르륵 나오는 조호승의 모습 스틸 잡힌다.
조호승(37세. 남)
조호승의 엄마가 스틸잡힌다.
이복례(72세. 여)
조호승의 아들의 모습도 스틸잡힌다.
조승구(7세. 남)
-7회에 나왔던 병약한 바람둥이 김준수의 모습도 스틸 잡힌다.
김준수(29세. 남)
-만화가게
만화책을 읽는 츄리닝 백수
정우진(28세. 남)
역시 만화가게의 단골 뿔테 백조의 모습도 스틸잡힌다.
손지원(29세. 여)
뚱뚱한 아줌마 탐정의 모습도 스틸잡힌다.
이미진(48세. 여)
강승호의 보스라고 믿어졌던 겉보기 가짜보스의 모습도 스틸잡힌다.
이형복(56세. 남)
그리고 이제까지 출연했던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화면을 조각낸다.
자막이 흐른다.
'그들을 억지로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서 이 이야기에 참견하기에는 너무 바쁠 뿐입니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