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의 일몰 장면은 해가 짐에 따라 자연경관이 노란색, 주황색, 남색, 보라색 등 시시각각 변해가는 매력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
사진=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이른 가뭄과 더위에 힘들어했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최근에는 잦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업무 혹은 일정 때문에 아직 여름휴가를 못 간 분들은 가슴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시사철 낮 기온이 섭씨 31~32℃를 유지하고, 뜨거운 햇볕과 아름다운 해변과 즐거운 액티비티가 가득한 낭만의 섬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코타키나발루는 대표적인 휴양지이지만 어느 나라에 속해 있고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겁니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의 한 도시지만, 태국 베트남 등이 있는 말레이시아반도가 아닌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인근 보르네오섬에 있습니다. '가구' 브랜드로도 유명한 '보르네오' 섬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3개 국가가 이 섬에 있습니다. 그 중 12개 주로 구성된 말레이시아는 보르네오 섬에 사바와 사라왁 등 2개 주가 자리 잡고 있고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의 주도입니다.
코타키나발루라는 지명은 '코타'와 '키나발루'가 합쳐진 단어로, '바람 아래 고요한 땅'이라는
뜻입니다. 여느 동남아 국가와 달리 태풍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사시사철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으니 정말
천혜의 휴양지인 셈입니다.
일몰 포인트로 유명한 탄중아루 해변에 자리잡고 있는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에서
삼삼오오 모여 일몰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섬이라서 바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코타키나발루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바다는 물론 산, 강이 모두 있습니다. 그래서 산행, 미니 정글탐험, 해양레저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동남아 최고봉이자 동남아 식물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키나발루산(4095.2m)'이 있습니다. 엄홍길
산악대장을 비롯해 히말라야 8000m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훈련 코스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특히 이 산은 정상 부근이 퇴적암으로 이뤄져 매년
조금씩 더 높아지는 까닭에 해발 높이를 소수점까지도 표시한다고 합니다.
또 강에는 신비롭고 즐거운 투어가 가득합니다.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승용차로 2시간가량 이동하면 맹그로브 나무로 가득한 클리아스 강가 또는 나나문 강에 도착합니다. 낮에는 이곳에만 서식하는 긴코원숭이를
비롯해 각종 원숭이와 도마뱀 등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정말 깨끗한 자연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죠. 운이
좋으면 직접 손으로 감싸 쥘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행기간 내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바쁘게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바다나 수영장에 누워 하늘과 바다만 바라보아도 마치 꿈을 꾸는 듯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코타키나발루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휴양지입니다. 그 선택은 오롯이 자신만이 갖고 있습니다.
# 바람 아래의 에메랄드, 땅
위의 붉은 루비
- 나나문 강가에 우거진 맹그로브 나무숲 - 긴코 원숭이 도마뱀 등 곳곳서 출현 - 밤하늘 밝히는
반딧불이와 별 등 - 때묻지 않은 천혜 자연 눈으로 확인
- 물놀이·레저로 한나절 보낸 관광객 - 오후 6시 되면
탄중아루 해변 등에 운집 - '황홀한 석양의 섬'에 반한 가족·연인들 - 누구 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 누르게
돼
코타키나발루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지만, 이곳에 왔다면 이것만큼은 즐기고 가야할
필수 코스 2개를 골라봤다.
■동화 속에 있는 듯한 '반딧불이 투어'
영롱한 푸른 빛을 띠는 코타키나발루의 탄중아루 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이곳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반딧불이 투어'다.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는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차를 타고 2시간 가량 이동해야 한다. 장소는 클리아스 강가와 나나문 강가 등 2곳이 대표적인데
최근에는 나나문 강가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늦은 오후 강가에 도착하면 아직 반딧불이를 보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운영자 측에서 내주는 차와
빵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뒤 보트를 타고 강가를 돌아본다.
이 강에는 맹그로브 나무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맹그로브 나무는 뿌리의
일부가 문어 다리처럼 땅 위로 올라와 있고, 뿌리로 산소호흡을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뱉는 양이 일반
나무의 8배에 달할 정도로 환경에 이로운 나무다. 또 맹그로브 나무를 먹고 살기 때문에 보르네오섬에만 서식한다는 긴코 원숭이가 있다. 맹그로브
원숭이라고도 불리는 이 녀석은 이름 그대로 턱까지 내려오는 긴 코를 갖고 있어 맹그로브 숲 사이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원숭이 외에도
다양한 원숭이와 도마뱀들이 있으니 구경해보자. 그리고 거의 구름에 가려져 있어 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처녀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키나발루산 봉우리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으니 기대해보는 것도 좋다.
세계 3대 석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에서 관광객들이 석양을 담기 위해 저마다
사진촬영에 빠져 있다.
