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 주택 공급 34% 줄었는데, 도시형 생활주택은 75% 급감
서울 강북권에서 소규모 땅을 매입해 100가구 미만 '도시형 생활주택' 개발 사업을 하는 시행사 대표 A씨는 작년 하반기 이후 1년간 신규 사업을 한 건도 못했다. 예전 연 8~9% 정도 하던 사업비 대출 금리가 10% 후반으로 급등한 데다, 그마저도 대출해 주겠다는 곳을 찾기 어렵다. 인건비와 시멘트, 철근 가격도 작년 이맘때보다 10% 가까이 상승했다. 예전에 A씨의 주택을 주로 분양받던 임대 사업자들은 올해 초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두 손을 든 상태다. A씨는 "지금 같은 시장 상황이라면 건설 원가로 분양해도 안 팔릴 것 같다"며 "나 같은 소규모 시행 업자들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작년까지 서울에서만 연간 1만 가구 안팎 공급되면서 '서민 주거'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올해 들어 인허가 물량이 2000가구에 그치며 '공급 절벽'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축비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 전세사기의 불똥이 '서민 주택시장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75% 급감
24일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서울 도시형 생활주택의 올해 1~7월 인허가 물량은 1910가구로 전년 동기 (7808가구) 대비 75.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이 34%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도시형 생활주택의 감소폭이 훨씬 가파르다. 심지어 지난 5월과 6월에는 서울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이 단 한 건도 없었다. 2013년 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통상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보다는 규모가 조금 크고 층수도 높다. 주차장 면적이나 놀이터 등 공용시설 관련 규제가 거의 없어, 건축비가 아파트보다 덜 들고 공사 기간도 짧다. 외관이 아파트와 비슷해 빌라보다 선호도가 높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입지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아파트에 입주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우선적으로 찾았다"며 "매입을 하면 청약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에, 주로 전세나 월세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급이 줄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전월세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동대문구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전용면적 14㎡)은 올해 초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5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엔 같은 보증금에 월세 55만원에 계약됐다.
조선경제 23년 9월 26일 화요일, 정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