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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
— 랑탕, 내 영혼의 숨결이 뜨거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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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National Park No.1
2014—HIMALAYA LANGTANG-GOSAINKUNDA TREKKING (6)
▶ 2014년 9월 15일 (월요일) * [Langtang 제7일] 강진콤파 주변 트레킹
* [랑탕계곡 ; 강진곰파의 아침] — 킨숭, 유브라, 우르킹 강가리 설산
☆… 랑탕트레킹 4일째 되는 날, 오늘은 강진곰파(Kyanjin gompa)의 주변을 트레킹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그러므로 강진곰파에서 이틀 밤을 자게 되는 것이다. 우선 오전에는 랑탕계곡의 상류를 따라 올라가 왕래하는 여정이요, 점심 식사를 하고 난, 오후에는 랑탕리룽의 빙하가 있는 산록 왕래하는 코스이다. 강진곰파에서 랑탕리룽의 웅장한 장관을 보기 위해 북쪽의 빙퇴석 4,300m 고지까지 올라가는 코스이다. 오전의 트레킹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킹 스팟은 강진리(GyanjinRi) 뷰포인트이며, 좀더 힘든 코스로는 체르코리(TsergoRi, 4,984m)까지 올라갈 수 있다. 또 하나의 멋진 하이킹 지역은 주변 설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랑시사 카르카(Langshisa Kharka)까지 계곡을 타는 것이다.
☆… 간밤에도 비가 밤새 내렸다. 빗소리에 또 잠을 설쳤다. 그런데 이른 아침 6시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날씨가 환하게 개어 있었다. 하늘에 엷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기는 했지만 환하게 청정한 날이다. 밖으로 나오니 아침 공기가 신선했다. …아, 그런데 강진곰파 주변의 설산(雪山)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李) 대장도 일어나 환호했다. 각 방에 아직 잠들어 있는 모든 대원들을 깨웠다. 히말라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하늘이 멀쩡하다가도 금방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기도 하므로 지금 나와서 히말라야 설경(雪景)을 감상하라는 것이었다. 히말라야 설산 풍경은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좋다는 것을, 필자는 작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터득하고 있었다. 이곳 강진곰파의 아침에 바라본 풍경은 이번 랑탕트레킹에서 가장 온전하게 설산(雪山)의 진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제 아침, 랑탕마을에서는 온 천지가 안개에 싸여서 멀고 가까운 설산의 풍경을 마주 할 수 없었다.
☆…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금방 구름 속에 사라질지도 모를 설산의 풍경, 해가 뜨면 안개나 구름에 가려지고 만다. 강진곰파 마을의 왼쪽(북쪽)으로 창부(6,251m), 킨숭(6,781m), 랑탕유브라(6,048m), 유브라(6,264m) 등의 거봉이 살짝 하얀 구름을 걸친 채 그 신비한 위용을 드러내고, 오른쪽(남쪽)으로는 시선을 압도하는 우르킹 강가리(5,863m)와 샤부 리(5,202m)등의 거봉이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산의 허리나 산봉에 구름을 이고 있는 상태이다. 정면으로 멀리 있는 동쪽의 캉첸포(Ganchenpo)는 아주 구름에 가려 끝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랑탕리룽(7,227m)의 빙하(Langtang Lirung Glacier)
우르킹 강가리(5,863m)와 샤부 리(5,202m)
운무가 가린 창부(6,251m), 킨숭(6,781m), 랑탕유브라(6,048m), 유브라(6,264m) 설산거봉을 배경으로
* [랑탕계곡 ; 강진곰파 주변 트레킹] — 오전, 랑시가카르카 계곡을 찾아서
☆…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트레킹에 돌입했다. 오늘은 강진곰파에서 랑탕콜라의 계곡을 따라서 랑시사카르카(Langshisa Kharka)로 가는 길목의 카르카까지 갔다 오는 일정이다. 카르카(Kharka)는 야크나 말들을 방목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숙소를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네팔 친구(포터)들은 오늘 하루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가이드 리마(Lima)는 대열의 앞에 서고, 쿡 마일러(Mailer)가 후미에서 우리와 동행했다.
