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팡파르(Fanfare)
팡프르는 '자연'배음으로 된 악기인 트럼펫, 호른 등이 연주하는 짤막한 악절인데, 원래 전쟁이나 사냥, 궁정예식에서 신호용으로
사용했다. 팡파르라는 말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은데, 트럼펫을 뜻하는 아랍어 'anfār'를 어원으로 하는 스페인어 'fanfarronada'
(허식)에서 나왔다는 설과, 팡파르의 실제 음향을 의성어로 모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고대 문헌에는 군사용·예식용
팡파르에 대해 기술되어 있지만 현존하는 음악의 예는 14세기 프랑스의 사냥 책자에 나타난다.
당시의 팡파르는 사냥용 뿔피리의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다소 초보적인 형태를 유지해왔지만, 1600년경에 이르러 이 장르의
근대적 특성들인 명쾌한 리듬, 반복음, 삼화음(c-e-g같이 3도로 쌓은 화음) 구성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팡파르
음악들은 작센의 트럼펫 연주자인 마그누스 톰센과 헨드리히 뤼베크, 덴마크의 왕 크리스티안 4세의 궁정 음악가들에 의해 편집
되었다.
팡파르를 모방한 예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카치아에 해당하는 피렌체의 〈Tosto che l'alba〉에는 '그가 호른 소리를
내었다'(suo corno sonava)라는 가사 다음에 곧바로 팡파르풍으로 화려하게 꾸민 성악 악구가 나온다. 또한 부르고뉴의 기욤 뒤페
(1400경~74)의 '트럼펫풍으로 연주하는'(Gloria ad modum tubae)에서는 전형적인 짤막한 팡파르 동기가 교대되는 가사가 없는
2개의 낮은 성부 위에서 두 성악 성부가 카논식으로 선율을 모방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예로 클레망 잔캥, 지롤라모 프레스코발디, 윌리엄 버드 등 16세기 작곡가들이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음악으로
나타낸 것이 있다. 18세기의 프랑스 음악 중 사냥 팡파르 곡인 소느리(sonneries)는 수많은 기악곡들에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낭만주의 시대에 팡파르는 자주 오페라에 사용되었다(베토벤의 〈피델리오 Fidelio〉, 비제의 〈카르멘 Carmen〉,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olde〉 등). 20세기의 예로는 미국의 작곡가 에어런 코플런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Fanfare for the Common Man〉를 들 수 있는데, 이 곡은 그의 교향곡 3번 마지막 악장에 짤막한 도입 악구로 사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