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수, 박동진, 김민종, 황금철, 안철주,
정완호, 김석진, 심상석, 정전택, 고영수, 권영춘,
정정균, 함수곤, 윤종영, 장주익, 이창조, 이경환, 이석용, 주재남,
정광자, 방규명, 윤정자, 최경숙, 김소영, 김정희,
이순애, 안명희, 이영례, 양정옥. 김채식, 김영신. 김태종,
나병숙, 손귀연, 윤삼가, 송군자, 김레아영자,
김동식. 임금자, 김운자. 남묘숙, 박현자(42명)
6월 1일 늦은 세시 삼십분,
때이른 더위가 전국을 휩쓰는 오후입니다. 어제는 햇빛이
쨍쨍 내려쬐더니 오늘은 구름이 해를 살짝 가려주고 있습니다.
42명 회원들이 서로 반가워하며 혜화역 지하에 모였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한사모 U자걷기 완주 기념 사진전을 열었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일년전 사진전을 기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주연을 맡았던 이건명씨가
새 작품 <두 도시 이야기>에서도 주연을 맡는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전하자
반가워하는 엄마 김영자님과 회원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 영문판 책을 건네주시는 함수곤대표님,
매월 우편배달을 받으시는 잡지 <현대문학>을 선물하시는 이창조님,
지난 주 김채식님의 칠순잔치에 못 나와 축하인사를 건네는 안철주님,
국가 개조의 새틀을 짜는 6.4 지방선거 이야기 등 등
오늘은 성북동 대사관저길을 두 번째로 걷습니다.
지난 1월 26일 제321회 때도 걸었던 길이지만 모이는 장소가 다르고
못다 본 대사관저가 많은 아쉬움에 다시 한 번 걷기로 한 것입니다.
혜화역 4번 출구~장면 총리 가옥∼한무숙 문학관 ~
서울과학고 ~ 만해공원 ~팔정사 ~ 숙정문,삼청각 입구 ∼
이라크, 아제르바이잔대사관저 ~ 변종하미술관 ~
일본, 남아공대사관저∼덴마크,브라질대사관저∼ 세중 돌박물관 ∼
정법사, 독일대시관저∼ 길상사∼ 에디오피아, 우크라니아, 파푸아뉴기니,
유럽연합, 카자흐스탄대사관저∼ 세네갈, 핀란드, 알제리, 폴란드대사관저 ∼
육화사, 금강사, 한옥단지, 연화사∼
성북동 천주교성당 ∼네팔대사관 ∼ 식당 순서입니다.
혜화역 4번 출구를 지나 명륜동을 향해 걷습니다.
일요일이라서 대학로에는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활기가 넘쳐 흐릅니다.
혜화동 로터리를 지나 장면총리 가옥에 닿았습니다.
건국의 기틀을 세우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시대를 앞서 간 분의 발자취를 더듬었습니다.
동성상업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건립한 1930년대 가옥이 방치되자
서울시에서 매입, 한옥의 특징을 살려 개축한 후 문화재로 등록하였지요.
한일 절충식이라는 건축 구조가 좀 어정쩡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한 근대 주거사를 알려주는 집입니다.
제 2공화국 내각이 조각됐던 사랑채가 보입니다.
당시 사무집기와 가구들이 그대로 복원됐습니다.
마당 한 켠에는 100년 넘은 향나무 두 그루가
신사처럼 살다 간 총리의 삶처럼 의연하게 버티고 섰습니다.
그 아래 반가운 펌프가 자리하고 있어요.
어릴적 많이 해본 펌프질입니다.
작두펌프라고 공기압의 원리를 이용한 수동식 샘물로
마중물을 넣어야 땅 속 깊은 물이 콸콸 솟아나왔지요.
장면 총리의 삶이 민주주의를 위한 마중물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골목을 돌아 나가 건양 하늘터아파트에 닿기 전
품격있는 한옥 한 채가 눈에 띕니다.
한무숙문학관입니다.
1930년대 지은 이 멋진 한옥에서 글을 쓰고 유명인사들과 교류하면서도
기품있는 모습으로 돌아가실때까지 사셨답니다.
글뿐 아니라 그림과 서예, 일어에도 능하여 일본어로 소설을 썼고
하버드대에 초청받아 연설할 정도로 영어도 유창했다지요.
