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판결에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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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판결에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별기고] 국제신대 이승구 교수, 대법원 판결에 심히 유감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2006년 6월 22일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판결을 했다. 이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낸 판사들이 있었지만, 다수 의견에 따라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일정한 조건을 지닌 성전환자들이 자신들의 성별을 정정해 달라고 신청을 하면 그것을 허용해 주어야 하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이에 대해 서로 다른 판례들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대법원의 판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심장하다.

이런 대법원의 판례는 성전환자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불이익을 개선하겠다는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그리스도인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논의해 보고, 그 후에 이런 기독교적 관점에 근거해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 보자.

1.일단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분명한 기독교적인 의견과 태도가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사실 소위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른 문제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의견들을 성경에 근거해서 면밀하게 검토해서 그 가운데서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의견들은 기독교의 의견이라고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기독교 안에도 다양한 의견의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성경에 근거한 진정한 기독교적 의견이 어떤 것인가 하는 데 있다.(물론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성경의 명백한 가르침과 성경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에 근거한 입장만을 기독교적인 입장으로 인정하려는 태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성경은 성전환 문제나 성전환 수술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성경 시대에는 성전환 수술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구약과 신약을 막론하고 우리네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시에 주신 성(gender)을 중시하고 그에 근거해서 이 세상에서 사랑하고 혼인하며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약시대에는 남자가 남자를 취하여 성적 관계를 갖는 ‘남색’을 죄로 여기고, 금하고 있다.(레18:22; 레20:13; 삿19:22 참조)

심지어 남자가 여자의 옷을 입는 것도 금하고 있을 정도이다.(신22:5 참조)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런 금령에는 창조 때에 주어진 성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약 시대에도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성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나 여자가 여자로 더불어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을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여 죄악으로 단정하며 금하고 있다.(롬1:26~27) 남색은 죄의 목록에 포함되고 있다.(고전6:9) 물론 희랍과 로마 사회에서 그러한 일에 많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정황 속에서, 사실 하나님의 의도에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물론이고 이 세상에서도 그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동성 간의 성적인 관계(homosexuality)는 성경 전체를 통해 정죄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창조 때에 주어진 독특한 성이 있으며, 그것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성경적 입장이다. 성전환 수술이 가능한 오늘날에도 그런 수술이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양성의 성징(性徵)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경우에 타고난 염색체에 따라서 그것이 xx인 경우에는 여성으로, 그것이 xy인 경우에는 남성으로 주어진 염색체에 따른 성징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염색체와는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도 성경적 입장은 창조 때에 주어진 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립하고 그것을 건전하게 발전시켜 가도록 하는 일에 힘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다른 성에 대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심리를 성경적으로 바른 입장에 근거해 바꾸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고, 교회와 가정과 기독교 학교는 이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독특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다른 죄를 범하는 사람들보다 더한 죄인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수님을 믿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만 날마다 이런저런 죄를 범하고 있듯이, 주어진 염색체와는 다른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에 따라서만 산다면 동일한 죄를 범하는 것이지, 그들이 우리보다 더한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죄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리스도의 구속에 근거하여 용서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죄인이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아가도록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정상적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도 목회적으로 돌아보며 사랑하여 그들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살며 사랑하도록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리와 죄인의 친구이셨다. 그리고 그와 만난 세리와 죄인은 즉시로 회개하고 삶의 방향을 고쳤다.

우리는 이 두 측면을 다 강조해야 한다. (1)우리는 모든 사람의 이웃이요, 그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정죄하시는 것을 따라서 같이 말하되[같이 고백함, homologeo], 동시에 그들을 사랑으로 끌어 안아야 한다. 그리하여 (2)예수님을 만난 세리와 죄인들이 계속해서 세리와 죄인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고 변화된 삶에로 나아갔듯이 우리 기독교회와 관련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들이 지금 심리적으로 느끼는 성정체성을 주장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방향으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근거한 사랑의 공동체는 그들을 포괄할 수 있는 사랑의 용기와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성령의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주님은 사람을 변화시켰는데, 우리는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문제이다. 우리는 주님께 더욱 의존하고 성령님께 의존하여 교회 공동체 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성경이 말하는 가장 바람직한 사람의 모습으로 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 우리 교회의 존재 의미가 있다. 성정체성을 독특하게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십자가와 성령님의 능력 아래 있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께서 의도하신대로 그들을 변화시키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의 여러 종류의 소수자들도 보호하며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에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하지만,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그들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주장하게 하려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대로 자신들을 바꾸어 가게끔 도와서 우리 사회도 하나님 보시기에 좀 더 바른 사회가 되게끔 하는 데 있는 것이다.