늦은 밤 다시 강가에 도착하면 말 그대로 칠흑같은 어둠이 관광객을 반긴다.
처음에는 무섭기까지 하지만 보트를 타고 천천히 강가를 따라 돌다보면 강물소리와 맹그로브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놀이 같은 모습에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을 내는 반딧불이 군집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나무에 빼곡하게 붙은
상태로 빛을 내기 때문에 마치 연말 크리스마스 때 전등으로 꾸며진 가로수를 보는 듯하다. 최첨단 3D 기술도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그 빛이
내뿜는 아우라 때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아'하고 탄성을 지른다. 단지 아쉬운 것은 반딧불이의 빛은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서 눈과 가슴에 담아두어야 한다. 어른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별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밤하늘은 보너스다. 연인, 신혼부부, 가족 등 동반 여행객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다.
■낭만 가득 '센셋 보기'
반딧불이와 긴코원숭이 등을 볼 수 있는 나나문 강의
모습.
이른 아침부터 숙소 수영장이나 인근 바닷가에서 물놀이와 각종 해양레저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한풀 꺾이고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지체하지 말고 재빨리 전망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코타키나발루의 일몰을 보기 위해서다.
일몰 포인트
중에서도 압권은 탄중아루 해변이다. 해변이 아름답고 눈 앞에 섬들이 있어 일몰 장면을 유채화 구도처럼 만들어준다. 일몰시각인 오후 6시 30분
전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할 때 아름다운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면 눈부신 햇살에도 불구하고 해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윽고 해가 바다와
닿으면 바다와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 보이지 않게 되면 주변은 남색을 지나 보랏빛을 띠게
된다. 하늘과 구름과 바다가 하나가 된 것 같으면서도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유채화 같은 느낌의 일몰 장면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고 옆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황홀한 석양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탄중아루 해변에는 샹그릴라 탄중아루를
비롯해 여러 리조트와 호텔이 자리잡고 있으니 좀 더 편하게 선셋을 즐기고 싶다면 숙소를 이곳으로 잡아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또 며칠간
묵으면서 여러 번 일몰 장관을 봤다면 일몰시간 때 수영을 즐기며 선셋을 만끽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낮에 받은 햇볕에 데워진 물이 해가 지고
나서도 식지 않기 때문에 바깥보다 물 속이 따뜻해 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가 짐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색을 띠는 자연경관 덕에 이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가는 방법
올해 8월 현재 김해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대신 인천공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이스타항공 등 여러 항공사들이 매주 2회씩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대부분의 숙소까지 택시로
10분이면 충분하다. 시내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숙소까지 택시비는 30링깃(1링깃=350원), 시내까지는 60링깃
가량이다.
# 주먹밥 같은 '나시라막' 볶음밥 '나시고랭', 싱싱한 해산물·달콤한 망고케이크 꼭 맛보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시라막, 태국음식 카오팟,
나시고랭.
말레이시아 전통음식으로는 주먹밥 형태의 나시라막(Nasi Lemak)과 볶음밥 스타일인
나시고랭(Lasi Goreng), 말레이시아식 어탕국수인 락사(Laksa) 등이 꼽힌다. 나시라막은 코코넛을 넣은 흰쌀밥을 뭉친 뒤 멸치조림을
위에 얹고 바나나잎을 이용해 삼각뿔 형태로 꽁꽁 싼 주먹밥이다. 향신료가 별로 들어가지 않은 대신 코코넛 맛이 살짝 나면서 부드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나시고랭은 우리나라의 볶음밥과 비슷하다. 땅콩과 야채, 해산물 등을 넣고 볶아낸 것으로 음식점에 따라 다양한 야채를 함께
올리거나 달걀프라이를 얹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락사는 생선을 푹 고아낸 뒤 살점은 체에 거르고 남은 육수에 면을 집어넣어 먹는다.
말레이시아에는 오래 전부터 말레이계 현지인을 비롯해 중국인, 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이런 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새로운 음식이 먹고 싶다면 코타키나발루 시내로 나가보자. 중국을
비롯해 인도,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바다를 끼고 있는 만큼 해산물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곳곳에
'씨푸드 레스토랑'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망고케이크
이 외에도 코타키나발루에는 현지
싱싱한 과일을 이용한 디저트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그중 망고를 넣어 만든 망고케이크는 제일 먼저 손꼽힌다. 노란 빛깔에 한 번, 달짝지근한 향에
한 번, 아끼지 않고 망고를 넣은 풍부한 맛에 또 한 번, 모두 세 번에 걸쳐 달콤한 망고케이크를 즐겨보자. 아삭하고 달달한 수박과즙이 씹히는
수박주스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