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지산동에서 손님을 태운다.
일요일인데..
이상하게 손님이 많다..내리면 조금 있다가 타고...또 달리면 손을 들고..[ㅋㅋ 이럴때도 있는것이여...하지만 입금맞추는 과정만 다를뿐 뺑이치는것은 매한가지.]
젊은 아가씨라서 그런지 대담하게 내옆좌석에 탄다.
근디..코가 아플정도로 냄새가 찌른다.
향수인지...화장품냄새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고약하다.[짬뽕이 확실]
창문을 살짝 내리니 자기도 날 따라한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29살에다가 시내 대구백화점의 화장품코너에서 일을 한단다.
요즈음은 스마트폰의 시대인지라 손님이 타면 열에 아홉은 그놈의 폰만 가지고 놀다가 차에서 내린다.[근디.. 요 아가씨는 게임을 하는것인지..계속 삐융삐융소리가 남]
황금네거리에 친구 만나러간단다.[여자친구?....피 오늘같은날 남자친구아니면 집에서 발뻗구 쉬지...말라꼬 외출하겠어예...ㅋㅋㅋ]
어.....경찰청을 지나기전 아파트앞에서...할머니한분이 손을 든다.
합승은 안되니...그냥 지나야한다.
아저씨! 나이드신 할머니가 손들잖아예...태워주이소...[엥! 요즈음 이런 착한 아가씨가...]
나는 아가씨의 동의하에 차를 낼름 세운다.[제발 같은 방향이어야하는디......]
차를 세우니 일반사람처럼 차안에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타도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절차가 없다. 할머니 어디가세요...하기도 전에 뒷문부터 여는데 식식거린다.[80대 노인]
할머니 천천히 타세요...어디가시는데?
학.학...아이고 숨차래이...내는 노동청옆으로 갑니더..어 누가 타고있네....
[아가씨가 뒤로 돌아보며 할머니와 눈인사...보기드문 아가씨]
학학....갑자기 내가 더 숨가뿌네...하하![글쟁이버젼..ㅋㅋ]
할머니...할아버지는 우짜고예?
우리 영감은 52살적에 먼저 갔어예...쪼매한 얼라들만 소복히 내한테 남기고...
아....자제분이 많습니꺼?
9명인데...죽을 고생했습니더...인자 막내만 결혼시키마 가다마리가 되는데..
할머니...정말 장하십니다..[나는 시원하게 모시옷입은 할머니를 고개돌려 쳐다봄..존경스런 눈으로]
우리 아이들이 모두 착하게 커줘서 그나마 다행입니더..옛날에 가난해서 도시락도 못싸주어도 군말없이 핵교를 댕기던 아이들이었습니더..
점심시간에 딴 아이들보기가 부끄러워서 화장실같은데 한참을 숨어있다가 나왔다안캅니꺼..얼매나 배가 고팠겠습니꺼? 한창 묵을나이땐데..
내가 하나하나씩 결혼시키마 지들이 알뜰살뜰 집을 마련해서 잘살아주이 얼매나 고맙습니꺼?
막내가 지금 혼자라서 내하고 살지만서도 효자고...시방 여자친구하고 부지런히 사귀고 있으께 조만간에 혼사가 치러질것같네예..거카고나마 내사마 죽어도 여한이 없을것같네예.
할머니....아주 굿입니다..근디..어디갔다오십니꺼?[할머니피부가 말끔함]
절에예...부처님께...공양하고..집에 가는길 아입니꺼?
아가씨는 중간에서 내린다..[2백원 디시해줌....아가씨! 화장품을 바르던 향수를 뿌리던 한가지만 혀! 해골아파죽겄어..ㅋㅋ]
할머니는 집에 도착할때까지...할아버지의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자식을 하나둘도 아니고 아홉을 놔두고 먼저 갔으니.....얼마나 그 고충이!]
영감이 돈이라도 쪼매 놔두고 죽었으마 내가 그렇게 죽을 고생을 안했을긴데.....그래도 알라들 키우라꼬 내를 빨리 안데리고 가고 이마이 살게 해주이 고맙고....우리 자석들...안아프고 탈없이 지켜주제....
택시요금을 대충 계산해서 말하니...
할머니왈!......갈때하고 요금이 우에 똑같노....[휴...다행이다]
할머니 지갑이 멋있습니더...
우리 막내아들이 사준거 아입니꺼? 호호호![입이 함지박만하게 웃으신다]
기사양반 운전 잘하네...우리 막내아들하고 비까비까하데이...
으하하하.....하하![할머니 은근히 아들자랑]
할머니! 오래 오래 사이소....건강하시고예......알았지예?
고맙심더....콜하마 우리집앞에서 또 만납시더...호호![콜택시를 지칭]
[할머니......이세상에서 당신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분은 아마 없을것입니다..
막내아들이 결혼하고 손자손녀 두루보시고 만수무강하십시요..할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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