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사는 삶은 누구나 꿈꾸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창밖으로 빽빽한 고층 건물 대신 푸른 강과 하늘, 초록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한 줄기 느끼는 것만으로도 한결 여유를 줄 것이다. 자연과 조우하며 사는 열린 공간의 참맛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강화도 산자락 김장복 씨의 자연과 하나 된 집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제루는 누마루와 집 가운데에 마당을 두는 전통 양식을 모티프로 하여 중정을 둔 독특한 구조로, 집안 어느 곳에서나 자연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누(樓)가 있는 집, 미제루(未濟樓)약도를 들고 몇 번이나 위치 설명을 들었음에도 헤매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니 펼쳐지는 작은 마을. 강화도 양오리 산자락 끝에 폭 안긴 듯 자리잡은, 집 몇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도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제루를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마치 깊은 숲 속에 부러 지은 정자처럼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적당히 경사진 대지 위에 전통 양식인 누마루의 구조를 본떠 지은 집, 미제루(未濟樓). 양효와 음효 6줄로 만들어지는 64괘의 마지막 괘이름인 미제는 '이 세상의 삼라만상은 완결, 완성으로 끝나지 않고 늘 바뀌고 순환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계단을 올라 중정과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누마루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 굳이 정원이라 부를 것도 없이 그대로 울창한 숲과 이어지는 마당에는 철따라 피어나는 야생화가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은퇴하면 살 집으로 생각하고 지어 지금은 주말 주택으로 이용하고 있는 김장복 교수의 댁으로,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집에는 아직도 건축학과 학생들이나 디자이너들이 심심찮게 구경을 하러 온다. 이 집을 건축한 방철린 씨가 “집터며 주위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집을 짓는 데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고 말했듯이 군더더기 없이 구상미를 살리고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외관은 차가운 느낌보다는 절제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소박한 느낌이 자연과 하나인 듯 어우러진다. 집의 가운데 놓은 중정에는 잔자갈이 깔려 있고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 뿐, 전통적인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한다. 마당을 중심으로 거실과 안방, 서재가 둘러가며 배치되어 어느 방에서나 이 중정을 볼 수 있으며 거실에서는 바로 누마루인 데크로 통할 수 있다. 방의 큰 창으로는 사방의 자연이 잡힐 듯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자연을 끌어들인, 자연으로 열린 집이다.
* 한국 전통 양식인 누마루의 양식을 모티프로 한 미제루의 외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외관은 차갑기보다는 소박한 느낌으로 자연과 어우러진다.
* 집 입구에 서있는 정겨운 우체통.
* 집주인이 정성스레 가꾸는 희귀한 야생화들은 철따라 독특한 빛깔과 향을 자랑한다.
* 누마루 격인 데크에는 의자와 화분을 조르르 두고 햇살을 즐긴다.
*야트막하게 경사진 정원을 지나 계단을 올라 중정을 통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
* 데크 아래에는 야외용 의자를 두어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 집의 가운데 마당인 중정에는 잔자갈이 깔려 있고 야트막한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한다.
* 데크 한쪽에는 나무와 꽃을 가꾸는 원예도구와 물건을 수납하는 창고로 활용한다.
한남동 노지원 씨의 색다른 공간강 위에 둥실 떠 있는 집
하루종일 창밖을 내다봐도 심심하지 않은 집에 사는 축복을 누리고 있는 노지원 씨네 집. 강물과 푸른 나무, 야외 데크의 은은한 가로등 불빛까지 즐길 수 있는 이 집에서 서울 풍경을 재발견했다.
