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이 빚은 천일염 곰소염전]
곰소만의 깨끗한 바닷물을 가두어 햇빛과 바람에 오래 맡기면 사각거리는 하얀 결정이 생겨난다. 진서면에 있는 곰소염전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천일염을 생산해왔다. 동이 트기전부터 부지런한 염부들은 조선의 어느 날과 같이 소금을 밀어 모은다. 새하얀 산을 이루며 반짝이는 소금들. 수레로 실어 나온 소금은 목조 창고에서 간수를 뺀다. 세월에 곰삭은 창고가 염전의 정취를 더한다. 소금이란 자고로 짜야 마땅하지만 소금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뜻밖에 단맛이다. 곰소염전의 천일염은 유기물과 미네랄을 함유해 단맛이 풍부하다고 평가된다. 곰소염전의 소금으로 담근 젓갈 또한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곰소젓갈단지에서 아가미 바지락 낙지 꼴뚜기 창란 오징어 명란 새우 등 다양한 젓갈을 판매하고 있다. 한 번에 여러 젓갈을 맛볼 수 있는 젓갈정식 식당에 들러본다. 반찬으로 나온 꾸덕한 풀치(갈치의 새끼)
조림도 별미다. 기다림으로 빚은 단맛이 입안을 채운다.
[싱그러운 그늘 내소사 전나무숲길과 직소폭포]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그늘로 숨어든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 이어진 전나무숲길을 걷는다. 150여 년 전 심었다는 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높이 솟아올라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천왕문 앞 연못에는 청초한 연꽃이 피어 있다. 여름을 무릅쓰며 피어난 꽃들. 뜨거운 태양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경내로 들어서니 마당 한가운데 1000살 된 우람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절간에 자리 잡은 당산나무라니. 신령님과 부처님이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주려나. 은은한 향내를 맡으며 누구에게든 빌고 싶은 소원을 떠올려본다. 내소사에서 직소폭포까지 이어진 탐방로를 오른다.
직소폭포는 30m 높이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부안의 비경 중 하나다. 등산에 자신이 없다면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실상사를 지나 직소폭포로 가는 길도 있다. 이쪽이 좀 더 완만해 트레킹하기에수월하고, 온갖 꽃에 둘러싸인 실상사 풍경도 아름답다.
[해안선 따라 가만가만 변산마실길]
사전에선 이웃에 놀러가는 일을 ‘마실’이라 한다. 부안에는 8개의 변산마실길이 조성되어 있다.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시작해 서해로 내지른 해안선을 따라 줄포만노을빛정원까지 이어진다. 풍경과 풍경 사이, 일상은 잊고 마실을 나선다. 변산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 하섬전망대 적벽강 채석강 격포항 위도 솔섬 모항 곰소항.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는다. 변산마실길 8개 코스 중에서도 2~4코스가 단연 인기다. 해가 기우는 오후, 변산해수욕장에서 솔섬까지 걷다 보면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며 압도적인 장면을 펼쳐놓는다. 이 코스가 특히 좋은 이유는 철마다 꽃들이 피어나 바다를 배경으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6월에는 계란꽃이라 불리는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했다. 여름이 깊어지면 상사화가 그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격포항에서는 위도로 향하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위도는 허균이 지은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의 모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쉬어가기 좋은 섬 위도는 낚시와 트레킹 명소로도 손꼽힌다.
[노을 지는 채석강과 적벽강 그리고 변산해수욕장]
서해라면 어디나 낙조가 유명하지만 변산반도의 낙조는 특히나 놓쳐선 안 되는 절경이다. 해안 어디에서 장엄한 노을을 맞이할지 미리 정해두길 추천한다. 최근 떠오른 인증 숏 성지는 채석강이다.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겨 찾던 채석강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수만 장의 종이를 쌓아놓은 듯 독특한 지형이 억겁의 시간과 자연의 힘을 실감케 한다. 해식동굴 안에서 바다 쪽을 향해 사진을 남기는 게 유행인데, 썰물 때에만 들어갈 수 있으니 미리 물때를 확인한다. 적벽강 절벽 곁으로 떨어지는 낙조도 한 폭의 그림이다. 적벽강은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던 적벽강과 비슷해 적벽강이란 이름이 붙었다. 자그마하지만 아름다운 소나무 섬, 솔섬 곁으로 떨어지는 낙조 역시 사진 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포인트다. 적벽강에서 솔섬까지 이어진 해안은 주상절리와 페퍼라이트(후추를 뿌려놓은 듯한 독특한 화산지형)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지질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여러 낙조 명소 중 변산해수욕장의 끝없는 모래밭에서 노을을 맞이하기로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느리지만 거침없이 바다로 빠져든다. 노랗다가 주홍이다가 붉다가 검푸르러지는 바다와 하늘. 바다처럼 몸과 마음이 물든다. 가슴이 벅차올라 말을 잊게 된다.
