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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남연님의 길따라가기 스크랩 그 거라도 괜찮은가요 - 월내 일광 해안길
남연(이술헌) 추천 0 조회 149 15.06.29 22:0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오랫만에 시간을 내어 어릴 적 한동네에 살던

고추친구와 함께 해안도보길을 나서 봅니다.

 

대학때 한번 서면에서 술한잔 함께 마시고 헤어진 후로 

서로가 생활이 주는 각박함 속에서 잊고 살고 있다가

우연하게 다시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삼십년이 지나 만나도 그렇게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 탄듯하는 무미 건조한 제 성격 때문이거나 

별 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바둑을 즐겨 두고 있는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친한 사이였다라고 말할 수가 있겠지요!

 

친구나 나나 청춘의 탱글거리던 포도알 같은 멋진 시간은 다 보내고

살아갈 날이 더 작은 회환의 시간만 남은 것 같아

반가움 속에도 비애감이 깃들어서 그런 것 때문인 지 모르겠습니다    

기차 차창으로 송정 동남권 개발 단지 지나고 월내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 선로를 보면 언제나 미지의 먼 곳으로 떠나는 꿈을 꾸게 됩니다.

해안으로 들어서니 흐린 중에도 멸치를 말리고 있습니다.

햇살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멸치 말리는 어부의 심정을 헤아린다기 보다는

햇살에 반짝이는 멸치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은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 때문입니다^^

폐쇄가 결정된 고리 원자력 입니다.

폐쇄하는 시간만도 15년 정도 소요 된다고 하니

오염이 얼마나 되었을 지! 

원자로를 식히고 난 바닷물이 방류되는 곳 부근에서는

기형의 물고기가 잡힌다는 괴담이 참 많이도 있었습니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옆쪽으로 

멀리 끝자락에 오늘의 목적지 일광쪽의 학리가 바라보입니다

 

날이 흐려 옥색 물빛은 볼 수가 없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걷기에는 그저 그만입니다 

송엽국이 반기는

고스락입니다. 이 곳의 음식은 제법 괜찮다고 하던데 먹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주변 경관도 괜찮고 음식도 괜찮으면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외치는 늙은 언니 오빠들은? 글쎄요 ^^

금계국, 접시꽃 

샤스타 데이지 , 삼엽국 이 넘들은 참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봄에는 마가렛, 여름철 부근은 샤스타데이지, 가을에는 구절초

다 뭉떵그려 국화라고 부르면 좋겠지만

어렵게 외워둔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그 것도 병입니다

   

오래전 모습과 별반 달라진 것이 보이지 않는

임랑 해변 민박집 부근을 지나며 안도감을 느낍니다.

알고 있던 장소를 다시 가볼 때

기억과 다른 그림을 만나게 되면 얼마나 이질감이 느껴지던지!

 

담 옆에는 제철인 자귀나무도 보입니다. 

이 이름을 외울 때 "자기야 저 꽃 이름이 머게?" "자기나무 꽃이다"   

"먼 자기? 나는 남자는 별 좋아하지 않는 데" 라는 친구 모습도 어른 거립니다^^

바다로 상대로 골프샷 연습을 하는 둘이 보입니다. 

공은 어떻게 회수할려고 그러는 지 궁금합니다 

좌광천 부근 풀섭에서 환경유해식물 귀화종 

도깨비가지와 사투리로 여꾹대라는 여뀌도 보고 

씀바귀와 협죽도라는 무시무시한 나무도 구경합니다.

대나무 이파리와 비슷해서 긴가민가 했는 데 꽃을 보니 생각이 납니다 

KCN 보다 보다 몇백배 독한 독성을 지니고 있답니다.

이파리 몇장 따다가 술이나 커피에 넣어 잘 우려내기만 하면 ... ㅋㅋㅋ  

나팔꽃을 잘 가꾸어 놓은 임랑교 지나고

하늘타리라는 찻집도 지납니다. 일요일인데도 메르스 때문인지 손님 한명 없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일요일도 없는 고된 노동을 지납니다. 

한참동안 곰피와 다시마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서... 나중 찾아보니

곰피는 쇠미역으로 다시마와는 조금 다릅니다 

햇살 기다리는 다시마 지나  

안내도가 있는 정자에서 잠시 쉬고

 

포토존을 지나며 사진 몇장 담고 

신평 소공원 윷판대에 도착 합니다. 돌에 새긴 윷놀이 판 입니다.

