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오색케이블카 착공식 소식을 접하며 졸필이나마 설악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내년 봄, 지리산•묘향산과 함께 서산대사가 사랑했던 명산 설악산에 콘크리트를 붓고 철탑을 박는 오색케이블카 공사를 시작한다는데, 어떻게 고귀한 어머니의 몸에 못을 박을 수 있나요? 환경부의 오색케이블카 정책은 패륜 행위와 다르지 않지요. 실로 아둔하고도 한심한 일입니다.
언론사에 보낸 원문을 올립니다(아래, 편집한 인터넷판 링크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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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국립공원의 유원지화 - 태고의 신비 설악산, 지금 모습 그대로!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 정호승 시인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중
청주에 미약하게나마 첫눈이 흩뿌리며 사람들이 주말의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양양군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을 한다는 참담한 소식이 들려왔다. 매해매양 첫눈이 내리면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인 백두대간 공룡능선을 품은, 설봉산•살뫼•설뫼•설산으로 불리는 설악을 떠올릴 밖에.
이 땅에 창궐하는 케이블카는 산의 존재를 무색하게 한다. 케이블카를 편리한 운송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국립공원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자연 파괴를 받아들인 양양군이 심히 유감스럽다. 더구나 한 해 예산이 4,000억 남짓한 양양군이 1,000억이 넘는 사업비를 국비 지원 없이 자체 조달하기란 도통 힘겹기만 하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하면 실속 없는 사업으로 인해 주민 복지를 외면하는 우를 범할 뿐이다. 또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리는 신호탄임에 틀림이 없다. 단순히 설악산 하나에 국한된 개발이 아니라는 게 명백하기에 그 어떤 타협도 불가한 강력한 저지투쟁이 절실하다.
설악산은 유원지가 아니라 국립공원이다!
무릇 산이란 걸어서 오르는 게 상식이며 극히 자연스럽다. 설악산 등정은 자신의 두발로 해야 하며 체력이 부족한 이들은 산을 멀리서 감상하는 즐거움으로 족해야 한다. 설악산 산양도 지리산 반달곰도 온전한 내적자발성으로 스스로 걸어서 이동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지나치게 꾀를 부리면 파멸을 부른다.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로 시민사회가 꽤 오랫동안 싸움을 벌여왔다.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에 성장지상주의와 토건마피아 정책에 편승하지 않는 게 기본 교양을 지닌 산악 애호가와 열혈민주생태주의시민의 자태라고 여긴다. 인간은 산이 허락할 때 비로소 산에 깃드는 영광을 누리게 될 뿐, 산의 주인은 결코 인간이 아니다.
윤석열 환경부, 이명박•박근혜의 환경부로 회귀
오색케이블카를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권의 하명을 받아 설악산을 제물로 삼는 행태는 실로 개탄스럽다. 역대 가장 무능하고 신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 파괴에 앞장서는 환경부는 정부조직으로서 존재 이유를 아예 상실했다.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환경부는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부 고위 관료의 안위를 위해 국립공원을 팔아넘긴 파렴치한 행위는 공직자의 본분을 완전히 벗어났기에 비판 받아 마땅하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허가한 윤석열정부는 자연 그대로의 설악산을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권을 짓밟는 중대 과오를 범했다. 환경부 등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동의한 관련 부처와 당사자들은 역사의 법정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으리라 믿는다. 엄연한 이 사실을 공직사회가 정히 인식한다면 명산을 명산답게 지켜내어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줄 신성한 책무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늘 첫사랑처럼 첫눈처럼 사유해야 한다
제대로 된 함박눈을 기다리며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를 읊조리는 건 첫눈의 마음으로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갈망하는 연유이다. 순백의 별유천지에서 만나는 눈보라에게 늘 감사한다. 강철이 불에 단련되듯 눈길의 시련은 사람을 푸릇하게 고무시키며 훗날 추억의 담금질이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듯 세상에 내리는 모든 눈을 첫눈이라 여기는 까닭이란? 이 땅의 혁명의 부재가 너무 길고 긴 탓이라 할까.
"자본주의는 이윤만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을 장악하는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그렇듯 자연을 이윤을 위한 수단으로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그에 익숙해서는 큰 화를 입게 된다. 즉 자본주의의 자연에 대한 폭력적인 장악, 지배는 '자연의 우리에 대한 반격'으로 이어진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자연변증법' 중 핵심을 양준호(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선생이 나름대로 해석한 것을 옮긴다. 2023년 11월 20일 오후 2시, 1982년부터 추진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41년 만에 착공식을 삐까번쩍하게 열었다지만 지금이라도 미련한 사업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부디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백두대간 설악골 산신령이 거센 눈폭풍을 하사해 국립공원의 자연성과 고유성을 짓밟는 이들의 뻘짓을 초전박살 무산시켜 주기를 고대한다. 간절히!
어머니 백두 능선 케이블카 웬말이냐 '국립공원 유원지화' 파멸을 부르나니 설악산 태고의 신비 지켜낼 자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