[달콤한 보랏빛 보석 뽕디이레농원]
부안오디는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된 부안의 대표 농산물이다. 부안의 온난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 서해 해풍의 영향으로 달고 싱싱한 오디가 생산된다. 오디를 구입해 맛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오디를 따고 요리할 수 있는 농원에 들러도 좋다. 박연미 대표(49)가 동생 박종진 씨(47)와 함께 운영하는 보안면의 뽕디이레농원을 추천한다. 2005년 아버지께서 건강이 안 좋아져서 뽕나무를 키워 직접 오디를 따서 먹겠다는 생각으로 귀농하셨어요. 그러다 2017년부터 저와 동생이 본격적으로 체험농장으로 운영하고 있죠. 박 대표는 약 2000평(6612 제곱미터) 하우스에서 유기농으로 오디를 재배한다. 오디뿐만 아니라 뽕잎, 뽕나무 가지 뿌리, 누에 등도 함께 취급한다. 뽕나무의 잎과 열매 등은 차와 식초 등으로 가공·판매한다. 수확체험은 오디 제철인 6월경 이뤄진다. 수확체험이 끝난 뒤에는 오디청·오디초콜릿 오디피자 등 오디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보고, 농장에 머물면서 팜크닉을 즐길 수 있다. 부안에서는 주로 과상 2호 품종을 키워요. 돌보기 까다롭지만 다른 오디 품종보다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요.<동의보감>에도 그 효능을 전하는 오디는 눈에 좋은 안토시아닌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함량이 높다. 뽕디이레농원의 오디 제품 등은 홈페이지(odisesang.modoo.at)에서 살 수 있다. 문의 063-583-5272
[식물과 교감하며 치유하는 포레도]
식물이 잘 자라는 곳은 사람도 살기 좋아요. 동진면에 있는 포레도는 식물과 교감하는 원예치유카페이다. 홍종환(40) 함은미(36)씨 부부는 2015년 부안으로 귀농했다. 조경업을 하던 부모님의 일을 이어받으려했지만, 조경산업의 경기가 좋지 않아 치유농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정원카페를 비롯해 치유센터를 마련했다. 포레도의 실내정원은 고목나무 파키라 알로카시아 몬스테라 등 공기정화식물 위주로 꾸며져 있다. 실내가 더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서늘하고 촉촉하다. 공기정화식물 덕분인지 공기는 청량하다. 이곳에 머물면서 음료를 마시고 정원을 즐길 수 있다. 테라리엄이나 천연 화장품 만들기, 반려 식물 심기 체험 등도 이뤄진다. 원예치유프로그램은 센터에서 스트레스 정도나 신체 활력도 등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리상담과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식단도 병행된다.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손을 많이 움직이면 소근육이 발달하고, 식물의 이름을 외우고 돌보는 동안 인지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요. 흙을 만지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죠. 포레도의 치유프로그램은 예약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문의 070-4700-3770
[시골살이도 힙하게! 시고르잡화점]
농촌도 힙하다! 고 말하는 네 명의 청년이 시고르잡화점을 열었다. 이름 그대로 시골의 잡화점이다. 윤나연(26) 오현영(27) 옥성태(28) 박현준(28) 씨는 직접 제작한 티셔츠나 키 링 등의 굿즈를 판매한다. 또한 부안의 의복 문화를 담은 룩북, 지역 먹거리를 소개하는 로컬푸드, 부안의 숨겨진 여행지, 부안의 감성을 담은 플레이 리스트 등 부안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이들은 부안에 살면서 부안의 재미있고 반짝이는 요소를 발굴해 알리고, 나아가 부안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곳의 대표 상품은 직접 그리고 제작한 티셔츠이다. 바지락·전어·주꾸미 등을 프린트해 시골 오일장에서 볼 법한 바구니에 담아 판매한다. 직접 제작한 굿즈 외에도 부안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에 살 때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요. 벌이는 줄었지만 저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늘어났어요. 게다가 부안의 자연이 늘 영감을 주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도 좋은 영향을 받아요. 청년들의 야심찬 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부안 여행길에 이곳에 들러봐도 좋겠다. 청년들의 톡톡 튀는 감성이 잊고 지낸 열정을 되살려준다. 문의 0507-1363-0364
[허브로 릴랙스하는 시간 힘자리꽃신족욕카페]
변산해수욕장에 있는 힘자리꽃신족욕카페(이하 힘자리)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김점곤(59)·박진숙(55) 씨 부부는 토종민트 레몬밤 로즈마리 라벤더 등 허브농사를 짓고, 허브 식초·비누·화장품 등을 가공 판매한다. 힘자리에는 허브티를 비롯해 허브식초 족욕과 ?브비누 만들기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다. 허브식초를 바르고 고무 꽃신을 신은 뒤 허브티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식초의 초산균은 살균 효과가 있고, 발의 묵은 각질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줘요. 박씨는 힘자리뿐만 아니라 부안의 플리마켓 파랑장을 운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부안의 농산물을 도시민에게 선보이고, 지역 작가의 수공예품을 판매하기 위해 엄마들 다섯 명이 시작한 게 규모가 커졌어요. 지금은 15팀 정도 참가해요. 파랑장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변산해수욕장 잔디밭에서 열린다. 음악회나 공연 등도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문의 063-581-1450
[현지인이 추천하는 부안 맛집!]