거실의 통창 너머로 넘실대는 한강 덕에 집안이 아니라 야외에 나온 것처럼 시야가 탁 트였다. 창문 바로 밑에는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한강에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한눈에 보이는 정말 탐나는 풍경. 집주인도 복잡한 도심에서 누리기 힘든 뷰에 반해 방과 화장실이 5개씩 있어서 답답하고 불편한 구조였지만 덜컥 집부터 샀단다. 낡고 오래된 빌라를 호텔의 펜트하우스 부럽지 않게 리모델링한 노지원 주부는 하프를 전공한 예술적 감각으로 집안 곳곳을 이국적으로 꾸며놓았다. 리모델링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도 멋진 전망을 효과적으로 집안에 끌어들이는 것. 현관문을 들어서서 바로 보이는 거실은 전면의 통창으로 유람선과 제트스키가 강물을 가르는 시원한 전망과 나무 펜스로 울타리를 둘러 단독주택 같은 아늑한 기분을 즐기는 테라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멋진 공간. 빌라 꼭대기층이라는 이점을 살려 기존의 천장을 뜯어내고 층고를 1m 가까이 더 높여 멋진 전망이 더 돋보인다. 거실 천장에 조명을 다는 대신, 내력벽을 살리느라 높낮이가 다른 천장의 연결부위에 직접 디자인한 프레임을 선반처럼 설치해 간접 조명의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도록 디자인했다. 거실보다 좀더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나는 다이닝룸은 강변 풍경과 나무가 어우러진 곳. 원래 테라스였던 곳을 리모델링하면서 집안으로 끌어들여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컬러풀한 샹들리에, 차분한 질감의 푸른 벽지, 노지원 주부가 공들여 모은 이국적인 소품과 가구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강을 한껏 풀어놓은 시원한 거실과 초록식물이 어우러진 우아한 다이닝룸까지… 입체 만화경처럼 다양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빌라의 매력.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급스러운 컬러 유리로 아치를 만들어 색다른 느낌. 높이 솟은 천장의 이점을 한껏 살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일등공신이다.
* 싱크대 상부장이 없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주방. 입체적인 천장이 특히 돋보이는데, 천장을 높이면서 철거할 수 없는 기둥은 그대로 두고, 높일 수 있는 곳은 한껏 높였기 때문이라고.
* 다이닝룸 통창 밖으로 보이는 녹음 짙은 나무는 자연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 노지원 주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다이닝룸. 원래 테라스였던 곳인데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실내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강변 풍경과 나무, 하루종일 쏟아지는 햇살 덕에 아끼던 앤티크 식탁과 색색의 샹들리에가 빛을 발한다.
* 거실에서 창을 바라보는 강변 풍경은 한폭의 액자 같은 느낌을 준다. 이중창 사이에 조각상을 넣어 창문 프레임 자체가 미술작품 노릇을 톡톡히 한다.
*거실 통창 옆 도어는 기성품이 아니라 디자인해 제작한 것. 곡선을 그리는 철제 프레임이 밋밋함을 단숨에 날려준다.
*통창으로 보이는 나무와 펜스는 전원주택 못지 않은 경관을 만든다.
* 독특하게도 거실 앞이 아니라 사이드로 베란다를 겸하는 테라스가 있다. 여름에는 종종 친구들을 불러 바비큐파티를 벌이는데, 나무 데크와 카페 차양 같은 어닝, 이국적인 가로등이 어우러져 단독주택 부럽지 않은 공간이다.
일산 윤경미 씨의 1층 아파트 예찬
콘크리트 안에 숲을 담을 수 있는 곳
다른 층보다 조금 싸기는 하지만 나중에 안 팔리는 건 아닐까? 사생활 노출은 안 될까? 어둡지는 않을까? 1층 아파트에 대한 모든 망설임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윤경미 씨 집은 도심 속, 숲 속의 전원주택.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심호흡하면 나무와 풀내음의 싱그러움이 반기는 곳. 한달 전 1층 아파트로 이사온 윤경미 주부의 집은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7∼8평 남짓 되는 마당을 품고, 마당 건너의 울창한 나무 덕에 고즈넉한 숲 속의 전원주택 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베란다 앞으로 쭉 뻗은 나무가 많은 덕분인지, 한여름인데도 에어컨을 안 틀어도 서늘하다. 겨울에는 혹시 추울까봐 베란다를 트지 않았다. 대신 베란다 밖으로 나무 데크를 깔아 집에서 바로 마당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풍경 말고도 아이가 모종삽을 들고 흙에다 꽃을 심고, 하루종일 뛰어도 잔소리할 사람 없는 1층, 아파트임을 잊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
*베란다에서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대청마루 노릇을 하는 데크를 짰다. 7∼8평 남짓 되는 아담한 마당에 부담스럽지 않도록 길쭉하게 짰는데, 적삼목으로 2평 남짓 되는 데크를 만드는 데 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베란다 턱과 높이를 맞춰 드나들기도 편하고 야외 의자를 따로 놓을 필요도 없이 데크에 앉아서 햇빛을 쬐며 책도 읽고 놀 수 있어 대만족.