가이드 리마 셀파(Lima Serpa)
☆… 주위의 산의 중턱과 하늘은 모두 구름으로 덮여 있으나, 강안의 시계(視界)는 아주 선연했다. 구름은 비구름이 아닌 하얀 뭉게구름이어서 계곡 주의의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이다. 간밤에 비가 내리고 대기(大氣)가 매우 청정하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고소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청명한 기운이 한결 몸을 가뿐하게 했다.
☆… 랑탕콜라의 왼쪽[북쪽]은 강진곰파 바로 옆에 있는 강진리(Kangjin Ri, 4,773m)가 있고, 이어서 체르고리(Cherko Ri, 4,984m) 산봉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뒤쪽에 설산 얄라피크(Yala Peak, 5,500m)와 체르코피크(Cherko Peak, 5,749m)가 포진하고 있다. 강진곰파에서 우리가 유숙(留宿)하고 있는 롯지의 이름이 얄라피크이다. 그리고 랑탕밸리의 강안 오른쪽[남쪽]은 우르킹강가리(UrkingGanggari, 5,863m), 샤부리(DshabuRi, 5,702m) 등의 산봉과 그 뒤쪽의 판겐돕쿠(Pangen Dopku, 5,930m)의 설봉을 위시한 강자라히말(GangjaLa Himal)의 연봉이 포진하고 있다.
☆… 랑탕콜라 계곡의 상류인 이곳은 완만한 평원처럼 강폭이 아주 넓은데, 왼쪽의 체르코리(Cherko Ri)의 산록에서 쏟아져 내려온 돌과 토사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초원을 만들고, 길은 그 산록의 사면(斜面)을 따라 나 있다. 계곡의 물길은 가파른 오른쪽 산록 아래에서 흐르고 있다. 완만한 사면으로 된 초원의 중턱에 나 있는 길이어서 쾌적한 트레킹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 주변의 산야는 대부분 초원(草原)을 이루고 있는데, 그 곳의 어디를 가나 청초한 히말라야 야생화(野生花)가 피어 있다. 아직 여름의 뒤끝이라 산야와 초원은 싱그러운 초록의 대지, 들꽃들의 천지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쾌적하게 걸었다. 그런데 짙게 드리워진 하얀 구름은 산을 감싸고 천천히 흐르고 있으나 확연하게 걷히지는 않았다. 춘디리(ChhundiRi)의 기슭(Side Trip)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평원에 봉긋하게 솟은 언덕에 도착했다. 랑시사카르카(Langsisa Kharka, 4,285m)로 가는 길목이다. 랑시사는 ‘야크들의 무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옛날에 야생의 야크들이 죽을 때가 되면 그곳에 가서 생을 마친다고 했다. 현재 우리가 있는 지점에서 거기까지는 반 나절은 더 가야한다.
* [랑탕계곡 ; 강진곰파 주변 트레킹] — 네팔의 전통민요 <레쌈 삐리리>
☆… 랑탕콜라, 강(江)의 좌우는 멀리 하늘을 찌르는 설봉이 포진하고 있지만, 이곳 강안과 사면은 모두 싱싱한 초원이어서 야크를 방목하는데 아주 좋은 곳이다. 강 건너 산록에 천막집이 두어 채 보이고 그 너른 풀밭에는 많은 수의 야크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작은 둔덕 아래 모든 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며,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누며 환담을 했다.