가야금 황병기님의 부인인 한말숙 작가의 언니입니다.
전 카이스트 교수이신 장남 김호기 관장님과 사모님이 맞아주십니다.
학예사도 쉬는 일요일에 많은 인원이 방문하여 대청마루 앞에 모여앉자
관장님이 문학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관장님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요즘 세태가 아쉽다고 말씀하셨지요.
깊이 생각하며 근본과 진실을 추구하면
국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처방해 주셨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있어야 하지만 옛소설을 읽으며
문화의 다양성을 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지요.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로 구별되어 있는 가옥의 구조를 설명하시며
근처 격조높은 한옥이 팔려나가 대들보가 반나절도 안 걸려
사라지는 풍경을 목격한 아픔을 생생하게 전하셨습니다.
넓지는 않아도 정원에는 꽃기린, 목백일홍, 금잔화, 수국,
임파첸스가 구석구석 정갈하게 아름다움을 뿜고 있었어요.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옛날 대청마루였음직한 전시공간에
손때 묻은 책들이 유리장 안에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육필원고와 문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
애용하시던 선글라스와 숨결 밴 가구들과 자잘한 소품이 가지런합니다.
금방이라도 외출에서 돌아올 듯 정겨웠습니다.
반세기 전 쓰신 <역사는 흐른다> 와 <만남> 등 소설은
지금 읽어봐도 여전히 새롭고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혜화동과 명륜동, 성북동에는 군데군데 남아있는 한옥이
그나마 전통을 이어가고 있어 더 찾고 싶은 동네입니다.
올림픽기념 생활관을 지나니 서울과학고입니다.
송시열의 집터였지요.
올려보면 북악산 아래 서울국제고등학교 건물이 날렵하고
맞은편에는 경신고등학교 교정이 보입니다.
성북동 쉼터와 덕수교회를 지나
심우장 입구 만해산책공원에 닿았습니다.
삼청터널 쪽에서 내려온 길만 기억해서 처음엔 낯설었는데
거꾸로 걷는 길의 윤곽을 이제 알았다는
김소영 회원의 얼굴이 밝게 빛납니다.
우람하게 기골장대한 만해 동상 앞에서 권영춘 회원이 인사를 드리자
안철주 님과 주재남 고문님도 존경을 바칩니다.
좁고 꼬불꼬불한 심우장에 살면서도 꼿꼿하고 지조 높아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던 기개를 확인합니다.
우정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성북동에 대사관저가 있는 나라 이름과 국기가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간식과 음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숙정문 가는길 성북천길 거의 끝자락에 사찰 팔정사가 있습니다.
연분홍 달맞이꽃은 덩굴 감은 손으로
샛노랑 달맞이꽃은 청초한 얼굴로 일행을 맞아줍니다.
분홍빛 찔레꽃도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고 동그란 눈을 반짝입니다.
진분홍 선연한 송엽국도 떠나온 바닷가를 그리워하는지 향수에 젖었어요.
비구니 진우스님의 부지런한 손길이 스쳐간 자리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며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우정의 공원에서 팔정사를 지나 북악을 바라보며 걸으면
가파른 계단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지만
숙정문이나 삼청각에 쉽게 닿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이니 많이 이용하세요.
왼쪽 삼청터널 오른쪽으로 숙정문 오르는 길 못미처
삼청각 기와정문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곧 성북동 330번지에 이르렀습니다.
700채 정도의 저택마다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이 넓습니다.
인적이 드물고 담이 높고 개가 짖어대니 혼자 지나가기가 쉽지 않아요.
본격적인 대사관저 탐색이 시작되었습니다.
각국 대사관저는 성북동에만 40여개가 모여 있어요.
왜 성북동에 이토록 많은 대사관저가 밀집되어 있을까요?
남산 아래 한남동보다 더 가까이 북악산을 누릴 수 있고
한국의 역사를 옹기종기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점 때문이겠지요.
답사 중 만난 미국인 외교관은 원더풀을 연발하면서
앞으로 계속 성북동에 살고 싶다고 자랑하더군요.
이라크대사관저 골목 산뽕나무에 다닥다닥 오디가 달려있어요.
오랜만에 본 토종이라며 손으로 따서 입에 넣는 회원들
얼굴에 묻은 검붉은 오디 흔적이 재미있습니다.
