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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부인사 선덕묘를 보러 갔다. 선덕묘로 들어가는 문은 보통 잠겨 있다. 예전에는 주지스님이나 종무소에 부탁해서 담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그냥 담장 밖을 빙빙 돌다가 사진기만 월장시켜서 찍어보았다. 그런데 오늘 사진이 지금껏 만든 것들 중 가장 멋지다. 역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2015년 9월 22일 요기 베라가 세상을 떠났다. 요기 베라는 뉴욕 양키스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일컬어지는 미국 야구 선수이다. 그는 양키스의 마스크를 쓴 동안 우승 반지를 10개나 획득했고, 올스타에 15회 선정되었다.
첫 풀타임 시즌인 1948년부터 타격 3할을 기록했고, 9년 동안 OPS(출루율과 장타율 합계) 8∼9할을 유지하며 최고 강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덕분에 1951년, 1954년, 1955년에는 MVP로 선정되었다. 월드 시리즈에 14차례 출전해 통산 최다 출장 및 최다 안타 기록 선수로 미국 야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요기 베라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로 뛸 때에도 양대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지도자로도 3회 올스타에 선정되었다. 그런데 요기 베라는 그의 본명이 아니다. 본래 이름은 로렌스 피터 베라이다.
그가 “요기”라는 요상한 이름을 쓰게 된 것은 당시 유명한 코미디언이었던 밥 호프가 붙여준 별명 때문이다. 로렌스 피터 베라와 친하게 지냈던 밥 호프는 그가 인도 요가 명인과 닮았다고 “요기 베라”라 불렀다. 그것이 대중에까지 알려졌고, 로렌스 피터 베라는 프로야구에 입문할 때 아예 이름을 요기 베라로 등록했다. 그러고 보면 요기 베라는 재미있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요기즘(Yogiism)”이라는 또 다른 호칭이 증언해준다. 요기즘은 요기 베라가 ‘명언 제조기’라는 뜻이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8학년(한국의 중2)에서 그만두었지만, 짧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촌철살인의 말을 많이 남겼다.
“야구는 90%가 정신력이다(Baseball is 90% mental).”라거나 “모든 기록은 깨어지기 전까지는 깨어지지 않을 줄 여겨진다(I always thought that record would stand until it was broken).” 등 여러 명언을 창작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명언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이다.
그가 뉴욕 메츠 감독을 맡고 있던 1973년, 팀이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꼴찌를 하고 있었다. 7월 당시 선두 시카고 컵스와 9.5게임차였다. 기자가 “당신 팀은 글렀어!”라고 야유를 보냈다. 이때 요기 베라가 응수한 말이 바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였다. 베라의 말 그대로 메츠는 동부 디비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상만사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일상생활의 언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예술이 될 수 있다. 예술이 인류의 삶을 발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언어 능력과 학력은 거의 무관하며,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요기 베라는 증언해주었다. (*)
이 글은 현진건학교가 펴내는 월간 '빼앗긴 고향'에 수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투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