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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 음료와 고카페인 음료, 의외로 효과 없다
글 : 조비룡 /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숙취해소음료는 효과 미미하고 치료제도 아니다 고카페인 음료와 술 섞어 먹으면 심혈관에 치명적일 수도 [술 ‘잘’ 먹는 법] 연재를 시작하며 한국사회의 과도한 음주 문화가 심각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에 음주문화를 건전하게 바꾸는데 힘을 보태겠다며 전문가들이 나섰습니다. 프리미엄조선은 조비룡(서울대 가정의학과)·이해국(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과)·천성수(삼육대 보건관리학과) 교수와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 등 전문가 5명의 글을 연재합니다. [술 ‘잘’ 먹는 법] 코너에 실릴 글들은 ‘음주와 심신 건강’, ‘절주(節酒)와 해독 방법’, ‘동서고금의 음주 문화’ 등 음주 관련 각 분야를 망라합니다. /조선일보 편집자 주 [술 ‘잘’ 먹는 법-①]숙취 해소 음료 의외로 효과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술에 관대합니다. 최근에야 ‘주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과거에는 술이 취한 채로 한 행동과 다음날의 업무 능률 저하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했었지요.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들이 한국을 ‘음주자의 천국’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음주 다음날 두통, 구토, 현기증, 무기력함 등의 숙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숙취의 원인은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 외의 여러 미세성분들과 술의 대사물질 중 하나인 ‘아세트 알데하이드’ 때문에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두통, 구토, 속쓰림, 가려움, 무기력함 등의 숙취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애주가들이 ‘숙취 해소 음료’를 술과 같이 마시거나 음주 직후 찾고 있는데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아스파라긴산, 타우린, 메티오닌 등의 아미노산 성분들입니다. 이런 성분들은 주로 콩나물이나 무 등에 많이 들어있는데,.숙취 해소 음료들은 이런 성분들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 숙취 해소 음료들하지만 불행히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숙취 해소 음료들은 체내의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양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못하며, 양이 어느 정도 된다해도 숙취 해소 정도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신 후 숙취 증상이 완화됐다’고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음료의 효과 때문이라기보다 당일의 컨디션이나 같이 섭취했던 안주의 종류·양, 수분 섭취량 등과 더 관계가 있습니다. 때로는 음료가 포함하고 있는 당분 때문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따라서 음주로 인한 체내 독소의 제거, 손상된 간세포의 회복을 위해 숙취 해소 음료를 치료제로 생각하는 것은 대체로 잘못된 생각이며 오히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만듦으로서 부작용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숙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술자리 전후에 충분한 수분 섭취로 알코올의 체내 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음주 다음날 오심이나 구토가 심하지 않다면 역시 충분한 수분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마신 다음날 숙취의 일부 원인은 알코올이 체내에서 간의 포도당 대사를 방해하여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음주 다음날의 아침 식사는 음식으로 포도당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간의 부담을 덜어주고 숙취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포도당을 빨리 공급해줄 수 있는, 소화가 쉽게 되는 밥 종류나 단맛이 나는 음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이라도 식사를 하는 것이 숙취 증상 완화에 좋습니다. 아침식사를 못할 정도로 음주를 많이 했을 경우는 최악의 상황인데, 주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대안은 다음날 숙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음주량을 지키는 것이지요.
▲ 고카페인 음료들최근 들어,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술로 인한 피로와 숙취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 즉 고카페인 음료를 섞어마시는 새로운 술 문화가 문제가 되고 있지요. 카페인은 뇌를 각성시켜 알코올의 부작용인 피로감을 줄이고, 졸리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실제 발휘합니다. 술이 세어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음주의 후유증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음료 내의 탄산이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가속화시키고 카페인의 이뇨 작용으로 체내 수분배출이 증가하며 음료 섭취로 인해 수분의 섭취가 감소합니다. 이 역시 숙취 증상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알코올 단독으로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혈압이 오르는 등의 심혈관계 증상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데, 카페인은 같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이어서 심장박동을 빨리하고 혈압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술과 카페인 음료를 섞어마시는 행동은 그 용량이 올라가면서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얻어지는 취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과 피로 경감의 대가로는 너무나 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카페인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습관은 버려야 합니다 숙취 증상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감당하지 못할 양의 술을 먹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몸이 보내는 일종의 적신호이지요. 따라서 숙취를 해소해주는 음료를 찾는 것이 아닌 음주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정답입니다. 한국인의 1회 적정 음주량은 하루에 남성은 소주 2잔 이내, 여성은 1잔 이내로 주 3회 이하입니다. 건강에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고위험 음주는 남성의 경우 5잔 이상, 여성의 경우 4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신다라는 것은 절대 자랑거리 혹은 능력이 아닙니다. 정말로 술 ‘잘’ 마시는 사람은 적절한 양을 잘 조절해서 마시는 사람이지요. 따라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숙취를 느끼지 않습니다. 올해엔 모든 분들이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필자 약력 -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mail : belong@snu.ac.kr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 후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에 교환교수로 다녀왔고 「우리가족 건강 주치의」등 2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MBC '라디오 닥터스'의 건강칼럼을 5년간 맡아 집필했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만성질환, 노인질환, 대사증후군, 피로증후군, 비만, 알코올질환 치료를 세부전공으로 하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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