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그녀를 보고 돌아 오는 길 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하느님 이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짧은 시간이나마 그녀를 볼수 잇게 해준
그 하나님이 정말이지 너무 감사 했습니다.
조금씩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새벽바람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난 돌아오는 이길에 모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도시의 매연과 불빛들에 가려져
흐릿하고 몇개 보이지 않는 밤하늘의 별들이지만...
정말 모처럼만에 난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봅니다.
흐릿한 별빛이지만...그 별들이 점점이 박혀있는 하늘,
그 새벽하늘에 난 다시 그녀의 얼굴을 그려 넣어 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어떻게 그런 사람을 만날수 있었는지...
내게 주어진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 합니다...
더우기 오늘은 꿈만 같던 그녀의 손을 잡아 보았습니다...
그 보드랍고 따스한 작은손...
무슨 향기 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기분좋은 냄새가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내일도 또 와도 된다고...
가슴이 터져버릴 정도로 행복하단 것이 이런 감정일까요?
사실 난 아주 오랬동안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아 왔었습니다.
언제 부터 인가 난 사람들이 왕래하는 거리에 나서게 되면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바늘끝 처럼 따가웠습니다...
제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무슨 더러운 오물이라도 보는 것 처럼
슬금슬금 저를 피해 멀찍히 물러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얼굴은 항상 때에절은 낡은벙거지 속에
숨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절뚝 거리는 다리만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찢어진 바지사이로 내가 봐두 흉칙한 철제의족이...
철커덕거리면서 항상 제 발걸음을 쫒아 다녔습니다...
그렇게 오랜동안 사람들도 나도 서로에게 멀어져 가며
살아 왔던 것 입니다.
그때는 내 운명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하느님이
정말 미웟습니다, 몇 번이고 이 세상이 싫어져서 떠나 보려고 했지만
그때 마다, 내 질기고 단단한 의족의 철사처럼
매 목숨 또한 징그럽게 질기 더군요...
그런데 지금 난 그렇게 세상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그녀를 처음 보던 날 말입니다...
그녀는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길고 윤기나는 머리결이 어깨를 넘쳐
허리께 까지 철렁 거렸습니다.
까맣고 윤이나는 반짝반짝한 눈. 슬플 만큼 길고 검어던 속눈썹.
처음엔 채 1분도 안되는 시간 이었지만
난 그녀의 모든것들을 가슴에 담을수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왼쪽 머리에 단정히 꽂혀있던 하얀색 나비 머리핀.
긴 장마뒤에 구름을 살짝 벋어난 햇살 같이
아주 잠깐 이었지만 부드럽고 사랑스런 미소...
그 날 이후로 난 먼 발치 서라도 그녀를 보고나지 않으면
살아 갈수가 업게 되어 버렸습니다, 단 하루 라도...말입니다.
그러한 그녀를 오늘 가까이서 만났습니다.
손도 잡아보고...그녀의 향기도 맡을수 있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정말 다행 이라고 생각 하면서
난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이미 별들이 사라져 버린
새벽하늘을 바라 봅니다...
철그럭,,철그럭...내 고단한 삶의 비명소리 같아서 진절머리 나던
내 다리에서 나는 이 쇳소리 조차도
기분좋은 음악처럼 내 걸음을 쫓아 옵니다....
요즘 따라 부쩍 손님들이 줄어서
오늘도 조금 일찍 서둘러 영업을 시작 했었다.
갈수록 찌그러져 가는 엄마의 인상.
그만큼 고달픔으로 되돌아 오는 하루하루의 지겨운 생활
요즘따라 상철이 새끼의 주먹질이 심해 졌다.
붓기는 어느 정도 가라 앉았지만.
멍자욱때문에 화장발도 잘 안먹었다.
개 새끼...최소한도 얼굴은 건드리지 말아 야지...
평소보다 짙은 볼 터치로 어느정도 카바는 했지만...
눈썹을 그리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걷어 채인 옆구리가 욱신 거려서 였다.
그렇게 날 개 패듯 두들겨 패놓고는 그 자식은
술 냄새를 풍기며 팔자 좋게 코를 골며 널브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몇 번이나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겁두 나고....
나는 맞으면서도 내가 왜 맞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 자식이 내가 맞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 해 주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 이 썩을 가시나야 . 니가 재수가 없으니까 3포카를 잡고도
7포카에게 묵혀버린기야..."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나는 정말 복날 개처럼 얻어 맞았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 없는, 모두가 그 자식의 독오른 눈빛을 보며
슬금슬금 외면을 하며 자리를 피해 버리고...
