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중루의 포천 왕방산 깊이울계곡 산행기
【 1 】왕방산 시산제를 겸한 산행
해마다 3월이면 회원제로 운영하는 산악회 마다 한 해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겸한 산행을 한다. 2015. 3,15. 일
요일, 지우가 운영하는 산악회의 시산제에 따라 나서, 신라 때의 도선국사(872년)가 머물 때 왕이 친히 순행하였다 하여 이
름한 왕방산(王方山,737m)을 간다. 포천의 진산(鎭山)으로 축석령 서쪽 한북정맥 287봉에서 분기하여 북서쪽으로 뻗은 소
요지맥에 있는 산이다. 이 산과 그 북쪽 국사봉과의 사이에 북수(北水)로 흐르는 십리 계곡 깊이울이 있는데, 골이 깊고 수
려하다 하여 해마다 여러 산악회가 이곳을 찾아 시산제를 올린다 한다.
시산제를 겸한 산행은 아침 한 때 두세 시간 잠깐 동안의 산행일정이라 어느 산을 가든 정상까지는 갔다 올 시간이 안된다.
이날도 아침 9시 40분에야 계곡 입구 들머리에 도착한다. 주어진 두 시간의 짧은 산행시간에 잰걸음으로 뛰다시피 해 왕방
산과 국사봉 사이 소요지맥 마루금 610 m 능선까지 겨우 올랐다 돌아왔다. 12시 시산제에 맞추려니 눈앞에 국사봉을 두고
도 못 오르고 하산하는 발길이 아쉽기만 했다. 북수(北水)로 흐르는 곳에 길지(吉地) 있다는 속설이 생각나 이리 저리 바삐
둘러보지만 험준한 계곡이 짧고 골 깊어 이렇다 할 승지는 보지 못한다. 깊이울의 유명세는 계곡 보다는 저수지에 있는 느
낌이 들었다. 한편, 북향의 계곡은 갈색 진하여 봄이 아직 먼 듯 해도 개울가의 왕버들은 활짝 피었었고, 양지녁 길섶마다
에 애써 살핀 보람 있어 찾은 바람꽃은 낙엽 사이에 피어나 베시시 몸을 떨며 웃는다. 간간이 모진 겨울 아직도 잔빙(殘氷)
으로 물웅덩이를 부둥켜 안고 있지만, 텃새들 또한 무리지어 찔레덤불에서 짝찾아 우짓기에 바쁘니, 덤불 위의 작년 피었
던 사위질빵 마른 꽃잎이 흩날린다. 깊이울계곡에 봄이 찾아 들었다
【 2 】한탄강과 임진강변의 봄바람을 쐬며
아침 나절에 못 다한 산행길의 아쉬움이 되레 즐거운 오후를 보상케 한다. 시산제에 이은 뒷 풀이 행사가 일찍 끝나게 되어
관계자의 배려로 포천에서 전곡을 돌아 파주 임진각으로 간다. 전곡을 거쳐 적성으로 가는 길의 시원스레 달리는 차창가로
한탄강을 바라보기 바쁜데, 어느 순간 산허리 돌아가니 유장한 임진강이 나타나 눈길을 앗아 간다. 처음 달려보는 길 따라
보는 풍경은 낯 설어 더욱 아름답게만 보인다. 단 한 곳의 풍경도 놓칠새라 눈길 쫓아보지만, 그래도 보이는 건 겨우 반쪽
뿐이다. 그렇더라도 스치는 풍경마다 한 편의 활동사진이고, 주마간산 이어도 그 아름다운 춘강(春江)들의 여운이 마음 속
에 오롯 남는다.
오랫만에 찾아 본 임진각은 더 이상 내 기억 속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랫만에 찾아 본다는 증거다. 새로 지은 임진각의 날
렵하고 높다란 전망대에 올라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바라보니 마음은 눈길따라 다리건너 도라산으로 달려가고, 이웃한
통일로를 바라보니 개성으로 달려가보고 싶은 충동 일어 애꿎은 카메라 셔트만 자꾸 눌러댄다. 임진강은 동쪽에서 서쪽으
로 사행으로 유장하게 흐른다. 강심에 잠기는 석양의 햇살에 푸르던 강물은 하얀 백강(白江)되어 흐른다. 녹슨 기관차 옆
DMZ 철조망에 "개성 22km, 서울 53km" 라고 써 붙인 이정표가 돌아서던 나그네의 발길을 되돌려 다시 한 번 강 넘어 북
녁을 바라보게 한다.
