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정 안해… 착각과 달라
서울남부지법 형사 9단독 박정기 판사는 유명 여자 아나운서와 결혼했다는 망상에 빠져 아나운서의 실제 남편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58·사업)씨에게 12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담당한 박 판사는 임씨에게 2년간 보호관찰과 40시간 보호관찰프로그램 수강 등을 명령했다.
임씨는 자신이 아나운서 A씨와 10여 년 전에 결혼해 2명의 자식까지 뒀다는 망상에 빠져 있던 중 작년 6월 A씨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A씨 남편에게 "A씨는 내 아이를 낳고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다"는 등의 문자를 10여 차례 보냈다. 그는 또 "A씨와 헤어지지 않으면 A씨 남편 및 주변 인물을 폭행·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 A씨 남편의 사무실과 집 등에 보낸 것으로도 조사됐다.
임씨는 사실과 완전히 다른 허구를 실제라고 믿은 것으로 보아 '망상 장애'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착각'과 구별점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다. 현실 판단력이 유지되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예쁜 여자가 친절하게 웃는 것을 보고 '혹시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 아니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여자에게 고백을 했더니 "당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대답을 들었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잘못된 믿음을 가지면 망상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망상 장애는 1만 명 중 3명꼴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환자가 대부분 병원을 찾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다. 정상적으로 잘 지내다가 갑자기 병이 생기기도 하는데, 보통 40대 전후에 시작된다. 꾸준한 상담치료 및 약물치료가 거의 평생 필요하다. 환자들은 결혼도 하고, 직장 생활도 하는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정신과적 중병(重病)과의 차이점이다.
망상 장애는 스토킹이라는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토커(stalker)'는 망상 장애와 인격 장애를 함께 가진 경우도 많다. 성격 장애나 망상 장애가 심한 일부 스토커들은 정신증적 증상 때문에 이후 폭행·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초기 단계부터 치료나 제지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에 속해 벌금 8만원만 물면 해결된다. 스토커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특별히 없다. 이에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피해자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게 계속해서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피해 사실을 인정받아 이후 법원에 접근 금지 가처분 등을 신청할 수도 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14/2014021400145.html?news_Hea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