오후에 눈을 뜬 나에게 엄마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 그 자식 승질 몰라서 건드리나..? 니만 고달프지...쯔쯔"
하얀 비닐봉다리 하나를 툭 던져놓고 나가며 한마디 더 하는 말.
"알아서 하그라...이러단 니 화장품대나 나오것나...?"
비닐봉다리 속에는 붙이는 파스와 게보린이 들어 있엇다.
게보린...그 삼각형의 분홍색 알약을 다서알 까서 입에 털어 넣었다.
알약...알약이라면 진절머리 난다...
진통제...보건소에서 주는 마이신들과 알수없는 크고 자그만한 알약들.
언젠가 난 이런 생활보다는 차라리 죽어 버리는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수면제 따윈 구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좀 독하다는 알약들을 마구 모으기 시작 했었다.
진통제. 마이신.소염제...가릴 것 없이.
어느날 그 알약들이 수백알이 됨직하니 모아 졌을때.
모두가 잠든 시간을 틈타 그 알약들을 미친듯이 입에 넣었었다.
플라스틱 물잔 가득히 소주를 딸아서...메이는 목을 뚫어 가며.
그러했던 내가 눈을 뜬 곳은 어느 허름한 병원
시트도 안깔린 가죽침대 위에서 였다.
축축히 젖은 침대. 축축히 젖어 엉켜버린 머리카락들...
위세척을 한 것이었다...정말 재수없는 년은 죽는것도 제대로 안돼.
병원에서 돌아온 그날...
난 걷지도 못할 만큼 휘청거리는 몸뚱이로
개 처럼 맞았다...정말 개 처럼 맞았다...
신기할정도 몸에 상처안나게 때리는 그 새끼의 손...
부서질듯 몸이 찢어져 나가는 듯 아팠지만...
정말 눈물 흘릴 힘도 없었다.
화장을 마친후에 난 거리쪽에 내다 놓은 동그란 플라스틱의자에 앉아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물엇다.
몸이 선뜻하다...이제 겨울이라 할만큼...바람끝이 차갑고 아팠다.
아직 햇살이 조금남아있는 오후였지만.
하얀 내 얇은 옷들은 그나마 햇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금씩 행인들이 거리를 지나다니기 시작한다.
나는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몸을 일으켯다.
이 조금은 특별한 이거리...
낮이면 모든 집들은 두터운 커튼을 내리고 잠을 잔다.
그러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하나 둘 반딧불처럼 살아나기 시작한다.
형광등에 붉은 샐로판지를 붙인 불그레한 조명, 불그레한 반딧불들...
정육점의 고기들이 싱싱하게 보여지기 위하여 쏘이는 조명처럼..
우리도 우리의 몸뚱이가, 우리의 화장발이
조금더 신선하게 보여지기 위해서 정육점의 고기덩이처럼
붉은 조명 밑에서 가면같은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정육점 진열장속의 고기덩이처럼....
'저 사람 또 왔네...?'
'그래두 사내라고...꼴리는 모양이지...킥킥킥..'
'누굴 조아 하나봐...하루도 안 걸르네...?'
'누군지 디게 좋겠다...아~~나도 누가 날좀 사랑 안해주나...저렇게..크'
옆 장미옥 가시나들의 수다소리였다.
질겅질겅 씹고있는 입속의 껌만큼이나 더럽고 상스런 수다들...
난 그 수다들의 시선을 따라 맞은편 골목을 바라 보았다.
골목 입구에서 엉거주춤...서있는 한 사내.
낡은 벙거지를 쓰고 몸은 반쯤이 꺽여잇는 듯 늘 구부정한 그 사내
언제 부터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이기 시작했던 모습이었다,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던 어느 날에도 저 사내는
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몇 시간이고 서있다
어두운 골목 저편으로 사라지곤 했었다,
그러한 그가 다리를 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며칠 전 아주 늦은 새벽. 하나 둘 가게들의 불빛이
커튼속으로 숨어버리기 시작 한 그 시간에 등을돌려 돌아가는 사내를
본적이 있었다.
그때 사내의 몸은 좌우로 많이 흔들 거렸었다...
이곳엔 아무 남자라도 돈만 있으면 우리와 놀수 있다,
넥타이를 맨 말끔한 차림도 잡업복을 걸친 노가다 꾼도.