해거름에 포천에서 연천을 돌아 한탄강을 찾고, 먼길 돌아 임진각 망루에 올라 임진강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시 임진강변
의 자유로를 달려서 한강을 찾는다. 으스름 때의 한강이 어머니의 품처럼 넓고 푸근하다. 굽돌아 흐르는 한탄강을, 긴장
속 숨죽이듯 조용히 흐르는 듯한 임진강을, 그리고 용솟음치듯 꿈틀거리며 아리수 유유자적 흐르는 한강을 한 시진(時辰)
남짓한 시간에 둘러 본 하루가 각별해 행복하다. 시신제로 인한 아쉬움이 남던 왕방산행이 되레 행복한 오후의 기쁨을 가
져다 주었다. 특별했던 그 일요일,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
【 제1부 】왕방산 깊이울 계곡 산행 편
▼ 한북정맥 마루금에 있는 축석령(200m) / 의정부와 포천의 경계지역으로 43번 국도가 지난다.
▼ 깊이울 저수지
<저수지 원지점 능선은 왕방산(좌)에서 국사봉(우)으로 이어지는 소요지맥 마루금이다.>
▼ 왕방산 북사면 깊이울 계곡
깊이울계곡 / 몽중루
왕방산은 북릉 십리에 국사봉을 솟구치고
또 한 갈래 북동쪽으로 무럭고개능선을 뻗었다
그리고, 그 사이 개울 깊은 깊이울계곡이 있다.
북수로 흐르는 개울은 구비마다 동천(洞天)이라
그 명성 회자되어 천리에 이르러
봄 맞이 시산제 산행길에 깊이울을 찾는다.
앞 산 높은 동천 유곡에 늦은 볕 들자
골바람은 잠 깨어나 사르르
아침햇살 퍼 나르기에 분주해진다.
바람결에 나뭇가지들이 사운대고
햇살에 잎눈들이 토실 토실 방싯거린다.
3월 산중턱 아직은 갈색 짙어도
갯버들은 이른 봄을 불러 저 혼자 피었다
때 맞춰, 사위질빵 뒤 덮은 찔레덤불에서
동고비 박새가 우짓는다
다정도 해라 얼음 녹은 개울 물
깊이울 계곡이 노래를 한다.
북수로 흐르는 개울 물 졸졸
봄 노래를 부른다.
▼ 북수로 흐르는 깊이울 계곡 곡수
▼ 깊이울 계곡 떡바위
▼ 계곡 상류의 잔빙(殘氷)
▼ 깊이울 계곡의 봄의 전령, "바람꽃" 3 남매
국사봉 동사면인 깊이울계곡 개울 가의 양지녘에서 만난 바람꽃 자매
▼ 깊이울 계곡 끝에 있는 이정목, 여기서 부터 급준한 5부 능선을 올라 왕방산과 국사봉 중간 610능선을 오른다.
▼ 왕방산과 국사봉 중간 610 능선- 1
<한북정맥 축석령 287,3봉에서 분기하여 동두천 소요산으로 뻗어가는 "소요지맥" 마루금 610고개>
▼ 왕방산과 국사봉 중간 610 능선- 2
▼ 610 능선에서 바라본 국사봉(751m)- 1
▼ 610 능선에서 바라본 국사봉(751m)- 2
▼ 610능선 위의 왕방산 쪽 능선 풍경 / 복수초를 찾으려 헤매며
▼ 소요지맥 마루금 610능선에서 깊이울 계곡으로 내려가는 5부 능선길
▼ 능선길에서 바라본 왕방산
▼ 쌍간 굴참나무의 멋진 자태
▼ 깊이울 계곡의 소경-1
▼ 깊이울 계곡의 소경- 2
▼ 깊이울 계곡의 소경- 3 / 만남교
▼ 깊이울 계곡의 소경- 4 / 깊은산 초가집
함께 한 서울종로 한마음산악회의 시산제 및 뒷풀이 장소인 개울가 넓은 정원 식당
▼ 개울가의 "산괴불 "의 꽃대
【 제2 】한탄강을 거쳐 임진각으로-
▼ 전곡 선사유적지를 지나며 담은 "한탄강" / 달리는 차창가로 담은 그림
▼ 임진각의 DMG 구조물
▼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풍경 - 1 / 통일로 쪽
▼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풍경 - 2 / 자유의 종각 쪽
▼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풍경 - 3 / 돌아오지 않는 다리 쪽
▼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풍경 - 4 / 망배단 쪽
▼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풍경 - 5 / 망배단 서남쪽
▼ 파주 프로방스 동화마을 위로 바라본 임진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