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24 조남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조남현]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라는 책을 읽었다. 박민규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였는데 내 친구가 박민규 작가의 열렬한 팬이고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하지만 처음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읽을 시간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문학수업을 듣게 되었고 배운 걸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사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보지 못한다 라는 말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아무런 말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해 들었을 때 작가의 아내가 만약 자신이 못생겼더라도 자신과 결혼 했을 것이냐는 물음을 듣고 이 책의 모티프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 책에 그저 흥미로운, 좋은 모티프라고 생각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뒤 나의 생각은 180도로 바뀌었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주인공이 정말 못생긴, 아름답지 못한 여자와 서로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책의 초반부에는 결말부분이, 그 이후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의 가족이야기, 주인공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이야기, 그리고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장을 얻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가 백화점에서 요한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많은 도움, 이야기, 조언을 들으면서 또한 백화점에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요한은 자결을 시도하여 요양원에 가게 되고, 그녀 또한 주인공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된 주인공은 그녀를 찾으러 가고 그녀를 찾게 되고, 또한 주인공이 죽게 되는 이중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책의 세 주인공 모두는 아픔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의 경우 유명한 아버지를 두었지만 자신이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남편이라 부르지 못한다. 요한의 경우 거대한 자본가의 서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미남이다. 하지만 그는 외모와 연기에만 신경을 쓴다. 가정을 이끌어 나간 것은 주인공의 어머니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미녀라 불릴 수는 없는 외모를 지녔다. 아버지는 삼류 영화관에나 나오는 배우였지만 어머니는 묵묵히 그런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해가며 가정을 꾸려 나갔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매스컴에도 등장하게 되는 유명한 배우가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버지는 그들을 떠나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잊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일을 겪은 주인공이 트라우마 때문에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야기를 점점 읽어 갈수록 주인공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에 접어들어 주인공은 백화점에서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한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은 요한을 만나면서 점점 세상에 대한 여러 가지 관념, 생각들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며 정신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요한은 백화점 사장의 아들이지만 첫째 부인이 아닌 다른 부인에게서 태어난, 옛날로 치면 서자이다. 이런 아픔을 겪는 그는 세상에 대한 따끔하고, 촌철살인의 비판을 가하며 삶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모든 것을 스펙만으로 결정하는 세상, 속도.. 등 정이 없는 현대인들에 삶에 비판을 한다.요한의 입에서 대변되는 작가의 말은 지금 현대 사회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추악함, 허영심에 찌들어 있는 사회 등에 대한 비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머릿속에 남아 았는 것이 요한이라는 인물이다. 요한은 주인공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며 많은 가르침을 준다. 자유분방한 것 같지만 자신은 세상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세상에서의 탈출을 자결시도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추구하고 툭툭 던지는 말을 들으면서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하며 한번 더 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해주었고 나의 기억 속에 큰 충격을 준 인물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녀와 만나게 된다. 그가 일하게 된 백화점에서 역시 일을 하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외모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었고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세상사람들은 사람이 가진 능력보다도 그의 외현적 조건, 외모나 재력, 집안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고 이런 세상은 그녀가 혼자 버텨내기엔 너무 모질고 혹독했다. 그녀는 주인공을 만나 서로 행복한 사랑을 하였다. 박민규 작가는 주인공들의 그러한 세세한 감정까지도 표현해내며 마치 내가 그 사람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모두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이 되도록, 내가 주인공인 듯한 생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섬세한 표현력을 보였다.  그들은 희망이 있는 '켄터키 치킨'을 가며 화려하지만 공허한 곳이 아닌 누추하지만 정이 있는 곳을 추구하며 진정한 내면의 사랑을 추구해 간다.

하지만 주인공이 대학을 가고, 요한이 자결을 시도 하였고 그녀는 주인공의 곁을 떠나간다. 그녀가 남긴 편지 또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그녀가 떠나게 된 이유,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감사해하며 미안해함, 그리고 지금의 기억을 간직하고 지금의 여자로서의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그를 떠난다는 구절에서 그녀의 아픔을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 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 때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그를 떠난다는 게 너무 슬프고 가슴아팠다. 그 후 주인공은 그녀를 찾아가고 그녀를 만나게 되는 결말과 주인공이 죽고 그녀와 요한이 결혼하게 되는 두가지의 결말로 끝이 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작가의 문단나누기 였다. 문단이 다른 책처럼 정상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닌 갑자기 나뉘어 지는 곳이 많이 있었다. 이 부분은 특히 작가가 강조 하고자 했던 부분으로 나뉘어진 부분 일수록 더욱 큰 여운과 감동을 주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문단 나누기로 인해 그 감정의 전달 효과와 여운이 더 큰 효과를 지니지 않았나 생각했다.

이 소설은 한번 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관한 나의 편견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오랜만에 독서로 인한 감동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에 남는 글귀들이 매우 많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글귀를 인용하여 마무리 하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 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그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 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거야.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거야. 사랑 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p.228

'누군가의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p.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