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무엇일까? 2007년 울산사회조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위가 치매(35.7%)이고, 2위는 뇌졸중(24.1%), 3위가 암(16.4%)이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보다도 지능이나 의지, 기억이 사라지거나 거동이 불편해지는 치매나 뇌졸중이 더 무서운 것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정신과 몸이 온전했으면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중기와 중풍의 원인
뇌졸중(腦卒中)은 한의학의 중풍(中風)과 유사하다. 뇌졸중은 ‘뇌의 일부분에 혈액을 공급하고 있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으로써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을 말하는데 예로부터 이 신경학적 증상을 ‘중풍’이라고 했다. 그런데 [동의보감]에는 중풍은 아닌데도 중풍의 증상과 비슷하게 전신 혹은 반신이 마비되어 쓰러지는 병을 하나 더 소개하고 있다. 풍이 아니라 기(氣)에 적중(的中)되어 나타난다고 하는 중기(中氣)가 그것이다.
“중풍은 대개 치료가 불가능한데, 중기는 잠시 있다 곧 깨어나니 무엇 때문에 그러한가? 중풍이나 중기의 근원은 하나로 모두 분노로 인하여 생긴다. 사람의 오지(五志)중에서 오직 화내는 것이 가장 심하니, 갑자기 병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고 하면서 중풍이나 중기의 원인을 모두 분노(忿怒), 곧 화냄으로 잡고 있다.
중기와 중풍의 구별법
중기와 중풍의 증상
고장 난 보일러를 가지고 중풍과 중기를 비교할 수 있는데, 중풍, 중기 모두 보일러가 작동할 수 없는 것은 똑같다. 중풍은 보일러가 너무 과열되어 터진 것이라 할 수 있으니 그 터진 것으로 인하여 몸은 아직 따뜻하고 그 잔해물인 가래는 계속 나온다. 중기는 보일러를 연결하는 전원이 끊어진 것이니 몸이 차가우면서도 가래는 없다.
치료 방법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일러가 과열되어 터질 때에는 기름을 모두 빼버려 더는 터질 것이 없게 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몸에서도 마찬가지이니 손가락 끝(십선혈, 十宣穴)을 찔러 피를 몇 방울씩 나오게 한다. 모든 십선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 중 몇 개의 혈에서만 피가 나오는데, 이것은 응급처치일 뿐 근본 치료는 아니다. 그러니 반드시 119에 먼저 응급환자 발생 신고를 하고, 십선혈에서 피를 빼는 것이 좋다. 가끔 십선혈에서 피를 빼 병이 더 악화되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으니, 가족이나 한의사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기일 경우에 가장 대표적인 혈은 합곡(合谷)혈과 태충(太衝)혈인 사관(四關)혈이다. 같은 기획물의 ‘체했을 때 좋은 처방’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체기(滯氣)를 뚫어 주듯 중기도 풀어 준다. 침이 없어도 이 부분을 자극할 수 있으니 차디 찬 손바닥과 발바닥에 온기(溫氣)가 돌 때까지 치료하는 사람의 양 손바닥으로 계속 비벼 주는 것이다. 온기가 돌면 전원이 다시 들어왔다는 뜻이니 조금 있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된다. 이러게 하지 않아도 ‘절대안정’을 취하면 [동의보감]의 표현대로 ‘잠시 있다 곧 깨어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중기와 중풍 예방법
기해혈에 꾸준히 뜸을 뜨면 치매와 중풍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풍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더욱이 그 방법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면 서두의 통계에서 보았듯이 이 방법을 배우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중풍을 예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원문 그대로 여기에 소개한다.
“옛 현인의 시에 ‘화를 심하게 내면 불이 타올라 화기(和氣)를 태워 자신만을 상하니 어떤 일을 당하여도 더불어 다투지 마라. 그 일만 지나면 마음이 맑고 시원해지리’라고 하였다. 유공도(柳公度)는 양생을 잘하여서 나이가 80이 넘었는데도 걸음거리가 가볍고 씩씩하였다. 어떤 사람이 그 방법을 묻자 ‘나에게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생 원기로써 감정을 북돋은 적이 없고 기해혈을 항상 따뜻하게 하였을 뿐이다.’라고 말하였다.”
