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끝자락 12월의 초하루입니다.
달랑 한 장남은 달력은 빈자리를 남겨 두었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새벽 도로에는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립니다.
코로나로 밀린 결혼식은 11월과 12월에 장사진을 이룹니다.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보고픈 사람들과의 모임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9일은 부부동반모임을 위해 서울로의 나들이를 갑니다. 대학로에서의 공연관람 후 친구들과의 반가운 시간을 갖습니다.
16일에는 초딩들과의 저녁 모임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움을 이어가기 위해 만나고 긴 호흡을 같이합니다.
가장 편하게 만나고 허물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누구에게나 숨 떨어지면 그리움은 끝입니다. 그리움은 동경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 그 자체입니다.
그게 갖고 싶은 것이든 먹고 싶은 것이든 보고 싶은 것이든 여행이든 나는 모든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그리움은 인간이 죽을 때까지 떨칠 수 없는 애증이라고 봅니다.
사랑도 본질적으로 그리움입니다. 늙어 간다는 것,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리움과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노년을 아름답게 맞이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합니다.
늙는다는 걸 두려워해서도 안 되고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긴 현역인 저에겐 일상이 그저 분주하고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습니다.
낮에는 방문하신 분들과 업무적인 상담을 하고 저녁은 간단하게 한 두병의 소주를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 아직은 늙어갈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매년 음력으로 시월 두 번째 주 토요일은 집안 종중들이 함양 서하의 숭조당에 모여 회의를 하고 다음날은 삼문중이 모여 시제를 모십니다.
마침 서울 숙모님의 88세 생신이기도 해서 10촌 이내의 종중 모두가 축하 노래를 불러드리고 오래 사시라고 힘찬 응원의 박수도 보내드렸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결혼한 조카들인 창섭, 기훈, 미래가 조상님들과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왔고 시제에도 참석해 주어서 참 고맙고 대견 했습니다.
87세이신 4촌 형님은 행시에 합격했던 큰아들에 이어 큰손자인 27살의 성배가 이번에 행시에 합격해서 집안 종중에게 인사도 시키고 시제에 참석을 했는데 모두가 축하하고 격려를 했습니다.
집안 모두가 모여 이렇게 묘사를 지내게 된 것은 2010년에 집안의 숙원사업인 150기의 숭조당에 이어 재실이 준공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조상님이 마련해둔 종중재산이 있어서 문중을 함양군에 등록하고 가장 터가 좋은 현재의 서하면 송계리에 선조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종사를 위해서 헌신하신 백부님과 숙부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모든 종인들의 정열과 숭고한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보배로운 산실을 마련할 수 있었음에 지금도 안도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집례로서 아쉬웠던 점은 모처럼 많은 분들이 참석한 자리여서인지 묘사를 모시면서 긴 시간이 지루할 수는 있지만 너무나 많은 잡담들이 제게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다가왔습니다.
몇 번이나 주의를 상기시킬까도 고려했지만 좋은 날 조상님께 정성을 다하는 날에 너무 분위기를 무겁게 하지는 말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듬의 아름다움은 성숙이라 했습니다. 성숙하다는 것은 깨달음이고 깨달음은 지혜롭다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 말을 아끼는 것은 지혜를 만나는 길입니다.
29일 새벽에 전해진 부산의 2030년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아쉬움이 너무나 큽니다.
개최지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선정됐고 그들은 환호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1년가량 민관 합동으로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꾸려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 대부분을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해왔습니다.
삼성·에스케이(SK)·현대자동차·엘지(LG) 등 주요기업 총수들의 힘겨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비록 2030엑스포 도전이 실패로 끝났지만, 과정까지 실패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부산의 가치 상승이라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세계에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각인시켰고 유무형의 광고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제도시로 우뚝 서기까지 부산의 역사는 숱한 나라에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고 한국의 외교자산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부터입니다. 엑스포와 유치와 상관없이 정부와 부산시의 할 일은 산더미 같습니다.
가덕신공항은 2029년에 반드시 완공해야만 하고 부산 북항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가덕신공항과 북항 일대를 연결하는 초고속 교통망도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대형 국제행사 유치를 단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추후에 다시금 엑스포 유치를 위해 쌓은 충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의 위대한 도전은 다시금 시작되어야 합니다.
비록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7년 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마음과 열정을 함께한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람을 가리키는 한자 人 은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댄 형상입니다.
나와 등을 맞댄 사람을 내치면 나도 넘어진다는 것이 人의 이치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등을 기대고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람살이이고 등을 기대는 이가 부부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유명한 맨발의 인도 전도자 선다 싱(Sundar Singh)은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 없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짐이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그때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먼 바다를 떠나는 선박도 항해를 시작하기 전 배의 밑바닥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도 배의 전복을 막기 위해 채우는 바닥짐(ballast)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완벽할 수만은 없습니다.
가정도 그러하고 사회도 그러합니다. 나 자신도 그러합니다.
바라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아침마다 인간극장을 봅니다. 아들과 딸 쌍둥이가 태어난 지 불과 1년 남편 백성하(50)씨는 신장암 3기의 진단을 받습니다.
오른쪽 신장 전체를 절제해야 했고 왼쪽 신장과 폐에도 종양이 전이되어 이후에도 2번의 수술을 더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10여년 그의 곁을 지키는 이는 파워풀한 성량과 허스키한 보이스의 매력을 지닌 가수 최세연(48)씨 입니다.
바로 이런 부부가 등을 기대고 서서 서로를 의지하고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세연 씨의 등에 짊어진 건 삶의 무게가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이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로 "세연씨의 당신을 위한 노래" 5부가 막을 내렸습니다. 2년여만에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부르는 성하씨의 행복한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참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속깊은 아이인 시은이와 민규의 맑은 영혼들을 보면서 그들의 행복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주변에는 일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삶을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달 서예에 입문한지 2년여가 지난 친구가 서울 인사동에서 단체서예전을 가졌고 함양의 제부(弟夫)는 수 십 년의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바탕으로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인 가벼운 운동도 좋지만 서예는 모든 면에서 자신을 단련하는 좋은 취미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지난 7월부터 일주일에 한 시간 반동안 글씨기 수업을 듣습니다.
나름 좋아하기도 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올 한해도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2024년 새해에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세상이기를 고대합니다.
2023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2월 초하루에
세금나라 (세무회계와 부동산중개) 사무소
박 동 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