부자도, 거지도. 양아치도, 심지어 여드름도 지지 않은 어린애들도.
돈만 있으면 우리와 놀수 있다...
그런데 우리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도 사람이고 여자인 것이다...
흉칙한 몰골의 사람들...같은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몸을 맡기는 것은
정말 께림직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저 사내에게 접근을 하거나 호객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내어다 보며 마치 신기하고 기괴한 동물을 구경하는 것처럼
히히덕 거리다 말 뿐 이었다 모두들...
들리는 말로는 저 사내가 한때 영화판을 쫒아 다니던
스턴트 맨 이었다고도 했다.
어느날 오토바이를 타고 아주 위험한 연기를 대역하다 사고가 나서
저렇게 병신이 됐다고 하는 말들이 떠돌아 다녔다.
죽지않고 살아 난것이 신기할 정도 로 큰사고 였는데.
얼굴에 큰 화상을 입고 한쪽 다리도 잘라 내야만 했다는 것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고아 였기에 가족도 없다고 했다...
그가 무얼 해서 먹고 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어둑어둑 해지면 언제부터인가 저 자리에 나타나기 시작 했고
이제는 마치 항상 저자리에 서있던 사람처럼 그렇게 느끼고들 있었다.
나는 문득 호기심이 동했다.
어차피 나 나 저 사람이나. 세상에서 소외되고 손가락질 받는건 마찬가지
살갛 한 번 부빈다고 내 살이 썩는 것도 아닌데...
나는 골목길을 가로 질러 그 사람에게 다가서기 시작 했다.
'오모..오모..쟤 모하는 거니....?'
'오모모모...쟤 저 사람 건드릴라는거 아냐...'
'미쳣어..미쳣어...오모모...아무리 장사가 안되고 파리 날려도...어쩜'
나에겐 장미옥 년들의 조롱 따윈 이미 안중에 없었다.
"아저씨...돈 있어? 나랑 연애 한 번 할래요?"
이상한 사람 이었다.
내 방으로 엉거추춤 따라 들어온 그는 찢어져 무릎이 나온 건빵바지
주머니 여기저기서 꼬깃꼬깃한 지폐들을 꺼내어 내게 내 밀었다.
천원짜리 만원짜리...7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난 방바닥에 내어놓은 그 사람의 돈중에서 5만원만 세어 챙기고
나머지는 돌려주었다,
"불 끌께요..."
그 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안했다. 아니 대꾸분만 아니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봐요 아저씨...어떻하자구요~~"
한참 만에야 그 사람은 벙거지를 깊이 눌러 쓴 고개를 들지 않고
말을 열었다. 어눌 했지만 생각외로 맑은 목소리 였다.
"저...그냥...그냥...조금..만 ...이렇게 있다가 갈께요..."
"..........."
그렇게 그 사람은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않아 있었다.
"아저씨...내가 마음에 안 들어요? 다른아이 불러 줄까요.?"
그 사람은 내말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 아...니....아니요..."
그때서야 난 그 사람이 여느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목소리에서 묻어 나오는 선량한 느낌.
외모와는 전혀 다른 아주 따뜻하고 맑은 음성...
나는 불을 끄고 그사람옆에 무릎을 세우고 같이 앉았다.
그리곤 그 사람의 한 손을 가만히 잡아 보았다.
오랜 시간 찬 밖에서 떨었을 텐데도 따뜻한 손 이었다.
"손이 참 따뜻 하네요...."
"......."
"정말 전에 스턴트 맨 이었어요..?"
나는 뜬금없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궁금도 했던 이야기 지만
둘만이 앉아있는 어둠속에서 특별한 할말두 없고 어색했기 때문 이었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내가 쥐고 있던 손이 나의 손을 다시 잡으며
약간의 힘이 느껴져 왔다...미미한 경련같은 짧은 떨림과 함께.
이상한 일이었다.
긴시간은 아니었지만...어느새 나는 그 사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내 살아 온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내 나이 이제 스물 넷...하지만 누구보다 처절하고 불행하게 이어진
나의 삶들...어둠속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상철이같은 개고기에게 그렇게 살이찢어지도록 얻어 맞으면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눈물이 흐르기 시작 했다.
그 사람은 그런데도 어둠속에서 석상처럼 가만히 앉아
내 이야기들을 듣고만 있었다...
가끔은 아주 작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야!!! 숙아--!!! 살림차렸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엄마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다.
