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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인류의 위대한 여행(The Incredible Human Journey)
· 저자 - Alice Roberts 著 / 진주현 엮음
· 정가 - 25,000원
· 분량 - 617page
· 출판일 - 2011년 3월(1판 1쇄)
· 출판사 - 책과함께
· 평가 - ★★★★★
· 批評
오랜만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소개하는 책이 좋은 책이어서 기분이 좋다. 요즘 '현장이다, 보고서다' 나름 바쁜 관계로 책 1권 완독하질 못 하고 있었는데(개인적으로 한번에 책 3~4권을 동시에 읽어가는 스타일이라서 시간이 없을 때는 미처 완독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책과함께'에서 좋은 책을 보내주셔서 그간의 나태함(?)을 만회할 겸 작정하고 완독을 했다(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2권의 책을 같이 읽어 나가는 바람에 빨리 읽지는 못 했다 -.-;).
책에 대한 잡설을 몇마디 하자면, 이 책은 BBC 특집기획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류의 책으로는 대표적인 역사 다큐멘터리인 <역사스페셜>을 책으로 묶은 것이 있겠다. 하지만 그 책이 한국사의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룬 것에 비해, BBC의 다큐멘터리는 인류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방송들도 다운받아서 보고 싶었지만(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보도록 하겠다), 그것까지 구해 볼 시간은 없어서 양자(방송과 책)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책이라는 특성상 방송에서 다 못 했던 내용들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책을 딱 받으면 제목 옆에 발자국 한쌍이 찍혀 있고, 제목 주변으로 여러 삽화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뒤에 보면 나오지만, 이 삽화들은 모두 저자인 앨리스 로버츠가 직접 그린 것들로서 중간중간 삽입되어 운치를 살려주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책 표지만 봐서도 일단 흥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고개를 살짝만 돌려보면 책의 두께가 상당해서 순간 움찔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
저자인 앨리스 로버츠는 해부학을 가르치면서 고대 인간의 질병, 해부학, 진화론, 발생학 등에 관심을 두고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홈페이지(http://www.alice-roberts.co.uk/)도 있어서 한번 들어가 봤는데, 상당히 깔끔한 디자인에 적절한 카테고리까지 한눈에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잘 꾸며져 있었다. 특히 'GALLERY'라는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BBC 방송을 촬영하면서 찍었던 다양한 사진들이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사진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밖에 책에 나왔던 내용과 연관된 사진들도 많이 있었다(물론 책 앞부분에도 원색도판들이 있었지만 여기에는 책에 없는 사진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방송과 해당 전문분야에서 골고루 활약하는 학자가 많이 없기도 하지만(있긴 있다!), 이처럼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대중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사람들 또한 없다는 점에서 '외국과 우리가 정말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역자에 대한 소개도 조금 흥미로웠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지금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 했던 분이었다. 이 정도 스팩을 가진 전공자라면 서울대 출신 선생님들 사이에서 한번쯤은 거론되었을 법도한데, 정통 고고학이 아니라 인류학 쪽을 전공해서 법의인류학자라는 흥미로운 직종에 종사하다보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책 표지 한장만 넘겨봐도 이래저래 지금껏 읽어왔던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점이 더 흥미로웠다.
