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에는 두루마리와 어린 양에 대한 환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5절을 보겠습니다.
1 나는 또, 그 보좌에 앉아 계신 분이 오른손에 두루마리 하나를 들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안팎에 글이 적혀 있는 그 두루마리는 일곱 인을 찍어 봉하여 놓은 것이었습니다.
2 내가 보니, 힘센 천사가 큰소리로 "이 봉인을 떼고 두루마리를 펴기에 합당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고 외쳤습니다.
3 그러나 두루마리를 펴거나 그것을 볼 수 있는 이는, 하늘에도 없고 땅 위에도 없고 땅 아래에도 없었습니다.
4 이 두루마리를 펴거나 볼 자격이 있는 이가 하나도 보이지 않으므로, 나는 슬피 울었습니다.
5 그런데 장로들 가운데서 하나가 나에게 "울지 마십시오. 유다 지파에서 난 사자, 곧 다윗의 뿌리가 승리하였으니, 그가 이 일곱 봉인을 떼고, 이 두루마리를 펼 수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종이가 없던 옛날에는 짐승의 가죽을 벗기고 가공하여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연결해서 두루마리를 만들고, 거기에 글을 써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 두루마리에,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과거에 있었던 일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장차 일어날 일이 기록되어 있을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가운데 마치 죽임을 당한 것 같은 어린 양이 하나 서 있었는데, 그 어린 양이 나와서 보좌에 앉으신 분의 오른손에서 그 두루마리를 받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이라는 표현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로 연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린 양이 두루마리를 받아들자, 네 생물과 스물네 장로가 어린 양 앞에 엎드려 그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어지는 본문 13~14절을 보겠습니다.
13 나는 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와 바다에 있는 모든 피조물과, 또 그들 가운데 있는 만물이, 이런 말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보좌에 앉으신 분과 어린 양께서는 찬양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영원무궁 하도록 받으십시오."
14 그러자 네 생물은 "아멘!" 하고, 장로들은 엎드려서 경배하였습니다.
어린 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두루마리의 봉인을 뗄 수 있는 존재, 그러니까 역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지휘할 수 있는 하나님의 대리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뿐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묵시입니다. 그런데 어린 양으로 묘사된 예수님이 두루마리를 건네받자, 네 생물과 스물네 장로를 비롯해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과 어린 양을 함께 찬양합니다. 예수님의 위치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과 거의 동등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기록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에서 요한계시록이 4세기까지도 정경성을 의심받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후에 루터와 칼빈도 이 책을 외면했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런데도 계시록이 정경으로 들어온 데는 4세기의 신학자 아타나시우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삼위일체 교리의 신봉자인 아타나시우스가 요한계시록이 정경에 들어가도록 힘을 썼기 때문입니다.
아타나시우스는 서기 367년에 요한 계시록을 포함한 신약성서 27권을 정경으로 채택할 것을 교회에 건의했습니다. 본문에 묘사된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함께 경배 받는 모습이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