* 다양한 모양의 화분을 샀는데, 아파트에서 즐기기에는 행잉바스켓이 가장 좋다는 결론. 관리하기도 편하고 베란다 철창은 가리면서 눈높이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어 더 마음에 든다.
* 한달 전 이사오자마자 온 가족이 꽃시장부터 갔다. 토마토 모종 한 판, 제라늄, 한천, 페추니아 등 각종 꽃과 모종을 사와 정성스레 가꾼 마당이라 가족들이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이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거실 풍경. 일반적인 소파 대신, 나무로 짠 평상 같은 널찍한 데이베드에 도톰한 매트리스를 놓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했다. 온 집안 식구가 누워 신선놀음을 하는 곳.
*침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을 놓치기 싫어 일부러 슬쩍 비치는 원단으로 커튼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대 거울 너머로 비치는 나무들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신대방동 최승희 씨의 아일랜드 스타일 아파트
개성 있는 리모델링으로 자연을 담은 집
인테리어 사무실 포룸(www.forroom.com)을 운영하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승희 씨의 집은 독특한 구조 변경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인 공간. 아파트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햇볕 잘 들고 정원 넓은 주택에 살고 싶은 마음에 일산에 있는 전원주택을 덜컥 계약했다가 자신과 남편의 직장과 너무 멀어 눈물을 머금고 이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최승희 씨. 아파트라도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싶은 마음에 창밖으로라도 나무를 볼 수 있는 아파트 1층을 택했다. 리모델링을 할 때 공간 확보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채광량을 높이는 것.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널찍한 이국적인 분위기로, 전원주택 못지않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거실과 침실, 주방의 베란다를 트는 것이 첫 번째 단계. 베란다 창에는 커튼 대신 화이트 갤러리 문을 달아 외부에서는 집안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채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거실 측면의 베란다 한쪽은 터서 바로 꾸몄다. 창문 사이로 살랑거리는 나무를 보며 와인 한잔 하는 맛이 그만이라고. 이 집의 특징은 가벽을 이용한 공간 분리. 가벽을 세웠는데도 오히려 시원해 보이는 것은 공간 확보를 충분히 한 후 효율적으로 분리했기 때문. 가벽을 세우면 좁고 답답하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주방은 바닥을 높이고 가벽을 세워 복도와 거실에서 분리시키고 아치형의 천장을 만들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침실 역시 베란다를 확장한 공간에 큰 창을 내고 아치형 천장을 만들어 한결 널찍한 느낌이다. 대리석과 나뭇결이 살아있는 데코타일, 화이트 벽과 보타니컬 프린트 벽지 등의 마감도 이국적이고 시원한 느낌을 톡톡히 더한다. 반드시 전원주택을 짓지 않아도 아이디어를 달리하면 한 걸음 더 자연에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베란다 확장 공사 후 통창에는 화이트 갤러리 문을 달아 채광을 확보했다. 갤러리 문을 열면 푸른 나뭇잎이 살랑거리고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
*거실 측면의 베란다 한 코너는 바로 개조하여 이용한다. 곳곳에 둔 푸른 식물도 자연을 느끼게 하는 요소.
* 이 집의 독특한 분위기는 가벽으로 인한 공간 분리 때문이다. 일단 쓸모없는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인 공간으로 확보한 후 가벽을 이용해 분리한 공간은 오히려 널찍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침실의 베란다도 튼 후 바닥을 높이고 아치형 가벽을 설치, 소파를 두어 코지 코너로 이용한다. 넓은 창으로는 초록 나무가 보여 전원주택에 사는 것 못지않다.
* 침실에 옷장이 없는 이 집의 특징은 가벽과 중문으로 드레스룸을 확보한 것. 드레스룸에는 보타니컬 프린트 벽지로 이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 가벽으로 생긴 복도는 긴 벤치를 놓아 코지 코너로 활용, 길고 넓은 복도가 시원한 느낌을 더한다.
진행 최상희 기자 사진 김소현(C-one Studio) 건축 방철린((주)인·토종합건축사사무소 02-555-2605)
진행 박혜숙 사진 장영주(C-one Studio) 개조 LG데코빌(분당 아름점 031-709-5441)
진행 박혜숙 사진 장영주(C-one Studio) 개조 및 스타일링 유재옥(011-308-5341 www.jhomes.co.kr)
진행 최상희 기자 사진 김소현(C-one Studio) 개조 포룸(www.forr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