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들이 외식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이라크 전쟁, 사스(SARS) 등으로 호텔산업 경기가 최악으로 치닿게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찍이 외식업에 발을 들여놓은 몇몇 호텔들이 외식부문 매출이 호조를 보이자 외부 외식사업에 관심을 집중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규 점포 오픈을 준비하거나 제2,3브랜드 출점을 계획하는 등 사세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은 운영중인 중식당 ‘도원’과 카페 ‘지스텀’외에 입지 요건이 좋은 몇 곳을 추가 오픈 장소로 검토 중이다. 프라자호텔 외식사업부는 지난 1,2,3월의 경우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10%, 30%, 10% 증가했다. 특히 이라크전과 사스의 영향이 시작된 3월 후반기 매출이 전반부에 비해 6% 늘어났다고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전했다.
조선호텔 외식사업부는 지난해 3백5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4백18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오킴스 브로이 하우스’가 한달 평균 4억5천만원정도의 매출실적을 기록하는 효자 업장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매출신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호텔은 외식부문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2%신장한 2백35억원으로 정했다. 현재 서울 여의도의 세종클럽을 비롯, 해군회관에서 외식매장을 갖고 있는 세종호텔은 3군데 업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삼성플라자 식당가와 프레스클럽, 무역클럽, 중식당 ‘도리’대치점, 탑클라우드 등을 운영중인 신라호텔에서 분사한 ㈜레스원 역시 영업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1998년 호텔 신라 외식사업부에서 ‘휴던’으로 분사, 운영하여 오던 중 지난 5월 1일 수탁업장의 전문성을 높이고 호텔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주)레스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호텔 외식사업 꾸준한 매출 신장률 보여
호텔들이 외식사업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인사정책의 일환이다. “호텔은 봉사료와 높은 시설 투자비용으로 인해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으며 고객도 한정돼 있다”고 설명하는 원욱희 ㈜호텔현대 외식사업부 부장은 “인사정책 해소의 일환으로 외부로 팽창해나가는 것이 쉽고 빠른 해결책”이라고 전한다.
호텔의 이미지 제고 역시 외식사업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호텔 내부의 고객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호텔의 잠재고객들에게 호텔의 이미지를 알려 고객으로 만드는 것과 함께 호텔을 널리 알리는 하나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호텔의 외식사업은 수익성이 우선돼야 한다. 수익이 발생해야 외식업장이 살아남을 수 있고 그 부가적으로 인사정책의 해소나 이미지 제고 역시 이뤄지는 것이다.
“현재 호텔 외식사업장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하는 한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우선 외부외식사업은 호텔이라는 울타리 안이 아닌 그야말로 시장바닥에서 여러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호텔 외식사업부들은 호텔과 똑 같은 레스토랑의 이름을 내걸더라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호텔에 비해 약 70~8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제공한다. 그러나 음식과 서비스의 질 저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봉사료가 붙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저렴한 가격도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가격을 감안한다면 역시 호텔과 같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기는 힘들다”고 귀뜸한다.
그러나 인건비, 식자재 가격 감안을 위해 호텔 외식사업부들이 당장 식자재를 바꾼다면 음식의 질적인 차이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외면이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따라서 호텔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
인건비 때문에 외부업장들은 파트타이머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노조의 반발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호텔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의 차선책으로 양질의 인력 확보를 우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직원만족도에 최우선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또 몇몇 외부업장은 노력여하에 따라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배인 소사장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각 호텔 외식사업부 관계자들은 호텔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강구하지만 근본적인 가격차이와 아무리 양질의 인력이라도 충분치 않는 데서 생기는 공백을 메꾸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한된 입지조건 아니고서는 어려워
10여 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국내 외식시장은 많은 성장과 전문화가 이뤄졌다. 맛과 서비스에 있어 호텔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춘 외국계 외식브랜드들이 대거 수입, 외식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자연히 고급외식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호텔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레스토랑들은 수입이 격감할 수 밖에 없다.
80년대에는 거리가 멀어서 호텔을 자주 찾을 수 없었던 호텔 고객들을 위해 강남 등지에 외부 업장을 만들어 호텔 음식을 맛보도록 하는데 그 의미가 있었다.
한 호텔외식사업 관계자는 “요즘은 호텔이름을 내건다고 해서 무조건 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분화되는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모두 고려해보고 신중히 매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선 수익성과 안전성을 고려해서 호텔들은 같은 계열사의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 한다. 대표적인 예로 호텔 현대는 현대백화점의 식당가에 ‘홍보석’과 ‘홍매’를 오픈 하고 있다. “백화점은 우선 유통고객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고객이 한정된 호텔과 달리 매출에 있어 안정적”이라고 설명하는 현대호텔 관계자는 “백화점측도 식당가의 경쟁식당들이 호텔 외식사업장의 영향을 받아 서비스 수준이 높아진다”며 동반 이미지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중상류 고객층에서 일반 대중속으로 파고들어
특히 호텔외부사업장들이 베이커리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커리는 코스트가 낮고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아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호텔에서도 수익을 위해 적극 장려하는 업태이다. 대표적으로 조선호텔의 베이커리사업부가 있으며 현대호텔의 ‘베즐리’역시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해 있다. 비교적 투자에 부담이 없는 베이커리는 그만큼 시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호텔의 외식사업부는 호텔고객에 속하는 중상류층 고객들을 위한 고급레스토랑 위주에서 일반대중들 속을 파고 들고 있다.
