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문득 절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면서...북소리를 들으면서...풍경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스쳐지나가는 절에 대한 그리움이 솟을 때가 있었다.
도심의 길가에 줄줄이 걸려있는 색색의 등을 바라보며...
아 !절이 이근방에 있었구나...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반가워 입가에 잔잔한 미소까지 흐른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행복을 느낄수 있었으며, 무한한 심신의 안정감을 느끼며 일을 추진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확실히..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믿음이 있음을 안다는 것이 위안이 된 것이다.
지나가는 일들을 되새겨 보면 나 역시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내나이 지금보다 파란 잎으로 무성할 때의 일이다.
아이가 다섯살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쓰고 있다.
여름이 오니 그 해는 무던히도 지리한 해다.
세상이 마치 더운물에 홍수를 만난 듯이, 땀이 나서 푸른 바다 생각에 안절부절이다.
왜그런지 갑자기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나는 항상 너무 바쁘다보니, 시간을 내서 어디에 갈 수 없는 형편이 너무 싫다. 그러나~
속이 상해 화가 나서 울퉁불퉁 하더라도, 일에 억매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매일 직업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심신이 지쳐 파김치가 되어 있을 때라 두 말 할 것이 없다.
잊혀지지 않는얄궂은 여름날의 일이다.
나쁜일이 생기려고 하면 마음이 바쁘다고 하더니 ...
하루는 시간을 내서, 갑자기 새벽에 짐을 싸서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간다는 것이,
인천의 어느 해수욕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이제 겨우 다섯살이 된 아이를 데리고, 예쁜 미소를 띠며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당도했던 것이다.
해수욕장 근처에 숙박업소를 정해 짐을 풀어 놓고, 우리는 이름있는 해수욕장으로 진입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서 있을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한 사람의 숲이 펼쳐져 있다.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물속에 사람의 머리가 둥둥 떠다니는 꼴이다.
정말 어수선해서, 먼거리를 허겁지겁 달려온 보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멀쭉하다.
개미떼처럼 많은 사람들 때문에...
즐거움에 도취되었던 마음이 사라져버리니...
우리는 작은 모래알 같은 존재가 되어 실망해서 우두커니 물 속에 서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물이 흙탕물에 가깝다. 마치 더운물처럼 미지근해서 수영복 입을 마음조차 없어진다.
얕은 물에서 첨벙거리다보니 옷이 물에 젖어, 하는 수없이 수영복을 갈아 입을 요량으로 탈의실로 가야한다.
아이를 먼저 수영복으로 갈아 입히니 마치 말괄량이 어린애 같다.
아이는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아뿔사!!!
내가 수영복을 미처 갈아 입기도 전에, 아이가 먼저 수영복 차림으로 탈의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잡을 수가 없다.
부르기도 전에 아이가 급히 뛰어나가더니 기척도 없다.
즐거운 마음에~
아마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던 모양이다.
아기의 생각으로 문 밖에 나가면 가족이 근방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옷을 갈아입지 못해 정신없이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가보니, 아이는 이미 어디로인지 떠난 후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마치 물 묻은 바가지에 깨가 들어 붙어 있는 형국이다.
내가 혼자 서서 운신하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아이를 찾는 다는 것이 실로 어려운 일이 될 것같다.
정말 불안하다.
내가 태어나 그때처럼 정신병자가 되어, 이리뛰고 저리뛰고 아우성을 치며 아기의 이름을 부르면서....입에는 마이크를 단 것처럼 큰소리로 해수욕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이다.
가슴은 콩당콩당 방망이질을 하며 심장이 두동강이 나서 파들거리는 것이, 세세하게 들린다.
눈섶에 떨어지는 물방울조차 아픔으로 느껴져서,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자해라도 할 것 같은 심정이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마치 시체가 되어 버린 기분이 든다.
피가 다 빠저버린 고무풍선처럼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가족들에게 가보니....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물속에서 작난을 하며 놀고 있다.
내말을 전해들은 가족들도 미친 사자처럼~~
혹은 정신나간 경주 말처럼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며 아이를 찾아봐도 ~
좁쌉 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 아이가 어느곳에 끼어 있는지 찾을 수 없어, 애를 태운다.
나는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며, 정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 방황하며 혜매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 나의 머리속에 들어와 살며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아! 이러고 다닐 일이 아니다.