역시나 책의 시작은 즐비하게 나열된 원색도판들이었다. 지금이야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런 원색도판들이 각 내용과 맞물려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늘 이런 책을 보면 원색도판은 대부분 앞에 있었던 것 같다(『총 · 균 · 쇠』의 경우 맨 앞에도 있고, 중간에도 있었지만 역시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모아놓고 있어서 보기에는 조금 불편했었다). 그렇게 원색도판들을 살펴보고 목차를 살펴봤다. 목차는 아주 간단해서 딱 5개의 챕터로 이뤄져 있었다. 아프리카 -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 북아시아와 동아시아 - 유럽 - 아메리카 등 현생인류의 진출 과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일단, 책의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각 챕터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논하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것 같기에 각 챕터의 내용 및 필자의 생각은 간단하게 서술하고, 전체적인 책의 총평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먼저 저자는 석기시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아프리카 기원설'과 '최근의 아프리카 기원설', '다지역 기원설 혹은 진화설' 등에 대한 운을 떼고(최근의 아프리카 기원설이라는 것이 있는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인류의 계보와 석기의 종류, 빙하기, 각종 자연과학분석법, 유전학 연구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일단 딱딱한 도면이나 도판 대신에 가볍게 스케치한 삽화들(인골과 석기를 묘사한)이 있어서 책이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저자 스스로가 '여행'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그 테마에 맞춰 전체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량은 상당히 많지만, 지루하지 않게 저자의 여행에 동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저자의 흥미진진한 여행은 시작한다. 이제는 누구나 현생 인류의 고향으로 아프리카를 꼽는데 큰 이견이 없지만, 여기에서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는(Out of Africa) 시기가 언제인지, 루트와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고고학이나 인류학 관련 서적을 보면, 대략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었지만 루트와 방법, 그리고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 남긴 유적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고고학, 머리뼈 형태학(아마 원래 용어는 더 멋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대 환경학, 유전학 등 다양한 연구방법론이 등장하여, 아프리카에 살았던 현생 인류에 대해서 굉장히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생 인류는 플라이스토세의 불안정한 기후 변화에도 해양 자원을 활용하면서 아프리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지구 전체에 걸친 미토콘드리아 DNA의 계보도 소개되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현생 인류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이른 시기에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했다는 내용이 놀라웠다. 물론 여기에서는 유물과 유적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인골이 발견되기 전에는 그렇게 단정지을 수 없다고 하고 있긴 하다. 하긴, 사용하는 도구의 변화를 두고 무조건 사용하는 인종의 변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고고자료를 이용해 고대 인종의 세력범위를 밝혀내려 했던 제국주의식 고고자료 해석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라는 최첨단 과학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고 불리는 호미니드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예전에 어떤 책을 보고(정확한 제목이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족과 같은 소인족이 동남아 일대에 살았다는 내용을 보고 엄청 신기해 했던 적이 있다. 이를 두고 호모 속이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에서 진화했을 가능성(다지역 기원설 혹은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밝히고 있었다. 왜냐하면 DNA 분석 결과, 그렇게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을 동시에 염두에 둘 수는 없을까~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자가 너무 아프리카 기원설에 집착해 이야기를 서술하는게 약간 불편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뭐 더 이상의 반론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추후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긴 했다!!).
암튼, 책의 209~212쪽 부분을 보고 굉장히 재밌긴 했다.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호모 에렉투스도 훌륭한 항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른 시기에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나와 아시아로 퍼져 나간 후 여러 지역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로버트에 대한 얘기가 그것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20~10만년 전에 우리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화석과 유전학 연구 결과를 들어 반박하고 있었고, 로버트는 유전학 결과를 믿지 않기에 현생 인류는 200만 년전에 기원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다지역 기원설을 믿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냉소적이면서도 이런 투의 문장이 재밌었다(물론 번역상 이렇게 된 것이지만 원래 문장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면서 로버트의 말이 더 인용된다. 그는 여전히 아프리카 기원설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들은 영국인들 뿐이며, 저자도 영국인이므로 그런 생각에 세뇌되었다고 극단적인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한방 날리는 대목이 나온다. 