<백합 요리의 처음과 끝 계화회관>
부안의 백년가게 1호로 선정된 계화회관은 계화도 출신의 이화자 할머니가 40년째 영업해온 곳이다. 조개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백합은 고급 조개로 살이 탱글탱글하고 달착지근하다. 잡내가 없고 담백한 것도 매력. 계화회관에서는 구이부터 탕, 찜, 전, 죽에 이르기까지, 백합 요리의 처음과 끝을 맛볼 수 있다. 백합에 풍부한 비타민 B12와 타우린은 해독 작용과 피로 해소를 도와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룀로도 좋다. 백합죽은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잘게 다진 백합살이 쫄깃쫄깃 씹혀이 집에서 꼭 한번 맛봐야할 메뉴다. 문의 063-581-0333
<보약 같은 한 그릇 선은재삼계탕>
무더위에 지쳤다면 운치 있는 한옥에서 보약 같은 삼계탕 한 그릇 어떨까. 선은재삼계탕은 부안의 산과 들에서 나는 27가지 약초와 능이버섯 상황버섯을 더해 끓인 진하고 향긋한 삼계탕을 선보인다. 한 술 뜨면 입술에 찐득하게 달라붙는 게 전부 콜라겐이라는 주인장의 설명이다. 약초백숙과 오리백숙, 닭장작구이 등도 판매하고 있다. 취향에 따라 활전복이나 낙지·문어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한 그릇 비우고 난 뒤 마당에 설치된 화롯대에서 장작 태우는 모습을 감상하면 몸과 마음이 이완된다. 문의 063-582-8100
<곰소 명란의 힙한 변신 봉덕리크래프트스튜디오>
서울 성수동에 있을 법한 힙한 베이글 가게가 부안읍 봉덕리에 있다. 주인장이 직접 구워낸 수제 베이글에 곰소 명란과 제철 감자를 더한 곰소명란감자 베이글이 남녀노소 취향 저격이다. 갓 구운 베이글은 바삭하면서도 촉촉하고, 명란감자 필링은 감칠맛이 폭발한다. 광고 디자이너 출신인 송혜원 대표가 손수 꾸민 공간도 멋스럽?. 동남아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라탄과 나무 소재 가구와 조명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느긋하게 앉아 파스타와 피자·샐러드 등의 브런치 메뉴를 즐겨도 좋다. 문의 0507-1492-5293
<깔끔한 생선구이 한 상! 마식당>
맛있당! 감탄하게 되는 격포항 인근의 생선구이집. 오직 생선구이 한 상, 단일 메뉴로 승부한다. 화덕에 구운 고등어와 박대, 가자미 등이 조개탕, 각종 밑반찬과 함께 제공된다. 노릇노릇 구운 생선은 고소하고 기름져서 절로 밥을 부른다. 밥은 즉석 솥밥으로 제공되어 고슬고슬 맛이 뛰어나다. 밥을 푸고 난 누룽지에 물을 부어 짭조름한 생선 살점을 얹어 먹으면 입맛 없는 여름에도 술술 넘어간다. 조개탕은 시원하고 새우간장조림, 고추 마늘 깻잎 장아찌 등도 입맛을 돋운다. 담음새도 정갈해서 한 끼 제대로 먹은 기분이 든다. 문의 063-583-5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