"저...내일도 ...와도...되..요....?"
불안함이 담겨있는 그 사람의 목소리 였다.
"그래요...내일은 밖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바로 들어와요..."
"........."
"내가 혹시 없더라도 안에서 내 말하고 기다려요 알았죠?"
그 사람이 그렇게 돌아갔다.
문지방을 넘어 설때 난 비로소 찢어진 그의 바지 사이로 보이는
다리의 일부를 볼수가 있었다.
양철 같은 것이 언듯 보였다...그때서야 난 그 사람의 발자욱 소리도
처음 느낄수가 있었다.
들어올때는 몰랐던 소린데...철그덕 철그덕...
또 그 꿈이었습니다.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 날. 그 꿈을 도 꾸어 버렸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내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아직도 내 몸에서 그녀의 향내가 가시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볕이들지 않아 늘 눅눅하고 침침한 지하실 내방에서
불도 켜지 않고 천정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은 왠지 일을 나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몇년만에 처음으로 내 방안이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 졌습니다.
그녀만 생각하면 마음이 행복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제 그녀가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생각 났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어린 남동생도
그런데 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가고 싶어도 갈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섬으로 팔려갈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나는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우울해 지기 시작 했습니다.
그녀가 사라진다면 난 그나마 이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까요?
그녀가 그곳에 묶여 있는 빛이 2천만원이라 했습니다.
아마 평생을 그곳에서 썩는다 하더라도 빛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기 전에 그녀는 섬으로 팔려 갈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그곳을 무덤이라고 했습니다. 지옥이라고...
나는 벌떡 일어나 낡은 비키니 옷장을 치우고 그곳의 장판을 걷었습니다
검은 비닐로 몇 겹이나 쌓아서 보관해 놓았던
통장과 도장을 나는 꺼냈습니다.
그리곤 나는 몇년만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검은 비닐봉다리를 뜯었습니다....
눅눅해진 곰팡이라도 필듯한 낡은 통장을 펼쳐 보았습니다.
\240,540,000원...사고가 나고 병원에서 퇴원할 때
보험사로 부터 지급 받았던 보상금 이었습니다.
내 남은 삶과 맞바꾸었던 돈. 어떨 땐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워
정말 꺼내보지 않았던 돈 이었습니다.
한 겨울 그 뼈를 얼릴듯한 지하도 계단에서 쭈그리고 동냥을 하면서도
한 번도 꺼낼 생각을 먹지 않았던 돈 이었습니다.
이제야 마음이 조금편해짐을 느낌니다.
이 돈이면 그녀가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수 있을 겁니다.
나도 그녀에게 무언가 해줄수 있다는 뿌듯함...
행복해지기 시작 했습니다.
꿈 때문에 잠시 망가졋던 내 행복이 다시 살아 나는듯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할까?
오늘저녁이라도 당장 돈을 찾아 달려가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조금은 민망하고 어색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나는 한 숨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편해지자 다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 했습니다.
몇년만에 아주 긴잠을 잘수 있을 것 만 같았습니다...
꼭 꿈속에서 고향집을 향해 달려가는 천사 같은 그녀를
만날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어린 동생도...
정말이지 죽더라도 한번만 보구 죽고 싶었다...
아침에 기어 들어온 상철이 새끼가 술이 떡이 돼 있었다.
엄마라 부르는 포주년도 어제 몸살이 걸렸다며 끙끙 앓다가
일찍 퍼져 버렸다.
기회였다...오늘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이런 기회는
다시오지 않을 것 같았다.
가슴이 떨려왔다. 걸리면...? 병신이 될지도 모른다...
얼마전 도망가다 잡혀온 춘천옥의 미자란 아이가
사람구실 못하는 병신이 되어 버렸다는 소문을 들은적이 있다.
겁이 났다...갑자기 학질 걸린 사람처럼 몸이 떨려왔다.
그러나 이대로 있다간 섬으로 팔려간다...그러면
그러면 영원히 난 이렇게 살다가 죽어가게 될 것이다.
죽더라도 가자...죽더라도 엄마얼굴 한번보고 죽자...
난 상철의 널부러진 몸뚱일 발끝으로 툭 건드려 보았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난 침대밑 메트리스를 뜯어 감춰 두었던 얼마간의 돈을 꺼내어 들었다
대충 삼십 여만원의 돈이 모여 있었다.
이 돈이면...엄마가 있는 집까지 택시로 바로 갈수도 있을 것이다.