할미꽃 앙상블 연주회와 예술의 전당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윤정자 단장도 마음 편하게 감미로운 한 때를 보냅니다.
이라크대사관저를 지나면
막다른 골목에 아제르바이잔대사관저가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 후 재건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전력과 중공업 기업들도 수주를 늘리고 있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 서부 연안을 끼고 있고
남북으로 이란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국가입니다.
구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의 하나로 편입되었으나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으로 개칭한 후 1991년 독립했지요.
지난 연말 재개관해 봄전시(3월~6월13일)를 시작한 변종하미술관입니다.
홍대와 서울대 교수였고 ‘색을 잘 쓰는 화가’라는 변화백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80년대,
화백은 성북동 주택단지를 개발할 때 맨 꼭대기 산등성이 부지를 택했답니다.
바위 절벽 사이 진달래 피고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 약수가 흐르는 곳이랍니다.
80년대 대한건축사협회가 ‘정원이 아름다운 집’으로 꼽은 집입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무료로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아름다운 집과 작가의 작품을 무료로 구경하실 수 있으니 들러보세요.
산등성이를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공익요원이 경비를 서 있는 일본대사관저입니다.
얼마전 여기서 시민단체가 일본 아베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지요.
아베의 신사참배로 동북아 평화공존이 깨졌다고 규탄했지요.
한 눈에 봐도 넓은 담이 끝이 없네요.
독일대사관저 다음으로 면적이 넓답니다.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 남아공대사관저입니다.
인종갈등을 이겨낸 평화의 상징 넬슨만델라 대통령이 떠오르지요?
우리나라 지식층 사이에서도 추모예배를 드릴만큼 유명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기억하는 회원이 많았습니다.
이제 덴마크대사관저를 향합니다.
북유럽 선두주자 덴마크는 낙농업 분야가 유명하고
세계 수준의 복지국가인데 사회보장 비용이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지요.
환경에 관심이 많아 국민 대부분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특별하지요?
세계에서 성경 다음인 베스트셀러를 아시나요?
덴마크를 동화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이유 또한 안데르센 때문인데
바로 안데르센의 동화책이 성격책 다음으로 많이 읽힌답니다.
열발짝만 앞으로 가면 브라질대사관저입니다.
세계에서도 러시아·캐나다·미국·중국에 이어
제5위에 이를 만큼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세계 최대의 아마존강이 흐르며 사탕수수·커피 등
특정 농산물 생산이 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요.
월드컵이 며칠 남지 않은 만큼
개최국 브라질에 대한 관심이 커갑니다.
아직도 성북동 330번지가 계속됩니다. 북악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른 세중돌박물관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군요.
국내 처음 돌박물관을 만들면서 돌전문가가 된 천신일씨가
용인 양지면에 있는 ‘세중 돌박물관’에 이어 만드는 박물관입니다.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돌박물관을 만드는 게 남은 생의 목표라 했으니
개관하면 꼭 오겠다는 회원들이 많습니다.
아래로 산자락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정법사를 지나면
더 꼭꼭 숨어있는 독일대사관저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가구박물관과 북악산을 나눠쓰고 있으니
대사관저로는 한국에서 가장 넓은 저택이랍니다.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이 화제에 올랐지요.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서도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에 존경을 받나 봅니다.
며칠전 메르켈 총리는 미경제 전문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4년 연속 1위에 올랐지요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11위에 올랐어요.
이제 회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지쳐갑니다.
다행히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고는 있지만 더위와
오르락 내리락 산자락길 걷기가 힘든 까닭입니다.
길상사에서 쉬어 갈게요.
대웅전 안에는 간절히 기도 하는 신도들이 많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구중궁궐같은 숲이 있다니...
오고 싶어 벼르셨다는 나병숙회원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쉿! 조용조용 계단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회원을 기다립니다.
정정균사무국장과 심상석님이 양반처럼 위엄을 잃지 않고
다가온 후에야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의 사진사 김태종회장이 오른손을 바지품에 살짝 댓다가
얼른 허공으로 포물선을 그리니 소리나지 않게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마침 구름을 살짝 헤치고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려던 햇빛이
혀를 낼름거리며 도로 숨어버리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한 번도 흐트러짐이 없이 단아한 박현자 시인을 닮았네요.
