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꿈
최 화 웅
나는 대림시기에 동화와 영화에 빠졌다. 동화는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와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고 영화는 <맥베스>, <사일런트 하트>,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시?>, <마담 보바리>, <스윗 프랑세즈>와 <어린 왕자>였다. 내가 읽은 동화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명작으로 모든 동화가 그렇듯이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새로우며 우리를 무한한 사색과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을 때는 인문고전을 한 질 뗀 것 같은 뿌듯함으로 생각이 깊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12월 9일 저녁 주한프랑스 문화원과 영화의 전당이 공동주최한 ‘시네 프랑스’를 통해서는 에니메이션 어린왕자(Le Petit Prince)를 개봉 2주 앞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상상력 풍부하고 호기심 많은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영화 <어린왕자>는 요즘 어린 학생을 연상시키듯 놀 시간과 친구가 없이 엄마의 생활계획표에 쫓겨 하루 한 달 일 년을 살아가는 한 소녀가 이웃집의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어린왕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마침내 소행성 B612와 다른 세계로의 환상적인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 펼쳐진다. 영화는 책 내용을 조심스럽게 재현하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언젠가 한 때는 어린이였어. 하지만 그 사실을 잊고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지.”라는 메시지를 세상 어른들에게 전하고 스스로를 생각하게 하며, 아이들에게는 동심에 부풀게 했다. 엄마는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가 소녀는 ‘인터스텔라’의 맥켄지 포이가 조종사 할아버지는 ‘아이언 맨’의 제프 브리지스가 장미 목소리는 마리옹 꼬띠아르가 뱀은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여우응 제임스 프랭코가 더빙에 참여하고 마크 오스본 감독이 연출을 제67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을 맡아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어린왕자는 자기의 별을 떠나 소행성 325호로부터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어린왕자는 그 별들을 차례로 찾아가서 궁금증을 풀고 무언가를 배우며 자기가 살 만한 곳인가를 살펴 보았다. 어린왕자가 찾아간 첫 번째 별에는 붉은 천과 흰 담비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섬김을 받으려고 세상 사람들에게 명령만하고 군림하려고 했다. 두 번째 별에는 박수와 존경을 받기를 원하는 허영심 많은 위선자가, 세 번째 별에서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만 마시는 술꾼을, 네 번째 별에서는 5억 162만 2천731개의 별을 자기 것이라고 소유한 사업가를 만났다. 사업가는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작은 별을 보고 욕심에 찌든 구둣쇠를 연상케 했다.
다섯 번째 찾아간 별은 가로등 하나에 가로등을 켜는 아저씨 한 분이 사는 아주 작은 별이었다. 그곳에서는 1분에 한 바퀴씩 별이 돌기 때문에 1분에 한 번씩 반복되는 해돋이와 해넘이에 따라 불을 켰다 껐다 했다. 이어서 여섯 번째는 다섯 번째 갔던 별보다 열 배나 큰 별이었다. 그 별에는 자기가 살고 있는 별도 탐사해보지 못한 지리학자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일곱 번째 별은 지구였다. 당시 지구에는 111명의 왕과 7천 명의 지리학자, 90만 명의 사업가, 750만 명의 술꾼, 여섯 개 대륙에 가로등을 켜는 사람 46만 2천511명, 허영심 많은 사람 3억 천100만 명 등 모두 20억 명이 살고 있었다. 그래도 어린왕자는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어린왕자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동화로 편견과 독선으로 어리석게 살아가는 세상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했다.
어느 날 사하라 사막에서 지혜로운 여우 한 마리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그 여우로부터 “길들인다”라는 의미를 알게 된다. 길들이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 즉 인간관계의 소중한 의미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어린왕자는 정원에 핀 수많은 장미꽃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냥 아름답게 피워 있을 뿐이야. 그러나 너희들을 위해서 울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물론 내 장미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 그런데 내게는 나의 한 송이 꽃이 너희들 모두보다 소중해. 그 꽃은 내가 물도 주고, 유리덮개도 씌워 주고 바람막이도 해 주었지. 나비를 보게 하려고 애벌레 두세 마리만 남기고 벌레도 잡아 주었어. 가끔 말도 하지 않으면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묻기도 했지. 그 꽃은 내 꽃이었으니까” 그리고 나서 여우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라는 말을 남긴다.
비행기가 사막 한복판에서 고장난지 8일째 되던 날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물을 마시면서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외친다. 일주일에 한 알씩만 먹으면 결코 목이 마르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알약 파는 상인의 솔깃한 이야기까지 상상력 풍부한 소녀가 조종사 할아버지와 친구로 지내면서 많은 것을 듣고 느끼며 배우는 모습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한번 물어보면 끝까지 알고 싶어 하는 인사성 바르고 궁금한 게 많은 어린왕자. 그는 “사람들은 모두 급행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자기들이 무엇을 찾아 가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모두들 허둥대다가 제자리에서만 빙빙 돌고 있는 거야.”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영화 어린왕자는 이 삭막한 세상에 어른은 어른대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대로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살면서 진한 외로움으로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낄 때 이외의 상상과 압축을 이어가는 동화나 가슴 벅찬 영화를 볼 일이다.
첫댓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 일생을 살면서 제가 참 많이 인용한 문구입니다.
<어린 왕자> - 제가 가장 많이 남들에게 선물 해준 책입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글 잘 읽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야'
이 아침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네요..
잘 지내시지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2.10 07:54
잠시나마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음악과 책, 영화를 보시며 일상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잊고 지내던 중요한 부분들을 글로써 깨워 주시니 더욱 감사드리구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렸을 적 삶에 대해 궁금해질 때 많이 생각한 문장입니다. 감사합니다.^^
"살면서 진한 외로움으로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낄 때 이외의 상상과 압축을 이어가는
동화나 가슴 벅찬 영화를 볼 일이다." 그렇죠? 참 마음이 가는 말이에요.
마음에 시간이 날때마다
한번씩 들어와 공감하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늘 강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