기해(氣海)혈은 기의 바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남자의 단전(丹田)이 관원(關元)혈이라면, 감정(氣)이 풍부한 여자의 단전은 기해혈이다. 단전혈에 항상 뜸을 뜨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데, 기해혈은 분노 곧 화(火)냄도 억제할 수 있다. 유공도는 남자의 정(精)보다는 성냄을 더 주의한 것 같은데,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치매와 중풍에 걸리지 않으려면 기해혈에 뜸을 뜨는 것이 좋다. 몸의 정 가운데 선에서 배꼽(신궐혈)과 불두덩 뼈 상단(곡골혈)까지를 5등분 하였을 때, 배꼽에서 1.5등분 아래가 기해혈이고 3등분 아래는 관원혈이다.
속 좋아 보이는 사람이 병에 잘 걸린다. 슬픔과 노여움을 잘 풀어주어야 한다.
Q. 궁금해요! 뜸은 어떻게 뜨는 건가요?
뜸은 꾸준히 뜨는 것이 중요하다.
뜸은 침보다 역사가 깊은데, 지치지 않고 매일 꾸준히 뜨는 것이 중요하다.
1. 직접용 뜸을 1통 구입하면 한 사람이 한 달은 쓸 수 있다.
2. 쑥뜸을 약간 뜯어내어 쌀알만 하게 만다.
3. 몸이 약한 사람은 조금 헐렁하게 말고, 그렇지 않으면 단단하게 만다.
4. 혈자리 위에 쑥뜸을 세우는데 잘 서지 않기 때문에 뜸 밑에 약간의 침을 묻힌다.
5. 향불로 뜸에 불을 붙이는데 향불에 뜸이 달라 붙지 않게끔 주의한다.
6. 다 타면 재를 손으로 들어 내는데(여기까지가 한 장 뜬 것임) 불에 데지 않게 주의한다.
Tip. 뜸 뜰 때, 알아둘 사항
· 보통 저녁에 뜨는 것이 좋은데, 체력이 약한 사람은 세 장, 그렇지 않으면 한 자리에 다섯 장, 일곱 장을 뜬다.
·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2주에서 6주가 걸린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히 뜨는 것이 좋다.
· 얼굴처럼 살이 연한 부위에는 뜨지 않는 것이 좋다.
· 간혹 물집이 생기기도 하는데, 작은 것은 그 위에 그대로 떠도 무방하고 큰 것은 터트려 소독한 후 며칠 뒤에 다시 뜬다.
· 목욕 1시간 전후나 생리, 임신 때는 삼가는 것이 좋다.
· 몇 군데 혈을 같이 뜰 경우에는 반드시 손, 머리, 몸통, 발의 순서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순서에 맞춰 뜸을 떠야 한다.
· 병이 있을 때는 병이 나을 때까지 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봄, 가을에 한 달 정도씩 뜨는 것이 좋다. (경칩에서 춘분까지, 입추에서 처서까지)
- 글
- 황인태 | 한의사
- 원광대학교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신경정신과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산업의학을 공부했다. 한살림 자문위원, 전국농민회총연맹 진료부장, 귀농운동본부, 다솜건강교실 등에서 활동하며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건강강좌를 열어 한의학 지식을 이웃들과 나누려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허허 동의보감]을 감수하고 있으며, 저서로 [하늘, 땅, 그리고 우리들], [다솜건강교실]이 있다.
- 그림
- 허영만 | 만화가
- 1974년 [각시탈], 1981년 [무당거미], 1989년 [날아라 슈퍼보드], 1994년 [비트], 1999년 [타짜], 2003년 [식객] 등 40년간 수많은 히트작을 낸 허영만 화백은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손꼽힌다. 특히 철저한 사전조사와 취재를 통해 탄생한 콘텐츠의 힘 덕분에 허영만의 작품은 ‘믿고 보는’ 만화로 통한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정보와 재미를 섞어 교양 만화로 재해석한 [허허 동의보감] 1권을 출간했으며, 20권 완간을 목표로 2011년부터 매주 수요일 밤 과외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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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허허 동의보감2 기통차게 살자 2014.02.03
- 400년 전의 [동의보감]을 단순히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관점에서 완전히 풀어헤쳐 ‘실용’과 ‘재미’, ‘지식과 교양’, 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가가호호 [동의보감]을 상비하며 건강을 지켰듯이 [허허 동의보감] 또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2권 ‘기통차게 살자’에서는 정(精)과 기(氣)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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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6.27
주석
- 1
- 지나치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섯 가지 감정 상태. 기뻐하는 것, 화내는 것, 근심하는 것, 생각하는 것, 겁내는 것 따위이다.
- 2
-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과의 사이
- 3
- 엄지발가락과 집게발가락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