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산성향우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전호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27) 군위 콩잎김치 두메산골 겨우살이 반찬 콩잎, '맛깔스런 변신' 군침 도네 | ||||||||||||||||
◆귀하신 몸이 된 군위 콩잎김치 "아이구 내 참 음식도 음식 같잖은데…. 추운데 얼른 방으로 들어오세요."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마을 윤팔선(52)씨. 살을 에는 듯한 대한 추위에도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콩잎김치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시골 나물반찬과 함께 따끈한 밥을 지어 이웃들을 초청하기를 좋아하는 윤씨는 화본마을 시골인심의 대명사다. 이 마을 부녀회원들과 함께 담근 윤씨의 콩잎김치는 맛도 맛이지만 콩잎 삭히는 손재주가 뛰어나 자연 단풍 빛깔을 그대로 살려 낸다. 한장 한장 젓가락으로 집어 들여다보면 가을 단풍철 계곡 물속에서 갓 건져낸 물 머금은 고운 단풍잎. 고춧가루와 물엿, 마늘, 생강 등 갖은 양념에다 버무려 낸 맛은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새콤달콤 짭조름한 윤씨의 콩잎김치로 밥 한그릇을 비워내면 입안이 저절로 개운해진다. "이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밥 위에 콩잎김치를 덮어야 제맛이 나지요" 노릇노릇 좁쌀이 섞인 쌀밥에다 노랗게 단풍 든 콩잎김치를 얹은 숟가락 모양새가 마치 이불을 덮어놓은 듯 그림 같다. 여느 콩잎김치와는 달리 간만 배어 투명하리만치 맑은 콩잎 맛은 정말 색다르다. 밥숟가락이 입안으로 그저 끌려 들어가는 것 같다. "촌에 별 반찬 뭐 있나요" 정말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윤씨는 콩잎을 딸 때부터 남다르다. 콩잎 여러장을 겹쳐 단을 묶는데 실이나 끈을 쓰지 않고 콩잎 잎자루로 묶는다. 이유는 삭힐 때 물속에 잡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소금물로 삭히지만 솜씨가 좋은 윤씨는 맹물로도 너끈히 삭혀낸다. 이렇게 한달쯤 삭힌 콩잎은 살짝 삶아내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군맛을 우려낸다. "너무 삶으면 깊은맛이 없어지지요. 또 물러지게 돼 적당히 데치듯 하는 게 요령이지요." 윤씨는 데쳐 낸 콩잎의 물기를 빼고 4, 5장 단위로 양념을 발라 항아리에 차곡차곡 재워뒀다가 겨우내 밑반찬으로 낸다. 빛깔을 곱게 내기 위해서는 간장보다 소금을 더 쓴다고. "올콩(일찍 수확하는 콩)으로 잎이 작은 콩나물용 잔콩 콩잎이라야 예쁘고 빛깔 고운 김치를 담글 수 있어요." 밥숟가락에 푹 덮이는 넓은 메주콩잎보다는 숟가락에 얹힐 정도의 작은 잎이 모양도 예쁘고 김치 담그기도 좋단다. ◆쌈으로도 이용하는 콩잎은 무공해 "잎사귀가 넓은 메주콩 콩잎을 따서 밥솥에다 찌면 훌륭한 쌈거리가 됩니다." 이곳 화본마을 콩잎은 호박잎과 양배추, 케일 등과 함께 쪄서 쌈밥 재료가 되기도 한다. 여름철 풋고추를 넣고 되직하게 끓인 된장을 준비하고 찐콩잎에 싸먹는 쌈밥이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그 옛날 구수한 그 맛 그대로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날 입맛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또 단풍 들기 전 가을철 들어 따는 연한 콩잎은 쌀뜨물에 삭혀내서 물김치를 만드는 데 쓴다. 밀가루를 약간 푼 물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삭힌 콩잎을 잘 씻어 차곡차곡 넣고 다진 마늘과 어슷썬 홍고추와 풋고추, 양파를 썰어 넣어 잘 숙성시키면 기가 막히는 콩잎물김치가 된다. 마치 열무김치처럼 김치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하다. 노랗게 완숙된 콩잎으로는 장아찌도 만든다. 삭혀낸 콩잎을 씻어 된장 항아리에 박아두기만 하면 바로 황금빛 콩잎장아찌로 탄생된다. 이처럼 군위 산성면 화본마을 사람들은 여름철부터 가을, 겨울철에 이르기까지 콩잎김치로 쌈으로, 물김치로, 장아찌로 콩잎을 다양하게 이용한다. 이 때문에 언제쯤 콩잎을 따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쌈밥용 콩잎은 저녁에 딴다고 한다. '아침보다 한낮 햇살에 광합성 작용으로 영양소를 듬뿍 머금은 저녁 콩잎이 좋다'는 윤씨의 설명에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너무 오래 삭히면 군내가 나서 맛을 버리게 돼요." 잘 익은 (단풍이 든) 콩잎은 1주일 정도만 삭혀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고 한다. 화본부녀회원 중 가장 고참격인 장순연(61)씨는 '오래 삭힐수록 잎이 부드러워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덜 삭혀도 질겨서 못 쓰지만 너무 삭혀도 물러 못 쓴다고. 화본마을 콩잎김치 총감독이기도 한 장씨는 손맛 좋기로 면 내 소문이 자자하다. 윤씨도 콩잎김치를 담글 땐 장씨의 손을 빌린다. 장씨는 6월 초순에 파종해 8월 중순부터 잎을 따는 올콩 콩잎이 제일 부드럽고 맛이 있으며 추석 전 9월 중순까지 잎을 오랫동안 딸 수 있다고 일러준다. ◆연초부터 화본리 부녀회원들 창업열기 후끈 올해 화본리 부녀회는 회원들 자체 힘으로 콩잎김치 상품화에 나설 작정이다. 콩잎김치를 앞세우고 깻잎김치, 고추김치, 고들빼기김치, 민들레김치, 부추김치, 무말랭이 등 시골 나물김치 '8선'을 세트로 상품화해서 전국 시장에 도전한다는 사업계획이 야무지다. 그래서 회원들은 연초부터 바쁘다. 작업장으로 쓸 공터를 매만지고 회원들 간 역할을 분담하고, 포장용기 개발에도 나섰다. 들깻잎과는 달리 콩잎은 따로 재배할 필요가 없다. 그냥 콩밭을 찾아가면 주인도 반긴다. 이유는 결실을 도와주기 위해 일부러 콩순을 쳐야 하는데 콩잎을 적절하게 따주기 때문이다. 가을철 들녘에 무궁무진 널려 있는 것이 콩잎이니 따는 품값 외에 별도의 원가가 들지 않는 셈. 그러니 깻잎김치보다 월등히 생산비가 싸다는 얘기. 씨 뿌리고 잡초만 매주면 그냥 농사가 되는 콩이기에 콩잎은 틀림없는 무공해식품이기도 하다. 알콩농사에다 콩잎농사까지 지을 수 있게 돼 콩농사는 이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니라 '콩 먹고 잎 먹고'이다. 이처럼 경북의 두메산골 향토음식인 콩잎김치는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한국의 전통향토음식' 경북편과 안동시가 지은 '안동음식여행', 포항시의 '포항전통의맛', 경주 '경주내림손맛', 상주 '고은빛 깊은맛', 영천 '향토음식 맥잇기', 청도 '청도향토음식의 보고 석빙고', 성주 '성주향토음식의 맥' 등의 책자에 잘 소개돼 있다. 054)382-3061.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imnb12@hanmail.net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10년 01월 16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