로버트는 본래 회사원이었다가 뒤늦게 고고학에 입문해 수천개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했지만, 결국 그가 쓴 논문은 자신이 편집하는 학술지에 발표했던 것들이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풉~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어쨌든 저자는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존중하면서 글을 끝맺고 있었다(아마 로버트도 이 책을 봤으리라). 순간, 한국 고고학계에서 청동기시대를 전공하는 원로 교수님들이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치(절대연대)를 믿지 않고, 유물에 의한 상대편년을 더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젊은 고고학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 떠 올랐다.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지만 인간의 직관에 의존한 연구 방법론과 함께 다 같이 중요시 여겨져야 된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책은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의 차이점, 양자를 주장하는 학자들에 대한 소개를 조금씩 하면서 점점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지역이 아시아로 넘어오면 이제 중국의 베이징원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베이징원인은 실종된 뒤 어떻게 됐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인데, 이 책을 보니 1950년대에 저우커우뎬에서 추가로 베이징원인의 인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내가 놀란 것 이상으로 저자가 그 실물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갔다. 중국의 우신즈 교수는 일반적인 중국 학계의 견해대로 호모 에렉투스에서 현생 인류로 진화해 오늘날의 중국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주장했고, 역시나 저자는 그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뼈만 갖고 이런 큰 얘기를 하는 것에는 조금 의문이 들긴 한다. 저자 스스로 얘기하고 있듯이 '같은 집단 안의 다양성이 때로는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차이보다 큰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뼈가 다르다 하여 그것을 무조건 다른 집단, 다른 인종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1』을 보면 제천 황석리 고인돌에서 나온 인골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몇개 안 되는 사례를 갖고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특히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동아시아에는 아슐리안 석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부분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 고고학자 할램 모비우스라는 사람은 1955년에 '동아시아가 문화적으로 수준이 떨어진 변두리'라고 얘기했단다. 왜냐하면 3만년 전 즈음에야 비로소 중국에서 후기 구석기 문화가 확인되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중국에도 현대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을 시기에도 1~3만년간 당시 사람들은 단순한 형태의 석기를 사용했던 것이다(이를 두고 우 교수는 중국인이 현지에서 진화한 사람의 후손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저자도 이에 대해서는 딱히 반박을 마구마구 하지는 못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당시 동아시아의 환경상 무거운 석기 이외의 가벼운 목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했기 때문에 석기는 유럽처럼 발달하지 못 했다~라고 보면서 결코 당시 동아시아의 문화 수준이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연천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석기가 출토되어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출토된 것임이 이미 공인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걸 보고 크게 2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국 고고학의 연구성과가 해외에 그만큼 소개가 많이 되지 않아서든가, 한국 고고학의 연구성과가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 한다든가...이 2가지때문에 이와 같은 내용이 남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거기다가 동아시아의 농경을 언급하면서 청원 소로리 유적이 언급 안 된 것도 좀 신기했고. 어쨌든, 한국 고고학이 아직 세계적인 시각 속에서는 변두리에 머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유럽의 네안데르탈에 대한 내용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이며(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지식은 루치아노 말무지가 쓴 秀作『네안데르탈 아이들 시리즈』와 에릭 트링카우스 등이 저술한『네안데르탈』이라는 책에서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만 마지막에 소개된 지브롤터의 유적들은 처음 보는 부분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유럽의 끄트머리인 지브롤터는 당시 네안데르탈인의 피난처가 아니라 이미 10만 년 이상 살아왔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유럽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대립하던 네안데르탈인이 결국에는 최후의 패배자가 되어 유럽 각지에서 쫓겨난 것처럼 묘사되곤 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하는 클라이브의 경우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만큼이나 환경에 잘 적응했으며, 해양 자원도 잘 활용했었다. 특히 네안데르탈인 하면 추운 빙하기를 견디어낸 거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지브롤터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은 따뜻한 지중해식 기후를 사랑하던 사람들이었다는 클라이브의 묘사가 충격적이었다. 그와 더불어 체코 공화국의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에 대한 내용도 소개되었는데, 이는 리처드 러글리의『잃어버린 문명 - 석기시대의 비밀』(참고로 언급하자면, 최근에 읽었던 석기시대 관련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기도 하다)에서도 다룬 바가 있어서 반가웠다.