이곳에서 계곡의 상류를 따라가면 강첸포(Ganchenpo, 6,387m)나 랑시사 리(LangsisaRi, 6,427m)의 베이스캠프로 들어가고, 지난 봄 이상배 단장이 이끈 비전원정대가 초등한 드락마르포리(Drakmarpo Ri)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이곳은 티벳트의 국경지대에 있는 산들이다. 이 대장이 이 주변의 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곳 상류의 왼쪽에는 벰당 카르푸(BhemdangKarpu, 6,150)라는 설봉이 있는데 일본이 모리모토가 초등하여 ‘모리모토 피크’로 칭한다고 한다.
☆…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했다. 숨 가쁜 고도(高度)의 초원에 고요한 평화가 흘렀다. 그야말로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이다. 문득 호산아가 제의를 했다. 가이드 리마 셀파와 쿡 마일러 따망에게 네팔의 전통 민요인 ‘레쌈 삐리리’를 함께 부르기를 청한 것이다. 기분파인 리마가 주저하지 않고 선뜻 나섰다. 얌전한 마일러도 따라서 일어났다. 모든 대원들도 그들의 노래를 성원하기 위해 모두 일어섰다. 두 사람이 함께 ‘레쌈 삐리리’를 불렀다. 음정과 박자가 제대로 맞지 않았으나 그들의 몸에 밴 민요를 현지 원주민을 통해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 가며 호응했다. 이곳 네팔인의 이름에는 반드시 ‘세르파’나 ‘따망’, 혹은 ‘구룽’과 종족을 표시한다.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할 때, ‘셀파’는 ‘Serpa’로 쓰면 종족을 말하고 ‘serpa’로 쓰면 히말라야 등산 가이드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이다. 흔히 우리가 등산 현지의 안내인, 보조자를 말하는 경우의 셀파는 후자이다.
☆… 바람이 음산하게 불기 시작했다. 네팔의 민요를 원주민의 목소리로 들었다. 노래를 끝나고 난 후 귀로(歸路)에 올랐다. 하얀 구름을 덮고 설산연봉을 넘어오는 시커먼 구름장, 그러나 성긴 빗발이 후두둑거리기는 했으나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함초롬히 피어있는 야생화와 눈길을 맞추며 자연이 꽃 피워낸 아름다운 생명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오전의 일정이 그렇게 끝났으나 답답한 고소의 울렁증은 떠나지 않았다.
* [강진곰파 오후의 트레킹] — 랑탕리룽으로 가는 길 4,300고지
☆… 숙소에 돌아와, 마일러가 조리한 히말라야 ‘치킨커리 비빔국수’로 점심식사를 했다. 치킨커리 비빔국수는 닭고기를 볶은 국물에 말은 네팔식 비빔국수이다. 홍일점 김미순 대원이, 오전의 트레킹을 하는 중, 초원에서 뜯어온 싱싱한 민들레를 씻어서 식탁 위에 올렸다. 싱싱한 히말라야 자연산 민들레 나물이었다. 고추장에 찍어서 먹어 보니 쌉싸름한 맛이 아주 상큼했다.
☆… 식사 후, 오후의 트레킹에 들어갔다. 강진곰파의 왼쪽[북쪽]은 이곳의 지명이 되기도 곰파(Gompa, 절)가 있는 강진리(Kangjin Ri, 4,773m) 산기슭을 타고 랑탕리룽 빙하(Langtang Lirung Glacier)가 있는 산록을 다녀오는 여정이다. 송기섭 대원이 몸이 불편하다며 좀 쉬겠다고 방으로 올라갔다. 이 대장도 송 대원의 용태를 살펴보아야 하겠다며 롯지에 남았다. 호산아를 포함한 나머지 5명의 대원이 가이드 리마와 마일러를 동반하여 산을 올랐다. 배낭을 메지 않았으므로 한결 가뿐하다. 동네의 가장자리 길목에는 야크 치즈공장이 두 군데나 있었다. … 산을 오르니 하얀 스투파[塔]가 세워져 있는데 그 위의 곰파에는 수많은 타르초가 안개 속에 펄럭이고 있었다. 날씨는 돌변하여 짙은 안개가 몰려와서 주변의 모든 풍경을 모두 가려버렸다. 그러나 건너의 설산(雪山)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소리는 더욱 세차게 들려 왔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분명하게 나 있었다. 왼쪽에는 깊은 계곡, 오른 쪽은 강진 리의 산기슭이다. 가파른 벼랑에 나 있는 길이다.