잡히더라도 다시 글려와 병신이 되더라도...
가자,,그래 가자....
나는 대충 추리닝 웃도리를 걸쳐 입고 살그머니 방을 빠져 나왔다.
이른 아침이었다. 주변에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골목길을 다급히 벗어나와 대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택시만 보여라...제발...아무 택시라도...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이라 대로에 차들이 뜸했다.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멀리서 까만 모범택시가 달려오고 있었다. 노란캡이 지붕에 달린
분명한 택시 였다.
나는 아스팔트 차도로 뛰어나갔다. 나는 그때서야 내가 맨발인줄 알았다.
상관없었다, 발이 찢어지든 동상에 걸리든...
택시가 가까이서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저년...상철이 깔치아냐?"
등뒤에서 다급한 남자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저 년 잡아...빨리.."
나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장미옥과 주변 가게들의 기둥들이었다.
끝이었다...이젠 정말 끝이었다...
택시 문짝에 악착같이 매달리다 난 결국 개처럼 다시 끌려오기 시작했다.
무서운 매질이 시작되었다...
독기를 뿜어내는 상철이의 무서운 매질...
이젠 내몸에 상처가 나거나 그런건 안중에 없다는 식이었다.
입술이 터지고.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난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얼마나 이런 매질이 계속되었을까?
문열리는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것 같았다,
"넌 머야 쌔꺄!!!"
상철이의 찢어지는 독한 목소리가 대문쪽을 향해쩌렁거렸다.
나는 핏물이고여 어릿어릿한 시선으로
대문께를 무의식적으로 바라 보았다.
흐릿한 시선속으로 구부정하고 초라한 한 사람의 형체가 어른 거렸다.
"넌 머냐니끼 이새꺄...여기가 어딘줄 알고 기어 들어와!!!!"
철그럭 철그럭...언젠가 들어 보던 그 소리가 들려왔다.
"죽여 버린다..."
언젠가 들어 보던 그 목소리였다, 맑고 따스한 음색을 가진.
그러나 오늘은 어딘지 모를 섬뜩한 살기가 들어 있었다...
"이 새끼가....아...아아악!!!!"
눈발이 흩어지고 있었다...
스산한 날씨였다.
며칠전에 그 사람의 마지막 재판이 끝났다.
정상을 참작해 징역 7년의 언도를 받았다.
상철이 나를 위협하려고 꺼내어 놓았던 칼로
그 사람은 상철일 죽인 것이다.
그리곤 그 사람은 피묻은 칼을 들고 철그덕 거리며
다른 방에서 벌벌떨며 내다보고 있던 포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품속에서 신문지에 뚤뚤 말은 뭉치를 하나 꺼내 놓았다.
"2천만원 이요...저 사람을 풀어 주시요..."
그리곤 나에게로 다가와 내손에 새로만든 통장하나와 도장을
내손에 쥐어 주었다.
"비밀번호는 우리가 처음 같이 있던 날이요...1128..."
"......."
"엄마 에게 돌아가 잘 살아..."
난생 처음 들어 본 따뜻한 음성이었다.
처음으로 벙거지 벗어진 그의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그날...
반쯤은 일그러진 얼굴...그러나 나머지 반쪽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사람은 전화기를 들어 스스로 경찰을 불렀다.
눈 발이 굵어지기 시작햇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며칠 있으면 다른 곳으로 이감 된다는 말이 있었다.
벌써 일년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6년...기다릴테야...어차피 죽었던 목숨이니까.
이젠 내가 그 사람 돌보며 살아갈거야...
난 굵어진 눈발속에 보이는 낡은 그러나 한없이 높아 보이는
교도소 담장을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가지 말만을 입안에 우물 거리며...기도하듯이...
"바보같이 오늘 만큼은 면회를 거부 하지마...제발..."
** 며칠 전 이엇습니다.
내가 알던 선배 하나가 자살을 했다는 우울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도 알고 있었던 그 선배...
항상 밝고 따스했던 웃음을 가진 분 이었습니다.
7년 전쯤인가 나도 알고 있는 그 사고로
그 선배는 모든 것을 잃었었습니다.
언뜻 주워들은 이야기로 어설픈 이야기 하나 써 보았습니다.
차라리 이랬으면 하는 맘으로 말 입니다.
여기 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어줍잖은 글
눈 아픈 글 읽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용서를 바랍니다.
--실명인.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