맑게 흐르는 돌옹달샘에서 시원한 물을 떠마시며
관세음보살상을 바라보는 이영례총무의 얼굴도 해맑습니다.
자비와 사랑으로 가득찬 모습이 성모마리아상과 꼭 닮았어요.
길상사길을 내려옵갑니다.
오른쪽 길옆에 에티오피아대사관저를 지나갑니다.
솔로몬왕 시대부터 시작되는 3,000년의 긴 역사를 가졌고,
식민지배를 거의 받은 적이 없지만 아직도 가난한 나라입니다.
우크라니아대사관저를 가려면 언덕길을 올라야 합니다.
지친 회원들은 아래로 내려가 성북동 성당에서 기다리라고 하였어요.
우크라니아대사관저에 올라온 회원끼리 인증샷 한 방을 날립니다.
오랜만에 참석하신 정완호 전교원대 총장님이
며칠전 치른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야기해 주십니다.
초콜릿 왕으로 불리는 재벌 포로셴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요.
그러나 총선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내부갈등이 격화되면서
정국불안이 끊이지를 않아 유럽의 화약고로 불린답니다.
러시아와 미국 간 신냉전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김태종회장님이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온 회원들은
살속 피까지도 오렌지색일 거라고 웃겨주셨지요.
이제 파푸아뉴기니대사관저입니다.
호주통치에서 독립한 지구 최후의 원시, 마지막 미지로 남은 나라랍니다.
천연자원이 많지만 개발여력이 없어 한국을 특별한 롤 모델로 여기면서
개발전략을 짜고 있답니다.
이제 70도 경사를 올라야 합니다.
모두 숨을 헉헉 거리며 마지막 탐험에 나섰지요.
마침내 유럽연합 EU대사관저입니다.
지속되는 유럽 경제위기가 EU정치를 극단으로 몰고가는 요즘입니다.
중도정치가 자리를 잃고 영국 프랑스에서는 극우세력이
그리스에서는 급진좌파연합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장주익회원이 본인 사진은 한 방도 못 찍으신
김태종회장을 배려하여 자리를 바꿔 사진을 찍어주셨지요.
그 속 깊은 배려가 신뢰의 기본이라는 거 아시지요?
사실 조금만 더 가면 아프리카 세네갈과 알제리 대사관저가 있고
유럽 핀란드와 폴란드 대사관저가 밀집되어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건너편 내리막길 카자흐스탄대사관저를 보며 한옥단지로 향합니다.
카자흐스탄도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되었지요.
면적은 세계20위 안에 들고. 자원이 많으니 해외투자를 많이 받는답니다.
한옥단지입니다.
못을 한개도 사용하지 않고 전통한옥을 품격있게 재현한 곳입니다.
고개만 돌리면 창문으로 북악산 성곽과 북한산 줄기를 감상할 수 있지요.
왕족이 살았을 법한 정원에는 소나무와 연못, 조경이 뛰어나지요.
총 여덟 세대가 기품있게 살고 있어요.
꽃담레스토랑를 지나 성북동 성당에서 기다리는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가까이 있는 네팔대사관과 성락원, 캐나다, 컬럼비아, 중국, 호주대사관저는
지난번 걷기때 지나갔으니 생략합니다.
이제 조지훈집터를 지나 식당 홍고불고기에 도착했습니다.
메뉴는 석쇠 소불고기에 김치전골입니다.
한상진고문님이 하늘로 떠나신지 100일이 지난 얼마전
사모님이 한사모에 대한 각별한 인연과 끈끈한 정을 기리고자
금일봉을 전달하셨다고 이석용단장님이 전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회비없이 조촐하게 저녁을 들었습니다.
오늘의 건배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인생>입니다.
지난해 2월 제가 안내한 제276회 서촌 인왕산 걷기가 끝난 후
한고문님의 희수연 잔치가 있었지요.
그때 고문님은 그날이 가장 멋진 하루였다며
멋진 인생을 살겠다고 즐거워하셨지요.
지난 1월 26일 제가 안내한 성북동 대사관저길 걷기에는
고문님이 안계셨습니다.
바로 고문님의 영결식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만남도 이별도 기쁨도 아쉬움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인생>이라는 고문님의 뜻을 따라
잔을 높이 든 건배사를 들으시고 기뻐하시기를!
