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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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충북』 제20집, 김길자의「불타는 청춘」을 읽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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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현대사회는 속도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치닫고 있다. 경제학을 빌리면 이는 국가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포함 돼있다. ‘오래 산다는 것이 재앙이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고령화 시대, 이를 좋게 표현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의 제공 집단이라 정의 한다. 그래서 늙었으니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국가 동력의 견인집단인 젊은 세대에게 고령화 집단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된단다. 그러나 역으로, 그 늙은 집단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부국(富國)으로 만든 주인공이란 사실 앞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 사람은 없다.그건 그렇고, 요즘 젊은이들의 처지를 보면 불쌍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우리들의 세대에는 대졸이란 간판이 사회적으로 하나의 신분이 되었다. 대학을 나오면 으레 공인이 될 수 있었다. 늘어나는 고령화 인구,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젊은이, 이제 국가의 경영도 무상 시리즈 정책에서 벗어나 이들에게 과중한 짐을 지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들은 타의든 자의든 신세대의 짐이 될 기성세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주눅 들지 말고 재기해 보자는 주문을 해본다. 기성세대에 나름대로 경험이란 값진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을 활용해 보자고 강조해본다. 경험의 지식은 이론의 지식을 앞서는 법이다.요즘 초등학교에선 노인들을 초빙하여 방과 후 강사로 모시는 경우가 많아졌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암울한 사회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사회학자들의 사고를 뛰어넘어, 선견지명의 안목을 가진 수필가 김길자의 작품을 감상해본다.문제의 작품은『문예 충북』제20집에 수록된「불타는 청춘」이다. 이 수필을 읽으며 그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시간만 허락되면 독서와 글쓰기에 매달렸던 나의 게으름이 부끄러웠다. 김길자 수필가는 고희를 바라보는 연령으로 젊음의 먼먼 뒤안길에 서 있다. 그런 그가 세계 택견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불타는 청춘」이다. 실로 놀랍다.‘풀꽃도 열매를 익히는 9월 어느 날, 세계 택견대회가 열리는 충주 세계무술 공원으로 향하는 들녘엔 누렇게 익은 황금 벼이삭이 바람결에 출렁이고, 가을은 이렇게 완연한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버스안의 선수들 가슴엔 봄날 같은 젊음의 열기가 가득 넘친다.’택견 장에 나가는 선수의 심정을 묘사한 대목이다. 비장함에 앞서 낭만이 스며있다. ‘황금색 벼 이삭이 출렁인다.’라는 대목이 그렇다. ‘황금 들녁’은 낭만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낭만에 더하여 황금은 결실을 의미한다. 결실은 상실과도 통한다. 이를 인간에 비유하면 인간 노화의 뜻이 된다. 세계무술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들의 연령층이 높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이것이 표현의 문학성이다.‘나는 다리 관절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마력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증평 팀은 나이 드신 분들로 이루어졌으며 증평 문화원 후원으로 정기 수련은 문화원 강당에서 하고, 대회가 가까워지자 새벽 6시에는 보강천에서 매일같이 강한 수련을 하였다.’운동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힘든 운동 앞에서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용감하게도 운동으로 지병과 맞선다. 그것이 택견이란 고도의 기술을 요구 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본 때 뵈기 단체전’이라는 택견 종목에서 우승하여 상장과 금메달까지 안는 영광을 누렸다.‘늦었다고 느낄 때가 절호의 기회다’ 라는 격언이 아니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굳이 나이를 의식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의 실용성이다.유행가 가사에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랫말이 있다. 사실 그동안 나이라는 현실 의식에 매여 위축될 때가 많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이 화두를 머리에 담고 살아야 겠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삶의 용기와 지혜를 안겨주는 한 편의 수필,「불타는 청춘」은 읽을수록 자양분이 될 듯하다.「불타는 청춘」과 더불어 이 가을 모두의 마음이 풍성하길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