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위해서, 값싸고 정교한 휴대용 시계가 어디에나 널려 있게 되었다.
아시리아, 사산, 잉카의 도시에는 해시계가 몇 개쯤 있었을 것이다.
중세 유럽 도시에는 보통 마음 광장에 있는 높은 탑 꼭대기에 거대한 시계가 올라앉은 형태의 시계가 하나 있었다.
이런 탑 시계는 시간이 안 맞기로 악명이 높았지만,
어차피 마을에는 그것과 다른 시각을 가리키는 다른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틀려도 별 문제가 없었다.
오늘 날 여느 부잣집 한 곳에 있는 시계 종류를 다 합치면 대게 중세 한 나라가 보유했던 것보다 수가 많다.
손목 시계, 휴대전화, 침대 머리맡의 자명종, 부엌 벽의 붙박이 시계, 전자오븐이나 TV. DVD.컴퓨터 스크린의 작업표시줄이
모두 시간을 표시한다.
지금 시각이 몇 시인지 알고 싶지 않다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 시계들을 본다.
우리가 하는 일 거의 대부분이 제시간에 이뤄져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명종은 우리를 오전 7시에 깨우고,
우리는 냉동 베이들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정확히 50초 동안 가열하며,
칫솔질은 전동칫솔에서 알림음이 울릴 때까지 정확히 3분간 한다.
7시 40분 전철을 타고 직장으로 향하고, 헬스클럽 러닝머신이 30분이 경과했다는 알림음을 울릴 때까지 뛴다.
좋아하는 쇼를 보기 위해 오후 7시 정각에 TV 앞에 앉은 뒤,
미리 정해진 정확한 순간에 나오는 초당 1천 달러짜리 광고로 TV 시정을 방해받고,
결국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모든 걱정을 털어놓는데,
의사는 우리의 수다를 정학히 50분으로 제한한다.
오늘날 표준화된 한 회 진료시간이 그렇기 때눈이다.
산업혁명은 인류사회에 수십 가지의 커다란 격변을 불러왔다.
산업적 시간에 적응하는 것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또 다른 두드러진 예로는 도시화, 농민의 소멸, 산업 프롤레타리아의 등장,
보통 사람에게 주어진 힘, 민주화, 정년문화, 가부장제의 해체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격변들조차 역사를 통틀어 인류에게 닥친 가장 중요한 사회혁명에 대면 시시했다.
그것은 바로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붕괴하고 국가와 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 사건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인류는 가장 초기부터,
그러니까 1백맨여 년 전 부터 대부분 친척들로 구성된 작고 친밀한 공동체에서 살았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이 일어난 뒤에도 상항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혁명 덕분에 가족과 공동체가 뭉쳐서 부족, 도시, 왕국, 제국이 만들어졌지만,
모든 인류사회의 기본 단위가 가족과 공동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불과 2세기 남짓 만에 이 단위들을 산산이 깨부셨다.
가족과 공동체가 수행하던 전통적 기능은 대부분 국가와 시장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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