저자와 떠난 여행의 종착점은 신대륙, 즉 아메리카였다. 아메리카의 선사문화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클로비스 문화다. 클로비스 화살촉으로도 유명한데, 저자는 클로비스 문화보다 이른 시기의 유적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특히 칠레의 몬테베르데에서는 초가집과 집 외부의 화덕 등이 확인되었으며, 1만 4천년 전 그 지역 사람들이 먹었던 야생 감자의 존재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유적은 1만 4600~1만 4000년 전의 것으로서 클로비스가 최초의 아메리카인이라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단순히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연결된 베링지아를 건너 북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인류가 이동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북대서양을 따라 북미 동북방에서 인류가 이동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브루스 브래들리의 의견도 소개하고 있어 참신했다. 정말 신자료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기존의 이론들에 금방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총평을 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먼저 스케치한 듯 러프하면서도 간결한 삽화와 도면, 저자가 스스로 그린 삽화들이 상당히 이색적이었고, 독자로서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고고학 서적하면 왠지 정교한 도면(솔직히 전세계적으로 정교한 유물-유구의 도면을 남기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뿐이다. -.-;)과 다양한 도판들이 덕지덕지(?)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그런 기대(?)와 달리 가벼운 사진과 삽화들을 집어넣었다. 전체적인 내용에 비해 그런 부분들이 좀 적은 것은 아니었나~싶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고 답답하지 않아 큰 상관은 없었던 듯 싶었다.
그 다음으로 어렵지 않은 서술(아마 이건 역자의 공로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를 자연스러운 자국어로 100%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깐)과 부드러운 문체, 종종 던지는 의문형 문장과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합리적인 논지를 이끌어가는 방식 등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마틴 존스가 쓴『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 인류의 비밀을 밝히는 최첨단 고고학(The Molecule Hunt)』라는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 비해서 훨씬 이해하기 쉽고 더 재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테마와 접목한 데다가 방송용으로 제작된 내용에 기반한 책이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어쨌든 더 재밌고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최신 연구 성과들을 최대한 소개하고 있어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물론 학술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꼼꼼하게 참고문헌과 각주를 달아놓고 있어서 필요할때 찾아볼 수 있기에도 좋았다. 인류의 탄생과 진화, 석기시대에 대해서는 필자의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어디까지나 개설적인 내용만 숙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기존의 낡은(?)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인만큼 그 안에 담긴 내용 또한 상당히 유익한 것들이 많아서 이번에 후배들에게도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했다(특히 1명은 석기를 전공하고 싶어하고, 다른 1명은 선사시대에 관심이 많은 녀석이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책과함께' 출판사에 감사드리며...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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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헛, 혹시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은 지난주 김용만 선생님이 추천하신 도서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 날 보았던 다큐에 나온 터키의 그 유적은 정말... 놀랍더군요. 좀 오바해서 그야말로 '인크레더블!'한... 저도 언젠가 구입해보아야겠습니다. 지금은 출간된지 좀 된 책들을 우선적으로 부랴부랴 사고 있는 중이라서요.^^;
안 그래도 역사문 까페에도 이 글을 올려놨습니다. 신농님처럼 참고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 암튼,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KBS에서 '인류, 20만년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편집해서 방영했었는데 원어방송분과는 느낌이 상당히 틀립니다. 가능하면 영어자막이 있는 다큐화일로 감상하시는 것이 주인공의 사근사근한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을 겁니다. (필요하시면 보내드릴게요.)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우리 식 내용반복이 아니라 다큐와 책이 상호보완되는 듯합니다.
이 다큐는 최근 다큐 중 인류학 분야의 2 명작입니다. PBS NOVA 시리즈 중의 <Becoming Human> 3부작이 다른 하나인데, 이것도 적극 추천드립니다.
아...그랬군요. 음~역시 우리나라에서 편집해서 방영하면 아무래도 원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를 듯 합니다. 나중에 여유가 되서 보게 되면,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글에서도 써 놨듯이 볼 여유가 없어서요. ㅋ 암튼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신 또 다른 다큐도 기회되면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