방송을 해서 아이를 찾아야 하는 것이 상책이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이 먼지처럼 일어 나서 나를 일깨워 준다.
다급하다보니 머리 속이 백지가 되어 모든 기억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마치 치매 환자가 되어 버린 듯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먹물처럼 번져오는 희망이 나를 재촉하며 용기를 주니 다행이다.
저기요~ 혹시...
방송실로 가려면 어느곳으로 가야하나요?
사람들에게 물으니 ~
저쪽으로 가세요~~~
방송실을 가르쳐 준다.
나는 그곳으로 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동물처럼 울부 짖었다.
두 눈은 천리안처럼 먼 곳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모습을 눈안에 넣으며....혹시라도 ....
애타는 마음이 녹아 이미 재가 되어 버렸는지 심장마저 감각이 없다.
정신없이 부르며 방송실 쪽으로 뛰어 가다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뒷모습이 눈에 아른 거린다.
꿈인지 생시인지...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인지...
내 눈 안에서 보이고 있는 착시현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태교 때부터 알고 있었던 따뜻함과 온화함의 감정, 그리고 사랑의 애틋한 끈이 이어지던 그 핏줄의 힘...
아이는~~~병아리처럼 ~~~
노란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한갈래로 묶은 채 빨간 리본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춤을 춘다.
작고 가냘픈 엉덩이를 흔들면서, 아이가 흐느적거리며 두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비틀거리고 있다.
부처님도 오늘날의 나를 보시면 이런 마음이 드실지 모르겠다.
아가야....!!!
뒤돌아보는 아이의 눈빛이 얼어붙어 꼼짝을 안한다.
허공을 응시하는 그 예쁘고 싱그럽던 모습이..
거의 죽어가는 얼굴이다.
마치 굳어버린 석고처럼 아이의 처절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던 그날의 일은 내가 겪은 일중에 최악이다.
우리는 부등켜 안고 오열하며 땅바닥에 주저 앉아 멍하니 서로 한참을 바라보며 확인을 해야했다.
아이는 너무 놀라서 눈물도 나오지 않은지 한참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애써 눈물을 짜내며 우는 것을 보니 이제 안심이다.
나는 평생 살면서
그날의 짜릿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이산가족의
잃어버린 삼십년의 세월이 ~
잠깐동안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다.
검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버린 느낌이다.
지옥문을 넘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나는 지난 세월동안 세상을 살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보면서...
그날 겪은 일에 비하면, 어떤 수난과 역경도 견디며 이겨나갈 용기와 힘이 솟아오른다.
그때 찾은 아이는 지금 대학생이다.
가끔 그 날이 생각나면, 부처님의 은혜를 입은 것이 감사해서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나는 항상~~~
아이를 잃어버린 상처받은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잃고 방황하는 많은 부모님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며, 기회가 온다면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이를 잃어버린 순간에, 나의 어머니께서 절에서 불공을 드리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처님을 부르며 ~기도하며 ~이심전심으로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애절하게 부르며 절망하던 나의 탄식이, 어쩌면 어머님의 정성이 보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의 열공이 나의 자식을 찾아 준 것이라 생각된다.
전날 밤에 홀로 절에 가시는 것을 관심없이 바라보며... 나는 어머니와 함께하지 않은 채 해수욕장으로 날아온 것이다.
어찌보면 정신없는 짓을 한 것이다.
나이많은 어머니께서 밤을 새우며 기도하며 정성들인 공이, 아이를 찾게 해준 것이라 믿음이 간다.
나는 그렇게 믿었기에 평생동안 부처님의 가피를 생각하며, 선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나는 분명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살며시 속삭이는 소리가 있었다.
나의 뇌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방송실을 생각해 내서 그쪽으로 기를 모아 길을 인도한 것이다.
방송실 쪽으로 가다보니 아이가 앞에서 걸어가며 울고 있었다.
내가 만약 방대방향으로 가서 아이를 찾고 있었다면,
내 사랑하는 아이는 영원히 고아가 되어, 평생 서로 한이 되어 오늘날의 내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 때 당시 나는 분명 깨달았다.
나의 친정 어머니의 진심어린 기도가 부처님의 힘을 빌어,
내가 아이에게 갈 수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나는 한시도 잊지 않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가 부처님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날을 기다려 왔다.
무의식적으로 부처님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2.6.20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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