오래전에도 날로 먹고 노는 백수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기록이라는 것을 유산으로 생각해 볼 때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었는 데

돌에 기록하는 것이 제일 오래 보관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현대에 사용하고 있는 기록물들 중 100년 가는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빨간 베고니아 지나고, 나리 씨도 구경하고... 처음에는 벌레 알인줄 알고 징그러워 했다는

 

이 곳도 야자수 종류인 종려나무가 자라기는 자라는 모양입니다.

남해 해안가 이외는 기온 때문에 자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 데

우리나라가 아열대에 진입했다는 방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양식장에서 나오는 이 폐수를 건너려고 나무다리 건너는 고생 좀 했습니다.  

메꽃과 뎅강나무

땅찔레와 긴 털 멍이 ...

 횟집많은 칠암 지나고

며느리 밑씻개라는 풀 입니다. 

고마리와는 꽃은 구분되지 않지만 줄기에 가시가 달렸습니다.

이름의 연유를 살펴보며 뿌리 깊은 독선과 오만의 근원을 추정해 봅니다. 

그네들이 손자의 유전자 70%를 며느리가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런 비 상식적인 오만과 독선은 계속되지 않았겠지요!    

 

 

 

칠암 해변의 끝자락 전망대입니다. 날이 맑았으면 물색도 참 고운 경관이었을 텐 데 ...

그랬다면 날씨가 더워 걷기가 힘들었을 터이니 모두 다 물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나 봅니다 

 

조금 전에 본 징그러운 씨가 이넘입니다. 오른쪽은 루드베키아

 

이제 여정이 끝나갑니다. 앞에 보이는 곳만 돌아가면 이동항이 코 앞입니다

이 길은 제법 지나 다녔지만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성취사로 올라가 봅니다.

 

낮 달맞이

지장보살인 것 같은 데 왠 금박을 ...

다시 해변으로 내려와

갯 무우꽃과 기름나물

요즘 개량된 코스모스들은 파종후 90일이 지나면 꽃이 핀다고 합니다.

이동항에 도착하니 역시 다시마 말리기가 한창인 데

가만 살펴보니 다시마 위에 하얀 것이 꽃처럼 피어 있습니다.

 

걷어내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대답도 안해 줍니다. 

아마 댓가도 없는 노동에 짜증이 나는 데 말을 거는 것이

어지간히도 기분이 나쁜 모양입니다.

한국유리 뒷편으로 돌아 들어갑니다

 

초롱꽃과 개망초

 

 

멀리 신앙촌의 횡포로 해안길이 막혀 버린

학리가 보이고 여정이 막바지에 도달했습니다

일광 해수욕장 바라보고

난계 시비에 도착해서 사진 한장 남겨보고

난계의 작품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 봅니다.

오랫만에 친구와 함께 하니

객관화 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말걸고 답하던 여정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소재꺼리도 많습니다.

무슨 공사를 열심히 하는 해변을 지나  

달콤한 해당화 향기 지나

고산 윤선도 시비가 있는 삼성대입니다. 

 

  오늘의 여정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의 여정을 꿈꿔야 되겠습니다

 

 

 

그 거라도 괜찮은가요?

 

어쩔 수가 없네요

 

그대 사랑하는 내마음 보일 수가 없군요
어눌한 말로는 기분 상할까봐 두렵고
향기로운 글로 마음 편하게 할 수도 없어
그대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가 않는군요

 

그렇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한가지는 있네요
그리움으로 꽉찬 내 마음을 한 숫갈만 덜어내면
언제던지 그대가 마음놓고 펑펑 울 수 있는
기다림 물드는 조그만 정원 한뼘 만들 수는 있군요

 

그 거라도 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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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6.29 23:56

    첫댓글 오.. 지난 정모에서 갔던 일광까지 걸어 오는 여정이군요.. 여긴 자주 차로만 다니는 곳이라 눈에 익은 풍경들이 많아서 더욱 좋습니다~ 언제나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 15.07.02 21:58

    멋진 풍경들로...기분이 좋아집니다.감사해요...*^^*

  • 15.07.04 21:03

    이국적 느낌도 물씬~~ 해변에 공사 좀~ 안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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