2. 그렇다면 이런 기독교적 입장에 근거해서 그리스도인은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2-1. 사법부와 입법부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활동

첫째로 사법부와 입법부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법안에 따라 판결하거나 법안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기독교적인 입장에 좀 더 가까운 것을 이 세상에 드러내도록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이 세상이 기독교적인 입장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 가운데서 우리는 어찌하든지 기독교적 관점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것이 우리 주변의 법적인 현실로 있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사법부와 입법부에 계신 분들이 일반 은총의 작용 하에서 불신자들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작용하던 양심의 작용과 협력하여 문제들을 잘 막아오고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말미암아 성전환 문제에 있어서 그 막는 것이 일부 제거된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판결하려는 분들이 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대법원의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와 같은 상황은 사법부 내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동안 여러모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도와 기독교적 관점의 확대 노력을 잘 하지 못해 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더 노력해서 다른 면에서 비기독교적인 판례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하는 일이 사법부에 있는 전문적 그리스도인들이 행해야 할 일들이다.

또한 입법부에서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대법원 판례를 보충하는 입법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이미 2002년 5월에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성별의 변경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하는 등 국회에서는 성별 정정을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두 달 뒤인 2002년 7월 3일 부산지법 가정지원은 “성전환증 환자도 헌법상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헌법 이념에 따라 입법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호적 정정을 인정했다. 국회는 2002년 7월 10일에 이 문제를 다룰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16대 국회의 회기가 끝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2006년 9월 정기국회에서는 관련법을 제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현숙 성전환자 성별변경 공동연대 운영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실이 ‘성전환자 성별 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입법이 돼야 개별적으로 성별 정정을 신청하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입법부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합리적인 토론과 방법을 사용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르지 못한 입법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바른 입법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 입법부 내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으로 힘써야 할 일이고, 그들이 부름 받은 소명을 이루는 길이다.

2-2. 그 외의 전문가인 그리스도인들의 활동

둘째로, 다른 전문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적 관점을 명확히 하거나 기독교적 관념에 비교적 가까운 견해를 이 세상에 전달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상담학을 하시는 분들이나 심리학을 하시는 분들, 또는 교육학을 하시는 분들의 노력이 특히 유의미하게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들이 주어진 성에 따라 사는 것이 그 개인에게나 사회 전체에 왜 유의미한 것인지를 드러내는 일을 각 분야에서 분명히 해 주어야 한다. 사실 동성애와 성전환자를 옹호하는 분들도 모든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게 되면 이 사회가 곧 붕괴된다는 것을 다 인정한다. 몇몇 소수자만이 그렇게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다 허용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것이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는 논의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 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각종 언론 매체에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노력해서 이와 같은 관점을 보다 널리 알리는 일에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평한 기회만 주어도 이 사회 내에서 잘못된 의견들만이 언론 매체를 주도하는 일을 없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공평한 입장의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은 해 주어야 한다.

2-3. 그리스도인들의 일반 교양인으로서의 노력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그리스도인들 전체에게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그리스도인이 일반 교양인들로서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기독교적 입장에서의 태도를 분명히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깊이있게 배운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해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 가운데서 어떤 것이 성경적 기독교의 입장에 좀 더 일치하는 것인지를 살피고, 그런 입장과 태도와 동의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바른 기독교적 입장이나 그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의견으로 제시되는 의견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에 나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는 데 힘쓰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강하게 이번 판례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사회적 소동을 일으키는 방식이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각자가 성경에 근거해서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것을 깨닫고 그에 근거해 행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하나님과 이 사회에 대해서도 죄이고, 선동식의 활동이나 성경적 관점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 없는 활동도 근본적으로 비기독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활동이 진정으로 효과있는 것이려면 그리스도인들이 평소에 주변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의 실천자들로 살며 바른 삶의 모본을 보이는 잔잔한 운동을 해 나가고 있어야 한다. 사회적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늘 이 사회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비판적인 의견만 나타내는 듯한 분위기 가운데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의견 표명과 그런 노력이 이 사회 속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성경에 근거한 주장과 그에 가까운 입장에 대한 지지가 이 세상에 참으로 확산되기를 원한다면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평소에 성경적 복음에 근거한 사랑의 실천자들로 나타나야만 한다. 조용한 사랑의 실천자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조용한 의견 표명에 힘쓸 때 이 사회 속에 그런 의견의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