호텔 외식업장이 대중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대세로 여겨지나 그 수준조차 대중에게 맞춰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호텔의 품격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하다.
차별화된 독자 브랜드로 자생력 키워야
함동염 조선호텔 외식사업부 마케팅팀 팀장은 “호텔 외식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성에 맞게 변화를 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오킴스 브로이 하우스가 조선호텔에서 직영으로 하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맥주 맛이 좋기 때문에 잘된다”며 “호텔이미지를 엎고 가는 것은 이젠 아니다. 특화된 전략으로 독립브랜드로 자생할 능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 한다.
즉 브랜드 파워가 호텔 외식사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
호텔 외식사업부 관계자들은 코카콜라나 맥도날드가 그 브랜드가치만도 엄청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좀더 멀리 내다보고 호텔 내 외식업장 뿐 아니라 ‘이름’을 갖고 있는 외식업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더 이상 호텔의 명성만으로 장사하지 않겠다는 외식사업부의 의지로 비쳐진다. 물론 호텔의 이름은 하나의 발판이 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점차 호텔 외부외식사업장들은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높여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그 동안은 호텔이 외부 외식업장의 이미지를 높여주었지만 앞으로는 외식업장이 호텔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제고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호텔 외식사업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와 식음료 품질로 고객만족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호텔경영에 있어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에 목표를 둬야 겠다.
미니 인터뷰 / 차명수 ㈜레스원 대표이사
“‘3S1010’으로 레스토랑 No1 될 터”
“레스원은 레스토랑의 넘버원, 최고의 레스토랑을 의미합니다.”
차명수 ㈜레스원 대표이사는 “레스원은 지난 5월 1일 ㈜휴던이 1998년 호텔신라에서 외식사업부로 분사, 운영해오다가 수탁업장의 전문성을 높이고 호텔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새롭게 출범한 신라호텔의 전문 외식수탁업장”이라며 “태평로, 도리, 캑터스 등 8개의 전문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신라호텔 25년의 근무경력을 가진 외식 베테랑 차명수 대표이사는 “현재 8개의 업장을 전문레스토랑의 컨셉에 맞춰 재정비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 동안 취약했던 서비스 교육 부문을 강화시켜 나가 고객 서비스의 기본을 확실히 다져나갈 계획”을 전했다. 전문 식당가에 알맞은 직급별 맞춤 교육을 통해 호텔 수준에 걸 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방침.
“이미 전사원 서비스 직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비수기 7,8월에 사내 강사를 양성, 서비스 교육에 중점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는 차 대표는 “레스토랑 비즈니스가 사람으로 인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사원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대표는 “레스원 출범과 함께‘3S 1010’을 천명했는데 이는 친절한 미소(Smile), 빠른 서비스(Speed), 고객만족(Satisfaction)를 의미하는 3S와 매출실적 전년대비 10%향상, 이익을 목표보다 10% 초과 달성하자는 각오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외식사업부가 마냥 잘 되는 사업만은 아니다”고 언급하는 차 대표는 “쉽게 외부 외식사업에 손을 덴 몇몇 업체들이 한계를 맞이하고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현재 호텔 외식사업부들은 수익구조가 좋은 사업 아이템을 선정, 공격적인 영업방침이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체계화된 인력관리와 정형화된 메뉴 등으로 시스템화된 일반 외부레스토랑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니 인터뷰 / 원욱희 ㈜호텔현대 외식사업부 부장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기 보다 고객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외식사업 전개할 터”
“외식업, 이제는 단순히 음식만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고객에게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원욱희 ㈜호텔현대 외식사업부 부장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호텔 외식사업부는 중식, 일식 위주의 업장 운영에서 한식당, 베이커리 등 사업을 다각화 시켜 나가고 있다”며 “외형적인 변화 외에도 안정적인 사업추진과 레스토랑의 브랜드 파워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최근 CI 작업을 마쳤다”고 전했다.
원 부장은 “새로운 CI작업은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현대의 외식사업을 현대적 퓨전 감각으로 재탄생 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호텔 현대 외식사업부는 지난해 8월 정통 유럽식 핸드메이드 베이커리 전문점‘베즐리’를 런칭 해 베이커리 사업의 다각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일단 현대백화점 입점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좀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경주와 울산 등 지방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현대호텔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호텔 내 외식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외부 업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2001년부터 현대백화점 호텔사업부에서 ㈜호텔 현대로 분사한 이후 적극적인 외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은 봉사료와 높은 시설투자비용 등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고객도 한정돼있다”고 설명하는 원 부장은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외식사업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원 부장은 “그 동안 호텔에서 운영하는 외식사업들이 호텔의 배경을 가지고 질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켜 왔지만 이제는 매장이 위치해 있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식업은 호텔의 고급 이미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사업으로 뚜렷한 아이템을 개발, 소비자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설명.
“후발 업체로 외식업에 뛰어들었지만 뛰어난 브랜드 가치와 전문성을 인정 받고 있다”고 자부하는 원 부장은 “앞으로 내부직원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회사로서 인정 받고 ‘현대’의 타이틀에 걸 맞는 전문 외식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