히말라야 산간의 원주민의 돌집
히말라야 풍설에 오색이 바랜 타르초와 룽다르
☆… 고도를 점점 높여가며 계속 올라갔다. 안개 속이지만 산록에는 무릎 아래의 키 작은 관목들이 띄엄띄엄 있을 뿐,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붉은 꽃, 노란색 꽃, 파란 색 꽃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개하여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길도 높아지고 계곡이 높아졌다. 같은 고도에 이르러 계곡의 나무다리를 건너고 완만한 경사의 산을 올랐다. 시간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이제 맞은 편 강진 리의 스라이드 샌드[沙面]가 안개 속에서 거대한 빙하처럼 보이고 그러나 짙은 안개로 인해 다른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의 트레킹이었다. 서진제 대원이 차고 온 고도계가 4,300m 가리키고 있었다. 상당히 높은 지점까지 올라간 것이다.
☆… 오후 4시 정각, 빗방울이 후두둑거리기 시작했다. 4,300고지 그쯤에서 하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온통 운무가 뒤덮여 설산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올라갈 때에는 처음 올라가는 길이라 긴장도 하고 온 천지가 안개가 덮여 길을 밝히며 산행을 하기에 바빴지만, 내려올 때는 길 주위의 산록에 핀 야생화가눈에 감겨 들어왔다. 안개에 젖어 촉촉한 꽃들이 은은하게 마음을 적셔주었다. 올라온 곳을 내려가는 길이니 걷기가 편하고 훨씬 빠른 걸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 [강진곰파 저녁 풍경] — 환상적인 히말라야 쌍무지개가 떴다!!
☆… 오후의 트레킹을 끝내고 롯지로 돌아왔다. 장작불을 피운 따뜻한 너른 식당의 따뜻한 난로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 대장과 송기섭 대원과 함께 환담했다.
☆… 그런데 해질 무렵, 한 줄기 햇살이 저 멀리 체르고리(TsergoRi, 4,984m) 서쪽 산록을 비추면서,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났다. 변화무쌍한 히말라야 날씨가 빚어내는 장관이었다. 그냥 무지개가 아니라 쌍무지개였다. 참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도 경이롭지만, 오후의 트레킹에서 자욱한 안개 속에서 헤매다 온 뒤라 갑자기 나타난 그 풍경이 여간 신비롭지 않았다.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간밤에 비가 내리고 아침에 구름이 걷히면서 주변의 설산의 위용을 보여주었고, 오후엔 안개가 몰려와서 휘감고 지나가더니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이렇게 쌍무지개가 하늘에 드리워져 있으니 그 천지의 조화(造化)를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대원들 모두 밖으로 나와 자연이 베푸는 풍경에 환호하며 도취했다
☆… 사실 자연은 어느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천지 만물은 음양(陰陽)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운행은 오행(五行)으로 변화한다. 그 속에 모든 생명은 생성-성장-소멸하는 과정을 겪는다. 사시의 계절의 변화가 그렇고, 밤낮의 교차가 그렇고, 물이 흐르고 기화하고 하강하면서 천하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것이 그렇다. 우리들 인간의 목숨 또한 그러한 천지자연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모이면 몸을 이루고 기운이 흩어지면 우리 몸은 사라진다. 오행은 본질로 하는 흙에서 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신비로운 생명체이다. 자연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자연이 생명력을 상실하면 인간 또한 온전하게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의 자연성 회복은 물질문명의 위기와 맞물려 이 시대는 물론 향후의 가장 절실하고 중차대한 인류의 문제이다. 히말라야의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