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초여름 충무로를 주름잡은 우리들입니다
참석자 6명 유지원 김평화 김승실 최혜경 배은영 김영주
버스 유람 천천히 즐기고 갔더니 모두들 일찍 오셔서 반겨주시고..
가끔씩 시내바람 쐬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지요
산이 울다 ..감명 깊게 관람하고 치맛자락 휘날리며 기념촬영도 했고
단골 맛집에서 함포고복 후~ 여유로운 티타임에 샘솟는 좋은 대화들!!
산이 울다 영화에 관한 의견 교환은 물론이고
피싱대책에 며느리 고르는 법이며 내 나이가 어때서 세월론과
기타 연모와 고백의 방법론까지..^^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화제가 만발한 가운데
모두가 아니오 라고 말할 때 저 혼자 예 라고 부르짖어 가루가 되도록 독까이고 ㅎㅎㅎ
생각할수록 달고 맛난 담소의 장이었지요?
멋진 영화 보고 난 후 우리끼리 영화 한 편 새로 찍은 기분^^
기억을 더듬으니 또 웃음 나옵니다 ^^ 모두 감사드려요!
** 회계**
문화비수입 120000
영화 -36000 (2명은 마일리지 초대권으로)
점심 -36000
커피케잌 -34900
지출 -106900 잔액 13100 총잔액 143150
9년째 인상하지 않은 문화비로 좋은 영화와 푸짐한 건강식 그리고 풍성한 다과까지...
참 멋진 문화모임입니다..곳간의 알곡도 차곡차곡 불어나고 있어 더욱 좋아요!
** 산이 울다 **
절경으로 손꼽히는 타이항 산맥을 배경으로 찍은 정통 멜로드라마 산이 울다
영화사를 통해서 많은 장르영화들이 부침을 거듭해 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본질의 가치를 고수하며 이어진 최고의 장르는 역시 멜로드라마입니다
단지 인간의 가장 이상적 가치인 사랑을 다루어서일까요?
그건 아니고 우리가 마주하는 이상적인 멜로드라마 속에는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를 아우르는 인간 조직의 모든 제도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 안에서 고통받고 갈등하는 무수한 인간상들의 조화가 있기에
오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산이 울다 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마을 주민 하나하나에게 또 그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에
마을이라는 거대 조직의 윤리와 관습은 어떤 잣대보다도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조직을 위해 강요되는 개인의 희생도 나오고
순수한 인간성의 본말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형도 강렬하게 부각됩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되는 좌표 위에다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마지막 가치는 진실한 사랑이었던 거고요
진짜 사랑은 나를 위한 것인가 ..그를 위한 것인가...심오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젊은 신예감독 래리양은 세상을 오래 지켜본 어른의 깊은 시선으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산골 마을에 흘러 들어온 라홍과 벙어리인 그의 아내 홍시아 그리고 어린 아이 둘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한총이 놓은 덫에 라홍이 사망하는 사고 후에
마을사람들의 중의에 따라 우직한 청년 한총은 뒤에 남겨진 홍시아를 책임지게 됩니다
영화는 홍시아의 눈물진 과거를 플래시백하는 여정을 따라 진행되지요
한 소녀가 겪게 된 비참한 사건들과 그 결과로 남은 절망적인 현실
그 속에서도 결국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총과 홍시아의 배역을 맡은 두 배우의 내면연기는 정말 훌륭했어요
특히 눈빛과 표정만으로 벙어리 여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량예팅의 연기가 압권이지요
미모만 뛰어나다고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건 절대 아닐 겁니다
충실하게 숙성된 내면의 힘을 갖추지 못했다면 진정한 연기는 나올 수 없다고 봐요
이 영화에서 스토리나 연기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산골오지마을의 풍광입니다
완전히 순수한 자연을 스크린 속에 오롯이 옮겨온 듯..한 폭의 파스텔화처럼 은은하게 묘사된 산골!
고요하고 애잔하며 소박한 프레임 속에서 영화는 진짜 이웃마을의 역사처럼 펼쳐지고 있어요
원경도 근경도 어느 한 곳 내버릴 곳 없이 한 줌의 꾸밈없이 순수 그대로 아름다운 풍광에
가슴이 젖어들다가 한총과 홍시아의 슬픈 사랑이 자연과 결합될 때 터질 듯한 감성의 봇물!
마주 앉아 소박한 밥 한그릇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가족의 초상이 있고
조금씩 싹터가다 어느덧 커다란 교목으로 자리잡은 두 사람의 애정과 행복은
어떤 사회적 제도적 난관과 압박도 능히 이겨낼 수 있게 견고한 가치로 굳게 자리매김하지요
높은 산 흐릿한 구름의 그림자를 뒤로 하고 벼랑끝에 올라 산과 함께 메아리를 공유하던
홍시아의 애절한 자태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총의 티없이 맑은 순수함은 그가 데리고 다니는 정말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모습에서
감탄을 금치 못할 만큼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기도 합니다.. 너무 예쁜 아기 고양이!
세월이 오래 흐른 후에 아름다운 한 쌍..한총과 홍시아는
그들이 꿈꾸던 마음속 유토피아에 영원히 머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착한 영화..산이 울다... 한총도 울고 홍시아도 울고..
평범하고 지루할 것 같지요? 절대로 아니랍니다~
루쉰문학상을 받은 역량있는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답게
시종일관 소설적인 페이소스에 흠뻑 빠져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어요.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영화를 위해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들 심연에 숨어있던 무명의 어느 산자락도 홍시아를 따라 흐느껴 울지 않았을까요....
6월 8일 공지자료를 꼭 한 번 더 정독해주세요..!!
저는 이쯤에서 펜을 접지만 충실한 정보만으로도 큰 감동을 얻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