멋진 인생 (한상진 고문님을 기리며)
한사모 회원 희수연마다 꼭 ! 찾아오마 약속하셨잖아요
정든 신발에 가죽 대고 굽 갈아신으며 다짐하셨잖아요
거뜬한 체력으로 백 년을 더 걸으시라 희수연 덕담 나누던 날
일 년도 지나지 않아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떠나시다니요?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워즈워드의 시를 암송하며 설렘을 나누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는
블레이크의 시를 들려주며 순수를 전하셨지요
왜 당신을 그리워하느냐고 묻거든
넘치지 않고 맑고 천진한 영혼에
어려움도 밝게 이겨내고 멋지게 사신 분이라 대답할래요
환경을 탓하지 않고 분야마다 경지에 오르신 고문님
그래도 사람들은 고문님을 부러워하니 어찌된 일인가요?
살아있는 것이 행복이라면
떠나가는 것도 축복이라고 알려주신 증인이 되신 까닭입니다
많이 누리고 아쉬움 섞은 홀연한 떠남이 누구나 희망사항이래요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주셨지만
오늘 한사모 걷기에도 환하게 웃음 지으며 나타나셔서
(아휴! 이렇게 숨겨진 길을 찾느라 몇 번이나 오르내렸을까)
격려하시던 목소리가 그립고 그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걸으며 이야기하렵니다
일상을 즐기며 멋지게 사신 고문님의 일생을
오늘을 선물로 받아 최고로 만드신 고문님의 인생을
우리와 함께 걷고 노래하고 찬양하신 인생, 달콤하셨지요?
다행히 불고기는 부드러웠고 김치전골에는 깊은 맛이 배어 있었습니다.
홍고불고기 김위숙사장님이 시원하고 달디단 수박을
후식으로 제공해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친정어머님을 모시느라 오랜만에 나오신 맛깔도사
김운자님도 입맛이 맞으셨답니다.
다음주 걷기를 안내하실 이창조,정광자 회원님께 깃발을 인계하였습니다.
살고 계시는 근처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를 걷는답니다.
내일부터는 기다리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식물 한 포기만 가꿔도 타들어가는 대지의 아픔을 느낄 수 있기에
비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를 알 수 있어요.
비가 오기를 기다리며 구름 속으로 들어간 햇님이
헛된 탐욕을 줄이는 방법을 보여준 성북동 주말걷기.
윤종영 고문님이 발칸반도를 여행하실 김태종회장님과 양정옥님,
김동식고문님과 송군자님의 건강과 안전을 빌어주셨습니다.
몇 년전 발칸반도를 다녀오신 윤고문님이 쓰신 여행기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하시는 정경이 참 푸근합니다.
크루즈여행으로 한동안 참석하지 못할 정성의 달인 김정희회원님도
건강과 함께 많은 영감을 얻어오시길 빕니다.
오르락내리락길 걸으시느라 애쓰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첫댓글 이 순애님의 후기를 기다리다 들어온 카페입니다. 왜 안들어 왔을까 궁금증을 안고 발자욱 남기렵니다.
그 날 대사관 길 의미 있었습니다. 북촌을 끼고 들어서 있는 관저들이 북악을 더욱 이채롭고 아름답게 만든것 같아요.
좋은 길과 먹거리를 찾아 답사와 안내를 하시느라 애쓰셨구요.
북악의 싱그러운 공기로 힐링을 할 수 있었던 주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밤의 사진편지'가 배달되지 않았군요. 미안합니다.
나름대로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넣어 다시 배달해 드렸으니 꼭 읽어 보세요. - 이경환
보내주신 후기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깐쪼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사람만이 겨우 오르 내리는 계단의 지름길을 찾아냈다는 점.
골목골목 이구석 저구석 여러 나라 대사관저를 두루 찾아 보았다는점.
모두가 놀랍고 신기했던 주말걷기였습니다.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순애 부단장님의 이 후기를 고 한상진 고문님의 부인 최경식 님께 복사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최경식 미망인께서는 고인의 추억이 담긴
이 후기를 읽어보시고 후기에 포함된 추모시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내오셨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회원 상호간에 갖가지 추억과 사랑과 감사의 가슴 흐뭇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공유하고 있습니다.그러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우정과 사랑을 잊지 않고 계기 되었을 때 표현하며 함께 다시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